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 식당
하라다 히카 지음, 김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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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하라다 히카 님 책은 보이는 대로 읽고 있다.

이분이 요즘의 내 취향과 딱 맞거든.

 

우선, 이분 책에는 음식 이야기가 제법 있다. 그래서 좋아하게 된 작가.... 뭔가 음식이 진심이다.

그런데 이 책 읽기 전 읽은 작가 님 책은 도서관이 나왔다. 안 읽을 수 없지.

한데 요 책은 제목이 헌책식당이다.

아니, 이렇게 내 취향을 모두 건드리다니... 내가 안 읽을 수 있나?

보이자 마자 책을 샀고... 사고 나서 좀 있다가 읽었다.(이것도 병이지.)

 

세계 최대의 헌책방 거리 도쿄 진보초에 자리한 작은 서점 다카시마 헌책방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

하루아침에 헌책방 주인이 된 산고 할머니, 낯선 환경에 적응을 도와주는 조카 손주 대학원생 미키키를 중심으로 위 출판사 사람, 주변 서점 주인분들, 옆 카페 사람들, 그리고 서점을 찾는 다양한 손님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굉장히 따뜻하고 소소하고 잔잔한 이야기다.

 

나는 첨 식당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배경이 헌책방이고 작가님의 장기를 살려 헌책방에서 일하는 산고 할머니와 미키키의 점심(근처 식당에서 먹거나 포장해오기), 그리고 책에 등장하는 음식들 이야기가 등장할 뿐이다, 다양한 사연으로 찾아온 손님들과 함께 나누는 음식이 제법 쏠쏠하게 나온다. 300년 전통을 자랑하는 초밥집의 게누키스시(조릿대 잎으로 감싼 초밥), 진보초 거리 최고의 비프 카레, 어린이책 전문 북카페에서 파는 따끈파삭한 카레빵, 튀긴 면에 소스를 부어 먹는 방식의 독특한 야키소바, 그리고 문호들이 사랑했던 시원한 맥주까지.... 자세한 설명을 보다 보면 나도 같이 따라 먹고 싶은 이 기분~~그리고 내가 읽었던 책, 거기에서 봤던 음식을 떠올리는 시간을 선사하는 실로 뭔가 맛있는 책이다.

 

이곳을 다녀간 사람은 다양한 의미로 더는 배고프지 않다.”

책 읽기의 맛, 따뜻한 한끼의 소중함을 아는 이들을 위한 이야기

 

다카시마 헌책방을 찾는 이들은 직업도 취향도 사고방식도 다르지만 다들 책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책방 일을 좋아하지만 논문에는 진척이 없는 국문과 대학원생, 빨리 경제적 안정을 이루고 싶어하는 출판사 마케터, 글 쓸 의욕을 잃은 소설가 지망생, 수많은 요리책을 봤지만 전혀 실력이 늘지 않는 주부, 실직 후 막막한 상황에서 자신에게 도움이 될 책을 찾고 있는 중년 남성까지.

 

아뇨, 그런 책을 찾는 게 아니에요. 배운다기보다 기분전환이 될 만한 거라도…… 있을까 싶었거든요.”

그런 책이라면 제가 도움을 드릴 수도 있겠네요.”

, 그렇지만 제가, 돈이 없어요.”

그 말을 하고서 그는 흠칫 놀라 숨을 삼켰다. 돈도 없으면서 책방에 왔다고 여길까봐 걱정한 것일 테다. 나는 그 소리는 못 들은 척했다.

괜찮아요, 원하는 만큼 보세요.”

그야 이 책방은 오빠의 것이고…… 책도 전부 오빠 것인걸, 하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원래는 나도 돈이라곤 한 푼도 없었다. (본문 158p)

 

그가 묻지도 않았는데 한 말에 따르면, 그는 대학 시절부터 틈틈이 소설 투고를 시작해 현재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소설을 계속 쓰고 있다고 한다. 첫 소설이 최종후보까지 올라갔기 때문에 곧 작가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또 주변 사람들도 그를 그런 식으로 대해서 왠지 그만두려야 그만둘 수도 없는 모양이다. 산고 할머니의 질문에 순순히 대답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조금 전까지 보였던 자의식 과잉의 작가 지망생 청년은 사라지고, 조금씩 자신감을 상실해가는 길 잃은 어린양으로 보이기도 한다.(본문 229p)

 

책방 주인이 되는 걸 두려워했던 산고 할머니는 책방을 찾아오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차분히 들어주고 그때마다 떠오르는 책들을 추천해주면서 자연스럽게 책방 일의 보람을 느낀다. 그리고 곁에서 할머니를 도우며 그 모습을 지켜보는 미키키는 사람들을 맞이하는 서점이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나름의 답을 찾기 시작한다. 이처럼 책으로 하나의 세계를 이룬 서점가와 그곳에 언제나 열려 있는 상냥한 헌책방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책과 음식, 이야기와 사람이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끈끈하고도 섬세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한다.

 

 

읽으면서 많이 행복했고 배고팠다.

책 읽다 보면 주인공이 먹는 거.. 나도 먹고 싶었던 기억들이 제법 많았는데 아~~~ 나도 다시금 떠올려서 기록 한번 해봐야겠다는 의지가 불끈 솟는다.

 

막연한 책방 주인을 꿈꾸다가 식당도 꿈꾸던 나에게 막연히 꿈 속에서 책식당을 꿈꿔 보게 해준 예쁜 책.

 

많이 행복하고 작가 님께는 항상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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