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 - 관내분실 +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TRS가 돌보고 있습니다 + 마지막 로그 + 라디오 장례식 + 독립의 오단계
김초엽 외 지음 / 허블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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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가끔 문학상 수상작들을 읽곤 하는데, 우리나라에 이런 문학상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단다. 과학문학, 그러니까 소위 말하는 SF 소설에 대한 문학상이 우리나라에 있다니처음에는 책표지에 커다랗게 써 있는 관내분실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가 싶어 책을 살펴 보았단다. 그리고 그 옆에 써있는 이 책의 정체. 2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 우리나라에 이런 문학상도 있구나, 이 상을 만든 사람들에게 우선 박수를 보내고 싶구나. 과학문학의 신예작가를 발굴한다는 취지의 상이라고 하는구나.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아빠가 우리나라 작가가 쓴 정통 SF소설을 읽은 기억이 없는 것 같더구나. 김영탁님의 <곰탕> SF 소설이라고 할 수 있나? 아무튼, 정통 한국 SF 소설을 읽은 기억이 없구나. 외국 작가의 SF 소설들은 몇몇 읽은 것 같은데.,. 그래서 한번 읽어보자고 생각했어. 한국 SF 소설을 응원한다는 생각으로 말이야. 그리고 신예 작가라는 점을 감안하고 읽었단다. 가끔 매끄럽지 않은 이야기 전개도 있었고, 약간 억지가 느껴지기도 한 작품도 있었지만 읽을 만 했단다. 한국 문학의 불모지를 개척하려는 의지도 살짝 엿보이기도 했단다.


1.

대상 수상작은 김초엽님의 <관내분실>이라는 작품이란다. 김초엽님은 대상뿐만 아니라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라는 작품으로 가작도 동시 수상했단다. 김초엽님은 최근에 자신의 작품을 모은 단편집도 출간했어. 아빠의 이목을 끌었던 관내분실이라는 제목좀 자세히 풀어 이야기하면 도서관 안에서 분실했다는 뜻이었단다. 가까운 미래의 도서관은 더 이상 책을 보관하고 빌려주는 곳이 아니었어. 죽은 이의 마인드를 보관하는 곳이었단다. 죽은 이의 마인드를 업로딩하여 보관을 하고, 유가족들은 도서관에 와서 죽은 이의 마인드를 꺼내어 만날(?) 수 있었단다. 그러면 실제 죽은 이를 만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된단다.

주인공 송지민은 최근에 임신을 하고, 3년 전 돌아가신 엄마를 처음 만나려고 도서관에 왔어. 그런데, 송지민의 어머니 김은하는 사라졌어. 누군가 엄마의 index를 제거했다는 거야. 그렇게 권한을 가질 수 있는 것은 가족 밖에 없다고 했어. 그래서 송지민은 동생 유민에게 연락을 해보니 자신은 아니라고 했어. 그렇다면 남은 이는 연락 끊고 지낸 아버지뿐이었어. 연락을 해보니 역시 아버지였어. 그런데 어머니의 유언이라고 했어. 그래서 그랬다고아버지와 짧은 만남을 통해 지민이 모르고 있던 젊은 시절 엄마의 열정과 꿈을 들을 수 있었어.

도서관에서 index를 잃어 버린 경우를 대비해서 새로운 검색 엔진을 개발하고 있다고 했어. 우여곡절 끝에 잃어버린 어머니의 index를 찾아서 만나게 된단다. 어머니와 생전에 하지 못했던 말은 전하고 소설은 끝을 맺었어. 과학이 아무리 발전해도, 우리가 사는 세상은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어. 인간 본연의 모습은 과학 발전으로 변화시킬 수 없을 거야.

김초엽의 가작 작품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제목이 이야기를 반쯤 먹고 들어가는 듯 했단다. 주인공 안나는 딥프리징을 개발하는 과학자였어. 딥프리징은 영어로 deep freezing겠지. 우주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리니까, 생명의 시간을 멈추게 하는 방법이 필요했어. 그래서 개발한 것인 딥프리징이야. 그래야 멀고 먼 우주 여행을 할 수 있으니까. 안나는 연구를 마치고 가족들과 슬렌포니아 행성으로 이주해서 살기로 했어. 남편과 아들은 먼저 출발하고, 안나는 진행하고 있는 연구가 끝나면 뒤따르려고 했어. 그런데 연구가 좀 길어지게 되었고, 그 사이에 말로만 듣던 웜홀통로가 발견되었어. 이 웜홀로 우주여행을 하면 그동안 우주여행의 방법이었던 와프항법이 필요 없었어. 와프 공법은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들었지만, 웜홀은 그렇지 않았거든. 우주의 웜홀에 그냥 몸을 실으면 우주 저편에 도착할 수 있었거든. 웜홀은 단점은 웜홀을 발견한 지점으로만 갈 수 있다는 것이야. 그런데 안나가 가고자 하는 슬렌포니아에는 아직 웜홀이 발견되지 않았어. 그런데 웜홀이 발견된 이후에 더 이상 와프 항법도 운행하지 않았어. 너무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지. 그러니까 안나는 가족들이 있는 슬렌포니아에 갈 수 없었어. 결국 슬렌포니아에 다시 갈 수 있는 날까지 죽지 않고 기다려 했어. 딥 프리징을 하고 말이야. 그렇게 170살이 되었어과연 안나는 슬렌포니아를 갈 수 있을까? 그런데, 진짜 웜홀을 통하면 공간 이동이 가능할까?


2.

아빠는 대상 수상작보다는 김혜진님의 <TRS가 돌보고 있습니다.>라는 작품이 가장 좋았단다. 인공지능을 갖춘 간병로봇에 관한 이야기였어. 성한은 10년째 뇌경색으로 쓰러진 엄마를 돌보고 있었고, 7년 전부터는 간병로봇 TRS가 도와주고 있었어. TRS는 엄마뿐만 아니라, 성한도 체크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었어. TRS는 성한이 엄마 치료에 힘들어하는 것을 걱정하곤 했어. 오랫동안 가족을 돌보다가 우울증에 걸려 자살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성한이 바로 그런 우울증에 걸려 있었어. 성한이 한동안 병원에 오지 않았어. TRS는 성한이 위험에 빠져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성한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엄마가 죽는 것이라고 생각했어. 성한의 우울증의 원인은 바로 오랜 엄마의 병이었으니까.

인공 지능을 가진 TRS에게 병든 엄마와 젊은 성한 중 선택하라고 하면 당연히 젊은 성한을 선택하는 것이 그의 답이었지. TRS는 성한을 살리기 위해 엄마의 인공호흡기를 떼어냈어. 자살을 하려던 성한은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전화연락을 받고 병원으로 향했어. 인공 지능을 갖춘 TRS는 몸만 기계이지, 거의 인간과 비슷한 지능을 갖추고 있었고, 자아를 인식하는 단계에 이르고, 나중에는 자살까지 원했어.

앞으로 많은 직업이 사라지고 AI가 그 직업을 대신한다는 이야기가 있단다. 이미 그렇게 된 직업도 많고 말이야. 인공지능의 발전은 한계가 있을까? 결국 인간의 감정까지 구현한 인공지능이 나온다면 어떤 세상이 될까? 영화 터미네이터가 현실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

그 밖에 수상작으로는 미래의 안락사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오정연님의 <마지막 로그>, 종말 이후의 세상을 이야기한 김선호님의 <라디오 장례식>, 인간 지능과 인간이 혼합된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이루카님의 <독립의 오단계>가 있었단다.

….

전체적으로 확 끌리는 작품은 없었지만, 이런 SF 문학이 좀더 활성화되어 우리나라에도 아이작 아시모프나 필립 K. 딕과 같은 SF 작가들이 출현하기를 바라면서 오늘 독서 편지를 마칠게.


PS:

책의 첫 문장 : “관내 분실인 것 같습니다.”

책의 끝 문장 : 그렇게 나는 나에게 오단계라는 이름을 주었고, 나는 내 이름이 매우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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