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키스트 박열
손승휘 지음 / 책이있는마을 / 2017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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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일제 시대 독립운동 관련된 책을 보다 보면, 분량은 적지만 인상 깊은 인물 박열을 가끔 만나게 된단다. 아빠도 그런 책들을 통해서 처음 박열이라는 분을 알게 되었는데, 그분이 더 기억에 남는 것은 그분의 아내가 가네코 후미코라는 일본 사람이라서 더 그랬어. 당시 일본 사람들 중에서 극히 소수는 일제의 조선 침략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었는데, 박열의 아내 가네코 후미코라는 분도 그런 사람들 중에 한 사람이었어. 그래서 언젠가는 박열이라는 분에 대해 자세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을 했어. 그러다가 몇 년 전에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를 다룬 영화가 개봉했었단다. 그 영화도 봐야지, 봐야지, 하면서 아직 보질 못했구나. 뭣 한다고 그리 바쁜지 모르겠구나.

얼마 전에 정운현님의 <조선의 딸, 총을 들다>라는 책을 읽다가 문득 가네코 후미코가 생각이 났단다. 비록 우리나라 사람은 아니지만, 박열과 함께 우리나라 독립을 위해 애를 썼으니까 말이야. 이번에는 꼭 읽어봐야겠다고 책을 뒤져봤단다. 귀가 얇은 아빠는 먼저 읽은 이들의 평이 좋은, 손승휘님이 소설로 이야기한 <아나키스트 박열>을 골라서 읽었단다. 박열은 무정부주의자라 편히 이야기하기도 하는 아나키스트의 삶을 살았단다. 일제 시대 아나키스트들을 보면 다들 호기 있고 자존감이 강한 이들이 많았어. 박열이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싶다면 그가 남긴 개새끼라는 시를 읽어보면 금방 느낌이 온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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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새끼

- 박열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하늘을 보고 짓는

달을 보고 짓는

보잘 것 없는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높은 양반의 가랑이에서

뜨거운 것이 쏟아져

내가 목욕을 할 때

나도 그의 다리에다

뜨거운 줄기를 뿜어대는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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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이제 그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자꾸나.

1.

소설의 시작은 가네코 후미코의 일인칭 시점으로 시작한단다. 일본에 온 조선인 유학생들을 통해 박열의 개새끼라는 시를 통해 먼저 박열을 알게 되고 그를 만나고 싶어했어. 그리고 다른 조선인 유학생을 통해 박열을 만나고 그를 사랑하게 되었단다. 또 같이 지내기로 하는데, 신여성이었던 후미코는 그에게 세 가지 조건을 내세웠고, 박열 또한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하고 오케이했고, 그들은 그렇게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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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박열은 내가 내민 쪽지를 받아들고 중얼중얼 읽었다.

첫째, 동지로서 함께 살 것.

둘째, 내가 여성이라는 관념을 반드시 제거할 것.

셋째, 둘 중 하나가 사상적으로 타락하여 권력자와 악수하는 일이 생길 경우에는 즉시 공동생활을 그만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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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열은 조선에서 온 가난한 유학생이었단다. 결국 학비가 없어서 학교도 그만두고 따로 모임을 만들어 공부하고 노동운동도 하고 그랬어. 조선의 독립 운동도 하곤 했지만 그의 최종 목표는 아나키즘이었단다. 그는 뜻을 함께 하는 조선인 유학생들과 함께 흑도회를 만들고 잡지 <흑도>, <뻔뻔스러운 조선인>을 출간하기도 했단다.

박열은 조선 독립을 위해서 무력 투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의열단에 가입하기 위해 국내로 잠입하여 종로에서 의열단 연락책 김한을 만나 의열단 가입했단다. 그 자리에서 내년에 있는 황태자 결혼식에서 천황을 죽이겠다고 다짐을 했단다. 그리고 다시 일본에 건너가 의거 준비를 하였고, 가네코는 인삼을 팔면서 생계를 돕고 박열을 도와 의거 준비를 했단다.

박열은 지식인으로써 일본에서도 아나키즘에 대한 강연도 했어. 조선 사람들뿐만 아니라 일본 사람들도 그의 강연을 들었단다. 그렇게 그는 천황 제거를 위한 준비를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진행했단다.

2.

폭탄은 의열단 김상옥이 준비해서 일본으로 반입하기로 했으나, 검열이 심해지는 등 쉽지 않은 상황이라서, 일본 내에서 직접 조달하는 것을 알아보았단다. 그런 와중에 1923년 간토대지진(관동대지진)이 일어났단다. 이 때의 지진은 거의 100년 전인데 불구하고 아직까지 대지진을 이야기할 때 꼭 회자되는 그런 큰 지진이란다.

사람들도 엄청나게 많이 죽고 이 지진 이후 일본 사회는 혼란스럽고 불안했단다. 그리고 다른 민족에 대한 경멸도 심해졌는데, 그러면서 조선 사람들이 우물에 독을 넣었다는 헛소문을 내면서, 그 이유로 자경단은 조선 사람들을 조선 사람이라는 이유로 무참히 학살했다고 하는구나. 어려운 일본어 발음을 시켜서 발음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조선 사람으로 간주하고 바로 죽였대. 뭐 이런, 무식한 만행이 다 있더냐

이런 것들이 일제가 과거에 저지른 짓들인데, 도대체 사과를 안 하니뻔뻔함이 그들의 민족성인가? 이런 와중에 박열의 천황을 죽이려고 했던 혐의가 알려져서 후미코와 함께 감옥에 잡혀 들어갔단다. 천황을 죽이려고 했던 반역죄였지. 후미코는 감옥에 들어가서는 살아나오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고, 변호사에게 부탁을 해서 혼인 신고를 부탁했어. 그렇게 박열과 후미코는 이제 정식 부부가 되었단다.

검사의 회유가 있었지만 박열은 모두 거절하고 재판을 받겠다고 했어. 그는 사형선고를 두려워하지 않았어. 끝까지 자신이 조선 사람으로 부당한 재판을 받고 있음을 알리려고 했어. 그는 변호사를 통해 재판에서 다섯 가지를 요구했는데, 앞서 이야기했던 개새끼라는 시를 현실의 말로 바꾼 듯 기개가 철철 넘쳤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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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
요구사항은 모두 네 가지였다.

첫째, 공판정에서는 일절 죄인 대우를 하지 않아야 하며 피고라고 부르지도 말 것

둘째, 공판정에서 조선 예복 착용을 허락할 것

셋째, 자리도 재판장과 동일한 좌석을 마련할 것

넷째, 공판 전에 자기의 선언문 낭독을 허락할 것.

다섯째, 만일 이상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때에는 입을 닫고 일절 신문에 응하지 않을 것임을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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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클라이막스는 재판 장면이 아닐까 싶구나. 먼저 가네코 후미코의 재판 장면왜 국가와 대척점을 두었냐는 질문에 국가는 개인의 자유를 억누르기 때문에 대척할 수밖에 없다고 답변한단다. 가네코 후미코도 그렇게 자유를 꿈꾸는 영혼이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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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

가네코도 당당한 응답으로 재판정을 흔들었다.

피고는 국가에 해가 되는 사상을 가지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어 보이는데 어떠한가?”

방금 그 질문은 상당히 모욕적이다. 내가 무적자로 태어나 어려서 친척들로부터 학대를 받았다는 것은 내가 국가와 대척점에 서는 이유가 될 수 없다. 오히려 학대한 사람들에 대해서 나는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만일 그들이 나를 편안하게 해주었다면 나도 고분고분하게 순응하는 머저리가 되고 말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국가와 사회에 어째서 대적하는가? 그럴 만한 계기가 있었는가?”

국가와 개인은 어떤 계기가 있지 않아도 대척점에 있을 수밖에 없다. 국가는 힘으로 개인을 억누르고 자기들이 만들어놓은 틀에 맞춰서 순응하도록 하기 때문에 개인들은 자신들의 자유를 억압받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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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열도 가네코 못지 않게 재판정에 대고, 재판정을 큰소리 비판하였단다. 그들에게 재판의 결과는 중요하지 않았어. 일본의 부당함을 알리는 게 중요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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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

박열은 미리 약속한대로 자기 선언문을 낭독했다.

국가는 개인의 신체와 생명과 자유를 끝없이 침해하면서 자기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강도들 중에 대강도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국가의 편에 선 재판관이 공정한 판결을 할 리가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다만 내가 이 법정에 선 것은 재판을 받자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의 입장을 정확하게 선언하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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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정에서 이렇게들 이야기했으니, 사형 선고를 받는 것은 당연했을지 모르겠구나. 박열과 가네코 모두 사형 선고를 받았단다. 그리고 둘은 재판정에서 모두 만세를 외쳤다고 하는구나. 그림이 그려지고, 이 장면이 영화 <박열>에서 어떻게 그려졌을지 궁금하면서 예상이 되더구나. 재판은 끝났지만 탄원이 계속 이어져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되었어. 하지만, 가네코는 그해 여름 옥중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고 했어. 그 동안의 모습을 보면 절대로 목을 맬 사람이 아니었는데, 형무소의 주장은 그랬어. 자세한 내용은 숨겼고. 시신도 보여주지 않았대아무리 생각해도 자살 같지는 않구나. 어떤 음모가 있을 거라는 것이라는 더 합리적 판단일 것 같구나.

박열은 22 2개월 동안 형무소에서 지내다가 해방 이후 석방이 되어 조국의 땅을 밟게 된단다. 얼마나 감격했을까. 하지만 얼마 안 있어 한국 전쟁이 일어났고, 한국전쟁 중에 납북되었다고 하는구나. , 정말 기구한 인생이구나납북된 이후 그는 특별한 활동은 하지 않았고, 1974 1 17 73세의 일기로 죽었다고 하는구나. 뜨거운 삶을 보냈던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이제는 하늘에서 다시 만나서 이 땅에서 못 이룬 사랑을 다시 이루어 행복하길 바란다.

오늘은 이만 줄일게.

PS:

책의 첫 문장 : 지바의 역사를 벗어나 습하고 뜨거운 바람이 부는 벌판을 걸었다.

책의 끝 문장 : 방법은 그뿐이다. 내가 하나의 등불이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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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0-12-16 08: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영화로 뵜는데 후미코 연기가 참 좋았어요. ~ 책도 찾아봐야겠어요 *^^*저희 아이는 수능 끝나면 읽겠다고 책주문만 늘더니 지금은 잠과 게임의 나라로 ㅎㅎ

bookholic 2020-12-17 00:15   좋아요 1 | URL
아, 그렇게 말씀하시니 영화가 더 보고 싶네요. 조만간에 봐야겠어요..^^
자녀분은 그동안 공부하느라 고생했으니 당분간은 푹 쉬는 걸로 ㅎㅎ
mini74님도 뒷바라지 하느라 고생많으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