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탈핵은 가능하다. 탈핵의 대안이 무어냐고 묻지만, 그 질문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탈핵은 그 자체로 대안이다. 탈핵이라는 목표를 정해놓고 우리는 길을 닦아야 한다. 우리의 삶과 미래를 핵 마피아들에게 저당 잡힐 수는 없다. 설계 수명이 다한 핵발전소를 폐쇄할 것인가, 아니면 위험을 무릅쓰고 수명 연장을 할 것인가의 문제를 누가 정해야 할까? ‘우리 원자력계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관료들이 밀실에서 짬짜미하는 것을 계속 내버려둘 것인가, 아니면 공론의 장에서 민주주의의 원칙에 따라 결정할 것인가? 핵발전소를 더 지을 것인가, 아니면 대체 에너지에 과감한 투자를 시작할 것인가? 이런 문제는 모두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해결해야 한다. 독일이 탈핵으로 나아가는 것이 가능했던 것은 이 문제를 핵발전 전문가들이 아니라 일반인의 상식으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독일에서 탈핵을 결정한 17인의 윤리 위원회에는 소위 말하는 핵발전 전문가는 한 명도 들어가지 않았다고 한다. 이는 민주주의란 결국 일반인의 상식에 의해서, 또 일반인들의 이해관계가 반영되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는 것을 잘 보여준 사례이다.

(28)        

더욱 중요한 것은 1mSv라는 기준의 정확한 의미입니다. 이 수치는 어떤 기분으로 만들어졌을까요? 전문가들에게 물어봤더니, 의외의 대답이 나왔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이 선을 넘으면 건강에 이상이 생기고 이 선 아래면 괜찮다는 기준이 아니었습니다. 그보다는 자연환경에서 나오는 자연 방사선(혹은 바탕 방사선이라 부르며, 절반 정도는 땅에서 올라오는 라돈으로 인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을 제외하고, 일상적으로 불가피하게 노출될 수밖에 없는 인위적은 상사선량을 어느 정도 낮은 수준까지 관리할 수 있는가로 기준을 잡은 것입니다. 건강이 아니라 통제(control) 가능성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1mSv라는 수치는 국가적으로 볼 때 그 이상의 인위적인 초과 노출은 관리할 수 있되, 그보다 더 낮게는 관리하기가 어려운 수준 정도로 보면 되겠습니다.

(30)

방사선의 생물학전 영향은 방사선(에너지)이 사람 몸을 관통하면서 세포 내의 DNA 연기 서열을 끊거나 손상시키면서 시작됩니다. 본래의 염기 서열을 끊거나 손상시키면서 시작됩니다. 본래의 염기 서열이 끊어지거나 훼손되면 생체는 이것을 바로잡기 위해 수리 작업을 하게 되는데, 이때 일부 수리 작업이 잘못되면서 비정상적인 세포, 즉 암세포가 발생하게 됩니다. 잘못된 DNA에서부터 암 발생까지의 과정이 짧게는 2(백혈병의 경우)부터 위암, 폐암, 간암 같은 고형 암(딱딱한 덩어리 암)의 경우는 20~30년까지 소요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암 발생 초기에 적절하게 치료하지 않으면, 해당 암 세포들이 혈액이나 체액을 통해 다른 장기로 퍼지면서 전이가 됩니다.

(34)

세계적으로 위 내시경으로 위함 조기 검진을 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위 내시경 검진 제도는 일본을 따랐던 것인데 일본조차도 현재 이 제도를 포기하려고 검토 중에 있습니다. 그동안 열심히 해봤으나 이를 통해 생존율이 높아졌다는 근거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위 내시경 검사를 열심히 해서 위암을 발견해 치료하는 효과나, ‘아프기 시작할 때 병원에 갈 수만 있다면(즉 의료 이용 접근성이 일정하게 보장만 된다면)’ 병원을 찾아가 그때 치료하는 효과나 별 차이가 없다는 겁니다. 게다가 위 내시경 검사는 종종 부작용까지 수반되는 위험한 검사합니다. 위 속에서 기구가 잘못 움직이다가 위벽에 상처를 내거나 심한 경우 구멍을 뚫게 되어(위장 천공) 결국은 배를 째고 수술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위 내시경 검사 도중에 조직 검사 등을 많이 하는데, 조직을 떼어낸 후 지혈이 잘 안 되어서 계속되는 출혈로 2차 처치를 받는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이런 합병증 리스크까지 계산하면, 정책적으로 이러한 제도를 고수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에 대해 심각하게 재고해봐야 합니다. 세계보건기구의 건강검진 항목이나 미국에서 나오는 자료들에는 건강검진으로서 위 내시경 검사는 하지 말라는 권고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위 내시경 검사는 합병증 리스크가 더 높을 수 있고 검진의 효과는 증명된 바 없다는 것이 세계보건기구의 공식 보고서 내용입니다.

(65)

지금 기준치인 100Bq/kg을 넘은 일본 수산물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 단 한 번도 발견된 적이 없습니다. 이 기준치 때문에 통과시키지 않은 일본산 수산물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뜻입니다. 이건 경부고속도로의 속도제한이 시속 1000km로 되어 있는 것과 같아요. 도저히 위반할 수 없는 기준이죠. 그래서 우리 국민들의 피폭량을 줄이는 데 정부의 기준치가 한 번도 제 역할을 해보지 못했습니다. 반만 년 역사에 한 번도 발견되어본 적이 없는 숫자를 기준치로 두고는 그 이하는 모두 안전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겁니다.

(113)

그럼 왜 포장 인도 위에서 유독 방사선량이 높았던 걸까요? 사실 모니터링 포스트를 세울 때는 주변을 깨끗하게 청소합니다. 또 포스트가 넘어지지 않도록 바닥에 콘크리트와 철판도 깔지요. 이런 요소들이 방사선을 조금 차단해주기는 할 겁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원인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보도에 깔린 부드러운 타일입니다. 도로에는 눈이 와도 잘 녹도록, 또 걷는 사람들의 무릎에 충격이 덜 가도록 부드러운 타일을 까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통행인을 배려한 것이지요. 하지만 소재가 부드럽다는 건 빗물이 스며들기 쉽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런 보도블록에는 방사선이 많이 섞인 비가 스며들어 남아 있습니다. 수압이 높은 물 청소기로 씻어내도 다 씻기지 않아요. 그러니 저 보도에서 방사선을 줄이려면 블록을 다 철거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철거한다 한들 그 철거한 보도블록을 보관할 장소도 마땅치 않습니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저런 보도블록은 통학로처럼 아이들이 많이 다니는 길 주변에 많이 채택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161-162)

핵발전은 본질적으로 물질에 대한 끝없는 탐욕과 에너지 중독의 산물입니다. 인간성 파괴를 부추기는 악마의 발명품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한 이것은 가장 비민주적인 속성을 지녔지요. 핵발전은 핵무기와 직결되는 민감한 문제라서 공개적으로 운영할 수가 없습니다. 관련 정보가 공개되지 않고 제대로 보도도 되지 않지요. 독점적이고 대규모로 집중적으로 반공동체, 반인권, 반생명적이라는 속성도 명백합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핵발전은 자연의 질서를 근원적으로 교란하는 행위라는 것입니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로 자연과 별개로 존재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핵에너지란 본질적으로 인간 능력의 한계 밖에 있는 문제입니다. 비유하자면 핵에너지는 현대판 판도라의 상자이자, 기독교 관점으로 보자면 선악과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을 듯합니다. 아주 달콤해 보이는 에너지원이지만 자손 수천 대에 이르는 재앙을 가져올 수 있고 나아가 인류의 파멸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188)

탈핵은 거저 실현되는 것이 아닙니다. 문제를 제기하고, 논증하고, 대안을 제시하며, 함께할 사람들을 모아야 합니다. 이런 것이 탈핵을 위한 시민 행동입니다. 법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사람들도 이 일에 함께해야 합니다. 가깝게는 탈핵을 주장하는 정치인에게 투표하는 일부터, 멀게는 탈핵 프로세스를 짜고 단계별로 국회를 압박하며, 탈핵을 위해 동아시아 시민들이 연대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실행에 옳기는 일까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많습니다. 브레이크 없는 핵발전 기관차를 멈출 힘은 행동하는 국민만이 갖고 있습니다.

(246)

서울의 방사능이 왜 이렇게 도쿄보다 높은지 그 이유는 정확히 모르지만, 환경운동가인 최병성 목사님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건축이나 도로 포장에 쓰이는 시멘트와 아스팔트에는 방사능이 섞인 산업 쓰레기와 철근들이 무차별로 들어가 있다고 합니다. 한심한 일입니다. 저질 시멘트나 아스팔트도 문제겠지만, 후쿠시마 사고의 영향을 지금 우리나라도 전국적으로 계속 받고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저는 한동안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를 가지고 다니다가 포기했습니다. 방사능이 전국적으로 다 나오니 갖고 다니는 게 의미가 없더군요.

(257)

우리가 사람답게 살려면 기본적으로 인간다운 위엄을 갖춰야 합니다. 품위 있게, 예의 바르게 남의 처지를 이해해야 사회가 성립됩니다 아무리 제도와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모든 것은 한 사람, 한사람에게서 출발합니다. 현대인들이 옛날 사람들에 비해 인간적으로 왜소한 것은 틀림없어요. 하지만 지금 현대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복합적인 위기 상황은, 과거의 그 어떤 세대도 경험하지 못했던 정신력과 지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녹색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서 재생 가능한 태양에너지와 식량 자급 시스템을 확보하고, 전쟁을 그만 두고, 평화 체제를 확립하고, 무엇보다 경제성장을 멈추고 생활수준을 낮추어 가난하고 소박한 상부상보의 생활에 만족을 느끼는 삶의 방식을 재창조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강인한 정신력과 탁월한 지혜가 필요한데, 지금같이 상상력이 결핍된 사람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이것이 과연 가능할지 참으로 걱정입니다.

(289)

사실 친환경 식품이라도 먼 거리에서 온 제품이거나 소비 규모가 크다면 에너지의 관점에서 친환경적이기 어렵습니다. 또 유기농이라고 해도 화학비료를 쓰지 않았을 뿐, 에너지를 투입하는 가온 재배로 얻어낸 것일 수도 있어요. 즉 비닐하우스에서 전기나 석유 등으로 열을 투입해서 채소를 기른다면 재배 과정에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쓰지 않았다고 해서 환경적으로 건전하다고 보기는 어렵지요. 그래서 일부 생활협동조합에서는 가온 재배를 하지 않도록 생산 농가와 따로 계약을 맺기도 합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계절과 관계없이 어떤 채소든 1년내내 소비하려 하면 저온 저장 시설을 가동해야 하니 또다시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게 됩니다. 그러니 당장 내 입에 들어가는 것이 깨끗하다고 해서 친환경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워요. 식품 소비에 있어 에너지 문제까지 확장해 고민할 때 본질적으로 친환경적인 내용을 갖추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거기까지 다다른 사람이 많지 않은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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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koro 2018-05-21 06: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미나에서 알게된 한 일본인 시만단체 회원분이 일본에서 측정되는 방사능 수치조차 믿을 수 없다는 말을 한 적 있습니다. 측정소가 정확한 위치에 있지도 않거니와 측정기를 비닐로 덮어 씌우거나 한 경우도 많았다고 합니다. 일본 정부는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 때도 한동안 국민들에게 알리지 않았습니다. 국민의 동요를 걱정해서 였다지만 음.... 현 상황과 비교해봐도 참으로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습니다. 녹색평론에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후쿠시마 건은 생각보다 심각할 수 있습니다.

bookholic 2018-05-22 00:07   좋아요 1 | URL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방사능과 핵발전소는 정말 지구의 암덩어리로 미래의 걱정거리입니다. 지금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이런저런 피해를 주고 있지만, 인류의 후세에게 몹쓸 짓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미래의 세대들이 지금의 세대들에게 많은 원망을 할 것 같습니다.
더 늦기 전에 탈핵을 해야 할 텐데요...

kokoro 2018-05-22 00:53   좋아요 1 | URL
정말 정말 옳으신 말씀입니다! 말씀하신 바와 같이 미래 세대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짓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 세대에게 그럴 권리도 없습니다. 사용 후 핵연료 관리비용도 천문학적이지만 더 나아가 현재 우리들, 미래세대들의 불안으로 인한 비용을 경제적으로 환산한 것을 더한다면 실로 어마어마할 것입니다. 직접적으로 와닿지는 않겠지만 탈핵 쪽으로 더 여론이 조성되었으면 하는 bookholic님과 같은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