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코의 미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쇼코의 미소

 

최은영

 

처음 만나는 작가

 

표지가 너무 이뻐서 선택한 그 책.... 읽는데 조금 놀랬다.

젊은 작가인데 너무나 글을 잘 쓴다.

잘난척도 난척도 아니고 멋도 없는데 공감이 완전 되면서 굉장히 사색적인데 우울하거나 건방지지 않아서 읽기도 편하고 공감이 잘 되었다.

 

최근 이런 단편소설집을 제법 봤는데 어떤 것보다 최고다.

 

젊은 작가의 필력이 너무나 부럽다. 그리고 앞으로의 그의 작품이 기대된다.

너무나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던 기억이다.

 

1984년생...

몇 년 전까지는 젊은 작가 축에 내 또래가 있어 우연히 글 읽다 만나면 반갑더니만, 이제는 동생들이 등장하고 연륜이 보이듯이 깊이있게 삶의 이야기들이 녹아 있어서 기특하면서도 나는 지금까지 뭘했나...싶기도 했다.

 

나는 단편집 중에서... 그러니까 쇼코의 미소가 좋았다.

학창시절의 이야기를 좋아해서도 있지만, 주인공의 이야기들이 너무나 공감되었다.

아버지가 없으면서 할아버지와 같이 사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쇼코와 소유의 우정, 일본에서 교환학생으로 소유의 집에 온 쇼코는 일주일 동안 머물다 갔지만 이후 소유와 그리고 할아버지와 펜팔을 통해서 소통을 이어간다. 소유 고등학교 졸업까지만...

새로운 세상에 멋지게 나아갈줄 알았던 쇼코는(어디라도 갈 수 있다며 세계지도를 선물하던 아이, 고향을 벗어나서 다시는 고향에 가고싶지 않다던 아이) 어쩐일인지 자기 사는 지방의 작은 물리치료학과에 가면서 그렇게 벗어나고 싶었던 고향을 벗어나지 않았다.

반면 소유는 서울에 있는 대학도 가고, 교환학생이 되어 유학도 가고 그러던 대학 4학년 시절 우연히 쇼코의 이야기를 접하고 그녀의 집에 찾아간다. 그러나 그곳에는 너무나 낯선 모습의 쇼쿄만이 남았다. 한곳에 머무르지 않을 것만 같았던 그녀가 할아버지를 원마하며 자기 안의 세계에 갖혀 답답해 보이던 시절... 그 모습을 마지막으로 소유는 자신의 삶에서 쇼코를 지운다.

한국에서 대학 졸업 후 영화 아카데미를 가고 주변 친구들이 직장생활을 시작할 때 남과 다른 삶을 꿈꾸며 영화감독을 꿈꾸며 살기 시작한다. 너무나 일찍 직업을 정하고 태어난 소읍을 벗어나지 못한 쇼코나 주변 사람들을 비웃으며... 그러나 삶은 녹록치 않았다. 어렵게 영화 아카데미를 마치고 단편영화 독립영화제에 작품을 냈지만 혹평을 받았고 시나리오를 쓰고 작은 영화들에 스태프로 참여했지만 늘 돈에 쫓겼고, 돈 문제에 예민해지면서 직장을 다니는 다른 친구들도 영화를 하는 재능 많은 친구들에게도 열등감을 느껴야했다.

 

이 대목이 나는 좋았다.

그래서 꿈은 죄였다. 아니, 그건 꿈도 아니었다.

영화 일이 꿈이었다면, 그래서 내가 꿈을 좋았다면 나는 적어도 어느 부분에서 보람을 느끼고 행복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단지 감독이 되겠다는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마음에도 없는 글을 쓰고 영화를 만들었다. 나 자신도 설득할 수 없는 영화에 타인의 마음이 움직이기를 바라는 건 착각이었다.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이미 죽어버린 지 오래였다. 나는 그저 영화판에서 비중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시나리오를 썼지만, 이야기는 내 안에서부터 흐르지 않았고 그래서 작위적이었다. 쓰고 싶은 글이 있어서 쓰는 것이 아니라 써야하기에 억지로 썼다.

. 그것은 허영심, 공명심, 인정욕구, 복수심 같은 더러운 마음을 뒤집어쓴 얼룩덜룩한 허울에 불과했다. 꼬인 혀로 영화 없이는 살 수 없어, 영화는 정말 절실해, 같은 말들을 하는 사람들 속에서 나는 제대로 풀리지 않는 욕망의 비린내를 맡았다. 내 욕망이 그들보다 더 컸으면 컸지 결코 더 작지 않았지만 나는 마치 이 일이 절실하지 않은 것처럼 연기했다.

순결한 꿈은 오로지 이 일을 즐기며 할 수 있는 재능 있는 이들의 것이었다. 그리고 영광도 그들의 것이 되어야 마땅했다. 영화는, 예술은 범인의 노력이 아니라 타고난 자들의 노력 속에서만 그 진짜 얼굴을 드러냈다. 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눈물을 흘렸다. 그 사실을 인정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재능이 없는 이들이 꿈이라는 허울을 잡기 시작하는 순간, 그 허울은 천천히 삶을 좀먹어간다.‘(p.33~34)

 

그렇게 힘들게 서른즈음을 맞이할 때 할아버지가 초라한 원룸 방에 찾아오시고 쇼코가 다시 편지를 보내기 시작했다며 찾아오시고 정말 큰 사람이 되어주어 고맙다며 말씀하시고 비를 맞고 가신다. 그 이후 고향 엄마에게 전화가 오고 할아버지의 병을 알게 되었고, 소유는 고향집으로 내려가 할아버지, 엄마와 남은 시간을 함께 하고 할아버지의 임종을 지킨다. 그 이후 다시 받게 된 쇼코의 소식.... 알고 보니 쇼코와 할아버지는 오랜시간 편지를 주고 받았고 200통 정도의 할아버지 편지를 보관하고 있던 쇼코는 소유를 만나서 그걸 통역해준다. 그리고 어린시절 서늘했던 미소를 띄우며 쇼코는 떠난다.

나는 이 이야기가 다른 어떤 글보다 좋았다. 이상하게 공감... 이해가 갔다고 할까?

이 단편집에는 이거 외에도 씬짜오, 씬짜오’(독일에서 만난 베트남 난민 가족과의 우정, 그리고 이별...슬펐다.), ‘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그 언니의 삶의 이야기가 너무 슬퍼서... ), 한지와 영주프랑스의 작은 수도원 봉사활동에서 만난 이십대 후반의 영주와 케냐에서 온 한지의 만남, 교감...사랑일까?...이야기...그들은 왜 그런 관계가 되었는지 끝까지 모르겠다.), 먼 곳에서 온 노래(너무 결말이 예측되어서 ...그냥 그랬다), 미카엘라, 비밀(세월호의 상처가 이 글에도 남았다....)

 

자기 고백적인 많은 글.. .유난히 조부모 세대와 교감이 많은 이야기들, 사색적인 이야기가 많았지만 다시 보고 싶은 글... 암튼 다음에도 그녀의 책을 찾아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