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이치조 미사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모모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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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이치조 미사키 지음 / 권영주 옮김

 

몇 년 전부터 아주 히트를 치던 작품.

일찌감치 나도 사두었던 책인데...

너무 유행하는 감도 있고... 또 너무 남따라 읽는 것도 싫어서..(나는 베스트셀러를 좀 늦게 읽는 편이다.) 그리고... 너무 운다는 이야기가 많아서... 가뜩이나 머리 아픈 삶 속에서 눈물을 더 보태고 싶지 않아서 미뤄두다가....시험기간 로맨스를 시작했더니 짧고 금방 읽히고 달달한 느낌이 좋아.. 금요일 밤에 이책을 뒤늦게 읽기 시작했다.

금요일이라 다행이었다.

다 읽고 보니 새벽 230...

 

오랜만에 정말 눈물 콧물 다 흘리며.. 그야말로 펑펑 울었다.

얼마만에 이렇게 눈이 퉁퉁 부울만큼 우는거야.

 

이 책 뭔가... 작가 님이 아직 젊고 심지어 이게 거의 두 번째 작품이라는데... 글이 너무 좋은데... 문체도 좋고, 이야기 전개도 좋고.... 엄청 괜찮은 작품인 것 같다.

 

아침에 어느 날, 내 죽음에 네가 들어왔다를 읽었는데.... 그 책도 재미있었는데... 뭔가 트렌드하지만 글 자체의 아름다움은 느끼지 못 했었는데.... 이 책은 같은 번역서라 해도 좋은 글의 느낌이 마구마구 느껴졌다.

 

이 책의 등장 인물들은 다 너무 이상적이다.

예쁘고 착하고 똑똑하고 인성이 좋다.

 

가미야 도루... 몰락한 귀족 느낌으로 뭔가 우아함과 품위가 있으며 홍차를 즐기는, 청결감보다 위생감... 요리도 청소도 살림도 못하는게 뭐지? 문예지와 책읽기를 즐기면서 의리가 있고 ... 쉽지 않게 살지만 당당하며 열등감이 없으며.. 따뜻하고 다정한... 정말 이상적인 남자 주인공이다. 어디 이런 사람이 있을까?

 

히노 마오리...선행성 기억상실증에 걸린 소녀... 고등학교 2학년 봄 사고로 선행성 기억상실증에 걸려 버렸다. 4월까지의 기억이 모두 생생한데... 아침에 일어나면 그 전날 일이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언제 고칠 수 있을지 알 수 없으나 이용당할까봐 겁이 나 학교 샘들과 가족, 친구 와타야에게만 알리고 철저하게 기록하고 정리하고 미리 일어나 수첩,일기 등을 읽고 그 날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와타야 이즈미...히노의 둘도 없는 친구, 의리와 매력, 능력도 있는... 참 멋진 친구다.

 

암튼, 도루는 우연히 친구의 곤란함을 도와주다 잘 모르는 여자애 히노에게 거짓으로 고백하게 된다. 생각지도 못 했는데... 히노는 고백을 받아주고 사귀기로 한다. 3가지 조건을 내걸고... 방과 후에만 만날 것, 메시지는 짧게, 정말로 좋아하지 말 것!....그렇게 시작된 가짜 연애... 둘다 매력이 넘치는 사람들이라.... 히노를 향한 마음이 점점 커져가 더는 숨길 수 없음을 깨달았을 때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나는 병이 있어. 선행성 기억상실증이라고 하는데, 밤에 자고 일어나면 잊어버려. 그날 있었던 일을 전부.”

 

날마다 기억을 잃는 그 애와 매일 새로운 사랑을 쌓아가는 날들....

 

둘의 알콩달이 너무 예뻐서... 거기다 와타야도 함께 할 때도 너무 예뻐서...

 

선행성 기억상실증 ... 따위는 별일 아니게 여겨졌다.

 

여기에는 도루네 가족사도 나오는데... 평생 소설가를 꿈꾸던 철없는 아버지, 심장병으로 갑자기 돌아가신 어머니를 대신해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살림을 도맡아하던 누나, 누나의 꿈을 위해 누나를 보내주며 모든 것을 짊어진 도루... 그리고... 누나의 성공... 암튼... 뭔가 다 따뜻하고 아름답다.

그 와중에도 잔잔하게 눈물이 많이 났다. 예뻐서... 다들 너무 예쁘고 착해서...

그러나 후반부 믿고 싶지 않은 반전으로 정말 눈물 콧물에.. 오랜만에 꺼이꺼이 울었다.

 

말도 안 돼... 난 이렇게 훌륭한 사람을 본 적이 없는데.... ....?

 

눈물을 쏟게 만들려고 작정하고 만든 이야기처럼... 모든 것이 완벽하고 훌륭해서... 가슴 아팠던... 암튼...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너무 잘 봤다.

 

이렇게 나이가 많은데도... 아직도 사랑이야기에 설레고 가슴 아프고 응원과 염려, 격려 등 많은 카타르시스를 주어 좋았던 작품...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덕분에 다른 책도 마구마구 읽고 싶게 만들어주었다.

당분간... 독서 모드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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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내 죽음에 네가 들어왔다
세이카 료겐 지음, 김윤경 옮김 / 모모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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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내 죽음에 네가 들어왔다

 

세이카 료겐 지음

김윤경 옮김

 

이런 달다구리 소설을 좋아한다. 뭔가 로맨스 소설...

 

오랜만에 알라딘 헌책방에서 건진 비교적 신간.... 표지나 제목이 맘에 들어 열심히 읽게 되었다.

 

주인공 아이바 준.... 친부모를 간절히 기다리던 보육원에서 자란 다섯 살 아이는 양부모님께 입양되었지만 양부모님과 너무 친해지면 친부모에 대한 배반일까봐... 서먹하게...지내고... 착한 아이로 지내면 부모님이 오시겠지... 기다렸지만 그러지 않은 현실을 알고 어쩌면 첨엔 선택이었는지 몰라도 나중에는 결국 돌아가 방법을 찾지 못 하고 사람을 어떻게 사귀어야 할지도 모른채, 친구에게도 가족에게도...모두에게 고립된 삶을 살며... 이렇게 살 바에는 그냥 죽어버릴까 고민하던 고등학교 3학년 1225일 사신에게 수명을 넘겨주며 3년 간의 삶과 시간을 돌릴 수 있는 우로보로스 은시계를 받게 된다. 24시간을 돌릴 수 있는 시계를 통해..... 우선 돈을 모은다.(로또는 똑같지 않지만... 주식으로...) 혼자 독립하고 자유롭게 이것저것 재미있게 살던 것도 몇 개월... 더 빨리 죽을 걸 그랬나 후회하던 그 때...자신이 외로울 때 자신이 죽고자 했던 다리에서 자살한 어느 여중생의 기사를 접하게 된다. 그 때부터 아이바는 자료 조사를 통해 그녀의 자살을 방해하기 위해 남은 모든 삶을 바치게 된다.

 

어떤 소녀의 자살을 방해하고 있다.

그 소녀는 자살하고 싶어 한다.

그 소녀는 언제나 혼자다.

그 소녀는 어딘가 나와 닮아 있다.

분명 나처럼 살아 있는 것 자체가 고통일 것이다.

방해하지 않는 게 그녀를 위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녀가 자살을 포기할 때까지 계속 방해할 것이다.

자살을 방해하는 건 별로 어렵지 않다.

자살 현장에 먼저 가 있다가 소녀가 오면

데리고 놀러 가기만 하면 된다.

(시작 글.)

 

첫 장면이 소녀의 자살을 방해하는 .... 열두번째 자살시도부터 나오기 때문에... 이거 뭔가 했다. 수명을 내놓으면서 아주 전지전능한 능력을 받았나... 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소녀가 언제 죽을지 알지 못 하기에 3시간 한번씩 검색을 하고 잠도 못 자고 계속 신경쓰는 아이바를 보니 안쓰러웠다.

 

소녀는 이치노세 쓰키미... 중학교 3학년생 예쁘고 눈에 띄는 아이로... 아이바는 저 아이는 왜... 계속 자살을 할까?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나... 가족과의 불화가 있나.... 자살을 방해할 때마다 좋은 소리는 못 듣고 틱틱 대기만 하고... 자세한 이야기는 잘 모르지만.... 내가 괜한 일을 하고 있나... 생각이 들면서도 눈을 뜨면계속 소녀의 자살을 필사적으로 방해하는 아이바...

 

, 아이바 준이 죽고 싶어하는 소녀 이치노세의 자살을 방해하면서 놀러 다니고 그러면서 서로 성장하고 상처를 치유하고 서로에게 구원이 되는 이야기.

 

외롭고 상처뿐인 두 사람의 서로를 치유해가며 서로가 서로의 세상이 되어 소통해 가는 이야기가 ... 짠하기도 하고 그래도 성인과 여중생의 로맨스...라고 해버리기엔 너무나 통속적으로 보여서.. 살짝 불편하기도 한....

작가의 말을 보니 여기에는 작가 님의 실제 삶의 모습도 있는 것 같다.

 

오랜만에 사랑이야기를 본 거 같다. 좀 귀엽다.

그래도 중간 중간 외롭고 고립된 이들의 이야기가 마음 아프다.

갈수록 우리 사회에는 이런 이들이 많은데... 모두에게 이런 판타지는 일어나지 않을 텐데... 정답은 무엇인지 모르겠다.

 

이만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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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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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작년부터 올해까지 정말 독서를 거의 하지 못 했다. 하지 않은게 아니다. 나름 개인 사정이 있어 정말 읽지 못 하고 미루고 있다. 그 와중에 가장 많은 추천(내 주변 사람들은 책을 읽지 않는다. 나는 인터넷 서점 사이트를 왔다갔다 하며 추천 도서를 찾는 편이다.)이 있었고 나도 가장 호기심이 많이 갔고 가장 많이 읽고 싶었던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빨치산의 딸이라니... 그것도 실화라니..

나는 정지아 님을 이 책으로 처음 알았다.

 

작년 대히트를 쳤던 나의 해방일지의 제목에 편승했나... (그 드라마는 아껴놓고 다음에 몰아볼거야.)... 수상한 눈으로 보았지만... 이건 정말 빨치산 아버지의 해방일지가 맞았기 때문에.... 수상한 눈초리를 보낸 내가 반성한다.

 

정말 잠깐 시간이 되어서 펼친 책은... 순식간에 넘어갔고 글이 너무 좋았다.

아버지가 죽었다.... 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빨치산으로 활동하셨던 아버지의 장례식과 관련된 이야기이다. 빨치산 아버지와 남부군으로 활약하셨던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고아리... 작중 화자다. 딸을 대장부의 몸으로 낳아놓으시고 당당하게 너는 하의 상의 인물이라고 말씀하셨던 아버지... 얼핏 시작했을 때 비꼬인 논조가 처음엔 화자가 아버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인줄 알았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우리 역사의 아픔이 사회주의 빨갱이로 배척했던 삶이었고 상처와 여러 가지 제약이 함께 있었던 삶이었음에도....아버지는 너무나 훌륭한 삶을 사신 분이었다는 걸 작가 님의 글에서 알 수 있었고 아버지에 대한 존경과 사랑이 절절이 느껴졌다. 젊은 시절 잠깐 매혹되었던 신념을 지도자도, 시절도 역사의 흐름도 다 버렸지만.. 끝까지 ..... 사회주의, 유물론, 민중.... 힘든 사람들 도와주기 주변 사람들 일 알아주지 않아도 목숨 걸고 도와주고, 자발적 호구로서.. 살아온 삶....감옥에 드나들고 경제적으로나 여러 가지 제약 등으로 상처가 많았을 화자는 첨 보는 남모르는 이를 재우다 벼룩이 옮고 없는 살림에 남에게는 다 퍼주다 보니 살림살이가 펴질줄 모르고 어머니의 몸이 더더욱 아프게 만들어 아버지를 비꼬는 것 같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아버지의 일화를 하나하나 펼치면서... 자랑스러워한다는 것을, 그 아버지를 너무나 사랑하고 그리워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구례 시골 작은 장례식장에 모여든 사람들과 그들의 사연이 예사롭지 않았다. 끝도 없이 여러번 다녀가는 친구들, 사촌들, 지인들 중 달려와서 내 일처럼 도와주고... 옛 동료들, 자식처럼 함께 했던 이들... 전복죽이 나오는 장례식장... 계속 너무 감동적이었다.

 

읽는 동안 울컥 울컥 눈물이 나는 순간이 많았다.

돌아가신 나의 아버지도 생각나고...

우리 현대사의 상처도 돌아보고.... 뭔가 억울해서...

또는 마음이 따뜻해서....

사램이 오죽하면 글겄냐...아버지의 십팔번..

항꾼에...참 따땃한 말이다.

 

우리가 싸워야 할 곳은 산이 아니라고. 사람들이 불빛 아래 옹기종기 모여 밥 먹고 공부하고 사랑하고 싸우기도 하는 저 세상이라고....

 

암튼 시작부터 끝까지.. [작가의 말]까지... 모두 좋았다. 안 좋았던 부분이 없었다.

 

작가 님의 다른 글도 찾아봐야지.

 

나는 정치적인 사람이 아니다. 사실 정치 얘기하는 거 너무 싫다. 많이 떠들어 대는 사람들이 제대로 행동하는 것을 보지 못 했고 입만 갖고 떠들어 대면서 엉망으로 사는게 많이 불편하다. 차라리 말이나 말지... 이 작품을 읽으면서... 참 우리 현대사가 너무 아프고 속상했다. 그놈의 이념이 뭔지... 참 쉽지 않다. 정치를 안 하고 살 수 없지만... 진정 모두를 아우르는 사회는 오지 않는 걸까...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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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에세이&
백수린 지음 / 창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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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백수린 지음

 

이 책은 백수린 님의 에세이다.

몇 년 전(그리 오래된 기억은 아니다) ‘다정한 매일매일이라는 아주 예쁜 백수린 님의 에세이를 읽었다. 젊은 작가이신데.... 감성이 옛날 느낌도 있고 무엇보다 문체가 너무 고와서 백수린 님의 글은 소중하게 읽게 된다.

요즘 소설을 거의 못 읽고 있는 상황이라 신간 소설이 뭐가 있는지도 모르고 트렌드도 모르지만... 제목도 예쁘고 백수린 님의 예쁜 책이라 사 들고 읽게 되었다.

 

글이 참 좋다.

 

뭔가 작가 님의 에세이는 착하고 순하다.

 

나는 서울 지리도 모르고 살면서 단 한번도 혼자 살아본 적도 없어서인지 작가 님의 용기가 정말 대단하다 싶기도 하고... 걱정도 되고 그렇다.

작가 님은 우연히(M이모가 살던...) 서울의 아주 외딴 산동네에 주택을 사서 이사를 가게 되고 거기서의 일상들이 적혀있다. 마을버스도 다니지 않는 좁은 골목 언덕위의 집....

 

부산도 산과 오르막, 산동네라면 남부럽지 않은 곳이기도 하고 나도 불편한 건 남못지 않은 동네에서 오래 살았던 어린시절이 있어서인지....작은 언덕 위의 조용한 집에 대한 로망 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 혼자 사는 삶은 언젠가 내가 더 나이가 들면 닥칠 일일 것이기에... 지금은 그런 꿈도 꾸지 않는다.

 

그래도 작가 님의 글들이 좋았다.

 

수녀를 그만 두고 돌아온 이웃 언니 이야기도 좋았고 반려견 봉봉이의 이야기도 좋았다. 반려견과의 마지막 이야기가 참 많은 비중을 차지했는데...

아주 따뜻하고 아련하지만.... 마냥 슬프지만은 않았다.

오래도록 행복한 느낌....을 알 것 같아서..

 

잘 산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많이 가지고 많이 누리고 살고 있는데도... 항상 부족하고 아쉽고 속상하기만한 삶이라.... 나도 더 소박하고 내려놓고 ... 살고 싶다.

기쁨은 선명하고도 투박한 감정이다. 누군가에게 기쁜 일이 생겼을 대 우리는 그 사람이 느끼는 기쁨의 고유한 결과 무늬를 정확히 알지 못해도 함께 기뻐해 줄 수 있다. 다른 이가 겪고 있는 그 기쁨을 미루어 상대의 마음을 짐작해도 되고, 그가 실제로 느끼는 기쁨과 내가 짐작하는 기쁨 사이에 간극이 있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기쁨 앞에서 우리는 쉽게 관대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슬픔의 경우엔 그렇지 않다. 상대의 슬픔에 공감하는 일에 번번이 실패하는 이유는 기쁨과 달리 슬픔은 개별적이고 섬세한 감정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저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슬픔을 겪어낼 수밖에 없는데, 그건 슬픔에 잠긴 사람의 마음이란 살짝 스치기만 해도 쉽게 긁히는 얇은 동판을 닮아서다. 슬픔 앞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겪고 있는 감정과 타인의 감정이 끝내 포개지지 않는다는 사실에 더없이 예민해지고, 슬픔이 단 한 사람씩만 통과할 수 있는 좁고 긴 터널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슬픔에서 빠져나온 이후엔 그 사실을 잊은 채 자신이 겪은 슬픔의 경험을 참조하여 타인의 슬픔을 재단하고, 슬픔 간의 경중을 따지며,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이유와 크기로 슬픔에 빠져 있는 사람에게 이제 그만할 때가 되었다고 쉽게 말한다. p.131

 

좋은 글귀가 군데군데 참 많았다.

나중에 조금씩 옮겨 적어야지.

 

작가 님의 다른 책도 다시 찾아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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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쿠다 사진관
허태연 지음 / 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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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쿠다 사진관

 

예쁜책이다.

나는 이런 스타일의 책을 너무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뭔가 아기자기하고 다양한 에피소드가 전개되는 착한 사람들의 이야기...

 

코로나가 지나가며... 책방, 북스 키친, 편의점.... 등의 이런 스타일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사진관이다.

그것도 제주도라니...

 

시작은 뭔가 꿀꿀하고 미래도 돈도 없는 제비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사는게 힘들어 모든 것을 접고 제주도에서 한달 꿈같이 살다가 서울로 돌아가려했던 제비는 이제 갈 곳도 없다. (가족은 없고 있던 원룸은 정리했고 잠깐 얹혀 살기로 했던 친구도 남자친구가 생겼단다.) 돌아갈 시점에 휴대폰도 망가지고 ... 숙식제공 일자리를 찾던 와중에 벼랑 끝 사진관을 만난다. ‘하쿠다 사진관’... 제주도 방언으로 하겠습니다라는 뜻의 하쿠다는... ‘무엇이든 멋지게 촬영하는 사진관이라는 뜻이란다.

펜션을 변형한 카페같은 그곳은 뭔가 어설프지만 제법 유능한 사진사 석영이 운영하는 곳이다. 급하게 공항 가는 길을 물으러 왔다 제비의 전공인 아이 사진 찍는데 기여를 하고 3개월 단기 알바로 사진관에 머무르게 된다. 그러면서 대왕물꾸럭 마을의 다소 괴팍한 목포 할망네 민박집에서 묵게 된다.

그리고 다양한 손님들의 사진을 신청받아 찍는 과정의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나오고 제비도 석영도 손님들도 그리고 대왕물꾸럭 마을의 사람들...(빵집 유나네도 석영의 사랑 양희와 아들 효재... 많은 삼촌들...)도 각자의 사연을 펼쳐내면서 뭔가 성장해가고 발전해가는 이야기들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여기에 완벽하지 않은 사람들이 나와서 더 좋았다.

초반의 여고 동창생 아줌마 라이더들의 모임이이야기가 시선을 꽉 잡으면서 아주 이야기 초반의 긴장감이랄까 흥미를 확 끌어모은 것 같다. 뒤의 힙한 웨딩사진이나 제비의 전 남친과 얽힌 이야기는 ... 이야기 진행을 위해 필요한 것이었겠지.

 

이야기 속의 많은 인물들은 상처들이 많다. 특히... 주인공 격인 제비의 이야기는... 이 이야기가 아기자기 재미있다고 말하기 미안할만큼 무겁다.... 뒤에 나오는 혜용이 에피소드라던지.... 사진작가 이야기라던지... 축제 등... 흥미있지만 아주 작위적인 이야기가 많다. 이 작품이 판타지가 아닌데... 그런 점에서는 무리수를 많이 둔 느낌이다. 그렇지만 재미있게 읽었고... 현재 시류에 잘 맞게 쓴 작품이어서 가볍게 읽기 좋은 소설이었다

오랜만에 좋은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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