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로소이다
원종우 지음 / 아토포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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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예전만큼 팟캐스트를 많이 듣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끔 듣는 경우가 있어. 그 중에 <파토의 과학하고 앉아있네>이라는 팟캐스트가 있단다. 이 팟캐스트의 제목에 있는 파토라는 분이 원종우라는 분인데, 아빠가 이번에 읽은 책의 지은이란다. 예전에 아빠가 이 분의 책 중에 <태양계 연대기>라는 황당한 책을 재미있게 읽었단다. 그가 그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이 황당한 내용이었지만, 여러 사례를 들어 그럴듯하게 주장하셔서 진짜일 수도 있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읽었었어. 너희들에게도 독서편지를 통해서 이야기해준 적이 있잖아.

그 원종우님이 이번에는 SF 소설집을 냈단다. 지은이 소개에 나와 있는 것을 보면 원종우님은 참 다양한 일을 하시더구나. 그 다양한 일은 모두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이고 말이야.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인 것 같아. 그래서 그런 엉뚱하지만 한편으로 창의적인 생각을 하시는 것 같구나. 그의 다양한 활동을 알고 있던지라, 그가 SF 소설을 냈다고 해도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니었어. 책 제목도 아빠가 관심 있는 분야인 양자역학이구나.

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로소이다. 제목만 봐도 일본 작가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서 따 온 것으로 보이는구나. 8편의 단편 SF 소설이 실려 있단다. 각 소설을 시작하기 전에 앞설과 뒷설을 두어 소설에 대한 배경지식을 살짝 설명해주는 것도 좋았단다. SF 소설이라는 것이 쉽지 않은 경우도 많은데, 그 배경지식을 이야기해주면 소설을 읽는데 도움이 되거든. 그런데, 원종우님의 소설들은 또 재미도 있었단다. 원종우라는 분이 이렇게 재주가 많은 분이셨나 싶었단다. 이번에는 단편으로 쓰셨는데, 충분히 장편도 쓰실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 특히 <태양계 연대기> 같은 경우는 다큐멘터리 식으로 쓰셨는데, 소설의 형식을 갖춰도 괜찮은 SF 장편 소설이 되지 않았을까 싶구나. 그의 다음 SF 장편 소설을 기대해 본다.


1.

여덟 편의 소설 중에 세 편만 이야기를 해보련다.

메멘토 모리가까운 미래 드디어 인류는 불로장생의 약을 개발했어. 하지만 그런 약을 거부하는 몇몇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런 이들을 우피족이라고 불렀어. 우피족들이 거부한 이유는 그 약의 부작용 때문인데, 그 약의 부작용은 결벽증, 대인기피증 등이었어.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건 부작용이 아니었던 거야. 인류는 불로장생의 약을 개발해서 병은 극복했지만, 사건 사고 등으로 죽는 것까지는 극복하지 못한 거야. 그래서 집 밖에 나갔다가 뜻밖의 사건이나 사고로 죽을 수 있으니, 집 안에만 있게 되어 결벽증과 대인기피증이 생겨났던 것이야. , 정말로 암을 극복하고 노화를 극복해서 그런 세상이 온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리고 사람들이 먹고 싶을 만큼 많지 않다면, 그 약을 두고 큰 싸움도 일어나지 않을까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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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차이. 지구 멸망이 예견되어 있는 어느 미래... 지구인들은 자신들의 존재를 보존하기 위해 엄청나게 큰 우주선을 만들어, 우주로 보낸다. 그 우주선에는 많은 사람들과 지구의 생명체를 싣고 떠났단다. 지구와 비슷한 행성을 찾아서여기까지는 다소 식상한 SF 소설의 흐름이구나. 그런데 찾으려는 행성이 너무 멀어서 수백 세대가 지나야 도착할 수 있는 행성이었어. 처음에 그들의 목적은 뚜렷했어. 하지만 세대로 여러 번 바뀌면서 그들은 과거를 잊게 되었고, 또 세대가 여러 번 바뀌면서 그들의 미래와 목적도 잊게 되었단다. 그들의 거대한 우주선은 또 하나의 세상이 된 거야. 지구인들이 지금 하는 걱정들과 비슷한 걱정을 하고, 지구인들이 과거의 역사를 탐험하듯 그들도 과거를 탐험하는 거야.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혹시 지구도 그런 거대한 우주선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멀고 먼 과거, 아주 거대한 행성의 멸망을 앞두고, 새로운 행성을 찾아 떠나는 우주선을 만드는 거지. 그런데 그들은 워낙 과학이 발달해서 새로운 태양계 시스템을 만들 수도 있고, 생명체의 진화도 프로그램화할 수 있는 거지. 그렇게 우주로 발사한 아주 거대한 우주선이 바로 태양계라는 거…. 아빠의 상상력이 너무 과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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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으로 뽑은 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로소이다’. 양자역학의 유명한 두 과학자 에르빈 슈뢰딩거와 닐스 보어가 등장한단다. 과학계에서 가장 유명한 고양이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실제 고양이가 아니라 사고 실험 속의 고양이란다. 아빠가 전에 양자역학 이야기하면서 이야기를 해주어 반복하지는 않고, 간단하게 이야기를 하면, 양자역학에 따르면 상자 속 고양이는 죽음과 삶이 공존하는 역설적인 상태를 가져야 하는 역설을 설명할 때 그 예를 드는 것인데, 나중에 이것이 오히려 양자역학을 설명하는 사고실험이 되어 유명해진 이야기란다.

그런데 슈뢰딩거와 보어가 실제로 고양이를 가지고 그 실험을 했다면…. 그랬을 경우 실험에 참가한 고양이의 시각으로 이야기를 꾸며가는 것이란다. 고양이가 자신이 잡혀 마취제를 맞고 상자 안에 있을 때의 경험. 그 고양이는 운이 좋아서 삶의 50%에 걸려서 그 실험을 무사히 마치게 된단다. 그리고 후에 그 고양이가 그 실험을 회고하기를, 진짜로 자신이 죽은 것 같기도 하고, 산 것 같기도 한…. 그러니까 양자역학이 주장하는 죽음과 삶이 공존하는 것을 실제로 경험하게 되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단다.

고양이도 우주 상의 그 어떤 존재도 관측을 하지 않고 이중슬릿으로 던지면 파동으로 나타나는 것이란다. 처음에 과학자들은 전자 한 개로 이중슬릿 실험을 하다가 이제는 원자 수십배, 수백개짜리 물질로도 이중슬릿 실험을 성공했다고 했어. 그러니 언젠가는 생명체도 성공할 날이 오지 않을까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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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성의 위성 유로파에 땅 속에 생명체의 세상이 있고, 그들이 지구인과 첫대면을 그린 유로피언, 인공지능이 세상을 지배한 이야기를 그렸지만, 인간 내면의 모습을 생각하게 하는 인형들의 천국, 인공지능과 인간이 대립하는 시대에 인공지능과 인간을 구별하기 어려워 튜링테스트로 인간을 가려내는데,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으로 분류되어 죽기 일보 직전, 인공지능들의 의해 구출되어 그들의 영웅이 되는 이야기를 그린 튜링 테스트 등 아빠가 상세하게 이야기하지 않은 다른 소설들도 모두 좋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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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잘 나가는 젊은 SF 소설가 김초엽님의 SF보다 아빠는 이런 아저씨 스타일의 SF 소설이 더 좋더구나. 이 또한 세대차이인가.^^


PS:

책의 첫 문장 : 인간은 자신의 유한성을 명확하게 아는 유일한 동물이라는 말이 있다.

책의 끝 문장 : 한번 가져 볼 만한 노년의 꿈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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