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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과 (리커버)
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평점 :
<위저드 베이커리>를 읽고 놀랬다. 당시에는 그랬다. 빵을 좋아하고 마법사를 좋아하고 원체 환상적인 판타지를 좋아해서 제목만 보고 해리포터 같은 이야기를, 또는 말랑말랑 힐링 판타지를 꿈꾸며 책을 펼쳤는데... 당시 충격 받았다. 굉장히 흡입력있게 빠르게 보았지만, 잔혹사를 본 느낌이라... 사는 것도 팍팍해서 소설이나 영화는 말도 안 되게 예쁜 것만 좋아하던 나는 그 이후 구병모 작가의 작품이 수도 없이 쏟아져 나왔지만 보지 않았다. 이후 작품들의 평이 내가 좋아하는 방향이 아니어서 사실 피했다.
이제는 모든 작품을 다 읽는다. 얼마 전 <위저드 베이커리>를 다시 읽으며, 작가님의 작품을 이제는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먼저 만나게 된 책이 <파과>다. 얼마 전 영화 소개에서 보면서, 이 작품부터 보고 싶더라고...
우선 도서관에서는 큰 글자 도서만 있었다. 예전엔 큰 글자 도서가 왜 있는지 몰랐다. 이번에 처음으로 펼쳐보니 그 필요성을 알게 되었고... 아 나같은 사람을 위한 거였구나 알게 되었다. 책이 무거운 단점이 있지만 보기 진짜 편하던 걸... 이제 볼 수 있다면 큰 글자 도서로 봐야겠다.
와... 정말 매력적인 여주인공이다.
출판사 리뷰
이름은 조각(爪角). 한때 ‘손톱’으로 불리던 그녀는 40여 년간 청부 살인을 업으로 삼으며, 날카롭고 빈틈없는 깔끔한 마무리로 ‘방역 작업’을 처리해왔다. 하지만 몸도 기억도 예전 같지 않게 삐걱거리면서 이제는 퇴물 취급을 받는다. 한편 노화와 쇠잔의 과정을 겪으며, 지켜야 할 건 만들지 말자고 평생을 되뇌어온 조각의 마음속에 어느새 지키고 싶은 것들이 하나둘 생겨난다. 버려진 늙은 개를 데려다 키우는가 하면, 청부 살인 의뢰인의 눈에서 슬픔과 공허를 발견한다. 삶의 희로애락을 외면하고 살아온 조각의 눈에 타인의 고통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살아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연민으로 조각의 마음에 온기가 스며든다.
이 소설은 ‘냉장고 속 한 개의 과일’에서 비롯되었다. 구병모 작가는 “뭉크러져 죽이 되기 직전인 갈색의, 원래는 복숭아였을 것으로 추측되는 물건”, “달콤하고 상쾌하며 부드러운 시절을 잊은 그 갈색 덩어리”, “최고의 시절에 누군가의 입속을 가득 채웠어야 할, 그러지 못한, 지금은 시큼한 시취를 풍기는 덩어리”를 보고 이 소설을 구상하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파과’의 사전적 의미는 두 가지다. 부서진 과일, 흠집 난 과실이 그 첫 번째 의미이고, 다른 하나는 여자 나이 16세 이팔청춘, 즉 가장 빛나는 시절을 뜻한다. 우리 모두 깨지고 상하고 부서져 사라지는 ‘파과(破果)’임을 받아들일 때, 주어진 모든 상실도 기꺼이 살아내리라 의연하게 결심할 때 비로소 ‘파과(破瓜)’의 순간이 찾아온다. 이처럼 소설 《파과》는 짧은 시간 빛나다 사라질 살아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뜨거운 찬사다.
“사라진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이 농익은 과일이나 밤하늘에 쏘아올린 불꽃처럼 부서져 사라지기 때문에 유달리 빛나는 순간을 한 번쯤은 갖게 되는지도 모른다. 지금이야말로 주어진 모든 상실을 살아야 할 때.”
노인, 여성, 킬러.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세 가지를 조합한 주인공 조각은 65세 여성 킬러다. 한국 소설 가운데 이토록 파격적인 주인공이 또 있을까. 그동안 아가미를 가진 소년(《아가미》), 인간을 닮은 로봇(《한 스푼의 시간》) 등 환상적인 상상력을 통해 독특한 주인공들을 탄생시킨 구병모 작가는 한국 소설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60대 여성 킬러’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통해 새로운 여성 서사를 써내려가며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던져준다. 사회의 최약자로서 차별받아온 ‘노인’과 ‘여성’이라는 인물이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사회에 ‘킬러’라는 강렬한 이름으로 맞서 싸우는 것이다.
자신을 치료해준 강 박사에게 남다른 감정을 품게 된 조각, 그런 조각을 경멸하는 투우, 킬러들에게서 가족을 지키려는 강 박사. 마침내 투우가 강 박사의 딸을 납치하고, 조각이 투우에게 총을 겨누며 생애 마지막 작업을 실행키로 결심하면서 소설은 절정으로 향한다. 읽는 내내 한 편의 액션 영화를 보는 듯 박진감과 긴장감이 넘치는 이 소설의 말미에서 조각과 투우가 벌이는 총격전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표지가 너무 예쁘고 주인공이 정말 파격적이다. 늙은 ... 65세의 게다가 여자 킬러의 이야기라.
이 작품이 처음 나왔던게 10년도 더 전인데 당시 그런 파격적인 설정이 있었을까?
‘조각’이라 불리는 나이 많은 킬러... 40대만 되어도 노안은 물론, 안 아픈데가 없고, 기억력도 가물가물, 동작이 굼떠서 .. 나 왜 이러지...하며 사는 게 일상인데... 50대도 아니고 60대 중반의 여성 킬러? 둘러 본 리뷰에도 섹시하고 매력적인 주인공이라고 하도 얘기해서 내가 기대를 했음이 분명한데 읽다보니 그런 설명이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이 표현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섹시하다고 말하기보다 암튼 너무 멋있는 거 아니야?
물론, 폭력, 살인, 요런 범죄 행위에 대해서 미화하고 싶지는 않지만... 암튼 정말 독특한 캐릭터를 만났다.
캐릭터는 모두가 말하지만 읽어보니 문체나 흘러가는 구조가 정말 섹시하고 매력적인 이야기이다. 흔한 설정이 하나도 없거든. 풀어가는 방식이...
어디선가 주어 온 개의 이름은 ‘무용’, 류에 대한 기억, ‘투우’와의 관계성, 강 박사 네와의 접점, 마지막의 싸움 장면, 마지막 엔딩.... 모두 뭔가 전형적이지 않아서 좋았다.
매력적인 소설을 만나서 좋다.
왜 나는 그 많은 구병모 작가님 소설을 읽지 않았는지 후회스럽기도 하고 어찌보면 좋기도 하다.
기대되는 작품들이 너무 많으니까~~~ 앞으로 열심히 찾아 읽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