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지금 미국의 주류 언론을 비롯하여 기성 정치인, 관료, 학자, 지식인들 다수가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이 만나는 것 자체를
반대해왔고, 막상 회담이 끝나자 성과가 없다거나 지나친 양보를 하였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격심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 그 이유는 다른 데 있는 게 아니다. 북미
정상회담을 거쳐 한반도의 긴장상태가 완화되고, 이 지역에 궁극적으로 항구적인 평화체제가 수립된다면 결국은
군산복합체가 와해될 것이고, 그 결과 군산복합체와 다양한 형태로 얽힌 채 이해관계를 같이하고 있는 미국
및 서양의 지배층의 존립 토대가 허물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이 전후 미국의 지배체제가
기본적으로 안보논리 위에 구축되어온 데에 연유한다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23)
북한에 엄청나게 매장된 것으로 알려진 석탄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핵프로그램의 해체보다 훨씬 더 어려운 문제이다. 석탄 사용이 기후에 파국적인 영향을 미치며, 석탄과 석유 사용의
지속이 향후 30년 안에 지구를 인간이 거주할 수 없는 곳으로 만들 것이라는 점은 과학연구의 압도적인
증거에 의하여 확인된 바다. 가장 훌륭한 정책은 북한 정부가 매장된 석탄을 손대지 않고 내버려두는 것이다. 석탄을 판매하여 이윤을 취하려는 사람들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리고 주류 언론과 유력 경제인 및 정치인들은 오로지 이런 사람들이 제출하는 의견에 대해서만 소개하고 논의한다. 그러나 진실을 왜곡하는 정보 혹은 거짓된 적합성도 지니지 못한다. 진실이
무엇인가가 가장 중요하며, 남북한 사람들이 진실에 접근할 수만 있다면 결론은 명확하다.
(74~75)
물론 많은 근대적인 과학,기술적 성취는 귀중한 것이다. 그러나 생산 시스템 전체는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하고, 이 변화는
오직 생태사회주의적 방법으로만 가능하다. 즉, 주요 생산수단을
사회화하고, 경제를 민주적으로 계획함으로써 생태적 균형을 보존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 말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재생가능 에너지원(바람, 태양, 물)으로써 화석연료시스템을
대체해야 할 뿐만 아니라 파괴적인 산업농을 종식시키고, 운송시스템과 소비패턴과 그 밖의 것들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지 않으면 안된다.
다시 말하건대, 생태사회주의는 자본주의적 문명패턴 전체와 급진적으로-즉 혁명적으로-결별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이 겨냥하는 것은 새로운 생산양식과 새로운 사회형태일 뿐만 아니라 종국적으로 ‘새로운 문명의 패러다임, 새로운 삶의 방식’이다. 그리고 이 새로운 패러다임의 기초는 자유, 평등, 연대의 가치, 그리고
‘어머니 대지’에 대한 존경심이다.
(116~117)
결국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선거가 유일한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하나의 수단으로서 제비뽑기 시스템은 (재분배에서 경제의 민주화에 이르기까지의) 진보적 사회변화를 위한 과제들을 실현하는 데 훨씬 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부유한 자들 쪽으로 편향된 선거의 내재적 결함을 시정하고, 엘리트들에
의한 정부의 지배를 완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비뽑기에 의한 의회 구성은 우리의 근원적인
민주적 가치들, 특히 평동의 가치를 훨씬 더 실속 있게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중의회’ 속에서 평범한 사람들은 비억압적인 환경에서 학습과 숙의를
거쳐 공익을 위한 멋지고 인간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