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에세이&
백수린 지음 / 창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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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백수린 지음

 

이 책은 백수린 님의 에세이다.

몇 년 전(그리 오래된 기억은 아니다) ‘다정한 매일매일이라는 아주 예쁜 백수린 님의 에세이를 읽었다. 젊은 작가이신데.... 감성이 옛날 느낌도 있고 무엇보다 문체가 너무 고와서 백수린 님의 글은 소중하게 읽게 된다.

요즘 소설을 거의 못 읽고 있는 상황이라 신간 소설이 뭐가 있는지도 모르고 트렌드도 모르지만... 제목도 예쁘고 백수린 님의 예쁜 책이라 사 들고 읽게 되었다.

 

글이 참 좋다.

 

뭔가 작가 님의 에세이는 착하고 순하다.

 

나는 서울 지리도 모르고 살면서 단 한번도 혼자 살아본 적도 없어서인지 작가 님의 용기가 정말 대단하다 싶기도 하고... 걱정도 되고 그렇다.

작가 님은 우연히(M이모가 살던...) 서울의 아주 외딴 산동네에 주택을 사서 이사를 가게 되고 거기서의 일상들이 적혀있다. 마을버스도 다니지 않는 좁은 골목 언덕위의 집....

 

부산도 산과 오르막, 산동네라면 남부럽지 않은 곳이기도 하고 나도 불편한 건 남못지 않은 동네에서 오래 살았던 어린시절이 있어서인지....작은 언덕 위의 조용한 집에 대한 로망 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 혼자 사는 삶은 언젠가 내가 더 나이가 들면 닥칠 일일 것이기에... 지금은 그런 꿈도 꾸지 않는다.

 

그래도 작가 님의 글들이 좋았다.

 

수녀를 그만 두고 돌아온 이웃 언니 이야기도 좋았고 반려견 봉봉이의 이야기도 좋았다. 반려견과의 마지막 이야기가 참 많은 비중을 차지했는데...

아주 따뜻하고 아련하지만.... 마냥 슬프지만은 않았다.

오래도록 행복한 느낌....을 알 것 같아서..

 

잘 산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많이 가지고 많이 누리고 살고 있는데도... 항상 부족하고 아쉽고 속상하기만한 삶이라.... 나도 더 소박하고 내려놓고 ... 살고 싶다.

기쁨은 선명하고도 투박한 감정이다. 누군가에게 기쁜 일이 생겼을 대 우리는 그 사람이 느끼는 기쁨의 고유한 결과 무늬를 정확히 알지 못해도 함께 기뻐해 줄 수 있다. 다른 이가 겪고 있는 그 기쁨을 미루어 상대의 마음을 짐작해도 되고, 그가 실제로 느끼는 기쁨과 내가 짐작하는 기쁨 사이에 간극이 있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기쁨 앞에서 우리는 쉽게 관대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슬픔의 경우엔 그렇지 않다. 상대의 슬픔에 공감하는 일에 번번이 실패하는 이유는 기쁨과 달리 슬픔은 개별적이고 섬세한 감정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저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슬픔을 겪어낼 수밖에 없는데, 그건 슬픔에 잠긴 사람의 마음이란 살짝 스치기만 해도 쉽게 긁히는 얇은 동판을 닮아서다. 슬픔 앞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겪고 있는 감정과 타인의 감정이 끝내 포개지지 않는다는 사실에 더없이 예민해지고, 슬픔이 단 한 사람씩만 통과할 수 있는 좁고 긴 터널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슬픔에서 빠져나온 이후엔 그 사실을 잊은 채 자신이 겪은 슬픔의 경험을 참조하여 타인의 슬픔을 재단하고, 슬픔 간의 경중을 따지며,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이유와 크기로 슬픔에 빠져 있는 사람에게 이제 그만할 때가 되었다고 쉽게 말한다. p.131

 

좋은 글귀가 군데군데 참 많았다.

나중에 조금씩 옮겨 적어야지.

 

작가 님의 다른 책도 다시 찾아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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