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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
장하석 지음 / 지식플러스 / 2015년 7월
평점 :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예전부터 눈
여겨 보고 있던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라는 책을 읽었단다. 이 책은
EBS에서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장하석 교수가 강연한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알고 있단다. 그런데, 지은이 장하석이라는 이름을 보고, 아빠가 알고 있는 장하준님, 장하성님하고 이름이 비슷하네. 이런 생각을 했단다. 그래서 장하석이라는 분이 어떤 분인지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단다. 오호… 장하준님이 바로 장하석님의 친형이고, 장하성님은 장하석님의 사촌형이라고
하는구나. 그리고 아빠는 잘 모르는 분 중에 1대 여성가족부
장관 장하진님이라는 분이 있는데, 그분은 장하석님의 사촌누나라고 하는구나. 뭐냐, 이 집안의 정체는…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고, 장하석님의 아버지는 국민의 정부 시절 산자부 장관을 했었고, 장하석님의 할아버지는 독립운동을 하셨다고 하는구나. 정말 대단한
집안이로구나.
장하준님과 장하석님은
케임브리지 대학 역사상 한국인 형제가 교수를 지내는 건 처음이라고 하는구나. 장하석님은 처음에는 물리학을
전공을 했고, 나중에 철학을 공부하고 박사는 철학으로 학위를 받았다고 하는구나. 그래서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가르치는 것도 과학철학이라고 하는구나. <온도계의
철학>이라는 책을 썼는데 영국에서 ‘이반 슬레이드상’과 ‘러커토시상’을 받았대. 아빠는 전부 모르는 상인데, 러커토시상은 지난 6년간 영어로 저술된 최고의 과학저작물에 수여하는 상이라고 하는구나. 대단한
사람이긴 하나 보네.
지은이에 대한
이야기를 이제 그만 하고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볼게. 아빠가 시간이 넉넉하면 EBS에서 진행되었던 장하석님의 강연을 찾아보겠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안되니, 틈틈이 그의 책을 읽는 것으로 대신 하자라는 생각으로 책을 들었단다.
1.
철학이라는 것은
늘 본질을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곤 한단다. 사람이란 무엇인가? 인생이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이런 질문들 말이야. 그러면 과학철학에서는 어떤 질문을 던질까? 그래 과학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이야. 과학이란 무엇일까?
어떤 것들을 과학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정의를 이야기하라고 하면 꼭 짚어 말하기
쉽지 않겠구나. 과학이란 무엇인가? 라고 질문에 답을 찾는
이들 중에 유명한 사람들이 있단다. 칼 포퍼와 토마스 쿤.
이 두 사람은
예전에 아빠가 즐겨 듣던 팟캐스트 ‘지대넓얕’에서 들어본
기억이 있지만, 그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는 잘 몰라. 포퍼와
쿤은 과학을 바라보는 자세가 달라서 서로를 비판했단다. 포퍼는 추측과 반증을 통해 과학이 진보된다고
했어. 그러면서 지금까지 잘 맞는 이론도 틀릴 수 있기 때문에 비판 정신을 가지고 가져야 한다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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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지금까지는 아주 잘 맞아떨어졌다고
해도, 앞으로 나올 관측이나 실험 결과도 만족시킨다는 보장이 없지요.
그래서 포퍼는 확실한 것은 반증밖에 없다고 했고, 또 반증을 통해 잘못된 이론을 버리고
계속해서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내는 것이 과학이 진보하는 기본형식이라고 했습니다. 과학은 끝없는 ‘추측과 반증’의 과정이라고 했는데,
여기서 추측이란 확실하지 않은 가설을 제의한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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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쿤은 패러다임이라는
말을 퍼트린 사람으로 유명하단다. 패러다임이란 말은 이제 많이 사용하는데 지금의 개념으로 처음 사용한
사람이 바로 토마스 쿤이란다. 쿤은 패러다임이라는 틀이 먼저 생겨나고,
과학이 그 패러다임에 포함되는 것으로 이야기했어. 그런 과학을 정상과학이라고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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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또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쿤은 이미 이런 충격적인 발언을
했습니다. “정상과학은 패러다임이 미리 만들어놓은 비교적 경직된 상자 안에 자연을 처넣으려는 노력이다.” 포퍼가 보고 화가 났을만도 한 말이지요. 자연을 인간의 선입견에
맞게 처넣다니! 자연이 보여주는 대로 따라가며 이론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포퍼 철학의 가장 근본적인
원칙이고 과학적 태도인데, 쿤의 주장은 정반대였습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패러다임에서 먼저 틀을 잡고 자연을 어떻게 하면 그 틀에 더 잘 집어넣을 수 있는가를 연구라는 것이 정상과학입니다. 그리고 쿤은 그런 독단적이면서 체계적인 노력을 통해 정상과학은 정체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빠르게 확실한 발전을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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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쿤은
패러다임에 맞지 않는 변칙적인 사례들이 계속 등장을 하게 되면 새로운 패러다임이 만들어진다고 했고, 그것이
바로 과학혁명이라고 했단다.
…
과학은 얼마나
믿을 만 한가? 얼마나 객관적인가? 과학 이론은 세월이 지나면서
잘못된 것으로 확인되는 경우가 많단다. 그런 이론들이 맞는다는 하는 것은 인간의 경험 또는 관측을 바탕으로
한단다. 그러다가 그 이론에 맞지 않는 경험이나 관측을 하게 되면 그 이론은 잘못되었다고 하지. 과학은 아니지만, 예전에 백조는 흰색이라고 했어. 변할 수 없는 진리라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검은 백조가 발견되면서
그 진리는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과학도 이런
것과 비슷해… 어쩌면 이런 것이 과학계의 한계가 아닐까 싶구나.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수량화하는 것이야. 수량화를 하기 위해서는 측정을 해야 하는데, 측정은 어떻게 믿을 수 있겠니? 사실 아빠도 회사에서 하는 일 중에
간혹 측정을 하고 하는데 측정 장비의 오류, 측정하는 사람의 오류 등으로 측정 결과를 검증하는 과정을
또 하곤 한단다. 그런 검증을 해도 100%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니야.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측정하는 것 중에 길이나 온도가 있는데, 이런 것들은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을까? 예전에는 1미터라는 길이를 알려줄 수 있는 ‘미터원기’를 만들었는데 오늘날에는 변하지 않는 빛의 속도로 정의를 한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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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현대물리학에서는 빛의
속도를 일정한 숫자로 정의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길이를 정의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광속을 초속 299,792,458미터라고 하면, 1미터는
빛이 1초 동안 가는 거리를 299,792,482로 나눈
것이 된다. 그렇다면 1초는 어떻게 정의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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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이란 무엇인가? 과학의 진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은 포퍼와 쿤뿐만 아니라 많은
과학자들의 비판과 의견을 이야기해주고, 예를 들어 설명해주면서 설명했단다. 읽을 때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었는데, 너희들에게 이야기를 다시
해주려고 하니 쉽지 않구나. 많은 과학자들이 이야기한 것들을 설명해주고, 지은이의 생각하는 과학을 정리해 주었단다. 지은이는 ‘진보적 정합주의’라고 했는데, 좀
쉽게 이야기하면 과학은 확실하지 않는 토대를 기반으로 시작하여 연구를 통해서 점점 지식의 체계를 크게 늘려가는 것이라고 했단다.
2.
2부에서는 과학사에서 재미있던 사례를 들어서 과학의 진보와 패러다임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설명해주고 있단다. 가장 먼저 이야기하는 것이 산소와 플로지스톤이었어. 연소, 산화, 호흡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니? 모두 산소와 결합하는 거야. 그런데
옛날 사람들은 연소라는 것을 물체가 가지고 있던 플로지스톤이라는 것이 빠져나가는 것으로 설명했단다. 어떤
물체가 불에 타고 나면 질량이 줄어드니까 연소라는 것은 뭔가 더해지는 것이 아니라 뭔가 빠져나간다고 생각했지. 불에
잘 붙는 물질들을 플로지스톤이 많이 포함되어 있고, 불에 잘 붙지 않는 물질들은 플로지스톤이 적게 들어있거나
없다고 했고… 플로지스톤은 연소라는 것을 설명하는데 부족함이 없었고,
설득력도 있었단다.
그런데, 18세기 후반 라봐지에(지은이는 이렇게 썼지만, 아빠는 라부아지에라고 배웠단다.)는 연소라는 것은 산소라는 기체가
더해지는 것으로 설명했단다. 라봐지에가 그 기체의 이름을 산소라고 이름 지었어. 라봐지에의 이 산소 개념이 결국 맞는 이론이 되면서, 플로지스톤이라는
패러다임은 사라지고 말았단다. 아빠도 이번에 플로지스톤이라는 말을 처음 들어봤는데, 연소를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누구나 다 믿는
이론을 생각을 바꿔 진실을 밝혀낸 라봐지에도 대단한 것 같구나. 그런데 라봐지에가 프랑스 혁명 때 단두대에서
처형당했다고 하는구나. 얼마나 큰 죄를 지었는지 모르겠지만, 과학계에서
보면 안타까운 일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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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
화학혁명은 여러 가지
면에서 비극이었습니다. 프랑스 혁명의 공포정치가 극에 달했던 1794년, 라봐지에는 자신의 장인과 함께 단두대에서 처형당했습니다. 그들은
세금징수 회사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혁명 전 프랑스 정부는 세금징수를 사영업체에 하청했었는데
그 회사가 왕과 계약을 맺어서 징수액 목표를 정했고, 그 이상의 징수액은 이익으로 챙길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혁명가들이 라봐지에를 민중의 적으로 규정한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죽일 필요까지는 없었고 살려두었다면 국가를 위해서도 유익한 일을 계속할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여기서 느끼는 아이러니는, 그가 그렇게도 집요하게 죽였던 플로지스톤에
대해서도 똑 같은 평가를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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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사례는
물이야… 너희들도 조금만 더 지나면 학교에서 물이 수소 원자 두 개와 산소 원자 한 개로 이루어진 분자라는
것을 배울 거야. 그래서 물을 H2O라고 해.
그런데 옛날에 물이라는 것은 어떤 원소들이 모여서 된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순수한 원소라고
생각했었대.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다 싶었단다. 그러다가
수소와 산소가 만나서 물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어, 돌튼이라는 과학자는 물을 HO라고 표현을 했고, 아보가드로는 별 근거 없이 H2O라고 분자식을 제안했다고
했어. 당시에는 아보가드로의 의견이 채택되지 않았지만, 후대에 H2O가 맞는 것으로 확인되었어. 이렇듯 과학지식이 제대로 만들어지는 것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단다.
그러면 그 물이라는
것이 100도에서 끓는다고 했는데, 그것은 얼마나 정확한
것인가? 아빠도 학창시절 과학 시간이 이런저런 실험을 했는데, 온도
측정을 하면서 물을 끓이는 실험을 한 적이 있어. 수업 시간에 배운 바에 의하면 물은 100도에서 끓는다고 배웠지만, 실제 실험에서는 그렇지 않았어. 온도계의 위치는 어디에 넣을 것이며, 우리가 사용한 물은 100% 순수한 물이었을 것이며, 기압이 1기압이 맞았을 것이며... 등등.
그럼 100도에서 끓는 물은 어떻게 확인을 해야 하는가? 우리가 잘못 배운
것이야. 물은 늘 100도에서 끓는다는 배운 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거지… 물을 끓이는 그릇의 재질, 열 공급원의 온도, 물에 녹아 있는 기체의 양 등에 따라서도 끓는 온도가 변할 수 있다는 것이란다. 과학은 역시 깊이 알면 알수록 어려운 것 같구나.
3.
과학의 큰 패러다임들을
생각하면 고전역학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뉴튼역학이 있고, 현대물리학에서는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 있단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 자주 사용하는 장치 중에 이 세가지 이론 뉴튼 역학, 상대성
이론, 양자역학 이론이 모두 담긴 장치가 있단다. 그것은
바로 운전할 때 길을 안내해주는 네비게이션. 그냥 쓸 때는 몰랐는데,
네비게이션이 20세기 현대물리학의 상징이라고 해도 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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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8)
요즘 길 찾는 네비게이션을
많이들 쓰지요. 그것은 정말 20세기 말기 과학의 기가 막힌
업적입니다. ‘전 지구 측위 시스템(global positioning
system, GPS)’을 기반으로 한 것인데, 지구 주위에 많은 인공위성을 띄우고 거기서
원자시계를 돌리는 것이 기본구조입니다. 그런데 위성을 발사하고 조정하는 원리는 위에서 말했듯이, 아직도 뉴튼역학입니다. 그 반면 원자시계의 작동원리를 양자역학입니다. 게다가 그 원자시계는 상대성이론을 써서 수정해주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지구의 중력장 내에서의 그 시계 위치와 또 시계가 실려 있는 위성의 운동속도에 따라 시계가 가는 속도가 달라지는데, 그것을 수정하려면 일반상대성이론과 특수상대성이론을 둘 다 끌어들여야 합니다.
그렇게 복잡하게 융합된 이론적 기반을 가지고 운영되는 시스템으로부터 지구상 우리에게 현 위치를 가르쳐주는 신호가 내려옵니다. 그러면 우리는 네비게이션을 보면서, 뉴튼역학도 모르던 사람들처럼
지구는 평평한 것으로 생각하며 운전을 하거나 길을 걷습니다. 그러니까 이는 전근대적인 관념부터 고전역학과
몇 가지의 20세기 첨단 물리학 이론까지 전부 잘 뭉뚱그려서 융합한 훌륭한 실천체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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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마무리는
과학의 다원주의에 대해 이야기했단다. 다원주의하고 하면 다양성을 인정하고 다양한 의견은 존중하겠다는
뜻이야. 과학에 있어서 한가지 이론이 무조건 옳다는 생각은 접어두고,
여러 의견들을 듣고, 또 다양한 분야와 접목도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란다. 지은이는 과학의 독재라는 표현을 썼는데, 우리나라도 과학자가 이야기하면
무조건 옳고 객관성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좀더 다원화되었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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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
과학의 독재도 독재입니다. 물론 과학보다 더 못한 것이 지배하는 독재보다는 낫겠지요. 하지만
과학에서부터 남들이 그렇다면 그렇고 특히 전문가나 높은 사람이 하는 말이면 무조건 신봉하는 태도를 키운다면, 우리의
일상생활과 정치행태에 아직도 팽배해 있는 권위주의적 태도를 더욱 권장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반면, 시민들이 진정한 독립적 과학탐구를 배우는 것은 권위주의와 이데올로기에의 맹종을 막는 가장 확실한 길이 될 것입니다. 그러한 교육적 효과를 이루고자 한다면 과학을 다원주의적으로 연구하고 가르치는 것이 최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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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 현대사회에서 과학이 갖는 중요성은 아마 누구도 부인하지 않을 것입니다.
책의 끝 문장
: 상투적인 사고에 도전함으로써 사회의 경직화를 막고 사회의 다양화를 촉진하는 것이 철학과 철학자가
가진 중요한 사회적 기능이라는 것이 저의 소견입니다.
과학에서 측정의 중요성을 강조한 사람 중에 영국 스코틀랜드의 유명한 물리학자 켈빈 경이 있는데,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늘 말하지만, 우리가 논의하는 내용을 측정해서 숫자로 표시할 수 있다면, 뭔가를 아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다면 우리의 지식은 변변치 못하고 만족스럽지 못하다. 어떤 주제이건 간에 측정하지 못하고 논하는 것은 지식의 시작은 될지 몰라도, 과학적이 되려면 아직 한참 먼 것이다." - P87
과학의 발전과정은 단순한 진보가 아니라 진보와 보수의 융합입니다. 이미 존재하는 기준을 가지고 시작해야 한다는 보수적 의무감과, 그러나 옛날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진보적 의무감을 동시에 소화해내야 합니다. 과학뿐 아니라 우리 일상 생활도, 정치적, 사회적 발전도 다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자식은 부모보다 더 잘나고 싶어합니다. 부모도 자식이 자신보다 더 잘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자식은 자신의 시작점을 부모에게서 물려받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 물려받은 것을 존중하며 시작하되, 더 잘해서 원점보다 훌륭하게 나아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 P117
물론 쿤도 패러다임이 바뀐다고 해서 자연 자체가 변한다고 보지는 않았습니다. 자연은 자연이고 우리가 생각하는 패러다임은 우리 머릿속에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우리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 ‘세상’이라는 것은 패러다임을 통해서 걸러져 나온 것이라고 했습니다. 진짜 ‘자연’ 그 자체를 인간은 알 수 없습니다. 인간은 관측을 통해 자연을 알게 되는데 그 관측은 특정한 패러다임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우리가 알 수 있는 자연은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라 바뀐다는 것이지요. - P141
제 생각을 단순히 말하자면 이렇습니다. 우리가 창조교육, 탐구교육을 시도한다고 해도, 학생들은 잘 압니다. 그 뒤에 정답이 다 버티고 있다는 것을 말이지요. 결국 물이 H2O라는 등의 정답으로 가야 한다고 느끼는 학생들이, 정말 독립적으로 뭔가를 생각해 볼 동기를 갖기란 힘들다고 봅니다. 또 교육자의 입장에서는 창조적으로 탐구를 시킨다고 하면서도, 그 과정을 통해 학생이 정답을 알아내지 못하면 안 된다는 조바심을 느낍니다. - P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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