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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 - 세상에서 가장 나이 많고 지혜로운 철학자, 나무로부터 배우는 단단한 삶의 태도들
우종영 지음, 한성수 엮음 / 메이븐 / 2019년 9월
평점 :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나무 의사로 유명한 우종영님의 책을
정말 오랜만에 읽었단다. 십 년도 전에 지인의 추천으로 우종영님의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를 읽고, 너무
좋아서 연이어 그의 <게으른 산행>을 읽었었어. 그 이후 우종영님을 거의 잊고 살다가, 인터넷 서점 서핑하다가 이
책 제목을 먼저 보고, 우종영님의 이름이 바로 떠오르더구나. 눈을
살짝 내려 지은이를 보니 역시 우종영님. 음, 내가 왜 그동안
이분을 잊고 살았나? 싶었단다. 조회를 해보니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씩 책을 출간했었는데 말이야. 아빠가 십오 년 전에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를 읽을 때는 우종영님이 나무의사로 가장 바빴을 때가 아니었나 싶구나. 십오 년이 지난 최근 지은이 이력을 보면 나무의사 생활을 30년
했다고 하시는구나. 참 세월 빠르구나. 아빠가 그 책을 읽은
지도 15년이나 지나고, 우종영님의 책을 다시 만나니 정말
기쁘구나.
15년만에 다시 만난 친구나 반가운 선생님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좀더 연륜이 쌓인 그의 글에는 따뜻함과 자상함과 지혜로움이 가득 묻어 있었단다. 책 제목 하나로 이
책의 절반을 읽었구나. 하고 책을 폈는데, 책 안에는 더더욱
좋은 글들이 가득했단다. 책이 너무 좋아서 지인에서 선물도 했단다.
1.
지은이 우종영님은 나무로부터 모든 것을
배웠다고 하는구나. 심지어 육아까지도 나무한테 배웠다고 했어. 너희들과
함께 시간을 가지면서 늘 어떻게 하면 좋은 아빠가 될까 생각을 자주 해서, 아빠도 나무로부터 배워보겠다고
눈에 힘을 주고 읽었단다. 나무에게 지나친 관심을 가지면 오히려 성장을 방해는 것처럼 자신의 아이도
간섭하지 않고 한걸음 뒤에서 지켜봤다고 하는구나. 육아라는 것이 약간 결과론적인 것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거리를 두어도 잘 자라는 것은 아이가 착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단다. 아빠도 너희들 알아서 잘 자랄 거라 믿고 거리를 두고 싶지만, 그
또한 여러 가지 생각을 만들면서 이랬다 저랬다 하게 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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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내 한 몸 건사하기도 벅찼던 젊은 시절 한 아이의 아빠가 되었을 때, 나는 당최 아이를 어떻게
대할지 몰라 허둥대다가 손을 많이 댈수록 오히려 자라지 못하는 어린 묘목을 떠올렸다. 나무를 키울 때 지나친 관심이 오히려 성장을 방해한다는
걸 떠올리고는 아이도 나무 기르듯 하자고 마음먹었다. 그러고는 마치 어린 묘목을 돌보듯 간섭하고 싶은
마음을 거두고 한 걸음 뒤에서 아이를 지켜보았다. 덕분에 딸아이는 일찍부터 제 인생을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법을 깨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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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희들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배울 내용들이
여럿 있었는데, 또 하나를 들자면, 지질에 맞게 자리만 잘
잡아주면 잘 자라는 나무처럼, 아이들에게도 적성에 맞게 방향만 잘 잡아주면 된다고 이야기하시지만, 그 또한 어느 정도까지 잡아주어야 하는지는 쉽지 않은 일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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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02)
그래서 나는 광보상점 같은 나무의 기질에 대해 설명할 때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자세를 비유로 들곤 한다.
기질에 맞게 자리만 잘 잡아주면 나무는 큰 보살핌 없이도 제가 알아서 잘 자란다. 아이
역시 타고난 적성에 맞춰 방향만 잘 잡아 주면 아기새가 둥지를 떠나 드넓은 하늘로 날아오르듯 자신의 인생을 알아서 잘 펼쳐 간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내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든지 잘 모르는 부모가 의외로 많다. 나무에 관심이 많다면서도 나무에 대해 너무 몰랐던 내 친구처럼 말이다. 앞으로는
“내 아이는 내가 제일 잘 알지요”라고 말하기 전에 아이에게
“요즘은 뭐가 제일 재미있어?”라고 묻는 부모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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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어진 사람이 산을 좋아한다는 사자성어, 인자요산. 아빠는 이 말을 거꾸로 생각한단다. 산이 사람을 어진 이로 만든다고 말이야. 아빠도 자주는 가지 못하지만, 산을 좋아한단다. 산을 오르다 보면 숨을 가쁘지만, 마음에는 평온이 찾아온단다. 그리고 산 정상에 앉아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풍경을 바라다보면, 마음에 선해진다는 느낌이 들거든. 그곳에서는 악한 마음을 품을 수가 없지.. 코로나도 산에 가면 착한
마음을 가지면 좋겠는데…
그런데 나무의사를 30년을 하셨으니, 산 또한 얼마나 다니셨겠니? 나무를 치료하고 산을 다니는 것이 직업이신 분은 그 심성이 어떨까. 성인이
다 되지 않으셨을까? 아빠가 지은이를 책으로만 만났지만, 그의
글을 보면 도를 깨우쳤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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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인생의 후반기에 접어든 지금은 노목에게서 나이 듦의 자세를 새삼 깨우치고 있다. 나이를 먹을수록
제 속을 비우고 작은 생명들을 품는 나무를 보며 가진 것을 스스럼없이 나누는 삶, 비움으로서 채우는
생의 묘미를 깨닫곤 한다. 평생을 나무를 위해 살겠다고 마음 먹고 병든 나무를 고쳐 왔지만, 실은 나무에게서 매 순간 위로를 받고 살아갈 힘을 얻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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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로부터 욕심을 버리는 것도 배우시고… 나도 나무로부터 욕심을 버리는 것을 배워보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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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그런 의미에서 나무는 스스로 멈춰야 할 때를 잘 안다.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 성장했고, 욕심을 내면 조금 더 클 수 있다는 것도 알지만 어느 순간 약속이라도 한 듯 나무들은 자라기를 멈춘다. 마치 동맹을 맺듯 ‘나도 그만 자랄 테니 너도 그만 자라렴’하고 함께 성장을 멈추고는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결국 나무에게 있어
멈춤은 자신을 위한 약속이면서 동시에 주변 나무들과 맺은 공존의 계약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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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것이 인생과 같다고 하시는 말씀
또한 크게 공감이 가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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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그렇게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걷다 보니 걷는 것이 마치 인생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나친
욕심으로 무겁게 배낭을 메고서는 절대 멀리 가지 못하는 것처럼, 인생도 집착과 욕심을 내려놓지 않고는
진정 원하는 곳에 이를 수 없다는 단순한 진리였다. 마음을 낮추고 가진 것을 내려놓을 때 인생길이든
여행길이든 비로소 가볍게 걸을 수 있다는 걸 왜 진작에 몰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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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도 너무 좋아 너희들에 소개를
안 할 수가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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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254)
가만히 보면 세상 모든 문제를 정해진 틀 안에서 해석하고, 자신의 삶조차 규격화된 공식 안에
가두어 살아가는 존재는 인간뿐이 아닐까 싶다. 우리가 추구하는 ‘성공한
삶’이라는 것도 실은 누가 정해 놓았는지도 모를 인생 공식 안에 갇힌 박제 같은 인생이 아닐는지. 하지만 삶을 거듭할수록 깨닫게 되는 것이 있다. 살면서 마주하게
되는 복잡한 문제들은 결코 수학 공식처럼 딱 떨어지지 않는다. 알려진 공식대로 열심히 달려간다 한들, 그것이 진정한 인생의 정답은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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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몇 번 이야기했지만, 책을 일고 좋은 문구들을 컴퓨터로 따라 두들긴다고 했잖아. 이 책에는
좋은 문구들이 너무 많아서, 그 문구들을 컴퓨터로 치는데 시간이 꽤 걸렸단다. 오늘 이 편지에는 그 일부만 너희들에게 소개를 해주었지만 나중에 너희들도 크면 이 책을 한번 읽어봤으면 좋겠구나. 아, 이 책을 읽고 나니, 또
산에 가고 싶구나. 코로나 시대라고 하지만, 산에는 괜찮겠지? 코로나도 산에 오면 착해질 테니… 그래도 모르니 사람들 드문 시간대로
정해서 산에 한번 가봐야겠구나.
PS:
책의 첫 문장 : 서울 청계산 원터골 입구에서 매봉에 이르는 길목.
책의 끝 문장 : 적어도 과욕을 부려 악취가 나는 삶이 아니기를, 백리향만큼은 아니더라도
조금은 오래도록 기억될 수 있는 아름다운 향기이기를 바라며…
미래를 걱정하느라 오늘을 희생하는 자신을 발견한다면 한 번쯤 청계산의 소나무를 떠올려 보는 건 어떨까. 소나무는 내일을 걱정하느라 오늘을 망치지 않았다. 방향을 바꾸어야 하면 미련 없이 바꾸었고, 그 결과 소나무는 오래도록 그 자리를 지키고 서 있다. 덕분에 사람들 눈에 조금은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되었지만 그럼 어떤가. 소나무가 왜 ㄷ자 모양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알고 나면 그 지독하고도 무서운 결단력에 혀를 내두르게 될 뿐이다. 내일을 의식하지 않고 오직 오늘 이 순간의 선택에 최선을 다해 온 소나무. - P21
나무는 유형기를 보내는 동안 바깥세상과 상관없이 오로지 자신과의 싸움을 벌인다. 따뜻한 햇볕이 아무리 유혹해도, 주변 나무들이 보란 듯이 쑥쑥 자라나도, 결코 하늘을 향해 몸집을 키우지 않는다. 땅속 어딘가에 있을 물길을 찾아 더 깊이 뿌리를 내릴 뿐이다. 그렇게 어두운 땅속에서 길을 트고 자리를 잡는 동안 실타래처럼 가는 뿌리는 튼튼하게 골격을 만들고 웬만한 가뭄은 너끈히 이겨낼 근성을 갖춘다. 나무마다 다르지만 그렇게 보내는 유형기가 평균 잡아 5년. 나무는 유형기를 거친 후에야 비로소 하늘을 향해 줄기를 뻗기 시작한다. 짧지 않은 시간 뿌리에 힘에 쏟은 덕분에 세찬 바람과 폭우에도 굳건히 버틸 수 있는 성목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 P32
이렇듯 우듬지가 구심점 노릇을 해 주어서 나무는 자라는 동안 일정한 수형을 유지할 수 있다. 특히 전나무나 메타세쿼이아 같은 침엽수들이 원추형으로 길고 곧게 자랄 수 있는 것은 줄기 꼭대기의 우듬지가 아래 가지들을 강한 힘으로 통솔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인생에 비유하자면 꿈이나 희망이랄까. 나무의 우듬지가 아래 가지들을 다스려 가면서 하늘을 향해 뻗어 가듯, 사람은 꿈이나 희망 등 살아갈 이유가 있어야만 삶의 크고 작은 문제들을 이겨 내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 P84
삶도 그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가는 모든 길은 어떻게든 흔적을 남기게 마련이다. 이왕 남길 흔적, 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만들고, 나와 함께해서 좋았다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늘어나면 얼마나 보람될까. 그래서 나는 나무처럼 사는 것이 삶의 목표다. 그러한 제목으로 책을 낸 후 후회도 많이 했다. 어디 나무처럼 산다는 것이 가당한 일인가. 그래도 나는 그러고 싶다. 꼭 나무처럼만 살았으면 원이 없겠다. - P114
사람은 누구나 어제보다 나은 오늘, 달라질 내일을 꿈꾼다. 하지만 마음만으로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렇다고 거창한 변화가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작은 변화를 시도하는 오늘이 쌓여 어느 순간 달라지는 내일을 맞이하게 된다. 그렇게 본다면 결국 모든 것은 지금보다 조금은 더 나은 내일을 맞이하겠다는 작은 결심에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 자리를 탓하지 않고 주어진 환경 안에서 부단히 변모를 꾀하며 수백 년 살아가는 나무처럼 말이다. -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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