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2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김춘미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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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마쓰이에 마사시 김춘미 옮김

 

표지나 제목이 굉장히 품위가 있다고 할까? 나는 일본 소설 좋아한다.

아마도 장르물을 좋아해서인가보다.

이 책은 제목만 보고는 그런 장르물인줄 알았다.

두껍고 썩 재미있어 보이지 않아서 그냥 그냥...그렇게 뒀는데... 우연찮게 읽은 서평들에 이 작품의 좋은 평들이 많아서 흥미가 생겼다.

작가의 데뷔작이라는데.... 제목도 그렇고 시대배경도 그렇고 그냥... 젊은 작가의 치기어린 작품은 아니었다.

그리고 전혀 장르물도 아니었다.

오히려 고전적인 문학작품같았다.

 

이 책의 주인공 화자는 대학 졸업반으로 건축과 출신의 건축을 사랑하는 남자(사카니시 ). 80년대까지 끊임없이 성장하던 일본 사회에서 멋진 건축물들이 지어지고 화려한 건축가나 대기업도 많지만 그는 도편수같은 건축가 밑에서 제대로 일을 배우고 싶어하던 차, 자신이 존경하던 자연스럽고 세밀한 건축가 무라이 슌스케 설계사무소에 지원하고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신입사원으로 뽑히게 된다. 작은 무라이 설계사무소는 13명의 직원으로 이루어져 있고 평소에는 기타오야마 주택가에 있는 설계사무소에서 일하지만 여름에는 별장지인 아오쿠리에 있는 여름 별장으로 사무소 기능을 옮겼다. 3월에 입사한 나는 처음으로 별장에서 근무하면서 일도 배우고 자신이 만든 것으로 무언가를 채워가게 되었고, 여름 별장에서 직장 선배, 존경하는 선생님, 그리고 새로운 인연을 서서히 만들어간다.

시작부터 설명처럼 이어지는 이야기들이 전혀 클라이막스도 없지만 이상하게 지루하고 따분하지는 않았다.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는 신기한 건축이야기, 일본 건축, 미국 건축, .... 암튼 건축이야기가 상당히 많이 나오는데 물론 머리 속에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녹아들면서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여기 인물들은 무라이 건축가를 닮아서인지 사람들이 다 조용조용하면서 성실하고 솜씨가 있으면서 뭔가 겸손한 느낌이다. 무라이의 오랜 동료 사무장 이구치 씨, 믿을 수 있는 이십년 이상 건축가 가와라자키 씨와 고바야시 씨, 가사기, 사수 우치다, 친절한 유키코, 선생님 조카이면서 매력적인 피아니스트면서 유명한 과자점의 상속녀이고 매력녀 마리코... 암튼 이런 이들과 만나고 같이 생활하던 여름 별장의 생화은 참 평화스럽고 행복해 보인다.

그들은 처음으로 국립현대도서관설계 경합에 참여하게 된다. 물 흐르듯이 흘러가고 소박한 건축을 지향하던 무라이 설계사무소에 뭔가 의욕적인 긴장감이 흐르고 함께 참여하는 과정에서 각자 열정과 아이디어를 불태운다. 사카니시는 개인적으로 마리코와 연인으로 발전하며 뭔가 남다른 미래를 살짝 꿈꾸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저런 긴장감... 무라이 선생님의 연세가 많은 ... 이런 저런 점이 살짝 긴장감을 주다... 결국 그들의 이런 노력은 결국 완전히 실현되지 못 한 채 막을 내리고...

훗날 정말 30년이 지난 뒤 그 새내기 신입사원이던 그는 부인과 함께 여름 별장을 인수하며 다시 찾게 된다.

...

뭔가 쓸쓸하지만 성공한 느낌... 그러면서도 고풍스럽고 우아한 느낌이 드는 것이 이 책을 읽은 나의 소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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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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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프레드릭 베크만

 

나는 몇 년 전 읽었던 오베라는 남자를 그 해 최고의 작품으로 꼽았다.

그 작가의 두 번째 책은 망설이지 않고 바로 샀다.

뭔가 비슷한 걸 기대를 해서일까... 초반에는 뭔가 엉뚱한 할머니와 괴짜스런 아이가 나오는게 또 읽히지 않았다.

정말 책 사고 거의 1년이 다 되어서야 이 책을 읽었다.

 

처음에는 왜 이렇게 넘어가지 않는지... 나는 정말 오베에서도 그랬지만 뭔가 괴팍한 성격의 사람들이 싫다. 까칠한 것도 싫고, 나이가 들수록 친절하고 부드러운 사람이 좋다.

경찰 가서까지 이상하게 구는 할머니는 싫었다. 되바라진 아이도 싫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황당한 깰락말락 나라 이야기하며....

모르겠는 이름의 이야기...그냥 그랬다. 왜 이리 집중이 안 되는지...

심지어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너무나 황당하게...

 

그렇게 억지로 읽다가 이 책의 인물들을 다시 보게 되었다.

우리 엘사... 너무나 조숙하고 똑똑하지만 되바라져서 왕따에다 괴롭힘 당하는 친구라곤 할머니 밖에 없는 아이...

그 아이의 남은 삶을 위해서 친구를 만들어주려던 편지 전달하기 미션과 보물찾기 미션을 시킨 할머니의 배려...이 책을 보면서 우리나라만 그런줄 알았는데 사람들은 왜 이렇게 독특하고 남과 다른 것을 싫어하는지... 그런게 무서운가보다.

 

할미전은 동화같은 깰락말락 이야기가 나온다. 용이 나오고 전사가 나오고 악당이 나오면서 공주 소군주 형제 등이 나오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모든 이야기가 그냥 허투루 등장한게 아니라 결국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반영한데다 사자왕 모험이야기랑 해리 포터 이야기등이 짬뽕으로 나오는 것이 너무나 신기하였다.

이 작가의 이야기들은 그냥 그냥 읽으면 읽을수록 진가를 보이는 그런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오베도 처음에 그랬고 이것도 그렇고 그냥 볼수록 재미가 있었다. 그런데다가 이 책도 읽어가고 나서 보니까 참 따뜻하고 착한 사람들의 이야기, 주변에 대한 배려, 사랑이 녹아 있어서 짠했다.

특히 결말이 아름다워 좋았다.

 

바로 브릿마리 이야기를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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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의 미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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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의 미소

 

최은영

 

처음 만나는 작가

 

표지가 너무 이뻐서 선택한 그 책.... 읽는데 조금 놀랬다.

젊은 작가인데 너무나 글을 잘 쓴다.

잘난척도 난척도 아니고 멋도 없는데 공감이 완전 되면서 굉장히 사색적인데 우울하거나 건방지지 않아서 읽기도 편하고 공감이 잘 되었다.

 

최근 이런 단편소설집을 제법 봤는데 어떤 것보다 최고다.

 

젊은 작가의 필력이 너무나 부럽다. 그리고 앞으로의 그의 작품이 기대된다.

너무나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던 기억이다.

 

1984년생...

몇 년 전까지는 젊은 작가 축에 내 또래가 있어 우연히 글 읽다 만나면 반갑더니만, 이제는 동생들이 등장하고 연륜이 보이듯이 깊이있게 삶의 이야기들이 녹아 있어서 기특하면서도 나는 지금까지 뭘했나...싶기도 했다.

 

나는 단편집 중에서... 그러니까 쇼코의 미소가 좋았다.

학창시절의 이야기를 좋아해서도 있지만, 주인공의 이야기들이 너무나 공감되었다.

아버지가 없으면서 할아버지와 같이 사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쇼코와 소유의 우정, 일본에서 교환학생으로 소유의 집에 온 쇼코는 일주일 동안 머물다 갔지만 이후 소유와 그리고 할아버지와 펜팔을 통해서 소통을 이어간다. 소유 고등학교 졸업까지만...

새로운 세상에 멋지게 나아갈줄 알았던 쇼코는(어디라도 갈 수 있다며 세계지도를 선물하던 아이, 고향을 벗어나서 다시는 고향에 가고싶지 않다던 아이) 어쩐일인지 자기 사는 지방의 작은 물리치료학과에 가면서 그렇게 벗어나고 싶었던 고향을 벗어나지 않았다.

반면 소유는 서울에 있는 대학도 가고, 교환학생이 되어 유학도 가고 그러던 대학 4학년 시절 우연히 쇼코의 이야기를 접하고 그녀의 집에 찾아간다. 그러나 그곳에는 너무나 낯선 모습의 쇼쿄만이 남았다. 한곳에 머무르지 않을 것만 같았던 그녀가 할아버지를 원마하며 자기 안의 세계에 갖혀 답답해 보이던 시절... 그 모습을 마지막으로 소유는 자신의 삶에서 쇼코를 지운다.

한국에서 대학 졸업 후 영화 아카데미를 가고 주변 친구들이 직장생활을 시작할 때 남과 다른 삶을 꿈꾸며 영화감독을 꿈꾸며 살기 시작한다. 너무나 일찍 직업을 정하고 태어난 소읍을 벗어나지 못한 쇼코나 주변 사람들을 비웃으며... 그러나 삶은 녹록치 않았다. 어렵게 영화 아카데미를 마치고 단편영화 독립영화제에 작품을 냈지만 혹평을 받았고 시나리오를 쓰고 작은 영화들에 스태프로 참여했지만 늘 돈에 쫓겼고, 돈 문제에 예민해지면서 직장을 다니는 다른 친구들도 영화를 하는 재능 많은 친구들에게도 열등감을 느껴야했다.

 

이 대목이 나는 좋았다.

그래서 꿈은 죄였다. 아니, 그건 꿈도 아니었다.

영화 일이 꿈이었다면, 그래서 내가 꿈을 좋았다면 나는 적어도 어느 부분에서 보람을 느끼고 행복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단지 감독이 되겠다는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마음에도 없는 글을 쓰고 영화를 만들었다. 나 자신도 설득할 수 없는 영화에 타인의 마음이 움직이기를 바라는 건 착각이었다.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이미 죽어버린 지 오래였다. 나는 그저 영화판에서 비중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시나리오를 썼지만, 이야기는 내 안에서부터 흐르지 않았고 그래서 작위적이었다. 쓰고 싶은 글이 있어서 쓰는 것이 아니라 써야하기에 억지로 썼다.

. 그것은 허영심, 공명심, 인정욕구, 복수심 같은 더러운 마음을 뒤집어쓴 얼룩덜룩한 허울에 불과했다. 꼬인 혀로 영화 없이는 살 수 없어, 영화는 정말 절실해, 같은 말들을 하는 사람들 속에서 나는 제대로 풀리지 않는 욕망의 비린내를 맡았다. 내 욕망이 그들보다 더 컸으면 컸지 결코 더 작지 않았지만 나는 마치 이 일이 절실하지 않은 것처럼 연기했다.

순결한 꿈은 오로지 이 일을 즐기며 할 수 있는 재능 있는 이들의 것이었다. 그리고 영광도 그들의 것이 되어야 마땅했다. 영화는, 예술은 범인의 노력이 아니라 타고난 자들의 노력 속에서만 그 진짜 얼굴을 드러냈다. 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눈물을 흘렸다. 그 사실을 인정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재능이 없는 이들이 꿈이라는 허울을 잡기 시작하는 순간, 그 허울은 천천히 삶을 좀먹어간다.‘(p.33~34)

 

그렇게 힘들게 서른즈음을 맞이할 때 할아버지가 초라한 원룸 방에 찾아오시고 쇼코가 다시 편지를 보내기 시작했다며 찾아오시고 정말 큰 사람이 되어주어 고맙다며 말씀하시고 비를 맞고 가신다. 그 이후 고향 엄마에게 전화가 오고 할아버지의 병을 알게 되었고, 소유는 고향집으로 내려가 할아버지, 엄마와 남은 시간을 함께 하고 할아버지의 임종을 지킨다. 그 이후 다시 받게 된 쇼코의 소식.... 알고 보니 쇼코와 할아버지는 오랜시간 편지를 주고 받았고 200통 정도의 할아버지 편지를 보관하고 있던 쇼코는 소유를 만나서 그걸 통역해준다. 그리고 어린시절 서늘했던 미소를 띄우며 쇼코는 떠난다.

나는 이 이야기가 다른 어떤 글보다 좋았다. 이상하게 공감... 이해가 갔다고 할까?

이 단편집에는 이거 외에도 씬짜오, 씬짜오’(독일에서 만난 베트남 난민 가족과의 우정, 그리고 이별...슬펐다.), ‘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그 언니의 삶의 이야기가 너무 슬퍼서... ), 한지와 영주프랑스의 작은 수도원 봉사활동에서 만난 이십대 후반의 영주와 케냐에서 온 한지의 만남, 교감...사랑일까?...이야기...그들은 왜 그런 관계가 되었는지 끝까지 모르겠다.), 먼 곳에서 온 노래(너무 결말이 예측되어서 ...그냥 그랬다), 미카엘라, 비밀(세월호의 상처가 이 글에도 남았다....)

 

자기 고백적인 많은 글.. .유난히 조부모 세대와 교감이 많은 이야기들, 사색적인 이야기가 많았지만 다시 보고 싶은 글... 암튼 다음에도 그녀의 책을 찾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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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냥한 폭력의 시대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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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냥한 폭력의 시대

 

정이현

 

정말 달콤한 나의 도시로 기억하는 도시적인 그녀의 글이 어쩜 이리 냉소적이 되었을까? 작가도 글의 주인공들도 나이가 들었기 때문일까?

 

그냥 이야기들이 참으로 잘 읽혔지만 마음이 서늘해지고 쓸쓸해지던 글이었다.

 

미스조와 거북이와 나’....아버지의 여자였지만 새엄마로 인정받지 못 했던 그녀와 다시 만났더니 좋은 친구가 되고 그녀의 마지막에 유산으로 남긴 거북이까지... .. 신선했지만 ...

아무것도 아닌 것’....평범한 듯 살고 있던 그녀의 고등학생 딸이 나 몰래 임신에 출산까지 하고 심지어 미숙아로 태어난 손주의 죽음을 쓸쓸히 지켜보며 살아가는...

우리 안의 천사처음 보는 혈육이라는 형이 부유한 아버지의 죽음을 같이 진행하자며 찾아오고 그것을 실행하는 모습..

영영, 여름외국에서 어린시절 맘에 맞는 친구를 만나지만 짧은 만남 뒤 남`북한이라는 사정으로 영영 연락이 끊기게 되고...

밤의 대관람차한 때 연인이었던 나이 많던 정치인의 죽음을 뒤늦게 알게 되었지만 25년 동안 잊고 작은 지방도시에서 교사로 근무하던 여인이 우연히 연인과 추억이 있는 요코하마로 자매학교 방문 지도교사로 다녀오며 새로은 인연(?)을 이어가는 이야기

쓰레기 집.... ...전세값이 오르자 내집을 마련하기로 하고 찾은 시가보다 엄청 싼집...사정 상 이사당일까지 집 구경도 못 했는데... 알고보니 쓰레기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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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나폴리 4부작 2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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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릴라는 가장 행복하지 않게 결혼을 하게 되었고 레누는 열심히 다시 공부를 하게 된다. 여러 가지 우수한 면이 점점 사라지면서 뭔가 뒤처지는 기분으로 살아가던 레누는 릴라로부터 그녀의 이야기를 써놓은 공책을 받아들고 새로운 생각을 하기도 하고 그녀에게서 벗어나고자 노력도 한다.

릴라는 고통의 결혼 생활을 하지만 부를 누리면서 주변에 아낌없이 부를 나눠주고 멋지게 꾸미며 화려하지만 의미없는 삶을 살아가고 레누는 가끔 릴라네 집의 좋은 환경에서 공부해가면서 다시금 우정도 나누고 공부도 하면서 살고 있다.

어느 순간 공부나 지식에 대한 열망 등에는 릴라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레누는 뭔가 자신만의 다른 새로운 모습에 자신감도 가지고 보다 주변과는 다른 삶을 살고 싶은 욕구가 커진다. 그러면서 안토니오와도 헤어지고, 갈리아니 선생님과 그 주변 등 뭔가 상류층의 생활에 가까이 가고 싶어한다. 선생님 댁에서 벌어진 파티에서 레누의 첫사랑 니노와 다시 마주 치지만, 갈리아니 선생님 딸과 사귀고 있는 그를 보면서 뭔가 아무리 노력해도 닿지 않는 자신의 모습을 오히려 깨우친다.

우연히 여름 휴가를 릴라는 임신을 위해서, 그리고 피누차는 출산 준비를 위해서, 그리고 레누는 사적인 욕심으로 함께 하게 되는데 그녀들이 찾은 곳은 과거 도나토 사라토레 가가 휴가를 보내는 이스키아 섬 근처로 가게 된다. 거기서 세 명의 여인들은 니노와 그의 친구 브루노를 함께 만나면서 매일 같이 수영하고 대화하면서 엄청 친해지게 된다.

특히, 잘난척 하면서 자기 자신의 지식을 뽐내기 좋아하던 니노와 그에 부흥하고 싶은 레누가 끝없이 이야기하면 릴라는 열심히 듣고 얘기 나누기를 좋아하게 되고... 어느 순간, 니노와 릴라는 두려움없이 사랑을 하게 되고, 레누는 오래도록 짝사랑했던 니노에게 고백도 못 하고, 좋아했다는 표도 내지 못 한 채, 릴라와 니노의 사랑의 매개체, 그들의 짝대기가 살짝 되기도 한다.

보다가 너무 황당했다. 나는 책을 볼 때 처음 머리말부터 보는 습관이 있는데 읽다가 뭔가 이상해서 뒷표지를 읽었다....‘선과 악이 뒤섞인 행복은 내가 아닌 릴라를 찾아갔다.’....위험으로 가득한 이 세상에서 위험을 감수하지 않은 이들은 삶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평생을 구석에 처박혀 이생을 낭비하게 된다. 불현 듯 왜 내가 아닌 릴라가 니노를 차지하게 됐는지 이유를 깨달았다. 릴라에게 사랑은 상대방이 자기를 원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쟁취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릴라는 니노를 가질 자격이 있던던 것이다. 나는 어두운 내리막길을 끝까지 걸어갔다.

 

재미있게 보다가 이야기가 불륜, 막장으로 전개되어 너무 속상했다.

레누에게 화가 났다. 왜 그녀는 그렇게 솔직하지 못 할까? 그리고 왜 그녀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 하는 걸까? 이렇게 잘 나고 이렇게 멋진데...

반면 릴라에게도 너무나 화가 났다. 어쩜 그렇게 솔직하고 그렇게 많은 것을 다 잘 하고 매력이 있으면서 자기 하고 싶은 것은 다 하고 지 맘대로만 사는지.... 솔직하면 다른 사람의 감정은? 주변상황은? 모든 것은 다 접을 수 있는 것일까?

니노는 철부지 어린애였다. 과연 그는 정말 나쁜 놈이 자기 아버지 도나토 사라토레와 뭐가 그렇게 다른가? 결국 책임지지 못 하면서 마음만 흔들고 가버렸다.

 

암튼 그런 격정같은 사랑은 결국 불륜, 상처로 남으며 릴라의 삶을 바꾸게 되었고, 그나마 화려했고 편했던 삶을 떨쳐내고 릴라 혼자 새로운 삶을 살게 만든다. 그와의 사랑으로 남은 아이만 남긴채 결국 결혼 생활을 접고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게 되는 릴라.... 과연 그녀는 자유를 찾은 것일까? 그렇지만 생활은 현실.... 그냥 그런 공장에서 노동자로 살아가는 그녀의 삶이 아팠다.

 

반면, 레누는 고등학교 졸업 후, 처음으로 나폴리를 벗어나 피사라는 곳에서 대학생활을 시작하게 되고, 완전히 멋진 여성으로 거듭난다.

물론, 어려운 점도 있고 시련도 있지만 새로운 남자친구를 만나고 결국,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까지 내게 되면서 소설가...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팬들과의 만남에서 잊고 있던 니노를 다시 만나면서 결국 이 이야기는 끝난다.

정말 궁금증 유발하는 결말의 표본을 보여주는 작가의 능력을 존경하면서도 얄밉다.

 

이 이야기는 소설이지만, 여성의 권리에 대해서, 변두리 사회의 시대 변화와 새론 사상의 공존, 빈부격차, 변화해가는 사회의 흐름.... 이 모든 것들이 너무나 잘 녹아있고 정말 우리나라 60년대~80년대 시대극을 보는 듯한 재미와 함께 여성들의 삶에 대해서 돌아보는 페미니즘적 요소까지 너무나 잘 녹아있는 모습에서 나는 참... 최근 작 중 가장 재미있는 것을 본 것 같다.

 

봄에...나는 병원에 있었다.

 

본의 아니게 다쳐서 강제 휴식에, 강제 다이어트까지...

너무나 바빠야할 시기에 아프면서 참 속상했지만 그래도 행복했고 감사했다.

 

사실 책이라도 많이 보고 싶었지만, 눈이 아픈관계로 책도 많이 읽지는 못 했고, 왜 그랬는지 쇼핑병이 도져서 어마무지하게 많은 것을 사들였는데 그러면서 책도 많이 사들였다. 그러나 생각보다 많이 읽지는 못 했고 그나마 읽은 책들을 심지어 서평을 쓰지 않아서 속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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