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
황석영 지음 / 창비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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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 님의 글을 오랜만에 만났다. 


20여년 전 ‘개밥바리기별’로 선생님의 북토크에 갔던 기억이 있다. 당시 선생님의 시원시원한 강의가 인상깊었다. 아름다운 성장소설을 쓰셨던 대작가로 기억하는데...그 때가 언제인가... 이번에 다시 황석영 님의 글을 만나게 되어 감동 그 자체이다. ‘철도원 삼대’도 좋았지만 그 뒤로 5년만에 나온 이 책은 정말 대작이다. 작가 님께 정말 감사드린다. 작가 님은 글 속에서 늙지 않으셨다.


시작은 흰 점박이 개똥지빠귀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다큐멘터리처럼 펼쳐지는 이야기 속에서 개똥지빠귀는 시베리아 아무르 강변에서부터 짝을 만나 새끼를 낳고 키우고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조선반도로 무리와 함께 이동해 사활을 걸고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다 팽나무 열매를 먹고 장렬한 죽음을 맞이하고 그 뱃속의 씨앗은 자라나 팽나무로 자라난다. 팽나무가 자라면서 만나는 갯개미취, 하루살이, 개똥지빠귀 무리들의 이야기가 다시 다큐멘터리처럼 펼쳐지다가... 세월이 흘러 조선 초기, 팽나무 밑 유랑민 가족 속에서 큰 아이라도 살리려던 어머니가 큰 스님에게 맡긴 아이는 승려‘몽각’이 되고 절과 다른 곳에서 수도하다 다시 찾아온 팽나무에게 ‘할매’라 칭한다. ‘몽각’의 이야기 속에는 마치 구운몽의 이야기같은 꿈같은 이야기도 나온다. 다큐멘터리같은 새와 자연의 이야기도 재미있었지만 확실히 사람들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다. 이후 나무 속 할매와 교감하는 무당 당골네 ‘고창댁’, 그 곳이 싫어 뛰쳐나간 아들 배춘삼, 그들의 이웃이자 도움을 주던 도사공 유분도, 배춘삼의 아들이면서 동학군으로 산화한 배경순 등 그 어떤 역사대하소설보다 방대한 이야기들이 생생하게 전개된다. 


600년의 세월을 살아간 팽나무 ‘할매’는 그 이후가 더 비극이다.  일제강점기 비행장 활주로가 옆에 생기며 자식같던 어린 팽나무(그래도 몇 백년 살았는데...)가 사격 표적으로 이용되다 베어지는 것을 보았고 해방 후 미군기지 확장과 새만금 간척사업 등으로 수백년 간 함께 했던 새와 조개, 생명들이 더 이상 머물 수 없는 현실을 목도하게 된다.

갯벌 지키려는 활동가 배동수, 순교자의 후손이자 평생을 민주화운동에 헌신한 유 방지거 신부는 파괴된 땅을 지키기 위해 연대하고 그들은 ‘할매’를 껴안으며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생생하고 사람들의 이야기가 사실적으로 펼쳐지는 가운데 미화가 없고 악인도 없다. 그리고 안타깝지만 기적처럼 아름다운 해피엔딩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들은 아름답다. 이 땅에 기억과 자연과 삶을 '할매'의 나이테 속에 차곡차곡 쌓여가는 이야기들을 보니 나무가 주인공일 수 밖에 없는 필연성과 작가님의 천재성을 다시금 느껴본다.


좋은 기회로 가제본으로 이 책을 먼저 만나 너무나 벅찬 감동을 느꼈다.

600여년 간의 이야기를 이렇게 환경친화적이면서 역사와 사회를 반영하고 아우르면서 이렇게 몰입감있게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는 작가 님이 또 계실까? 참으로 감사할 뿐이다. 작가 님은 아직 글 속에서 젊고 생생하게 살아있으신 것 같다. 이후의 작품이 더 기대된다!!

그리고 잘 산다는 것이 뭔지, 정말 잘 산다는 것이 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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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 식당
하라다 히카 지음, 김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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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하라다 히카 님 책은 보이는 대로 읽고 있다.

이분이 요즘의 내 취향과 딱 맞거든.

 

우선, 이분 책에는 음식 이야기가 제법 있다. 그래서 좋아하게 된 작가.... 뭔가 음식이 진심이다.

그런데 이 책 읽기 전 읽은 작가 님 책은 도서관이 나왔다. 안 읽을 수 없지.

한데 요 책은 제목이 헌책식당이다.

아니, 이렇게 내 취향을 모두 건드리다니... 내가 안 읽을 수 있나?

보이자 마자 책을 샀고... 사고 나서 좀 있다가 읽었다.(이것도 병이지.)

 

세계 최대의 헌책방 거리 도쿄 진보초에 자리한 작은 서점 다카시마 헌책방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

하루아침에 헌책방 주인이 된 산고 할머니, 낯선 환경에 적응을 도와주는 조카 손주 대학원생 미키키를 중심으로 위 출판사 사람, 주변 서점 주인분들, 옆 카페 사람들, 그리고 서점을 찾는 다양한 손님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굉장히 따뜻하고 소소하고 잔잔한 이야기다.

 

나는 첨 식당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배경이 헌책방이고 작가님의 장기를 살려 헌책방에서 일하는 산고 할머니와 미키키의 점심(근처 식당에서 먹거나 포장해오기), 그리고 책에 등장하는 음식들 이야기가 등장할 뿐이다, 다양한 사연으로 찾아온 손님들과 함께 나누는 음식이 제법 쏠쏠하게 나온다. 300년 전통을 자랑하는 초밥집의 게누키스시(조릿대 잎으로 감싼 초밥), 진보초 거리 최고의 비프 카레, 어린이책 전문 북카페에서 파는 따끈파삭한 카레빵, 튀긴 면에 소스를 부어 먹는 방식의 독특한 야키소바, 그리고 문호들이 사랑했던 시원한 맥주까지.... 자세한 설명을 보다 보면 나도 같이 따라 먹고 싶은 이 기분~~그리고 내가 읽었던 책, 거기에서 봤던 음식을 떠올리는 시간을 선사하는 실로 뭔가 맛있는 책이다.

 

이곳을 다녀간 사람은 다양한 의미로 더는 배고프지 않다.”

책 읽기의 맛, 따뜻한 한끼의 소중함을 아는 이들을 위한 이야기

 

다카시마 헌책방을 찾는 이들은 직업도 취향도 사고방식도 다르지만 다들 책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책방 일을 좋아하지만 논문에는 진척이 없는 국문과 대학원생, 빨리 경제적 안정을 이루고 싶어하는 출판사 마케터, 글 쓸 의욕을 잃은 소설가 지망생, 수많은 요리책을 봤지만 전혀 실력이 늘지 않는 주부, 실직 후 막막한 상황에서 자신에게 도움이 될 책을 찾고 있는 중년 남성까지.

 

아뇨, 그런 책을 찾는 게 아니에요. 배운다기보다 기분전환이 될 만한 거라도…… 있을까 싶었거든요.”

그런 책이라면 제가 도움을 드릴 수도 있겠네요.”

, 그렇지만 제가, 돈이 없어요.”

그 말을 하고서 그는 흠칫 놀라 숨을 삼켰다. 돈도 없으면서 책방에 왔다고 여길까봐 걱정한 것일 테다. 나는 그 소리는 못 들은 척했다.

괜찮아요, 원하는 만큼 보세요.”

그야 이 책방은 오빠의 것이고…… 책도 전부 오빠 것인걸, 하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원래는 나도 돈이라곤 한 푼도 없었다. (본문 158p)

 

그가 묻지도 않았는데 한 말에 따르면, 그는 대학 시절부터 틈틈이 소설 투고를 시작해 현재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소설을 계속 쓰고 있다고 한다. 첫 소설이 최종후보까지 올라갔기 때문에 곧 작가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또 주변 사람들도 그를 그런 식으로 대해서 왠지 그만두려야 그만둘 수도 없는 모양이다. 산고 할머니의 질문에 순순히 대답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조금 전까지 보였던 자의식 과잉의 작가 지망생 청년은 사라지고, 조금씩 자신감을 상실해가는 길 잃은 어린양으로 보이기도 한다.(본문 229p)

 

책방 주인이 되는 걸 두려워했던 산고 할머니는 책방을 찾아오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차분히 들어주고 그때마다 떠오르는 책들을 추천해주면서 자연스럽게 책방 일의 보람을 느낀다. 그리고 곁에서 할머니를 도우며 그 모습을 지켜보는 미키키는 사람들을 맞이하는 서점이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나름의 답을 찾기 시작한다. 이처럼 책으로 하나의 세계를 이룬 서점가와 그곳에 언제나 열려 있는 상냥한 헌책방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책과 음식, 이야기와 사람이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끈끈하고도 섬세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한다.

 

 

읽으면서 많이 행복했고 배고팠다.

책 읽다 보면 주인공이 먹는 거.. 나도 먹고 싶었던 기억들이 제법 많았는데 아~~~ 나도 다시금 떠올려서 기록 한번 해봐야겠다는 의지가 불끈 솟는다.

 

막연한 책방 주인을 꿈꾸다가 식당도 꿈꾸던 나에게 막연히 꿈 속에서 책식당을 꿈꿔 보게 해준 예쁜 책.

 

많이 행복하고 작가 님께는 항상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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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고 싶은 아이 - 2021 아르코 문학나눔 선정 죽이고 싶은 아이 (무선) 1
이꽃님 지음 / 우리학교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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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꽃님님은 청소년 소설계의 베스트셀러 작가님.... 청소년 소설을 좋아하는 편이라 덕분에 작가 님 작품을 몇 번 접했다. 다 재미가 있더라구. 근데 이 책은 사실 진작에 읽을 수 있었던 거에 비해서 빨리 읽고 싶지 않았고 제법 늦게 읽었다.

 

문제작이라더니... 여기에서는 누군가 죽고 시작한다.

학교 건물 뒤 공터에서 발견된 서은이.... 이 아이를 죽인 사람으로 지목된 이는 그녀의 둘도 없는 단짝 친구였던 주연이...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주연은 그날의 일이 기억나지 않나다고 한다.

 

전혀 다른 성향이었던 주연과 서은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들이 주변 인물들에 의해 전해지고 방송 프로그램도 제작되면서 점점 범인은 주연을 가리키고 심지어 주연조차도 자신이 범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읽어가면서 점점 너무 주연이 너무 불쌍하게 여겨진다.

여기서 가장 외롭고 불쌍한 아이는 주연이거든. 모든 것을 가지고 공주같은 아이지만 실상은 아무것도 가진 것도 없고 사랑도 없고 사람도 없고 싸가지도 없고 기억도 없고 다 없는 아이... 그래도 양심이 없는 건 아닌 듯 한데...

 

평소 청소년 소설은 읽고 나면 카타르시스가 있는데... 이 이야기는 그냥 씁쓸함만이 남는다.

 

과연 나는 2편을 읽을까?

 

 

출판사 리뷰

결말을 예측할 수 없는, 놀랍도록 흡인력 있는 이야기

 

소설의 중심인물인 주연과 서은은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둘도 없는 단짝 친구다. 두 사람이 크게 싸운 어느 날, 학교 건물 뒤 공터에서 서은이 시체로 발견되고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주연이 체포된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주연은 그날의 일이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다.

학교에서 죽어 간 열일곱 살 소녀

한 기자의 보도로 알려진 이 사건은 많은 이들의 공분을 사게 되고 방송국은 앞다투어 특집 프로그램까지 편성해 가며 주변 인물들을 인터뷰하고 선정적인 보도를 내보낸다. 시간이 흐를수록 주변 사람들의 증언은 점점 주연을 범인으로 가리킨다.

주연은 정말 서은을 죽였을까? 소설은 주연과 서은에 대해 증언하는 열일곱 명의 인터뷰와 용의자인 주연의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교차되는 독특한 방식으로 전개된다. 인터뷰이에 따라 주연과 서은이 어떤 아이였는지, 둘의 관계는 어땠는지가 시시각각 변모해 간다. 작가는 독자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는 듯하다가도 영리하게 비껴간다. 인터뷰가 거듭될수록 점점 주연이 어떤 아이인지 알 수 없다. 이처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독자를 혼란에 빠뜨리는 예측 불가능한 전개는 독자들에게 읽는 내내 심장이 쫄깃거리는 긴장감과 끝까지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하는 엄청난 몰입감을 선사한다.

 

팩트는 중요하지 않아. 사람들이 믿는 게 더 중요하지.”

진실이 멋대로 편집되고 소비되는 세상

 

이 소설은 심리 미스터리 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주위의 부러움과 시샘을 한몸에 받던 주연의 숨겨진 얼굴이 주변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속속 밝혀지는 장면을 보며 성급한 독자들은 결국 진실은 언제가 밝혀진다는 오래된 명제를 떠올리며 안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찬찬히 들여다보면 작가는 범인이 누군지 혹은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를 밝히는 데 그다지 관심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사건의 실마리를 추적해 가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다양한 인간들의 모습과 그 속에 담긴 각각의 욕망에 더 초점을 두고 있다. 이는 주연의 부모와 변호사의 모습을 통해 극명하게 드러난다.

주연의 부모는 주연을 자신들의 욕망을 투사하는 대상으로만 여길 뿐 정작 주연이 원하는 것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변호사 역시 자신의 커리어에만 온통 신경이 가 있을 뿐 주연이 비명처럼 외치는 호소에도 귀를 열지 않는다. 자신은 서은을 죽이지 않았다고 절규하는 주연에게 변호사는 사무적인 목소리로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이 믿으면 그게 사실이 되는 거야. 팩트는 중요한 게 아니라고.”

재판에서 한 번도 진 적이 없다는 변호사의 말에는 거부할 수 없는 위력이 담겨 있다. 그 말이 단지 소설 속 이야기만이 아님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 이제 더 이상 미디어는 진실이 아니며 여론은 정의가 아니다. 가짜뉴스, 유언비어, 악성 루머는 네트워크를 타고 순식간에 퍼져나가고 타인의 불행을 먹이 삼아 이어지는 댓글 테러, 신상털이, 마녀사냥은 그칠 줄을 모른다. 온갖 예단과 억측이 강물처럼 흘러 다니지만 누구도 그걸 막을 생각은 없어 보인다. 자기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저 기분 내키는 대로 농담처럼 즐기고 가볍게 소비할 뿐이다. 청소년들의 놀이터인 인터넷 공간은 마녀사냥을 하기에 최적의 장소이다. 어른들도 속절없이 끌려가는 깨진 거울과도 같은 세계에서, 청소년들은 더 쉽게 휘둘리고 더 쉽게 상처받는다.

죽이고 싶은 아이는 이런 적나라한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보이는 대로만 보고, 듣고 싶은 말만 듣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사람들로 가득한 세상이 얼마나 야만적인지를 독자들의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 보인다. 또한 조각난 진실의 파편이 멋대로 편집되고 소비되는 세상에서는 그 누구도 평온할 수 없음을 섬뜩하게 경고한다.

 

나한테 네가 필요한 것처럼, 너한테도 내가 필요해!”

잔인한 서사를 지탱하는 건 결국, 서로를 향한 마음

 

죽이고 싶은 아이는 비극적 사건을 통해 우리가 믿어 의심치 않았던 가치들이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보여준다. 빗나간 인과응보, 잘못된 모성애, 어긋난 가족 관계, 조각난 진실 속에서 독자들이 선명하게 알게 되는 것은 용의자인 주연이 몹시 외로운 아이였으며, 아이러니하게도 주연의 마음을 제일 잘 알고 이해해 준 사람은 서은 하나뿐이라는 점이다.

마음 둘 곳 없는 외로운 아이 주연은 유일하게 마음을 내어 준 서은이 자신을 등졌다고 느낀 순간 무섭게 폭주한다. 서은에 대한 애정이 과도한 집착으로 변한 것이다. 관계에 서툰 주연에게는 서은의 급작스러운 변모가 감당할 수 없는 두려움으로 다가갔으리라.

주연에 비할 수는 없지만 관계에 서툴기는 서은 역시 마찬가지였다. 비록 경제적인 어려움은 있었지만 정서적으로는 누구보다 건강하고 따듯한 환경에서 성장한 서은은 주연과 달리 이해심도 많고 사람을 보듬을 줄 아는 아이였다. 그러나 주연의 끝없는 투정과 안하무인까지 참아내기에는 서은 역시 불안한 십 대 소녀일 뿐이었다.

십 대 청소년에게 친구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예민한 과제이다. 속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친구가 한 사람만 있어도 불안은 누그러들고 어려움도 견딜 만해진다. 주연과 서은의 관계도 처음엔 그랬다. 하지만 관계 맺기에 서툰 아이들의 우정은 조그마한 균열에도 쉽사리 흔들리고 깨지기 마련이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이별을 겪는다. 특히 자기 정체성이 형성되어 가는 청소년기에 겪는 이별은 더 가슴 저미는 상실감으로 다가올 것이다. 주연의 폭주는 상실감을 충분히 애도하지 못한 이들에게서 나오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충분히 슬퍼할 시간을 가지며 상실을 애도한 사람만이 다시 길을 갈 수 있고 먼 길을 거쳐 이윽고 어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사회는 청소년들에게 그런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죽이고 싶은 아이는 강렬한 서사와 독특한 소설적 구조 속에 우리 사회의 근원적인 문제를 잘 녹여 내는 동시에 오늘의 청소년 문제가 비단 그들만의 문제가 아님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 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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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행복 - 가장 알맞은 시절에 건네는 스물네 번의 다정한 안부
김신지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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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좋은 책이다.

24절기를 나누고 정말 그 절기 계절에 맞는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다룬 이 책은, 너무 사랑스럽고 계절에 따라 절기에 따라 철철이 행복해지는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어 읽는 동안 너무 기분이 맑아지고 어서 나도 바지런히 행복해지기 위해서 바삐 움직여야할 것 같은 조바심을 주는 책이다.

 

절기라는 테마를 가지고 있기에 절기 별 이야기도 담고 있는데 단순히 행복해지는 방법에 대한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 절기에 대한 설명, 그 철에 맞는 자연 이야기, 농사 이야기, 옛 이야기나 옛 책에서 따온 이야기, 작가 님 경험 이야기들을 다양하게 풀어내서 한 꼭지 한 꼭지 읽을 때마다 줄긋고 싶고 따라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았다. 아니 제철이라는 게 있으니까 어느 한 부분 버릴 부분이 없다고 하는게 더 맞는 말이다.

 

작가 님의 기록하기로 했습니다를 읽고 자극 받아 ‘5년 다이어리를 대충 흉내라도 내고 있는 이로서 이번 책에도 따라하고 싶은게 철철이 있어서... 아니.. 작가님.. 동기부여 전문가 이신가요? 왜 이리 나를 움직이게 하시고 행동하게끔 하시는지.... 아무튼 행복의 세계를 세부적으로 심지 철철이 알려주셔서 너무 황송할 따름입니다.

 

친구들과 가족들과 독서모임을 이 책으로 하고 싶었던 책. 여기서... 어떤 부분을 가장 하고싶은지 묻고 싶었던 책. (근데 내 친구들과 울 가족은 책을 읽지 않으니 내가 여기서 좋았던 부분 몇 개는 하자고 권하고 싶다. 예를 들면 계절별 모임, 이벤트 같은 것들...)

 

암튼, 읽는 동안 너무 행복했고 옆에 끼고 있으면서 제철 행복을 찾아서 따라하고 싶게 만드는 소중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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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반할 민화 - 생활의 단면 유쾌한 미학, 오천 년 K-민화의 모든 것 알고 보면 반할 시리즈
윤열수 지음 / 태학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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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람회의 그림] 8월 도서

미술 관련 독서모임을 하게 된 인연으로 만난 책.

책판이 꽤 크고 시작하는 서두가 약간 민화의 정의로 시작하는 뭔가 교과서 내지는 학술서 같은 느낌이어서 처음 펼치기까지 아주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왠지 어려울 것 같아서 엄두가 안 나더라구.

근데, 정말 조금만... 그래 몇 페이지만 넘기기 시작하면 이 책 너무나 재미있다.

 

사실 민화에 대해서 나는 역사 교과서 등에 등장하는 뭔가 해학적이거나 뭔가 촌스러운 듯 화려하거나 엉뚱한 그림, 뭔가 살짝 한 수준 낮은 그림이라는 되도 않은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책에 정말 많이 등장하는(아니 이런 그림들을 어쩜 이렇게 수집 잘 해놓으셨는지 정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림들은 놀랍도록 아름답고 수준 높고 우아한 부분이 많았다. 설명을 읽어보면 할머니가 옛날 이야기 해주시는 것처럼 너무 흥미 진진해서 ... ‘어머, 그런 뜻이었어?’ 하며 놀란 부분도 많았고 더 알고 싶고 또 알고 싶은 호기심을 마구 자극해준다. 그런데다가 민화와 관련한 다양한 개념, 설명들이 너무나 다채롭게 펼쳐져 지적 욕구도 엄청 충족시켜주는데 학구적인데 그치지 않고 아주 재미가 있다!

 

현재 K문화 열풍과 <케이팝 데몬 헌터스> 덕분에 국립박물관에서 판매하는 까치 호랑이 배지’(사실 민화 속에서 가장 자주 만나는 호랑이.. 일본 중국 등 다른 나라에 비해서 우리나라는 호랑이를 아주 친숙하고 재미있게 표현을 잘 했다고 한다.)가 그렇게 인기가 많다는 이야기를 보면서 정말 우리나라의 문화 수준이 이렇게 높아지고 있다는게 너무나 신기하고 괜히 우쭐해진다.

 

민화 책을 읽어보니 정말 우리 문화의 많은 부분이 잘만 다룬다면 정말 세계 속에서 펼쳐질 일이 많을 것 같다. 그러려면 먼저 우리가 우리의 것을 많이 알 필요가 있겠지?

 

이 책을 보다 보니 어릴 때 우리 주변에 그렇게 많았고 심지어 촌스럽다 여기며 함부로 다뤘던 그 모든 것들이 참 소중했는데 그 가치를 몰랐던게 참 안타까웠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 동안 희한하게 서점의 굿즈들에서 민화 관려 굿즈 들을 많이 만났는데...(작년이었나 책가도 시리즈 매트나 독서대 다이어리 많지 않았나? 나는 갖고 있다구~! ) 지금이라도 소중한 우리의 것을 지켜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여기에 있는 많은 그림들 중에 나는 그렇게 초충도나 화훼도, 화조도, 석류도... 등 꽃이 나오는 그림이 그렇게 다들 좋더라구.

 

그리고 왜 민화 속에는 생활용품 그림이나 음식그림 등이 없는지 너무 아쉬워. 어디 따로 있나요?

 

암튼 독서토론 덕분에 만난 소중한 보물, 정말 알고 보니 반하고 만 민화이야기... 너무 행복했습니다.^^

 

 

목차

서문

 

1부 민화와의 첫 만남 - 민화란 무엇인가

 

1. 민화는 감상을 위한 것인가

2. 민화는 왜 민화인가: 민화를 이해하는 다섯 가지 키워드

1) 민화는 장식적 필요에 의해 그린 그림이다

2) 민화는 토속신앙과 세계관이 반영된 그림이다

3) 민화에는 주술적 신앙이 반영되어 있다

4) 민화는 집단적 감수성의 표현이다

5) 민화는 그림이다

3. 민화에는 어떤 그림이 있나: 민화의 종류 알아보기

4. 민화는 어떻게 그렸나: 구성부터 색채까지, 자유분방함 속에 관념을 담는 법

5. 민화를 이제 어떻게 볼 것인가: 미술사를 넘어 민화의 사회사를 읽다

 

2부 산수화부터 춘화도까지, 민화의 모든 것 - 민화의 이해와 감상

 

1. 산수화(山水畵):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 속으로 스러져간

1) 금강산도(金剛山圖) / 2) 관동팔경도(關東八景圖)

2. 장생도(長生圖): 오래 살기에 대한 염원

1) 십장생도(十長生圖) / 2) 노송도(老松圖) / 3) 괴석도(怪石圖)

3. 화훼도(花卉圖): , 마음을 끄는 아름다움의 정표

1) 모란도 / 2) 모란도 이외의 화훼도

4. 소과도(蔬果圖): 채소와 과일, 행복을 부르고 불행을 내친다

1) 석류도(石榴圖) / 2) 선도도(仙桃圖) / 3) 포도도(葡萄圖)

5. 화조도(花鳥圖): 꽃과 새, 어우러짐의 미학과 상징

1) () / 2) 봉황(鳳凰) / 3) 백로(白鷺) / 4) 기러기·원앙 / 5) / 6) ·부엉이·오리··참새 등

6. 축수도(畜獸圖): 우리 곁의 다정한 동물들과 교감하기

1) 호랑이 / 2) 까치 호랑이 / 3) 사슴 / 4) 토끼

7. 영수화(靈獸?): 상상의 수호신 동물

1) 기린(麒麟) / 2) 신구(神龜) / 3) 현무(玄武) / 4) 해태(??) / 5) 불가사리 / 6) 사불상(四不像) / 7) 운룡도(雲龍圖)

8. 어해도(魚蟹圖): 또 하나의 낙원, 물에 사는 생물들

1) 삼여도(三餘圖) / 2) 약리도(躍鯉圖어변성룡도(魚變成龍圖) / 3) 백어도(百魚圖) / 4) 하합도(鰕蛤圖) / 5) 궐어도(闕魚圖)

9. 초충도(草蟲圖): 풀과 벌레, 그 작고 조용한 세계

1) 백접도(百蝶圖) / 2) 편복도(??)

10. 옥우화(屋宇畵): 천년만년 살고 싶은 꿈의 집

1) 동궐도(東闕圖) / 2) 사당도(祠堂圖) / 3) 용궁도(?)

11. 기용화(器用畵): 책꽂이부터 꽃병까지, 병풍에 그린 그림들

1) 책가도(冊架圖) / 2) 호피장막도(虎皮帳幕圖) / 3) 화병도(花甁圖)

12. 인물화(人物畵): 풍경 속을 거니는 사람들

1) 백동자도(百童子圖) / 2) 신동도(神童圖) / 3) 초상화

13. 풍속화(風俗畵): 생활의 단면, 먹고살기의 유쾌한 미학

1) 경직도(耕織圖) / 2) 평생도(平生圖)

14. 도석화(道釋畵): 신선과 고승의 세계, 도교와 불교의 인물 초상

1) 신선도(神仙圖) / 2) 수성노인도(壽星老人圖) / 3) 팔선도(八仙圖하마선인도(?仙人圖) / 4) 요지연도(瑤池宴圖해상군선도(海上群仙圖)

15. 기록화(記錄畵): 전쟁부터 갖가지 행사 장면까지, 그림으로 남긴 기록

1) 능행도(陵行圖) / 2) 해진도(海陣圖거북선행렬도·팔사품도(八賜品圖) / 3) 동래부사순절도(東萊府使殉節圖)

16. 설화화(說話畵): ‘이야기읽기의 즐거움

1) 효자도(孝子圖) / 2) 춘향전도(春香傳圖구운몽도(九雲夢圖) / 3) 고사인물화(古事人物畵)

17. 도안화(圖案畵문자도(文字圖): 행운을 담은 문양들

18. 지도화(地圖畵): 지도와 어우러진 그림

19. 혼성도(混成圖): 다양한 그림의 결합, 용도도 기법도 자유롭게

20. 춘화도(?): 남녀 간의 성, 조화와 금기 사이에서

21. 세화(歲畵) 외 기타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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