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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박상영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9월
평점 :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작년에 <2018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읽었어. 그 책에 실린 작가 중에 박상영님이 있었단다. 그의 소설을 읽고
나서 약간 놀랬어. 아빠가 그 동안 많이 접해보지 못한 성소수자들의 사랑을 그린 소설이었거든. 성소수자들의 사랑을 다룬 소설을 그 전에도 읽기는 했을 거야. 예를
들어 프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캐롤> 같은 소설… 하지만, 그 소설들에서는 좀 사랑 표현을 직설적으로 서술하지는 않아서
아빠의 머릿속에 그리 강렬함을 남기지 않아서 기억을 못하고 있을 수도 있어. 하지만, 박상영의 소설은 그야말로 강력했단다. 그것도 아빠는 처음 읽어 본
남자들의 사랑을 다룬 소설… <2018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
실렸던 박상영의 소설 제목은 너무 길었다는 기억만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아빠가 읽은 그의 단편모음집의
제목으로 뽑은 그 소설이란다.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의
조합. 작년에 아빠가 박상영님의 소설을 읽으면서, 지은이
자신이 어쩌면 성소수자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만큼 그들의 삶에 대해 많은 부분이 묘사되고
있었어. 그리고 이 책을 폈는데, 첫번째 실린 소설 <중국산 모조 비아그라와 제제, 어디에도 고이지 못하는 소변에
대한 짧은 농담> 역시 그런 성소수자의 소설이었단다. 그래서
지은이가 정말? 이런 생각이 들었고 어쩌면 이 책에 실린 모든 소설이 성소수자의 소설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기도 했어. 하지만,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더구나.
…
성소수자의 관한 소설을 읽기에는 아빠가
좀 보수적인 것 같아. 그의 소설이 물론 재미있었지만 낯선 성소주자의 사랑 이야기가 주는 거부감이 아직
있단다. 그들이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고, 많은 사람들과
단지 조금 다를 뿐인데 말이야. 그들 또한 본능적으로 사랑을 하는 것뿐인데 말이야. 그들을 이해하지만, 약간의 거부감은 어쩔 수 없는…. 그런 느낌이란다. 아빠가 좋아하고, 요즘 너희들도 자주 찾는 프레디 머큐리도 그런 사랑을 했는데, 다른
사랑에 대해 좀더 넓은 마음을 가져야겠구나.…
1.
이 책에 실린 일곱 편의 소설 중에
아빠가 가장 좋았던 소설은 지은이 박상영님의 데뷔작이기도 한, <패리스 힐튼을 찾습니다>과 <부산 국제영화제>였단다. 두 소설을 시간차를 두고 이어지는 연작 소설이었어. 남자를 대하는데
있어 그리 착하지 않은 여자 주인공 박소라. 그리고 그의 남자친구 ‘김’. 소라는 인스타그램 중독자라 볼 수 있지만, 그것으로 후원을 받기도
하는 인스타그램 속에서는 꽤 인기 있는 이였어. 소라는 아주 오래 전에 단편 영화를 한 편 찍기도 하고, 피팅 모델 일도 했기 때문에 소라의 인스타그램 소개란에는 영화감독과 피팅모델이 적혀 있었어. 마음에 드는 애완견을 사서, 남자친구 ‘김’에게는 의사를 물어보지도 않고
‘김’에 맡겼어. 그 애완견의 이름은 패리스
힐튼. 그리고 그 패리스 힐튼을 어느날 잃어버리고 나서 찾는 일화를 다룬 것이 <패리스 힐튼을 찾습니다>라는 소설이란다.
하지만 패리스 힐튼을 찾지 못했어. 시간이 흐르고 ‘김’과
사귄 지 3년이 지나 그들 사이의 뜨거움은 거의 사라졌지만, 헤어지지는
못하는 오래된 연인 사이가 되었어. 소라는 얼마 전 대학 동창 모임에 갔다가 후배 태혁을 알게 되었어. 태혁은 군대 휴가를 나왔다가 소라를 만나게 되었지. 소라가 남자친구가
있는 것을 알았지만, 태혁은 소라를 좋아했어. 그래서 휴가
나올 때마다 만나곤 했고, 이번 휴가 때도 소라를 부산으로 초대했어.
부산국제영화제 티켓과 함께…. 그때 태혁과 함께 부산국제영화제에 가서 일어난 일화를 다룬
것이 <부산국제영화제>라는 소설이란다…
한 가지 더… 박소라가 남들에게 숨기고 싶지만 극진히 하는 것. 하나 밖에 없는
엄마의 말기 암투병의 병간호.. 박소라가 인스타그램에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어쩌면 아픈
자신의 영혼을 스스로 달래려는 수단일 수도 있겠다 싶었단다.
…
그리고 <조의 방>과 <햄릿
어떠세요?>도 주인공이 공통점을 갖고 있는 듯해서 두 소설 또한 연작소설일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읽었는데, 예를 들어 <조의 방>에서 예전 대학 시절의 ‘조’라고
부르는 이가 <햄릿 어떠세요?>에서 나오는 등장인물 ‘곰곰’이었다는 그런 기대감…. ‘곰곰’이 ‘조’이다… 라는 문장을
은근 슬쩍 기대를 했었는데, 그런 것은 없었단다.
연작 소설은 그런 재미가 있어서 좋은
것 같아. 이쪽 소설에서 조연이었는데, 다른 소설에서는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말이야. 마치 어벤저스 시리즈에서 영웅들이 다른 영웅의 영화에서 조연으로 출현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
2.
아무튼 이 소설 속 주인공들은 우리
사회 어디엔가 있을 법한 사람들이었어. 하지만 그들은 주류가 아닌 비주류였어. 사회에서 그들을 비주류라고 하지만, 그들 또한 뜨거운 영혼이 소유자요, 사랑을 갈망하고, 희망을 노래하는 이들이라는 것을… 읽는 이들을 알게 된단다. 그리고 소설 속 주인공들을 통해서 위로
받기도 하고… 아빠가 그랬어. 그리 좋은 조건을 가지지 못한
주인공들의 사랑과 희망과 유머감각을 통해서 이상하게도 위로가 전해졌단다.
얼마 전에 2019년 제10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 출간되었단다. 이번에 대상 작품은 다름 아닌 박상영님이더구나. 박상영님의 대상
수상을 축하하며 이번 수상작품집도 한번 읽어봐야겠구나.
PS:
책의 첫 문장 : 제제가 발견된 곳은 종로의 한 가라오케였다.
책의 끝 문장 : 내가 낼 수 있는 가장 큰 목소리로. 최선을 다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