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한 속삭임 위픽
예소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읽고 있는 위픽 시리즈

핑크판 너무 예쁜 표지에 예소연 작가님 작품... 어떻게 안 읽을 수 있을까?

나는 사실 아직 예소연 작가님의 작품을 접하지 못 했다. 젊은 작가님이 이렇게 많은 상을 타는 데는 이유가 있을 거라 믿으며 펼쳐든 작품.... 한마디로 하자면 너무 재미있다. (상은 아무나 받나...)

 

속삭이는 모임’... 너무나 기발한 발상이다.

모임의 규칙이 재미있다. 비밀이 아닌 것들을 속삭여야하고 모든 것들은 속삭이면 뭔가 비밀스럽고 중요한 이야기가 되는 기적.

모아’, ‘시내’ 2로 시작된 모임에서 시끄러운 수자를 영입하고 시끄럽게 구는 훈련도 하게 되고 그러면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이후 시내의 집에 갔다 윗집 여자가 내려오고 모두가 정상이라고 하기엔 많이 이상하지만 서로 속삭이고 도움을 주고 받으면 연대해 가는 모습이 이상하게 따뜻하고 유쾌했다.

사랑과 유머, 결함과, 이해, 비밀이 한데 섞인 지저귐... 세상 이상한 속삭이는 모임에 들고 싶어지는 이런 기분이란...

 

유쾌한 읽기였다.

 

작가님의 작품을 찾아 봐야지.

 

<줄거리> 회사에 있는 아홉 시간보다 퇴근 후 지하철에서 보내는 한 시간을 더 끔찍해하던 모아는 어느 날 지하철에서 시끄럽게 구는 남성에게 거침없이 맞서는 시내를 보게 된다. 그리고 그 남성이 시끄럽다는 것에 동조했다는 이유로 시내모아에게 대뜸 모임에 들어올 자격을 부여한다. 홀린 듯 역 근처 벤치에 앉아 시내의 이야기를 듣던 모아는 그 모임이라는 것이 그러니까, 명칭은 속삭이는 모임이고 회원은 자신과 시내단둘뿐이며, 손을 세우고 입을 가린 다음 반드시 비밀이 아닌 것들을 속삭여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다음 날, 모임의 존속을 두고 회원 유치에 나선 모아시내는 명동역 4번 출구에서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는 50대 여성 수자를 영입하지만, 가만히 앉아 대화하는 건 도무지 생산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수자는 조건부 입회를 제안한다. 조건은 바로 속삭이는 일에 시끄럽게 구는 훈련도 번갈아 하자는 것.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모임 활동 속에 모아는 우리가 모이게 된 이유를 의심하게 되고, ‘시내의 집에 초대받은 어느 날 새벽 쾅쾅쾅 현관문 두드리는 소리를 들으며 확신을 얻게 된다. 엄청나게 시끄럽고 참을 수 없이 고요한 이 모임의 정체는 무엇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현왕후의 회빙환을 위하여 위픽
현찬양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위픽시리즈를 읽고 있는 요즘 표지가 너무 예뻐서 잡은 책.

웹소설 매니아 그 중에서도 유명한 로판은 사실 안 읽은 게 없는 로판 고인물인 내가 읽기에 이 작품은 귀여웠다. 단편이라는 짧은 길이도 그렇고 로판이라기엔 로맨스가 약하기도 하고 아쉬운 점이 있지만 나름의 재미가 있다. 그런 면에서 서점 내 평점은 너무 낮아서 안타깝다. 나름 재미있고 정성을 많이 들여서 쓴 작품인데 이렇게까지 낮은 별점이라니... 작가 님 속상하시겠다. (내가 별점 많이 드려야지.)

나는 어릴 때부터 텔레비전 매니아였다. 그냥 시중에 나온 드라마는 다 봤다고 생각하면 된다. 예전에는 진짜 사극이 인기 많았고 단골 소재가 장희빈 인현왕후 이야기였다. 나도 살아온 연식이 좀 있다 보니 다양한 버전을 만나 보았고 장희빈이 매력적이고 주인공인 경우도 많았지만 나는 항상 인현왕후를 더 좋아했다.

 

이 소설에서 만나는 인현왕후는 그래서 더 좋다.

회빙환... 사실 빙의한 것으로 여겨지는 민씨는 사씨남정기의 사씨로 자신을 생각한다. 옛날 이야기에 여러 판본이 있듯 다양한 판본 속 독립적이고 자립심 강한 민씨를 만들어 가는 이야기는 전형적인 면도 있지만 그래서 좋은 거지.

 

행복한 결말을 맞아댜 제대로 살 수 있는 민씨의 이야기를 찾아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메리골드 마음 식물원 (아틀리에 컬렉션) 메리골드 시리즈
윤정은 지음 / 북로망스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메리골드 시리즈는 제목도 이야기도 표지도 다 너무 예쁘다.

메리골드 마음세탁소는 정말 아름다운 힐링 환타지 같았고, 메리골드 마음사진관은 명상서 같이 좋은 말이지만 너무 같은 말이 반복되고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아 이 시리즈를 그만 읽고도 싶었지만 그래도 마무리는 지어야할 것 같아 읽게 된 메리골드 마음식물원.

한 마디로 말한다면 읽기를 잘 했다. 뭔가 완결된 것 같아. 그것도 아름답고 따뜻하게 마무리가 되는 것 같아서 행복했다.

 

1편의 지은의 서사는 너무나 슬프고 아리다. 자기도 몰랐던 능력으로 부모님을 잃게 된 뒤, 다시 부모님을 만나기 위해 백만번 다시 사는 그녀는 누군가를 사랑하기도 가까이 하기도 두려웠다. 그렇게 부초처럼 떠돌다 메리골드 마을에 정착하고 마음세탁소를 열며 다른 이들을 치유하고 자신 스스로도 힐링되어 간다. 2편에서는 마음사진관이라는 지은이 아닌 지은을 사랑하는 해인의 마음사진을 통해 치유와 힐링이 있었다. 그러면서 지은이 삶을 끝내고 사라졌는데... 이번 편에 지은은 드디어 능력을 완성시켜 마음의 꽃을 피우는 능력을 발현하고 바닷가의 버려진 창고를 개조해 마음식물원을 연다.

어느 날 메리골드의 한적한 해변가에 마음 식물원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마을에 갑자기 등장한 검은 쇼트커트의 여자 사장이 지치고 상처 입은 이들의 마음을 꽃과 나무로 피워내고, 담담하지만 가슴 깊이 스며드는 위로를 건네면서 손님들이 식물원으로 하나둘 찾아온다. 식물 하나하나를 통해 사람들의 내면을 돌보고 살뜰히 어루만지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과거 '마음 세탁소'에서 만났던 지은을 다시 마주하는 듯한 기분을 안겨준다.

 

배 속 아이를 유산한 뒤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과 상실감에 시험관 시술을 반복하는 윤지’, 실패가 두려워 이미 익숙해진 일상만을 고수하며 자신의 삶이 실패한 건 아닐까 불안해하는 상수’, 겉보기에는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사실은 일도 관계도 방향을 잃고 헤매는 우연’. 그리고 시리즈를 관통하며 유쾌한 입담으로 사랑받아 온, 모두의 엄마이자 할머니 같은 우리 분식 사장까지. 이번 메리골드 마음 식물원에서도 이웃 같은 등장인물들이 동전의 양면처럼 공존하는 삶의 행복과 불행을 깊고 섬세하게 성찰해 나간다.

 

식물원에 찾아오는 사람들은 우리 모두와 조금씩 겹쳐 있다. 과거의 실수를 용서하지 못하고 후회하며 자신을 믿지 못한다. 주인공 지은은 이런 이들의 마음을 꽃과 나무, 때로는 씨앗으로 피워내 따스하게 어루만지고 돌보아 준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사실은 지워버리고 싶던 상처가 지금의 나를 만들어 낸 시간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한 송이 꽃, 한 그루 나무가 비와 바람, 햇볕을 견디며 자라듯 우리 삶도 그러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아프고 덮어두고 싶었던 마음을 꺼내어 유리구슬에 담아내면 자기 마음이 꽃이 되기도 하고 나무가 되기도 하고 씨앗이 되기도 한다. 자기 자신을 마주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스스로 돌아보며 자신의 마음을 식물로 만들고 그것을 키워나가면서 자기를 돌보고 치유되는 순간들이 너무 아름다웠다.

 

마음의 꽃을 피운 사람들도 그렇고 그렇지 않은 이들도 그동안의 시리즈들에서 만난 좋은 사람들이 나오기도 하고 성장하기도 하는 모습을 보니 반갑고 좋았다.

 

아름다운 이야기와 아름다운 마무리 행복하고 좋은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녕이라 그랬어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시 김애란작가님. 작가 님은 왜 이렇게 글을 잘 쓰시지?

그런데 사실 좀 이야기들은 다 쓸쓸하고 씁쓸했다. 그러나 술술 읽힌다.

표제작이 제일 좋았다.

안녕이라 그랬어.”

음악소설집에서 먼저 만나 아는 작품이어서일까? 이번에 다시 읽었지만 또 울었다.

너무 쓸쓸하고 고독해서 나라도 울어줘야만 할 것 같아서.

너의 부재로부터 배우는 삶이라...

 

이 소설집에는 홈 파티, 숲속 작은 집, 좋은 이웃, 이물감, 레몬케이크, 안녕이라 그랬어, 빗방울처럼 등 7편의 작품이 실려있다. 신형철의 작품 해설도 너무나 퀄리티 높은 글이다. 마지막 작가의 말은 그냥 시같이 아름답다.

 

작품들이 술술 읽히는 와중에 기분이 개운하지는 않았는데 여기 작품 속 인물들은 뭔가 다들 상실과 소외감을 느끼며 주류에서 비껴 간 인물들이다. 다른 이들은 투자도 잘 하고 재테크도 잘 하고 뭔가 저만치 앞서 가는데 나만 뒤쳐졌다. 그렇게 계급, 경제력, 사회적 지위 등 타인과의 다름으로 인해 주눅 들어있고 뭔가 씁쓸한 기분을 가지고 있다. 아마 우리 마음에 있는 이야기들이 나오니 공감도 잘 되고 잘 알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은 자신만의 열등감, 못남.. 뭔가 남에게는 들키고 싶지 않은 진심 등이 나오기에 작가 님의 글이 공감이 가는 것 같다.

 

연말에 발표되는 여러 가지 순위 매기기에서 2025 작가 님이 뽑은 올해 최고의 소설로 이 작품이 당당히 뽑혔던데(물론 순위에 오른다고 다 최고가 아니고 오르지 못 한다고 안 좋다는 건 아니지만 암튼 많은 현직 작가 님이 뽑았다는 건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 소설가라고 하더라도 인간의 내면을 이렇게 자연스럽게 치사하지만 정직하게 글로 표현해낸다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좋은 이웃이란 무엇일까?

코로나를 겪고 말도 안 되게 집값이 상승하고 코인, 주식 등으로 대박을 터트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아니 나 빼고는 다 잘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젖어든 상실감과 상대적 박탈감, 뭔가 내가 잘 못 하고 있는 것 같고 나만 뒤쳐졌는데 남에게는 말하기도 뭐한 이런 상황을 겪으면서 주눅이 들기도 하고 그런 내 모습에 더욱 실망하고 타인과의 관계가 어려워지는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은... 사실 우리다 아는 거지. 그래서 공감이 가지만 나는 그래서 이 작품들이 너무 좋다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감추고픈 이야기들이 담겨 있기 때문일까? 못난 나의 모습이 보이기 때문일까....그렇지만 작가 님은 어쩜 이렇게 술술 읽히는 글을 쓰시는 걸까?

많이 부럽고 금방 읽혔던 독서였다.

 

출판사 리뷰

안녕이라 그랬어의 주인공이 공간이라면, 이야기를 따라가는 우리는 소설 속 인물들과 나란히 낯선 공간에 초대된 방문객이다. 인물들이 새로운 곳에 발을 디딤과 동시에 감각이 예민하게 확장되는 것처럼, 우리 또한 김애란의 소설과 함께 어느 때보다 오감이 활짝 열리며 그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 보이고 들리지 않았던 것이 들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홈 파티의 이연이 자신과 전혀 다른 삶의 궤적을 그려온 사회적 주류인 오대표의 집에 초대되어 조심스레 그녀의 집안으로 걸어들어갈 때, 집안 곳곳에 놓인 가구와 인테리어가 어떻게 서사적 윤기를 자아내는지 본능적으로 알아챌 때, 그리하여 자신과 오대표 사이에 그어진 미세한 금을 매 순간 의식할 때, 우리는 스스로를 둘러싼 주변의 정보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이연을 따라 오대표와 그녀의 지인들이 주고받는 눈빛과 표정, 대화의 뒷면에 과연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표면에 드러나지 않은 이면을 향해 깊숙이 고개를 내미는 김애란의 관찰력은 숲속 작은 집에서도 빛을 발한다. 숲속 작은 집는 지금 남편과 함께 해외로 여행을 와 있다. 한 달간의 여행을 실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계속해서 미뤄온 신혼여행을 이번에 다녀오자는 명분과 더불어 얼마 전 가 회사를 그만두었다는 사실 덕분이지만, “가장 큰 영향을 준 건 가격이었다”(51). 그렇게 떠나온 여행지에서 저렴한 현지 물가와 적은 숙박 비용에 만족하는 것도 잠시, ‘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불편을 느낀다. 매일 숙소를 관리해주는 여자가 자신과 비슷한 또래라는 것을 알고 난 후로 나는 이국에서 마주한 노골적인 계급 차에 좀 쩔쩔”(66)매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물가 낮고 물건 저렴한 건 좋지만, 그걸 만드는 노동력이 싸다는 사실만은 여전히 어색”(같은 쪽)하다는 사실 때문에. 그 여자에게 어떻게 팁을 줄 것인가와 그녀를 뭐라고 불러야 하는가는 바로 이러한 인식과 얽혀 있기에, 누군가에게는 쉽고 간단한 문제가 에게는 자신이 지금껏 살아온 삶의 방식이 총동원되는 거대한 문제가 된다.

상대와 자신이 계급적으로 구분되어 있다는 인식 속에서 인물이 느끼는 감정의 거센 울렁거림은 이어지는 단편 좋은 이웃에서 복잡한 양상으로 한번 더 드러난다. 독서지도사인 가 지금 당면한 문제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인 시우가 곧 이사를 앞두고 있다는 것. 또하나는 자신 역시 이사를 가야 한다는 것. 차이가 있다면 시우의 가족은 내 집을 마련해 넓은 평수로 이사를 간다는 것이고, ‘는 몇 년 사이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상황 속에서 새로운 집을 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는 그간 시우를 가르치며 자부심과 뿌듯함을 느껴왔지만, 막상 시우의 어머니로부터 이사한 뒤로도 계속 시우를 가르쳐줄 수 있느냐는 제안을 받자 쉽게 대답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소설의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며 우리에게 매섭게 다가오는 질문은 이런 것이다. ‘과연 좋은 이웃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김애란은 좋은 이웃이 되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현실의 조건들 속에서 우리가 서로에게 좋은 이웃이 될 수 있을 가능성을, 또는 불가능성을 탐색한다. “공동체, 이웃, 연대”(125) 등의 단어가 소설 속 인물의 입을 통해 정직하게 발설될 때, 우리는 당연하고 익숙한 그 가치가 최근 몇 년간 어떻게 부서져왔는지를, 그리고 무엇이 그것을 가속화해왔는지를 새삼 통렬히 실감하게 된다.

타인과 자신의 다름에 대해 날카롭게 인식하는 인물들은 다른 소설에도 등장한다. 이물감속 은행원인 기태는 후배들과 대화를 하다 참지 못하고 그들이 자신과 다르게 어떤 혜택을 받았는지 앞 세대로서 한마디 조언했다가 이내 후회하고, 레몬케이크의 기진은 병원 검사를 위해 서울에 온 엄마와 동행하는 짤막한 시간을 큰 숙제를 하는 기분이라고 여기면서도 홀로 집으로 돌아가는 엄마를 떠올리며 나의 오늘과 당신의 오늘이 다르다는 자명함”(214) 속에서 안타까움과 미안함, 짜증과 홀가분함, 연민과 죄책감”(209)을 동시에 느낀다.

나이를 조금 먹은 만큼, 환경이 변화한 만큼, 당면한 고민이 달라진 만큼 인물들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주 부대낌을 느끼고 채 소화되지 못한 무언가가 자신 안에 남아 있는 듯한 이물감에 답답해한다. 하지만 차이에 대한 그 감각이 부정적인 방향으로만 흐르는 것은 아니다. 김애란은 그 차이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순간에도 주목한다. 빗방울처럼의 지수는 모든 것을 잃고 끝장에 내몰린 듯한 상황에 처해 있다.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고 자신의 마지막을 깔끔하게 마무리하기 위해 도배사를 부른 지수는 도리어 그녀로부터 어떤 위안을 얻고 시작의 가능성이 아주 미세하게 생겨나는 것을 느낀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도배사인 그녀가 지수의 상황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 또는 섣불리 아는 척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모름을 통해 이해의 영역에 도달하는 일은 안녕이라 그랬어에서도 일어난다. 오래전 연인과 헤어지고 얼마 전에는 엄마를 떠나보낸 은미는 외국어 공부를 하다보면 아직 내게 어떤 가능성과 기회가 남은 것 같은 착각이 들어서”(226) 화상 영어를 배우고 있다. 물론 원어민 강사인 로버트는 은미의 이러한 사정을 모른다. 마찬가지로 은미 역시 로버트가 어떤 상실을 겪었는지 알지 못한다. 그런 두 사람이 용기를 내어 마치 스무고개를 하듯 서로의 상황을 조금씩 내보이고 거기서 힌트를 얻어 상대를 향해 걸어갈 때, 우리는 많은 말과 충분한 시간이 아니라 적은 단어와 제한된 시간이 서로의 중심을 어떻게 비추는지를 보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안녕이라 그랬어라는 제목이 품고 있는 것처럼, 오해에서 이해로 나아가는 일이기도 하다. 과거 은미는 연인과 함께 팝송을 감상하다 가사의 한 부분을 안녕이라고 잘못 알아듣는다. 연인은 맞는 가사를 알려주며 은미의 착각을 바로잡아주지만, 시간이 흘러 그날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사과한다. 그러니까 우리 삶에는 그렇게 틀린 방식으로 맞을 수밖에 없는”(253) 가능성이 있음을 간과했던 것에 대해.

그렇게 인물들은 과거의 착각과 오해를 껴안으며 자신의 한 시절을 닫을 수 있게 된다. 사전에 따르면 안녕“‘반갑다는 뜻과 잘 가라는 의미가 둘 다 담겨 있”(222), 즉 만남과 이별의 순간에 놓이는 말이지만, 김애란에 의해 안녕은 하나의 관계뿐만 아니라 한 시절을 잘 열고 닫기 위해 필요한 말이 된다. 그리고 그것은 누군가의 착각과 오해를 바로잡지 않고 그런 상대를 향해 가만히 고개를 끄덕여주는 말이자, 그를 통해 상대의 평안을 바라는 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렇게 말해볼 수 있겠다. 김애란의 깊고 성숙한 시대감각이 편편마다 빛나는 안녕이라 그랬어는 동시대에 의한, 그리고 동세대를 위한 책이라고 말이다.

 

다섯번째 소설집을 냅니다.

그사이 여러 계절을 나며 사람과 풍경이, 시절과 가치가 변하는 걸 보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소설 속 인물처럼 이별이라고는 전혀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인 양 깜짝 놀란 표정을 짓고, 먼 곳의 수신인을 향해 그들이 결코 들을 수 없는 사과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나는 상실이 무언지 모른 채 상실을 쓰고 부재가 무언지 모른 채 부재를 써왔다고 생각하면서요.

앞으로도 저는 여전히 삶이 무언지 모른 채 삶을, 죽음이 무언지 모른 채 죽음을 그릴 테지만, 때로는 그 모름의 렌즈로 봐야만 비로소 알게 되는 것들이 있음을 새로 배워나가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삶은 언제나 우리에게 뒤늦은 깨달음의 형태로 다가오니까요.

_‘작가의 말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홍학의 자리 (금기 에디션)
정해연 지음 / 엘릭시르 / 202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너무나 유명해서 읽었어.

그래도 나는 한마디로 말하면 불호다.

반전의 반전의 반전이라고 했는데...

진짜 반전이었다.

그러나 전혀 개운하지 않았고

여기는 나쁜 인간들이 많다.

쓸쓸하고 씁쓸하다.

... 안 본 눈 사고싶다.

 

반전이 압권이라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들었던 소설.

미스테리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아주 많이 읽은 편은 아니나 기회가 생겨(예약을 하고 받았으니.. 내가 만든 기회지...) 읽게 되었다. 확실한 건 몰입력은 장난 아니다.

처음 읽기 시작하고 당장 덮을까 싶었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이야기로 시작되더라고 (이런 말은 없었잖아. ... 아니다. 불호라는 사람도 봤었으니까.... 내가 알아서 짐작했어야지. 암튼 나는 한마디로 말하면 불호다.)

 

첫장부터 그랬다.

출판사 리뷰 홍학의 자리는 한 남자가 사체를 호수에 유기하는 장면으로 이야기의 문을 연다. “호수가 다현의 몸을 삼켰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해 그런데, 다현은 누가 죽였을까?”라는 문장으로 끝나는 프롤로그는 이것만으로 독자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정해연 작가의 장점은 누구나 궁금해할 만한 설정과 이야기 전개. 홍학의 자리는 그런 그의 장점이 최고조에 달한 작품이다.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총 21개의 챕터로 구성된 이 작품은 매 챕터마다 놀라운 전개를 보이며 다음 챕터를 읽지 않고서는 배기지 못할 만큼 탁월한 스토리텔링을 보여준다. 특히나 차근차근 쌓아 올려 절정의 순간 터지는 클라이맥스의 진상은 한국 미스터리에서 찾아보기 힘든 반전이 분명하다.

하지만 홍학의 자리는 단순히 반전 하나만을 바라보고 치닫는 반전 미스터리가 아니다. 그 반전이 빛나는 것은 짜임새 있는 플롯과 완성도 높은 캐릭터가 모여 이야기의 재미를 한껏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반전은 충격적일 만큼 놀랍지만 반전을 빼고서도 작품의 매력은 가시지 않는다. 스릴러 작가로서 정해연 작가를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는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으며, 곧바로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드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교사 김준후, 학생 채다현, 둘의 부적절한 관계 후 교실에서 다현이 시체로 발견되고 자신의 치부를 감추고자 사체를 삼은 호수에 유기하는 장면부터 시작되는 이야기

치졸한 인간 군상의 모습이 다채롭게 나오고 다현이가 너무 불쌍하기도 하고... 장난이 아닌 몰입감으로 불호로 시작했지만 놓지 못 하고 금방 읽을 수 있었다. 작가 님이 작가의 말에 쓰신 것처럼 재미있는 작품이다. 재미가 없으면 그만큼 몰입할 수 없지. 중간중간 반전의 연속들은 나름 예상이 가능한 범위였지만 그래도 흥미로웠다. 읽다 보니 생각보다 똑똑한 사람들이 머리를 쓰다가 더 엉망으로 나가는 것도 황당했고 이기적인 인간들의 안타까운 스토리가 넘쳐 났다. 알고 싶지 않은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가 줄줄이 나오는데 너무 황당하고 아리고 짜증이 났다고 할까? 여기는 왜 이리 좋은 사람들은 거의 안 보이고 욕심 많고 응큼한 인간들만 넘쳐나는 것일까?

그리고 마지막 반전은 충격적이었다. 다 읽고 보니 작가 님이 중간 중간 트릭들을 곳곳에 숨겨두었다. 다 읽고 나니... 그래서 그랬군... 이해가 된 장면들이 많았다. 작가 님의 글발, 구성력 인정!!

그러나 작품은 권하고 싶지는 않고 나름 여운이 오래 남아 기분이 개운치 않았던 독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