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19 제10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박상영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4월
평점 :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2019년 봄과 함께 <2019 제 10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이 출간되었단다. 어느덧 10년째인
젊은작가상. 수상의 의도도 좋고, 대상 작품이 있지만 수상한
모든 작가들에게 동일한 상금을 준다는 것도 마음에 들더구나. 아빠는
2017년부터 읽어보고 있어. 올해도 변함없이 착한 가격으로 출간되어 책 구매하는 데 망설임이
없었어. 대상 수상자는 아빠가 생각하기에 퀴어 소설의 대표주자 박상영님이 대상을 수상했어. 이번에도 박상영님의 소설 제목은 외우기 어렵게 긴가? 라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는데, 제법 짧은 제목이었고, 다소 철학적이면서
다소 과학적이기도 한,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이 제목이더구나.
우럭이 우주의 한 일부분이니까, 우럭 한 점도 우주의 맛이라고 하는, 소설 속 주인공의 말을 따라 이야기하자면 '개떡' 같은 말씀의 제목. 박상영님의
지금까지의 대표작들과 마찬가지로 이번 소설도 퀴어 소설인가 싶었는데 역시나 퀴어 소설이더구나. 박상영님의
소설뿐만 아니라 김봉곤님의 소설도 퀴어 소설이었어. 김봉곤님의 소설은 처음 읽어봤는데 그의 다른 소설도
박상영님처럼 퀴어 소설들이려나? 그런데 아빠가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이런 퀴어 소설을 편하게 읽어내기에는
아빠가 나이를 많이 먹은 것 같아. 솔직히 좀 불편하더구나. 젊은작가상
대상 수상을 비롯하여 두 작품이나 퀴어 소설인 것을 보면 한 흐름인 것 같은데, 아빠는 읽기 불편한
것을 보니 아빠가 늙었다는 방증인가. 아빠는 이번 책에서 김희선님의
<공의 기원>, 정영수의 <우리들>, 이미상의 <하긴>이
괜찮았어. 뭐 사람들마다 취향이 다르니까 말이야. 아직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 괜찮은 소설들이 있으니까 아빠가 아직은 젊었다는 방증이겠지?^^
1.
아빠가 앞서 이야기한 세 개의 소설에 대해 잠시 이야기할게. 김희선님의 <공의 기원> 어떤 심사의원은 이 소설이 개연성이 부족하고
허술한 부분이 많다고도 했지만, 그래도 축구공 하나 가지고 상상력을 동원해서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냈다는
것에 지은이 김희선님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더구나. 우리나라 개화기의 제물포에 살고 있던 한 소년. 그 소년이 영국 사람에게 받은 축구공 하나. 거기서부터 시작한 이
소설은 현재의 축구공이 현재의 모양을 갖추게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제물포와 런던은 넘나들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스케일을 보여주었단다. 좀더 살을 붙이고, 극적인 요소를 더욱 추가하여 장편 소설로 고쳐 쓰면 어떨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단다.
…
정영수님의 <우리들>. 정영수님이라는
지은이도 처음 알게 된 작가란다. 사랑의 실패라는 기억을 가지고 있고,
여전히 옛 연인을 잊지 못하는 주인공 ‘나’. 출판
경력이 있고 다른 이들의 책 출간을 돕고 있는 ‘나’에게
정은과 현수라는 한 커플이 와서 그들의 사랑이야기를 책으로 출간하고 싶다고 했어. 그러면서 그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우리들’이라는 공동체가 만들어지나
싶었는데, 정은과 현수가 사실을 각자 가정을 가지고 있는 불륜의 관계라는 반전을 알게 된 ‘나’. 그리고 정은과 현수도 현실과 타협하다 보니, 쉽게 깨어지는 그런 ‘우리들’. 우리
세상이 그런 것 아니겠는가. 쉽게 ‘우리들’이 되지만 또 쉽게 ‘그들’이
되는 세상.
….
이미상님의 <하긴> 마찬가지로 이미상님의
소설도 처음이란다. 과거 대학 시절 학생운동권 출신이었던 주인공 ‘나’ 인권 단체에서 일했던 ‘아내’ 둘은
만나 딸을 낳아 키우고 있었어. 그들의 젊음은 제도권 사회에 저항하던 이들이었지만 딸을 낳아 키우면서
현실에 부딪히게 된단다. 딸이 커가면서 그리 똑똑하지 못한 것을 알게 된 ‘나’ 친구의 딸이 자신의 딸보다 공부를 잘하는 것에 열등감을 느끼는
‘나’ 딸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 별 것을 다하는 ‘나’ 결국은 딸에게도 ‘나’에게도 좌절감과 큰 상처만 남기게 되었단다.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과거 운동을 위해 공장에 위장취업까지 했던 주인공의 그런 모습에 씁쓸함 마저… 그리고 주인공의 모습이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학부모의 모습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어떻게 하면 일등이 최고라고 하는 사회관념을 없앨 수 있을까.
2.
이번에 실린 중단편 소설들의 모든 주인공은 이름이 없이 ‘나’였던
것 같구나. 마치 단편소설의 주인공은 ‘나’로 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는 것처럼 말이야. 주인공 ‘나’로 되어 있으면 읽는 이로 하여금 감정이입이 더 잘 되니까 짧은
소설인 경우 독자로 하여금 더 집중해달라는 의미에서 그렇게들 하는 것인가 싶더구나. 오히려 단편소설에서
삼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의 소설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애. 아빠가 소설을 읽으면서 너희들한테 줄거리를
이야기해주려고 주인공의 이름을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데 주인공이 ‘나’이면
주인공의 이름을 놓치기가 쉬어서 잠시 투덜거려보았단다.
…
3.
이 책의 구성은 수상작과 그 수상작을 해설해 주는 글들을 같이 싣고 있단다. 평론도 젊은작가상의
이름에 걸맞게 젊은 평론가들이 하고 있단다. 그런 젊은작가상 취지도 마음에 들었어. 평론이라는 것도 쉽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늘 칭찬만 늘어놓을
수 없으니 냉정한 평도 해야 할 텐데, 그렇다 보면 지은이와 불편한 관계가 될 수 있고 말이야. 아빠가 별 걸 다 걱정하는 것인가? ^^ 이 책에 실린 평론 중에
인상 깊은 평론은 대상 박상영님의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의 평을 쓴 김건형님의 평이었어. 소설의 문장들과
문구들을 이용해서 새로운 문단을 만들고 새로운 문장을 만들면서 평을 했단다. 아빠가 소설의 평론을 많이
읽어보지 않았지만, 독창적인 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소설가든 평론가든 정말 대단하신 분들이구나.
..
‘젊은작가상’은 10년이 되었고 앞으로도 착한 가격의 수상작품집과 함께 영원하길 기대해 보련다.
내년 봄에도 기대를 해보면서, 오늘 편지는 여기서 마칠게.
PS:
책의 첫 문장: 밤새 글을 쓰다 늦잠을 자버렸다. 대충
세수만 하고 가방을 들었다.
책의 끝 문장: 그렇다면 부디 ‘나’의 뜻이 아니라. 네 뜻대로 되어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