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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가 되고 싶어 ㅣ 위픽
김화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2월
평점 :
위픽 시리즈 읽기를 실천하고 있는 요즘, 도장깨기 가운데 만나 산뜻한 연두색의 ‘개구리가 되고 싶어’, 작가는 김화진. 처음 만나는 작가다.
시작은 도쿄 여행에서 만난 개구리, 책상 위에 자리 잡은 개구리 인형(?) 이야기로 시작된다. 도쿄에 가게 된 이유는 수경 같은 삶을 살고 싶어서였을 거다. 직장 동료의 후배로 소개 받았던 수경은 술과 잠과 여행을 좋아한다고 했다. 신나게, 즐겁게, 생생하게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의 표정이 좋아서 그곳에 가보고 싶게 만드는 수경처럼 되고 싶었나보다. 그러나 여행을 다녀와서도 권태기는 진행 중이다.
<출판사 리뷰>에서 ...“내가 하는 모든 것이 재미가 없”고, “하루 아홉 시간을 꼬박 9년을 다닌 회사가 가장 지루”(15쪽)한 상태에 직면한 직장인 가은은, 사무실 책상 위에 자그마한 개구리 인형을 두고 소소한 위로를 받으며 지낸다. 정말 좋은 것도, 너무 싫은 것도 없는 권태와 함께 허우적거리는 나날들. “나에게 회사가, 회사에서의 나 자신이 익숙해”(16쪽)진 가은의 권태감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반면 가은의 친구 수경은 “즐거움의 신”(13쪽) 같은 사람이다. 라테 한 잔을 마셔도 신나고 즐거워 보이는 수경의 모습이 가은은 늘 의문이다. “너는 어쩜 그렇게 좋니? 왜 볼 때마다 좋니? 왜…… 나는 그런 게 안 되니?”(30쪽) 단단하진 않지만 겹겹이 쌓여가긴 하는 권태-분노-크루아상의 굴레를 깨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퇴사만이 답일까? 퇴사하면, 행복해질까?
잠깐씩 연기가 되어 미래의 일을 내다보고 돌아오는 수경, 1년 동안 가은과 기쁨과 슬픔을 나눴지만 어느 날 이유도 알려주지 않고 멀어져버린 완, 완이 떠나고 더 이상 기대하지도, 실망하지도 않기로 한 가은. 세 사람의 모습을 통해 김화진 작가는 인간관계가 만들어내는 막연하고 연약한 유대감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편으로는 그처럼 느슨한 유대를 통해서만 실현 가능한 ‘야망’의 끈을 붙들며 관계의 힘을 긍정한다. 소설은 감정의 밑바닥을 투명하게 들여다보는 김화진 작가만의 문법으로 말해준다. 권태와 우울, 불만, 분노와 냉소주의가 삶을 지배하는 순간이 찾아오더라도, 다시 한번 높이 뛰어오를 힘을 갖기 위해 끝까지 잃지 않아야 하는 것들에 대해서.
처음에는 그냥 권태로운 누군가의 일상 이야기인가 하며 보다가 친구 수경의 이야기를 보고 그런가보다. 했다가 권태감의 원인인 수경을 연결해주었던 회사 동료 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이 작품이 확~~ 좋아졌다.
너무 내 이야기 같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 가장 잘하는 건 남 탓. 남 탓은 정말 쉽다. 그건 애쓰지 않아도 그냥 갖다 붙이면, 우기기만 하면 된다. 내가 탓하는 그 사람은 모르겠지만, 나에게 탓을 듣게 된 데에는 그 어떠한 이유도 없다. 그냥, 잘못 걸렸을 뿐이다.
---p.30
권태-분노-크루아상의 굴레 속 충동적으로 연차를 내고 강릉으로 갔다가 수경에게 연락했더니 수경은 달려와 주었다. 그 때, 수경은 말한다. 다른 사람을 좀 좋아해봐. 다른 사람을 궁금해해봐.
타로점을 봐주면서 대화한다.
나 하고 싶은 게 진짜 없어.
그래?
응. 퇴사? 퇴사 정도?
정말?
응……. 아니.
---pp.34~35
기대했다가 실망한 게 있는 거 아니야?
그래, 있었다. 기대했던 모험이 중지됐던 때가.
가은에게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궁금해한 사람은 완이다. 내개 수경을 소개해준 회사 후배. 나에게 수경을 남기고, 완은 떠났다. 나의 기대와 모험심을 가지고 가버린 완.
완과 나는 죽이 잘 맞았다. 돌이켜보면 뭐가 딱히 잘 맞았다기보다, 운이 잘 맞았다. 동시에 서로가 서로를 마음에 들어하는,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친구의 자리에 서로를 들이는 그 타이밍이 잘 맞았다.
---p.40
죽이 잘 맞았던 완과는 홈페이지를 만들어 1년 동안 업무일지를 썼다. 다시 교환일기를 쓰는 중학생처럼 신나는 모험을.
야 회사원도 모험할 수 있어! 멋졌다. 그렇게 말하는 완이 멋져 보였다.
---p.43
당시 너무나 신나고 재미있게 함께 공유했던 실험, 1년이 넘자 이유도 알려주지 않고 멀어진 완은 기대만큼 깊은 실망과 실망보다 깊은 절망을 주었다. 그 이후 띄엄띄엄 오다가 오지 않다가 완전히 홈페이지조차 없어졌고 휴가를 쓰다 결국 퇴사한 완. 수경을 통해 간간히 소식을 듣지만 겁이 나서 다시 연락을 하지 못 했다.
그러면서 혼자 덤덤해지는 연습을 한다. 기대도 실망도 하지 않고, 누군가를 알려고도, 나에 대해 알려주려고도 하지 않는 내가 되어 있었고 그래서 나는 권태에 빠져있다.
묻지 않기. 보채지 않기. 떠나고 싶어 하는 사람을 보내주기. 나대로 살기. 혹은 나대로 살고 싶은 것을 참기. 무덤덤해지기. 기대하지 않기. 실망하지 않기. 누군가를 알려고 하지 않기. 나에 대해 알려주려고 하지 않기.
---p.50
그러면서 대충 수경과는 덤덤하게 연락하고 만나게 되면서 친해졌다.
생각을 해보니 나는 개구리 같은 수경이 되고 싶었다.
내가 되고 싶은 건 개구리...
개구리처럼 되고 싶어. 몇 시간이고 같은 자세로 앉아 있을 수도 있지만 마음먹으면 단번에 예상할 수 없는 높이와 거리를 뛰어오르기도 하는. 그런 잠재력이 내 안에 있다고 믿고 싶어.
---p.58
읽다가 너무 공감이 가고 짧은 글이지만 강렬하게 와 닿은 구절이 너무 많았다.
나도 참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는데, 언제부터인가 계속 마음을 닫고 있는 내가 무한정 모험과 사람 발견과 사랑이 넘치던 그 때의 내가 그립다가도 무덤덤해진 시간이 있었는데...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을까?
새싹이 되고 싶었고, 꽃이 되고 싶었고, 열매도 되고 싶었는데 이젠 나무가 되고 싶다.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지만 굵지 않은 작은 나무, 바람에 흔들리는...
아... 작가님의 작품도 찾아 읽어야겠다.
행복한 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