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서구권에서는 붙박이별과 떠돌이별을 지칭하는 단어가 아예 다르다. 예를 들어 영어에서는 붙박이별을 스타(star), 떠돌이별을 플래닛(planet)이라고 구별해 부른다. 이런 서구의 관례를 따라 스타라는 단어를 별이라고 부주의하게 번역해오다 보니 오늘날 한국에서 별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붙박이별에 국한되어 사용되곤 한다. 서구의 플래닛으로는 한자 용어인 행성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27)

플라톤은 주의 본질이 수라고 생각한 피타고라스의 영향을 받아, 순수하고 영원하며 완전한 우주의 속성이 다섯 개의 정다면체에 담겨 있다고 생각했다. 엠페도클레스 이후 고대 그리스에는 우주가 흙, , 공기, 불로 이루어져 있다는 믿음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는데, 플라톤은 각각을 정사면체, 정육면체, 정팔면체, 정이십면체와 연결시켰다. 나머지 하나인 정십이면체는 신성한 영역인 우주를 채우고 있는 에테르(ether)에 대응시킨다. 이에 따라 세계는 지구를 중심으로, 그 바깥에 순차적으로 물, 공기, 불이 위치되었다.


(42)

중세 시대에 접어들어서도 천동설에 기반한 우주관이 계속 이어진다. 중세인들도 지구와 인간이 우주의 중심이라고 생각했다. 신이 인간을 위해 창조한 중세인의 우주 또한 그다지 크지 않았다. 별들은 하루라도 짧은 시간 동안 지구를 중심으로 공전했으므로, 별들이 무한한 거리에 있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았다. 별들이 박혀 있는 천구는 가까운 곳에 있어야 했다. 다만 무한한 신의 속성을 반영하기 위해 천구 밖에는 무한한 신의 영역이 있다고 믿었다.


(51-52)

비록 원궤도를 포기하는 아픔은 있었지만, 케플러는 새로운 우주의 질서를 발견한다. 그는 관측 데이터로부터 행성의 타원궤도가 찌그러진 정도, 즉 타원의 반지름 중 길이가 긴 쪽과 짧은 쪽의 비율을 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긴반지름과 공전주기 사이에 서로 긴밀한 관계가 있음을 알아낸다. 긴반지름의 세제곱이 공전주기의 제곱에 비례함을 보인 것이다. 이 관계는 케플러의 제3법칙으로 알려져 있고, 흔히 조화의 법치(harmonic law)이라 부르기도 한다. 타원궤도라는 추함 이면에 숨겨져 있던 신성한 하모니의 발견은 분명 케플러에게 큰 위로가 되었을 것이다.


(63)

그중 한 명이었던 헨리에타 리비트는 주당 10.5달러라는 박봉의 인건비를 받으며 1903년부터 1908년까지 마젤란은하에 있는 1777개의 변광성 관측 자료를 분석했다. 변광성이란 빛의 세기나 밝기가 시간에 따라서 변하는 별을 말하는데, 별빛의 밝기가 이처럼 변하는 이유는 별의 크기가 팽창했다가 줄어드는 진동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리비트는 이 변관성들 중에서도 세페이드 변광성이라 불리는 별들을 면밀하게 분석한 결과, 이 변광성의 최대 밝기와 진동 주기 사이에 깔끔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다시 말해, 진동 주기가 짧을수록 어둡고 주기가 길수록 밝았던 것이다.


(99-100)

외부 은하의 후퇴속도와 거리 사이의 상관관계는 허블의 관측 이후 오랜 기간 허블의 법칙이라 불려 왔었다. 하지만 이를 이론적으로 예측한 사람은 르메트르였고 많은 천문학자들이 르메트르에게도 합당한 크레딧을 주어야 한다고 끊임없이 문제 제기를 해왔다. 결국 2018년 국제천문연맹은 이 법칙을 공식적으로 허블-르메트르의 법칙으로 부르기로 결정했다. 아인슈타인, 에딩턴, 허블 등 당대 학계 스타들의 그늘에 가려 과소평가 받아왔던 르메트르가 오늘날 살아 있었다면 어떻게 반응했을지 궁금해진다.


(125-126)

그러나 우주가 팽창하면 온도가 떨어지고 빛의 에너지도 감소한다. 이 경우 빛의 에너지는 입자들의 질량과 속도의 제곱을 곱한 값보다 작아진다. 즉 빛의 에너지는 더 이상 입자와 반입자를 생성할 만큼 충분히 높지 못하다. 반면 그전에 만들어진 입자와 반입자는 충동하면서 빛으로 바뀔 것이다. 물질과 반물질은 정확하게 같은 양만큼 생성되었기에, 이렇게 서로 쌍소멸하면 결국 우주에는 빛만 남게 될 것이다.


(146)

빅뱅은 우리의 미래에 관해서도 새로운 관점을 준다. 아주 먼 미래의 우주의 모습은 어떨까? 현재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우주는 계속 팽창하고 생명도, 지구도, 별도, 은하도 모두 생기를 잃고 죽어갈 것이며 결국 빛이 없는 암흑의 공간이 될 것이다. 이렇게 일시적으로 생겼다가 나중에는 허무하게 죽어갈 우주에서 우리는 과연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단 말인가?

(171)


태양의 밝기는 3.84x10^27와트(W). 수소 핵융합으로 이 정도의 에너지를 생성하기 위해서는 초당 6.4x10^14킬로그램의 수소가 헬륨으로 바뀌어야 한다. 매우 많은 양처럼 느껴지지만 태양 전체 질량은 무려 2x10^30킬로그램에 달한다. 100억 년이 넘는 시간 동안 태양이 지금처럼 밝게 빛날 수 있도록 유지시킬 수 있는 충분한 양의 수소 연료가 있다는 뜻이다.


(200)

우리의 핏속을 흐르는 철, DNA를 구성하는 원소들은 모두 과거 언젠가에 별 속에서 생성되었다. 별들의 먼지로 구성된 우리 몸은 별의 탄생, 별의 진화, 별의 죽음과 초신성 폭발의 과정을 기억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지구와 같은 행성도 만들어졌고 인체를 구성하는 원소들이 지구에 마련되었다. 우리 모두 아주 먼 과거에는 별 속에 있었다.


(250)

생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수렴진화는 심지어 분자단위에서도 발견된다. 외계에 생명체가 있다면 지구와 같이 탄소를 기반으로 했을 가능성은 거의 100퍼센트에 가깝다. 탄소는 우주에서 가장 흔한 원소 중 하나이고 탄소처럼 화학적 다양성을 이끌어낼 수 있는 원소는 없기 때문이다. 중력이 전 우주에 보편적으로 작용하는 법칙이듯, 지구에서 적용되는 화학법칙이 외계에서 다르게 적용될 이유 또한 없다. RNADNA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분자들의 조합 방식에도 생명이 선택할 수 있는 방식은 매우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