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자들
김초엽 지음 / 퍼블리온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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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엽 작가는 천재지..

맞아... 천재가 맞지.

 

너무나 소중한 독서... 오랜만에 독서다.

즐겁게 읽었던...

 

김초엽 작가님의 초기작부터 읽으면서 나온 작품들을 조금씩 찾아 읽는데 읽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작가님의 성장이 항상 느껴지기 때문이다.

 

출판사 리뷰

존재에 대한 섬찟할 만큼 아름다운 시선

김초엽 신작 장편소설

 

나는 너의 일부가 될 거야. 너는 나를 기억하는 대신 감각할 거야. 사랑해. 그리고 이제 모든 걸 함께 잊어버리자.”

 

김초엽의 신작 장편소설 파견자들이 출간되었다. ‘더스트라는 절망으로 물든 세계, 푸른빛을 발하는 덩굴식물 모스바나’, 미약해 보이나 변화를 만들어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15만 부 이상의 판매를 기록한 첫 장편소설 지구 끝의 온실(2021) 이후 두번째 장편소설이다. 한 식물생태학자가 모스바나의 비밀을 추적해가던 이야기가 세계의 재건과 구원이라는, 예상치 못한 지점에 도달할 때의 놀라운 충격과 깊은 감동을 기억하는 독자라면 이 소설을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이제까지 작가가 써낸 이야기들 가운데 가장 긴 분량을 가진 이야기를.

 

파견자들은 어느 겨울, 한 가정집으로 입양된 여자아이가 쓴 수상한 쪽지에서 출발한다. 여자아이는 낯선 환경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한 채, 창밖을 보며 누군가를 기다리거나 보낼 수 없는 편지만 쓸 뿐이다. 집안의 어른들은 울다 지쳐 잠든 여자아이의 방에서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운 쪽지를 발견한다.

 

나는 너의 일부가 될 거야. 어떤 기억은 뇌가 아니라 몸에 새겨질 거야. 너는 나를 기억하는 대신 감각할 거야. 사랑해. 그리고 이제 모든 걸 함께 잊어버리자.”(프롤로그에서)

 

어린아이가 썼으리라고는 보기 어려운 내용의 쪽지 앞에서 어른들은 걱정에 잠긴다. 이 쪽지는 대체 누구에게 전하는 메시지일까? 혹은 누군가의 말을 받아적은 메모인 걸까? 아주 천천히 정점(頂點)을 향해 올라가는 롤러코스터처럼, 김초엽은 독자를 데리고 다음 페이지로, 또 그다음 페이지로 나아간다. 정신없이 이야기를 따라가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꼭대기에 올라왔음을 깨닫는 순간, 독자들은 섬찟할 만큼 아름다운 존재의 풍경을 목도하며 이 이야기가 다름 아닌 SF 소설이라는 사실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한계로 가득한 기존의 인식을 깨뜨리는 질문을 던지고, 이야기 속 인물과 함께 이를 탐구해나가는 장르라는 사실 말이다.

 

라는 존재의 경계는 어디까지일까?

우리를 전율케 하는 작가, 김초엽이 가닿은 절실하고도 경이로운 질문

파견자는 매료와 증오를 동시에 품고 나아가는 직업입니다. 무언가를 끔찍하게 사랑하면서도, 동시에 불태워버리고 싶을 만큼 증오해야 합니다.”

 

인간에게 광증을 퍼뜨리는 아포(芽胞)로 가득찬 지상 세계. 사람들은 어둡고 퀴퀴한 지하 도시로 떠밀려와 반쪽짜리 삶을 이어간다. 형편없는 음식에 만족하는 한편, 혹여라도 광증에 걸릴까 두려워하며. 하지만 태린은 누구보다 지상을 갈망한다. 그에게 일렁이는 노을의 황홀한 빛깔과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별들의 반짝임을 알려준 스승 이제프 때문이다. 태린은 이제프처럼 파견자가 되어 그와 함께 지상을 탐사하기를 원한다. 그 꿈이 이루어진다면, 이제프에게 더이상 보호받아야 할 어리숙한 제자가 아니라 동등한 동료로 설 수 있으리라 기대하면서.

 

파견자 아카데미에 입학하여 필요 과정을 이수해가는 동안, 태린은 다른 이들처럼 기억 보조 장치인 뉴로브릭의 도움을 받을 수 없어 어려움을 겪는다. 늦은 시술로 인한 부작용으로 머릿속에서 뉴로브릭과의 연결을 끊어두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은 광증 저항성을 발휘하면서 모든 과정을 마치고, 이제 파견자 자격 시험만을 앞둔 상황. 그런 태린에게 갑자기 이상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소년 같기도 하고, 소녀 같기도 한 어딘가 익숙한 목소리가.

 

스트레스로 인한 환청일까, 이제프의 말처럼 뉴로브릭의 오류로 발생한 문제일까. 아니면 모르는 사이 광증에 걸려 미치기라도 한 걸까? 태린은 그 목소리를 때로는 무시하고, 때로는 반응하면서 지상에서 이루어지는 최종 시험에 다다른다. 지상으로 나간 태린은, 마치 유화 물감을 떨어뜨린 것처럼 화려한 색채로 빛나는 풍경에 압도된다. 인간의 자아를 파괴하는 범람체들의 세계는 이토록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태린은 파견자란 지상을 향한 매혹뿐 아니라, 증오까지 함께 품어야 한다는 이제프의 조언을 되새기며 목적지를 향해 한걸음씩 내디딘다. 멈추지 않고 들려오는 이상한 목소리와 함께.

 

식물의 세계에서 균류의 세계로

인간의 감각적 자원이 그것을 상상하기에 얼마나 모자란지를 새삼 느꼈지만, 꼭 한 번쯤은 도전할 가치가 있는 작업이었다.”

 

김초엽은 몇 년 전 한 미술 전시에 발표한 짧은 이야기를 씨앗 삼아 이를 긴 호흡의 장편소설 파견자들로 탄생시켰다. 그는 이 작품에서 인간이 무엇으로 구성된 존재인지 살피고, 이를 통해 인간의 경계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어 어디서 끝나는 것인지 탐구한다. 그가 자신만의 탐구 과정과 답안을 고민하며 이번에 몰두한 것은 곰팡이와 버섯 등의 생물을 포함하는 균류. 분해하고 부패해가는 모든 과정과 결과물들, 달큰하면서도 속을 울렁이게 만드는 냄새 등으로 떠올려지는 어떤 존재 말이다. 균류를 모델로 소설 속의 범람체를 고안해낸 그는, “인간의 감각적 자원이 그것을 상상하기에 얼마나 모자란지를 새삼 느꼈지만, 꼭 한 번쯤은 도전할 가치가 있는 작업이었다”(작가의 말)고 말한다.

 

파견자들은 우주로부터 불시착한 먼지들 때문에 낯선 행성으로 변해버린 지구, 그곳을 탐사하고 마침내 놀라운 진실을 목격하는 파견자들의 이야기다. 이때 파견자가 되기 위해 수련하고 시험을 거치며 지상으로 나아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무척 스펙터클하고 흥미진진한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최종적으로 독자가 도달하는 곳은 김초엽의 소설이 늘 그래왔던 것처럼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지점이리라. 당신은 이 풍경 앞에서 어떤 느낌을 받게 될까? 그 느낌이 당신 자신에 대한 상상과 이 세계에 대한 시각을 얼마쯤은 새롭게 만들어주기를. 계속해서 스스로의 작품 세계를 확장하고 갱신해가는 이 놀라운 소설가의 바람은 아마 그뿐일 터다.

 

미래 사회

 

파견자들

 

나는 살면서 생각도 해 본 적 없던 균류...로 뒤덮힌 세상 속... 지하세계에서 살아야하는 인간의 삶.. 그러면서도 지상을 탐험하는 파견자들의 모습

지하세계와 잃어버린 지상...은 우연찮게 얼마 전 읽었던 천선란 님의 소설 이끼숲이 생각나서 둘이 많이 겹쳐졌다. 천재는 통하는 것인가...

 

둘 다 과학적이면서도 기발하고 슬프고도 아름다운 소설이다.

 

마지막이 인상적인데....정말 사랑하는 개인과 사회 중 나는 무엇을 선택할까...

 

라는 것은 무엇일까? 암튼 독특하고 새로운 독서였다.

그래서 김초엽 작가 님이 귀하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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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마음이 들리는 공중전화
이수연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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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요즘 소소하게 예쁜 책들을 연속 보고 있어서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나는 그냥 그냥 이쁜 책인줄 알았다. 요즘 뻔한... 뻔하다는게 나쁜 말이 아니다. 나는 즐겁고 행복하기 위해 책을 읽는 사람으로서 이런 책을 좋아하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위대하다고 보는 사람이다.)

 

근데, 이 책을 그런 책이 아////

 

자살’, ‘죽음’... 이라는 금기시되는 주제를 다루고 있고 그렇다고 미스테리 장르나 어둡기만 한 책이 아니었다.

살면서 처음 들었던 심리부검센터 라는 단어. 이 소설은 자살자와 자살시도 생존자, 그리고 자살로 소중한 사람을 잃은 유가족 등을 모두 섬세하게 다루며, 성숙한 애도와 극복의 과정을 차분하게 그려내고 있으며 이 책을 집필한 이수연 작가 역시 자살시도 생존자로서 살기 위해 상담을 받고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소개에 적혀 있다. 현재는 자살 예방 및 정신질환 인식 개선 강연 활동을 활발히 이어가고 있으며, 그간의 경험과 상담 사례를 소설로 풀어냈다. “아파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진짜 소설이라는 독자평처럼 마지막 마음이 들리는 공중전화는 이수연 작가만이 쓸 수 있는 아프고도 아름다운 소설인 것이다. 진정성 있는 진짜 이야기, 상대를 위로하고 존중하는 진짜 어른의 이야기가 이 안에 있다.

 

보다가 너무 절절하고 가슴이 아픈 순간이 많았다.

먹먹했고 눈물도 나고...

 

읽고 나서 상담사인 언니에게 꼭 권하게도 되었다.

 

간절한 마음이 모여 생긴

최소한의 기적

 

죽은 사람의 마음을 탐구하는 심리부검센터장 지안. 그녀는 우연히 자신이 어릴 적 살던 골목에 위치한 공중전화에서 특별한 비밀을 발견한다. 바로 그 공중전화에서 간절히 듣고 싶었던 사람의 마지막 마음을 들을 수 있다는 사실. 아무나 아무 시간에나 들을 수 있는 건 아니고, 정말 소중했던 사람, 정말 간절한 사람만이, 그것도 고인이 세상을 떠난 시간에만 들을 수 있는 기적이다. 그 사실을 발견한 지안은 어린 시절 돌아가신 아버지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매일 그 시간만 되면 이 공중전화를 찾는다. 그리고 자신이 하는 심리부검 일에 이 공중전화를 활용하기로 한다. 고인의 마지막 마음을 듣는 행위가 남겨진 사람들을 구원할 수 있을 거라 믿으면서.

 

그리하여 세상에서 가장 슬픈 사연들이 모이는 심리부검센터에 작은 기적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자살한 남편의 마음을 알고 싶은 연아, 자신 때문에 남자친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생각하는 나은, 시시때때로 자해하던 첫째 딸을 잃고 둘째 딸마저 잃을까 전전긍긍하는 유화, 아무 영문도 모른 채 자살한 나이 든 어머니의 마음을 알고 싶은 아들 남진, 그리고 삶의 이유를 찾지 못한 자살시도 생존자인 상우까지. 지안은 이 모든 남겨진 사람 혹은 생존한 사람에게 슬퍼하고 애도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갈 희망을 전한다. 동시에 그녀 역시 이런 과정을 통해 아버지의 상실로 인한 슬픔을 이겨내고 용서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어머니와 화해하는 새로운 삶의 단계로 나아간다. 그리고 독자들도 깨닫게 된다.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마음은 어때?”라고 물어봐 주는 일이라는 것을. 서로의 마음을 물어봐 주는 사람들이 결국 이 삶을 지탱하게 하는 기적이란 것을. 당신의 삶에도 작은 기적이 필요하다면, 이 작품이 당신의 기적이 되어줄 것이다.

그래서인지 마지막 마음이 들리는 공중전화를 읽은 독자들은 이런 심리부검센터와 공중전화가 실재하면 좋겠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나를 두고 먼저 떠나간 소중한 사람의 마지막 마음을 알 수 있다면, 원망이나 죄책감에서 벗어나 온전히 그의 부재를 슬퍼할 수 있지 않을까. 적절한 애도의 과정을 거쳐 결국 지금 살아 있는 다른 소중한 사람과 함께 다시 살아갈 힘을 얻지 않을까. 고인의 마지막 마음을 들을 수 있다는 설정은 판타지지만, 그 밖의 다른 모든 요소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 속에서 잠시 머물다 가길. 그러면 당신도 풀지 못하고 오래 묵혀둔 가슴 속 가장 아픈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삶을 향해 힘차게 나아갈 용기를 얻게 될 것이다.

 

책 속 ....

 

심리부검이 끝나진 않았지만, 이것만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어요. 어머님은 아영이를 죽이지 않았어요. 다만 어머님이 그렇게 느끼는 것은 아영이의 마음이 어땠는지 몰랐기 때문이에요. 아영이의 마음이 어땠는지 안다면 다른 마음을 발견하실 수 있을 거예요.”

어떤…… 어떤 게 있을까요?”

소중한 이를 잃은 슬픔이요. 똑같은 슬픔이라 생각될 수 있지만 그 둘은 다른 슬픔이에요. 지금 슬픔의 방향은 어머님을 향해 있죠. 내가 이렇게 못 해서, 내가 이렇게 말해서. 하지만 아영이의 마음을 안 순간부터 슬픔은 아영이를 향할 거예요. 소중한 아이가 떠나갔구나. 힘든 마음을 가지고 살아갔구나. 그걸 저희는 애도라고 말해요. 저희가 그럴 수 있도록 도와드릴게요.”

---3장 두 개의 얼굴중에서

 

그제야 지안이 왜 그를 불렀는지 눈치챘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그녀가 어떤 방법으로 죽었느냐가 아니라 그녀가 어떤 삶을 살아왔느냐에 대한 회고였다. 애도란, 그 삶을 받아들이고 소화해 내는 과정이었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그녀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대화하며 마음을 나누는 것, 그게 바로 수용이란 걸 지안은 진작 알아챘던 것이다.

---4장 어쩌면 진실보다 중요한중에서

 

마음은 어때요?

지안 씨는 이 통화가 마지막이라도 되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물었다. 사실상 해외에 있더라도 인터넷이 되니 연락은 주고받을 수 있는데. 나는 마지막이라는 것을 빌미로 삼아 그녀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내가 죽으려고 했던 날들. 모두 완전히 무너졌던 날들이었어요. 그때는 그렇게 모든 게 끝나는 것 같았어요. 지안 씨가…… 그렇게 묻기 전까지, 아니, 물어왔던 날도.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생각해. 완전히 무너져 봤기에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거라고. 새롭게 살아볼 수 있다고.

지금도 무너져 있어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상태랄까. 그러니까 지안 씨도…….

―……?

지안 씨도 이제 쌓아 올려봐요. 다 무너트려서라도, 끝까지 떨어지더라도 다시 시작해 봐요. 지금이 우리가 있어야 할 곳이잖아요. 이렇게 안부를 묻고, 대답하고, 대화하는 지금이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곳이잖아.

---5장 완전히 무너졌을 때중에서

 

그때는 언제라도 공중전화를 통해 아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놓아야 한다. 떠나간 아버지를. 받아들일 수 없던 날들을. 앞으로 내가 들어야 하는 것은 아빠의 목소리가 아닌 함께하는 사람의 목소리였다. 그것이 아빠가 말한 마지막 바람이었다고 믿어야 했다. 그래야 잘 살아가고 있다고 스스로 믿을 수 있으니까. 아빠의 목소리는 다시 들을 수 없지만, 나는 이곳에서 아빠를 위해 슬퍼할 수 있다. 그렇기에 울고 또 울었다.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을 만큼.

---6장 마지막 마음이 말하고 있는 것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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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안부
백수린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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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린 작가님을 최근 친애한다.

조용 조용 나직나직 서정적인 글이 좋게 느껴진다.

처음 작가님들의 작품을 보았을 때는 아주 조심스러워서 약간 답답한 면도 있었는데...볼수록 착하고 배려하는 작가님의 모습이 공감도 되고 비슷한면도 많아서.... 자꾸 친근하게 느껴지고 편안하고... 좋다.

특히 작년에 보았던 아주 오래만에 행복한 느낌’...지극히 개인적인 에세이인데 참 잔잔하면서도 조용하게 은근하게 와닿았던 기억이 있다.

 

표지랑 제목이 유독 마음에 들었던 이번 눈부신 안부는 작가님의 첫 장편소설이라고 한다.

 

이것은... 대학 동아리(문예부)의 친구였던 우재와 좋아하는 사진전에서 재회하면서.... 글쓰는 이야기를 다시금 하면서.... 그녀가 최초로 쓰고 싶었던 이야기를 펼치면서 진행된다. 화자 해미의 이모들에 관한 이야기... 그녀는 2년 남짓 독일에서 가족과 함께 살았었다. 그 당시 파독간호사였다 의사가 된 큰 이모가 독일에 있었기에 제법 아픈 사정이 있었던 그녀의 가족은 독일에 가게 되었고 거기에서 만난 파독간호사인 이모들과 관련된 이야기이다. 그 이모들에게도 아이가 있었고 거기서 사귀었던 친구인 레나와 한수. 한수의 부탁을 들어주면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한국어는 거의 하지 못 했던 한수의 부탁은 한수의 엄마 선자이모의 한국에 있는 첫사랑을 찾아달라는 것. 선자이모는 당시 뇌종양이 있었고 살 날이 그리 많지 않았기에 이혼하고 외로이 독일에 있는 엄마에게 진정 보고싶은 사람, 첫사랑을 만나게 해주고 싶어하던 착한 한수의 간절한 부탁을 들어주게 된 해미는 레나와 한수와 함께 비밀 프로젝트처럼 여러 가지 단서를 찾아 다니며 선자이모 첫사랑 찾기에 몰두한다.

 

제법 단서를 찾아가며 상처받았던 해미 가족의 일상도 자리를 찾아가던 순간... 해미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고 독일 친구들과 연락을 끊게 된다.

 

첫사랑의 단서 찾기도 좋았고, 파독간호사들의 이야기도 좋았고, 해미의 상처... 죄책감 등도 알 것 같았고...

글을 쓰는 일이랄까.. 작가의 일이랄까.. 문학소녀, 문학 청년의 그런 이야기들도 너무 힐링되었다.

 

서사도 있고, 여러 가지 새로운 사실도 많이 알게 되었고 반전도 있고... 모든 순간이 참 좋았다.

 

책을 읽어나가는 동안.. 너무 재미있고 아름다워서 중간중간 울컥한 순간도 많았고 오랜만에 아까워서 아껴 읽었던 소설이라.. 참 고마웠다.

 

작가 님의 필력이 갈수록 좋아지는 것 같아.

더 친애하고 기대하고 싶다. 작가님을...

 

우리 가족이 독일에서 살기 시작한 지 이 년째에 접어들던 봄, 그러니까 이제 막 한수와 조금 가까워지기 시작했을 무렵의 일이었다. 우리는 그때 G대학의 중앙 캠퍼스에 있었다. 봄이 깊어지면 벚꽃이 만개하던 그곳에서 사진을 찍자고 한 사람은 이모였다. 캠퍼스에는 이모를 포함한 우리 가족

 

정말 어찌할 바를 모르겠을 정도의 아름다움이지?”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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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번 버스의 기적
프레야 샘슨 지음, 윤선미 옮김 / 모모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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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는게 없고 오래 사귄 남자친구와는 헤어져 오갈데가 없어 언니집에 임시로 베이비시터로 온 리비, 우연히 탄 88번 버스에서는 할아버지 프랭크를 만나는데 그 분은 88번 버스에서 60년 전 잠깐 스쳐 지나가듯 만났던 첫사랑을 찾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고, 뭔가 도움이 되고자 ‘88번 버스의 그녀찾기 프로젝트를 펼쳐나간다. 그 과정에서 프랭크의 요양보호사이자 남보기엔 험상궂은 펑크 족 딜런과 얽히며 티격태격하면서 서로를 새롭게 알아간다. 아름다운 이야기들이지만 실제 그녀를 찾는 것은 쉽지 않고 프랭크의 치매는 더욱 악화되고 리비는 전 남자친구와의 관계에서 임신한 것을 알게 되면서 여러 상황이 꼬여간다.

 

암튼, 여러 가지 일들이 엮이면서 MBTI로 보자면 파워 J형의 모범생 삶을 살던 리비와 전혀 다른 삶을 살았던 딜런, 그의 친구 에스메 등이 리비의 삶에 들어오면서 삶의 변화를 꿈꾸지만 다시 다가오는 옛 남친, 주변 상황 등으로 인해 뭔가 마무리되는 듯 하다가... 이야기는 금방 끝나지 않고 제법 길다...

 

그 긴 이야기도 좋았고 마무리도 좋았고...

중간 그녀의 이야기도, 우정도 참 좋았다.

 

88번 버스의 기적은 우연한 만남이 어떻게 우리의 삶을 바꿀 수 있는지, 작은 선의에서 시작된 행동이 타인의 삶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그 선의가 돌고 돌아 어떻게 자신에게 돌아오는지에 관한 이타적이고 희망적인 보고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이루지 못한 꿈을 아쉬워하고, 헤어진 연인에 대한 미련을 놓지 못하며, 자신을 마음대로 휘두르려는 가족에게 반항하지 못한 채 수동적인 태도로 자기 삶을 대하던 리비는 우연히 만난 할아버지에게 가벼운 마음으로 친절을 베풀었다가 전혀 예상치 못한 인생의 길에 접어든다.

작은 선의가 자신에게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과 그런 선의로 인해 아름다운 세상과 나자신 또한 성장함을 보여주는 이런 아름답고 행복한 이야기로 인해 행복한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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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숲 Untold Originals (언톨드 오리지널스)
천선란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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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선란 님은 천개의 파랑부터 내게는 따스한 인간미... 뭔가 현실의 인간적인 세계와는 다르지만 가장 인간적인 이야기를 하는 작가님으로 기억된다. 오랜만에 읽는 작가님 책은 가지고 있었던 기간은 꽤 길었지만 펼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뭔가 각오를 하고 읽어야할 것 같은... 제목만 보면... 뭔가 과학소설 같아서.. 괜히 어렵게 느껴져서 가볍고 따스한 이야기만 주구장창 읽고 있어서... 이 책을 펼치기가 망설여졌나보다.

 

그러나 책을 펼치고 이야기를 읽은 순간 그야말로 금방 빠져들었다.

그래... 천선란 작가님의 이야기는 이랬지.. 하는게 바로 떠오르는... 이렇게 곱고 따뜻하고 그러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데 마냥 어두운 듯 미래이지만 희망까지 없지 않은 이야기...

 

이 이야기는 3편의 이야기가 있다.

 

= 출판사 리뷰 인용=

슬픔이 유별나도 되는 곳으로 가고 싶다.”

슬픔을 향한 가장 강력한 옹호,

마침내 닫힌 세계를 뚫고 나가는 지극한 슬픔의 힘

 

세 편의 연작소설은 지상이 멸망한 후 지하 도시로 추방된 인류의 미래를 배경으로, 여섯 명의 친구들이 함께하는 사랑과 우정, 모험을 그려낸다. 지하 도시의 인간은 다음 세대, 즉 다시 지상으로 올라갈 세대를 위해 인류 문명을 지속시키는 중간 다리이자 충실한 일꾼에 불과하지만, 여섯 명의 친구들은 그 안에서도 서로 눈을 맞추고, 포옹하며, 손을 맞잡고 숨이 벅차도록 함께 달린다.

 

바다눈은 첫사랑임을 깨닫자마자 잃고 마는, 소년의 아픈 성장을 그려낸 작품이다. 지하 도시의 연구소 경비원인 마르코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노랫소리에 홀린 듯 이끌린다. “거대한 고래 울음 같은, 잘게 부서진 별 같은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소녀 은희는 마르코의 순수한 마음을 일깨우며 그를 사랑의 세계로 이끈다. 물론 이 사랑은 기쁨만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 지하 도시의 질서가 그 안으로 틈입하기 때문이다.

 

마르코는 부당한 노동 환경에 맞서 파업에 나선 선배 커커스를 보며 혼란을 겪는다. 아직 어떤 판단을 내리지 못한 채 심적 압박을 느끼는 그에게 친구 유오는 아무도 뭐라고 안 해. 마음에 쫓길 필요 없어라고 말해준다. 덕분에 마르코는 대의와 당위에 짓눌려 옴쭉달싹 못하는 대신, 선택에 따른 결과커커스가 바랐던 것은 노동의 대가였고, 회사가 쥐고 있던 것은 커커스의 목숨이었다. 정당한 전투가 아니었다. () 커커스는 패배한 게 아니라, 밟혔다는 깨달음를 통찰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사랑과 노동이라는 사건을 충실히 겪는 사이, 유독 작았던 마르코의 키와 체구는 친구들 중 단연 우뚝해진다. 독자는 이 육체적 성장을 지켜보며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짙은 비애를 느끼게 된다.

 

우주늪은 누구보다 증오하고, 또 열렬히 사랑하는 쌍둥이 자매에게 보내는 편지글이다. 지하 도시의 위원회에 등록되지 않아, 평생 좁은 방에 갇혀 사는 의조는 쌍둥이 자매 의주가 한없이 밉고 부럽다. 자유롭게 지하 도시를 오가며 배우고, 일하고, 만나는 의주에게, 의조는 쨍하게 울리는 분노의 목소리로 숨겨둔 이야기를 전한다.

 

의조는 들키지 않고 지하 도시를 오갈 수 있는 배관 통로를 발견하고 의주의 뒤를 밟는다. 자신이 살 수도 있었을 삶을 추적하던 어느 날, 그는 환풍구를 두고 누군가와 눈이 마주친다. “너는, 비밀이니?” 의주의 친구 치유키는 의조의 상황을 알아채고 그에게 글을 가르쳐준다. 그리고 그 배움 덕분에 의조의 감정은 사랑과 이해로 나아간다. 차갑게 찌르는 듯하던 문장들은 페이지가 넘어감에 따라, 답답한 지하 도시를 뚫어버릴 듯 뜨겁게 흘러넘친다. 편지의 마지막 대목에 이르면 독자는 분노가 실은 삶을 향한 갈망이었다는 사실을, 또 그 갈망이 해내는 놀라운 행위를 먹먹하게 목격하게 된다.

 

이끼숲은 상실의 슬픔과 함께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이야기다. 붕괴 사고로 사랑하는 유오를 잃은 소마는, 친구들과 유오의 클론을 훔쳐 지하 도시 밖으로 탈출하고자 한다. 유오를 닮았지만 유오는 아닌 존재, 그런 클론이라도 데리고 지상으로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아마 급작스러운 상실을 경험한 이들이라면 이 마음을 헤아릴 수 있지 않을까.

 

지하 도시의 위원장은 그만 슬픔을 멈추고 현실로 복귀하라고 명령하지만, 소마는 나는 여전히 그 애를 잃은 슬픔이 유별나다고 말하며 이를 위반한다. 친구들 덕분에 지하 도시의 맨 위층, 지상의 바로 아래까지 도달한 소마는 결국 지상으로 한 걸음을 내디딘다. 눈앞에 펼쳐지는 신비로운 풍경, 그리고 그 곁에는 유오가 함께 있다.

 

세 편의 연작소설 중 가장 긴 분량을 가진 이 작품 안에서, 화자는 내내 슬픔에 가득찬 목소리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슬픔이라는 감정이 지속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 적당한 기간이라는 게 있을 수 없는 애도가 깔끔하게 완료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에게 마치 저항이라도 하는 것처럼. 이야기와 함께하는 사이, 독자들은 마음속에 들어차 있던 오랜 슬픔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연작소설 이끼숲에 담긴 지극한 슬픔의 힘은 마침내 닫힌 세계를 뚫고 나간다. 슬픔을 향한 가장 강력한 옹호, 구하겠다는 바람으로 쓰여진 이 작품을 통해, 천선란의 소설 세계가 지닌 에너지?이야기가 끝나고 다시 발 딛고 선 땅으로 돌아왔을 때, 절망 속에서도 사랑을 잃지 않고 살아가고 싶도록 만드는 힘을 느낄 수 있길 바란다.

 

지상에서 추방된 지하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미래 세대를 위해 열심히 자기 맡은 바를 수행하는 말 잘 듣는 노동자들이 끊임없이 주어진 일을 해야만 하는 계획된 도시에서... 그 삭막함 속에서도 6명의 아이들은 서로 사랑하고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간다. 그 아이들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3...연작으로 있는 이 작품

 

[바다눈].... 연구소에서 경비로 일하던 마르코.. 평소 감정 표현이 없는 그가 일하다 우연히 노랫소리를 듣게 되고 그로 인해 알게된 은희를 사랑하게 된다. 15살이 아직 되지 않은 그와 그녀... 여러 가지 함께 경험하다 결국 은희는 사라져버리고.... 부조리한 사회, 부당한 현실, 아픈 첫 사랑... 바다에 떠다니는 하얀 눈 같은...것은 누군가의 죽음이라고 했나... 먹먹하게 아팠다.

 

[우주늪] 모든 것이 계획대로 정해진 대로 되어야하는 사회... 부부는 결혼과 함께 자녀계획을 하고 등록되지 않은 아이는 그냥 없애야하는.. 그런 현실 속에서 쌍둥이로 태어나 우연하게 등록된 의주에게 보내는 의조(있는데 없는 존재가 되어 숨어 사는 의주의 숨겨진 쌍둥이)의 편지... 있는데 없는 존재.. 어디에도 등록되지 못해 우주의 부유물같은 의조가 지하 배관 통로에서 의주를 지켜보면서 쓴 편지... 그리우면서 밉고 부러우면서 샘도 나지만 사랑하는 존재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의주의 성장과 또다른 희망을 느끼면서 기분이 새로웠다.

 

[이끼숲]은 붕괴 사고로 인해 사랑하는 유오를 잃은 소마와 친구들이 유오의 클론이나마 훔쳐 유오가 꿈꾸던 지하 도시 밖의 숲으로 탈출하고자 하는 이야기이다. 자연을 사랑하여 바깥 세상의 숲을 만나기를 꿈꾸던 유오... 겉모습이 같지만 클론은 과연 유오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어려움과 방해가 많지만 친구들은 한 단계 한 단계 나아가고 결국 소마는 유오클론을 업고 도시 밖을 나가게 된다. 그러면서 만난... 이끼숲....

지하 도시의 위원장은 그만 슬픔을 멈추고 현실로 복귀하라고 명령하지만, 소마는 나는 여전히 그 애를 잃은 슬픔이 유별나다고 말하며 이를 위반한다. 친구들 덕분에 지하 도시의 맨 위층, 지상의 바로 아래까지 도달한 소마는 결국 지상으로 한 걸음을 내디딘다. 눈앞에 펼쳐지는 신비로운 풍경, 그리고 그 곁에는 유오가 함께 있다. 세 편의 연작소설 중 가장 긴 분량을 가진 이 작품 안에서, 화자는 내내 슬픔에 가득찬 목소리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슬픔이라는 감정이 지속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 적당한 기간이라는 게 있을 수 없는 애도가 깔끔하게 완료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에게 마치 저항이라도 하는 것처럼. 이야기와 함께하는 사이, 독자들은 마음속에 들어차 있던 오랜 슬픔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상실의 슬픔과 함께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이야기다. 붕괴 사고로 사랑하는 유오를 잃은 소마는, 친구들과 유오의 클론을 훔쳐 지하 도시 밖으로 탈출하고자 한다. 유오를 닮았지만 유오는 아닌 존재, 그런 클론이라도 데리고 지상으로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아마 급작스러운 상실을 경험한 이들이라면 이 마음을 헤아릴 수 있지 않을까.

오랜만에 만나는 천선란 님의 소설은 역시... 천선란 님... 너무나 아름답고 따뜻하며 생각할 거리를 마구마구 던져주면서 생각지 못 했던 새로운 소재, 상황 등이 나오는... 이 이야기 또한 너무 완벽하다. 충분히 아니 흘러 넘치게 좋았다.

 

상실의 슬픔이 있지만 주변 사람들과 희망을 극복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천선란님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고마웠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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