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
김탁환 지음 / 돌베개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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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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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좋아하는 작가 중에 김탁환 작가가 있어. 그는 조선시대와 근대를 배경으로 한 역사소설로 유명한 사람이야. 아빠도 그의 그런 역사소설로 그를 알게 되었고, 그의 소설들을 꽤 많이 읽었어. 그렇게 캐릭터가 강했던 김탁환은 세월호 사건 이후 세월호 작가가 되었단다. 김탁환의 심장은 끔찍한 불행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심장을 가지고 있던 이였어. 어이 없는 사고로 300명이나 넘는 사람들이 죽었는데, 그 의문투성이 사건에 대해 진실을 밝혀야 하는 국가는, 그 진실을 은폐하려고 했으니, 유가족뿐만 아니라 모든 시민들은 분노했단다. 그래서 스스로 진실을 밝혀내고자 하는 이들이 각계에 있었는데, 김탁환도 그런 분들 중에 한 명이었어.

그 사건 이후 김탁환은 소설을 통해 세월호 사건의 진실을 이야기하려고 했고, 세월호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주었어. 그런 작품으로 먼저 <거짓말이다>라는 장편 소설을 썼어. 아빠는 그 책이 재미있었지만, 너무 슬펐어. 그 소설은 가상이 아니라, 실제였기에 그냥 재미로만 볼 수는 없었거든. 슬픔이 밀려들어 눈물이 핑 돌게 했단다. 그리고 작년에는 단편소설집으로 다시 한번 세월호를 이야기했어.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 이 소설집에는 8편의 단편 소설이 실려 있는데, 각 이야기에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주인공이었단다. 그들은 모두 공통의 슬픈 기억을 간직하고 있었어. 아빠는 이 책을 세월호 4주기에 맞춰 읽었단다. 아빠가 게을러서 이제서야 너희들에게 이야기를 하지만 말이야.

아빠같이 평범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세월호 사건을 잊지 않는 것이잖아. 아빠는 아빠 나름대로 이 책을 읽으면서 그들을 추모하면서, 다시는 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기를 기도하면서, 지금이라도 진짜 진실이 다시 밝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1.

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었어. 그들의 가족들과 친척들, 친구들을 포함하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아픔을 갖게 되었어. 평생 잊지 못할 아픔. 그리고 그걸 뉴스에서 접한 모든 우리나라 사람들 모두 트라우마를 갖게 되었을 거야. 4주기 즈음에 당시 배 안에서 찍었던 동영상들이 자주 매체를 통해 보게 되는데사실, 아빠는 못 보겠더구나.  구출을 기다리던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없었어. 너무나 가슴이 아파서 말이야. 이 소설을 읽으면서도, 눈물을 얼마나 흘렸는지 몰라. 그렇게 끔찍한 사건이었지만, 그곳에는 사람들이 있었어. 아름다운 사람들.

학생들을 구출하던 일반인 생존자. 그가 학생들을 많이 구출해서 영웅이라고 불렀지만, 그에게는 구하지 못한 학생들을 남겨두고, 자신이 탈출할 수 밖에 없던 순간이 있었어. 그리고 자신이 구하지 못한 학생의 눈동자는 그의 머릿속에 박혀 있었고, 그로 인해 그 학생을 구하지 못한 죄책감 속에 살아갔어. 우연히 그 눈동자와 똑 같은 사람을 만났어. 그 학생의 부모였지. 그 학생의 부모와 만나서, 그 학생의 마지막 순간을 이야기해주었어. 그러면서, 그 자신 또한 그 학생의 부모로부터 위로를 받기도 했어.

어떤 희생된 학생의 부모는 학생이 읽던 책들을 어떤 대안학교 도서관에 기증했다는 이야기도 있어. 그 학생의 부모는 학생의 책을 집에 싸두는 것보다 학교에 기증하여 다른 학생들이 읽는 것이, 자기 아이의 영혼이 다른 이들과 통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을 거야.

민간인 잠수사 이야기도 있었어. 세월호에서 시신 수습 활동의 후유증으로 병이 생겨 평생 투석을 해야 하는 잠수사. 대학생 외동딸은 자신의 병의 치료비를 보태기 위해 아르바이트도 하고그 잠수사는 딸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서 자살을 시도했어. 자살하기 직전에 누군가의 전화가 왔어. 희생 학생의 할머니의 마지막 소원이, 자기 손주를 수습한 잠수사를 만나보고 싶다는 것이었대. 그 잠수사는 잠시 망설이다가, 자살을 미루고 할머니를 만나게 되었어. 그리고 그는 어찌저찌하여 다시 삶에서 희망을 찾게 된다는 이야기.

2025년 가상편지생존학생이 11년이 지나고, 모교의 그 반 2학년 1반 담임 선생님이 되어 11년 전 세월호 사건 때 돌아가신 담임 선생님께 보내는 편지가상 편지였지만, 가슴이 찡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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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세월호 유가족을 위해 일했던 변호사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는데그를 위해서 몰래 인형탈을 쓰고 선거 운동을 도와주었던 유가족 이야기.. 이 이야기도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란다. 박주민 의원의 선거 운동을 세월호 유가족들이 함께 해주었거든. 그 이야기를 소설로 각색한 이야기였어.

또 다른 이야기의 주인공은 안개만 찍는 사직작가였어. 4 15일 연안부두에 갔다가 너무 안개가 짙고 날이 안 좋아서 집으로 돌아왔지. 그런데 그날 그가 타려고 했던 배에서 사고가 난 거야. 그날 죽은 학생 중에 사진작가가 꿈이었던 이가 있었고, 그 학생이 주인공의 전시회에도 몇 번이나 참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 주인공 사진작가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어. 그 학생의 사진을 모아 전시회도 하고, 그 학생이 되어서, 그 학생 관점으로 그 학생의 친구들과 가족들의 사진을 찍어 주었단다. 그렇게 그 학생의 친구들과 가족과 주인공 사진작가는 그와 영원히 함께 할 수 있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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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지역에서 청소년 상담일을 하다가 특조위 활동을 한 사람의 이야기도 들려 주었어. 그가 상담을 했던 학생들 중에 세월호 사건에서 희생된 학생들도 있고, 살아남은 학생들도 있었어. 상담사였던 그 또한 이 현실이 얼마나 힘들었겠니…. 그래도 학생들과 이야기하는 그의 일이니, 생존학생들과 또 상담을 했어. 그런데 어떤 학생은 의도적으로 상담을 피하는 학생들도 있었어. 늘 같이 지냈던 친구인데, 자신은 살고, 친구는 죽고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그 기억으로 어떻게 살겠지. 잊겠다고 잊혀지는 것도 아니고..

2.

각 소설들에는 아름다운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단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아름다운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야. 정말 몰상식한 사람들도 있어. 세월호 사건을 추모하는 이들 앞에서 포식행위를 하는 사람들세월호 사건을 이야기하면 이제 그만하라고 하는 정치인들그들 내면에 어떤 것이 그들을 그렇게 행동하게 하는 것일까? 궁금하더구나. 그래도, 그런 인간 같지도 않은 사람들보다 상식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단다. 그들의 슬픔에 공감을 하고, 그들이 곁에 있으면 그들을 위로해 줄 거야.

그렇게 상식적인 사람들이 많았기에, 촛불 혁명을 일으켰고, 상식적인 대통령을 뽑았잖니. 대통령이 바뀌고 대한민국도 점점 상식이 지배하는 세상이 되어가는 것 같구나. 하지만 아직도 국회에는 몰상식을 가진 이들이 꽤 많이 있단다. 그들도 촛불로 몰아낼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건 어려울 것 같고, 선거를 이용해야 하는데국회의원 선거가 아직 한참 남았구나. 아쉽구나.

이 책을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을 하고 싶구나. 책을 읽을 때 손수건을 준비하라고 이야기도 해야겠지. 아참, 최근에 세월호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다큐멘터리 영화 <그날, 바다>가 개봉되었어. 몇 해 전 <김어준의 파파이스>라는 팟캐스트에 어떤 다큐 감독이 찍고 있다고 했던 영화인데, 이번에 드디어 개봉이 되었구나. 많은 사람들이 보고 괜찮다고 하고, 박스오피스에도 계속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더구나.

아빠는 너무 가슴 아픔 장면들이 나올 것 같아서 아직 못보고 있어. 그래도 꼭 보려고 해. 분명 가슴 아픈 장면들도 나오겠지만, 그들을 기억하기 위한 일은 작은 일이라도 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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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여기서 마칠게. 다시는, 다시는, 다시는 이런 일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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