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왜 어려운가. 쓰기 싫기 때문이다.
쓰기 싫은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 뇌는 예측 불가하고 모호한 것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위험에서 스스로를 지키려는 안전 욕구가 본능적으로 있다. 그런데
글쓰기야말로 정체를 알 수 없다. 정답이 없다. 어떻게 끝날지
모르는 모호한 대상이다. 여기에다 끝까지 못 쓸까봐 불안하고, 못
썼다는 소릴 들을까봐 또 불안하다. 결국 피하고 본다.
(47-48)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습관에서 나뉜다. 프로는 아리송한 단어가
나오면 사전을 찾아보고, 새로운 생각이 나거나 좋은 문장을 만나면 메모하고, 사람이나 사물을 볼 때는 유심한 관찰한다. 반면 아마추어에게는 이런
습관이 없다. 프로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글을 쓰는 습관이 있고, 아마추어는
없다.
(48)
글 잘 쓰는 비결을 말하라면 나는 ‘3습’을 꼽는다. 학습, 연습, 습관이다. 그중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코 습관이다. 단순 무식하게 반복하고 지속하는 것이다. 글쓰기 트랙 이에 자신을
올려놓고 글쓰기를 일상의 일부로, 습관으로 만드는 것이다. 밑
빠진 독에서도 콩나물은 자란다.
(80)
생각을 만들기 위해서는 직접 말해봐야 한다. 그러면 들으면서도 생각이
난다. 누구나 남의 얘기를 듣다가 갑자기 생각이 떠올라서 상대 말을 끊고 자기 생각을 말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말하는 것 못지않게 상대의 말을 많이 듣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
물고기가 잡힌다. 어찌 보면 말하는 것은 내 물고기를 나눠주는 행위이고, 듣는 것은 남의 물고기를 내 것으로 만드는 일이다.
(101)
재미있는 글을 쓰려면 우선 글 쓰는 사람이 즐거워야 한다. 내가 찾은
방법이 있다. 글과 함께 노는 것이다. 그러려면 매일 써야
한다. 학창 시절을 생각해보면 공부할 때가 가장 마음 편했다. 수업
빼먹고 연소자 관람불가 영화를 보고 다시 햇빛 아래 섰을 때 얼마나 안도했던가. 궤도를 이탈해 우주를
유영하다 지구에 안착한 기분. 글도 쓰기 전보다 쓰고 있을 때가 마음이 편안하다. 책상 앞에 앉기 전 망설일 때가 더 힘든 법. 마치 겨울 바다에
뛰어들까 말까 바닷가를 서성일 때처럼. 막상 물에 들어가면 안온하다.
일상적으로 쓰지 않는 사람은 늘 글쓰기 전 상태이고 글쓰기가 항상 힘들다.
(199)
글을 쓴다는 것은 기억을 되살리는 과정이다. 살아 있는 것만이 거슬러
올라간다고 했다. 죽은 것은 그저 떠내려간다. 깨어 있는
사람은 기억을 거슬러 글을 쓴다. 기억은 또한 죽은 것도 살려낸다.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그랬다. 사랑하는 사람은 무덤이 아니라 내 기억 속에 묻혔으니 내가 죽지 않는 한 그들도
죽지 않고 살아간다고. 인생에서 남는 것은 기억뿐이다. 글로
쓴 추억만 남는다.
(320)
삶과 글쓰기는 닮았다. 나는 매일 아침 할 일을 생각한다. 중요도 순으로 죽 열거한다. 하루 동안 할 일을 한다. 그리고 한 일에 관해 정리하고 평가한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모여
인생이 된다. 글을 쓸 때도 생각을 떠올린다. 덩어리 짓고
순서 정하는 것으로 생각을 구성한다. 쓰고 나서 이리저리 고친다. 그렇게
한 장 두 장이 모이면 한 권의 책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