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온실 수리 보고서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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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애의 마음을 읽고 한 때 작가님께 반하여 주구장창 김금희 작가 님의 작품만 읽어대던 시절이 있었다.

나는 작가 님의 글이 참 좋았다. 뭔가 주저리 주저리 쓰면서 지역 이야기를 친근감 있게 쓰고 사람의 감정적인 부분을 뭔가 치사한 부분까지 알차게 쓰시는 데 완전 우울하지만은 않은 면이 좋더라고...

 

에세이도 읽었지만 나는 작가님의 소설이 더 좋았다.

 

이번에 새로운 신작이 나왔다.

살면서 처음으로 가제본 서평단에 당첨이 되어 먼저 읽어볼 기회를 가지게 되어 정말 기쁘다.

심지어 뭔가 역사 대하 소설 느낌..(나 엄청 좋아하는 장르야)

 

창경궁 대온실을 둘러싼 가슴 저릿한 역사와 끝내 살아남은 이들이 증명하는 생의 찬란함!

 

이 책은 진짜 제목처럼 직관적으로 창경궁에 있는 대온실 수리 보고서를 쓰며 겪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역사적 건축물인 창경궁 대온실 보수공사의 백서는 기록해야 하나보다. 이 일을 석모도의 헤밍웨이라는 30대 여성 영두가 맡게 된다. 그녀는 석모도 출신인 그녀는 야심차게 중학생 때 창경궁 근처 동네인 원서동에서 잠시 살았던 적이 있었지만 그곳에서의 기억이 그녀에게는 상처였기에 망설이다 일을 맡게 된다. 그러면서 과거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원서동 낙원하숙에서 할머니 안문자와 그녀의 손녀이자 룸메이트 리사’, 다른 하숙집 사람들과 그 동네의 첫사랑 순신이....

대온실의 보수를 위하여 과거의 기록들을 살피는 것은 당연했고 그러 과정에서 과거 인물들(일본인)도 다수 이야기가 나온다. 온실을 만든 사람, 온실을 관리한 사람들의 이야기 등이 교차하면서 등장하고 현재의 그녀의 삶과 과거 회상(중학생 시절), 역사적 기록물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까지 이래 저래 교차하면서 등장해서 중간 중간 좀 뭔가 흐름을 놓치기 쉬운 구성이라 읽기 편한 편은 아니었다. 다소 산만한 면이 있다.

 

후반에 펼쳐두었던 이야기들이 아귀를 맞춰가면서 딱딱 정리가 되는데 그러려고 앞에 이런 이야기들이 있었구나 이해가 되었다.

 

후반에 일제 강점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중요 인물의 사건을 알게 되는 과정 속에서 서울에 살면서 생겼던 상처 로 인해 세상과 단절되었던 영두가 믿지 못 할 세상과의 화해랄까, 자신과 주변을 똑바로 보게 되면서 관계의 회복으로 나아가는 과정도 보여준다. (반전도 있고, 서사도 있고...)

 

작가 님의 4년 만의 장편, 역사소설은 정말 쉽지 않구나. 준비도 얼마나 많이 하셨을까...

그런 산고가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중간 중간 개인의 이야기 부분이 좋았고... 끝까지 이해 안 되는 부분도 있었다.

리사... 너 뭐냐?

 

암튼 소재가 참신하고 작가 님의 필력도 좋았다. 중간의 이야기들이 좀 더 매끄럽게 이어지면 좋을 것 같은 아쉬움은 남는다.

 

그래도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며 다음 좋은 작품을 다시 기다린다. 역사 이야기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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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행복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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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이야기꾼... 필력 최고인 작가님의 작품...

사놓고 아주 유행이 지나고도 한참 지나고... 이제야 읽게 되었다.

당시...사이코패스 살인자 고유정이야기와 함께 거론 되면서 사실 읽기가 겁이 났다.

그 때는 내가 사는게 힘들어서 도저히 그 이야기를 읽어낼 자신이 없을 때여서 이제야 읽게 되었다.

 

정유정 작가 님은 청소년 문학을 읽다가 알게 되었으니 작가 님의 초기작부터 함께 했다.

내 심장를 쏴라’ ... 너무 재미있게 읽었고 ‘7년의 밤을 읽고 전율하며 밤을 세웠고, ‘종의 기원’, ‘28’, ‘진이, 지니등도 나오자마자 항상 바로 구입해서 빠르게 읽었다.

 

작가 님은 이야기의 천재다.

 

이 몰입감.... 휘몰아치는 전개... 촘촘한 구성... 뭐 하나 나무랄 수 없는...

 

출판사 리뷰

행복은 덧셈이 아니야. 행복은 뺄셈이야.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거.”

 

완전한 행복인간은 행복을 추구한다는 일견 당연해 보이는 명제에서 출발하면서도, ‘의 행복이 타인의 행복과 부딪치는 순간 발생하는 잡음에 주목한다. 전작들에서 악을 체화한 인물을 그리기까지 악의 본질에 대해 천착했던 정유정은 이번 소설에서는 악인의 내면이 아니라 그가 타인에게 드리우는 검은 그림자에 초점을 맞춘다. 자기애의 늪에 빠진 나르시시스트가 자신의 행복을 위해 타인의 삶을 휘두르기 시작할 때 발현되는 일상의 악, 행복한 순간을 지속시키기 위해 그것에 방해가 되는 것들을 가차 없이 제거해나가는 방식의 노력이 어떤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지를 보여주는 완전한 행복은 무해하고 무결한 행복에 경도되어 있는 사회에 묵직한 문학적 질문을 던진다.

등장인물 세 명의 시점을 교차하며 치밀하게 교직된 이야기는 첫 장을 읽는 순간부터 독자의 발길을 옭아맨다. 쾌감이 느껴질 정도의 속도로 결말을 향해 질주하는 소설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그녀가 만든 세계 위를 덮고 있는 서늘한 공포, 인간의 내면에 도사린 어두운 심연과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정유정의 소설은 단순히 두려움과 공포에 관한 소설이 아니다. 소설은 자신의 목표를 위해 노력한 인간을 조명하고 그것이 타인의 삶에 드리우는 그림자를 조명한다. 노력의 그림자 안과 밖의 명도 차, 거기에 독자를 매료하는 서스펜스가 있다.

소름끼칠 정도로 정교하게 구성된 상황과 장소, 인물들은 소설적 긴장을 강화하며 압도적 서사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소설 속 공간을 구체화하기 위해 작가는 전문가 인터뷰는 물론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러시아 바이칼 호수를 답사하는 등 꼼꼼한 취재를 병행했다. 시베리아의 눈보라 속에서 더 날카로워진 작가의 문장은 올 여름, 인간의 심연, 그 깊고 어두운 늪의 바닥을 정조준하며 행복의 책임을 되묻는다. 끝까지 휘몰아치는 이야기의 마지막 장에서 독자는 작가의 서늘한 목소리를 만나게 될 것이다. “우리는 타인의 행복에도 책임이 있다.”

"언제부턴가 사회와 시대로부터 읽히는 수상쩍은 징후가 있었다. 자기애와 자존감, 행복에 대한 강박증이 바로 그것이다. 자기애와 자존감은 삶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미덕이다. 다만 온 세상이 너는 특별한 존재라 외치고 있다는 점에서 이상하기 그지없었다. 물론 개인은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점에서 고유성을 존중받아야 한다. 그와 함께 누구도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점 또한 인정해야 마땅하다. 자신을 특별한 존재라고 믿는 순간, 개인은 고유한 인간이 아닌 위험한 나르시시스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저자의 말 중에서

 

그러나 이 작품은 사실 읽기 전에도 망설였고 읽는 동안도 행복하지 않았다.

그녀의 작품은 몰입감은 최고였지만... 내용이 너무 짜증난다.

 

행복을 추구하는 나르시스트... 유나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을 괴롭힌다. ... 이렇게 악인들은 능력이 엄청 나서 모두 지맘대로 사는 거지.. 왜 주변 사람들은 다 그냥 휘둘리는 거지...

이런 인간같지 않은 자가....자기애? 자존감?이라는 인간적인 단어로 설명되는 게 짜쯩나고.... 이런 사람들의 가족이나 휘둘리는 지인들이...너무나 안타깝고... 피해자나 그 가족들이 이 글을 읽는다면 정말 화가 폭발할지도 모르지....

 

암튼 휘몰아 치게 빠져들며 일게 되지만 추천하고 싶지 않고 다시 읽고 싶지는 않은 작품...

 

... 편한 이야기를 써주시면 좋겠지만... 그거야 작가 님 마음인 거고... 내마음이 편치는 않지만 필력은 정말 ... 작가 님은 어찌 되었든 무엇이든... 무조건 많이 쓰셔야 한다!!

 

그리고 나는 어떤 이야기를 쓰셔도 꼭 볼 거다!!!!

 

그래도 그녀의 다음 작품을 기다린다. 기대한다. 작가님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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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자들
김초엽 지음 / 퍼블리온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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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엽 작가는 천재지..

맞아... 천재가 맞지.

 

너무나 소중한 독서... 오랜만에 독서다.

즐겁게 읽었던...

 

김초엽 작가님의 초기작부터 읽으면서 나온 작품들을 조금씩 찾아 읽는데 읽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작가님의 성장이 항상 느껴지기 때문이다.

 

출판사 리뷰

존재에 대한 섬찟할 만큼 아름다운 시선

김초엽 신작 장편소설

 

나는 너의 일부가 될 거야. 너는 나를 기억하는 대신 감각할 거야. 사랑해. 그리고 이제 모든 걸 함께 잊어버리자.”

 

김초엽의 신작 장편소설 파견자들이 출간되었다. ‘더스트라는 절망으로 물든 세계, 푸른빛을 발하는 덩굴식물 모스바나’, 미약해 보이나 변화를 만들어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15만 부 이상의 판매를 기록한 첫 장편소설 지구 끝의 온실(2021) 이후 두번째 장편소설이다. 한 식물생태학자가 모스바나의 비밀을 추적해가던 이야기가 세계의 재건과 구원이라는, 예상치 못한 지점에 도달할 때의 놀라운 충격과 깊은 감동을 기억하는 독자라면 이 소설을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이제까지 작가가 써낸 이야기들 가운데 가장 긴 분량을 가진 이야기를.

 

파견자들은 어느 겨울, 한 가정집으로 입양된 여자아이가 쓴 수상한 쪽지에서 출발한다. 여자아이는 낯선 환경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한 채, 창밖을 보며 누군가를 기다리거나 보낼 수 없는 편지만 쓸 뿐이다. 집안의 어른들은 울다 지쳐 잠든 여자아이의 방에서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운 쪽지를 발견한다.

 

나는 너의 일부가 될 거야. 어떤 기억은 뇌가 아니라 몸에 새겨질 거야. 너는 나를 기억하는 대신 감각할 거야. 사랑해. 그리고 이제 모든 걸 함께 잊어버리자.”(프롤로그에서)

 

어린아이가 썼으리라고는 보기 어려운 내용의 쪽지 앞에서 어른들은 걱정에 잠긴다. 이 쪽지는 대체 누구에게 전하는 메시지일까? 혹은 누군가의 말을 받아적은 메모인 걸까? 아주 천천히 정점(頂點)을 향해 올라가는 롤러코스터처럼, 김초엽은 독자를 데리고 다음 페이지로, 또 그다음 페이지로 나아간다. 정신없이 이야기를 따라가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꼭대기에 올라왔음을 깨닫는 순간, 독자들은 섬찟할 만큼 아름다운 존재의 풍경을 목도하며 이 이야기가 다름 아닌 SF 소설이라는 사실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한계로 가득한 기존의 인식을 깨뜨리는 질문을 던지고, 이야기 속 인물과 함께 이를 탐구해나가는 장르라는 사실 말이다.

 

라는 존재의 경계는 어디까지일까?

우리를 전율케 하는 작가, 김초엽이 가닿은 절실하고도 경이로운 질문

파견자는 매료와 증오를 동시에 품고 나아가는 직업입니다. 무언가를 끔찍하게 사랑하면서도, 동시에 불태워버리고 싶을 만큼 증오해야 합니다.”

 

인간에게 광증을 퍼뜨리는 아포(芽胞)로 가득찬 지상 세계. 사람들은 어둡고 퀴퀴한 지하 도시로 떠밀려와 반쪽짜리 삶을 이어간다. 형편없는 음식에 만족하는 한편, 혹여라도 광증에 걸릴까 두려워하며. 하지만 태린은 누구보다 지상을 갈망한다. 그에게 일렁이는 노을의 황홀한 빛깔과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별들의 반짝임을 알려준 스승 이제프 때문이다. 태린은 이제프처럼 파견자가 되어 그와 함께 지상을 탐사하기를 원한다. 그 꿈이 이루어진다면, 이제프에게 더이상 보호받아야 할 어리숙한 제자가 아니라 동등한 동료로 설 수 있으리라 기대하면서.

 

파견자 아카데미에 입학하여 필요 과정을 이수해가는 동안, 태린은 다른 이들처럼 기억 보조 장치인 뉴로브릭의 도움을 받을 수 없어 어려움을 겪는다. 늦은 시술로 인한 부작용으로 머릿속에서 뉴로브릭과의 연결을 끊어두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은 광증 저항성을 발휘하면서 모든 과정을 마치고, 이제 파견자 자격 시험만을 앞둔 상황. 그런 태린에게 갑자기 이상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소년 같기도 하고, 소녀 같기도 한 어딘가 익숙한 목소리가.

 

스트레스로 인한 환청일까, 이제프의 말처럼 뉴로브릭의 오류로 발생한 문제일까. 아니면 모르는 사이 광증에 걸려 미치기라도 한 걸까? 태린은 그 목소리를 때로는 무시하고, 때로는 반응하면서 지상에서 이루어지는 최종 시험에 다다른다. 지상으로 나간 태린은, 마치 유화 물감을 떨어뜨린 것처럼 화려한 색채로 빛나는 풍경에 압도된다. 인간의 자아를 파괴하는 범람체들의 세계는 이토록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태린은 파견자란 지상을 향한 매혹뿐 아니라, 증오까지 함께 품어야 한다는 이제프의 조언을 되새기며 목적지를 향해 한걸음씩 내디딘다. 멈추지 않고 들려오는 이상한 목소리와 함께.

 

식물의 세계에서 균류의 세계로

인간의 감각적 자원이 그것을 상상하기에 얼마나 모자란지를 새삼 느꼈지만, 꼭 한 번쯤은 도전할 가치가 있는 작업이었다.”

 

김초엽은 몇 년 전 한 미술 전시에 발표한 짧은 이야기를 씨앗 삼아 이를 긴 호흡의 장편소설 파견자들로 탄생시켰다. 그는 이 작품에서 인간이 무엇으로 구성된 존재인지 살피고, 이를 통해 인간의 경계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어 어디서 끝나는 것인지 탐구한다. 그가 자신만의 탐구 과정과 답안을 고민하며 이번에 몰두한 것은 곰팡이와 버섯 등의 생물을 포함하는 균류. 분해하고 부패해가는 모든 과정과 결과물들, 달큰하면서도 속을 울렁이게 만드는 냄새 등으로 떠올려지는 어떤 존재 말이다. 균류를 모델로 소설 속의 범람체를 고안해낸 그는, “인간의 감각적 자원이 그것을 상상하기에 얼마나 모자란지를 새삼 느꼈지만, 꼭 한 번쯤은 도전할 가치가 있는 작업이었다”(작가의 말)고 말한다.

 

파견자들은 우주로부터 불시착한 먼지들 때문에 낯선 행성으로 변해버린 지구, 그곳을 탐사하고 마침내 놀라운 진실을 목격하는 파견자들의 이야기다. 이때 파견자가 되기 위해 수련하고 시험을 거치며 지상으로 나아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무척 스펙터클하고 흥미진진한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최종적으로 독자가 도달하는 곳은 김초엽의 소설이 늘 그래왔던 것처럼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지점이리라. 당신은 이 풍경 앞에서 어떤 느낌을 받게 될까? 그 느낌이 당신 자신에 대한 상상과 이 세계에 대한 시각을 얼마쯤은 새롭게 만들어주기를. 계속해서 스스로의 작품 세계를 확장하고 갱신해가는 이 놀라운 소설가의 바람은 아마 그뿐일 터다.

 

미래 사회

 

파견자들

 

나는 살면서 생각도 해 본 적 없던 균류...로 뒤덮힌 세상 속... 지하세계에서 살아야하는 인간의 삶.. 그러면서도 지상을 탐험하는 파견자들의 모습

지하세계와 잃어버린 지상...은 우연찮게 얼마 전 읽었던 천선란 님의 소설 이끼숲이 생각나서 둘이 많이 겹쳐졌다. 천재는 통하는 것인가...

 

둘 다 과학적이면서도 기발하고 슬프고도 아름다운 소설이다.

 

마지막이 인상적인데....정말 사랑하는 개인과 사회 중 나는 무엇을 선택할까...

 

라는 것은 무엇일까? 암튼 독특하고 새로운 독서였다.

그래서 김초엽 작가 님이 귀하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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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마음이 들리는 공중전화
이수연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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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요즘 소소하게 예쁜 책들을 연속 보고 있어서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나는 그냥 그냥 이쁜 책인줄 알았다. 요즘 뻔한... 뻔하다는게 나쁜 말이 아니다. 나는 즐겁고 행복하기 위해 책을 읽는 사람으로서 이런 책을 좋아하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위대하다고 보는 사람이다.)

 

근데, 이 책을 그런 책이 아////

 

자살’, ‘죽음’... 이라는 금기시되는 주제를 다루고 있고 그렇다고 미스테리 장르나 어둡기만 한 책이 아니었다.

살면서 처음 들었던 심리부검센터 라는 단어. 이 소설은 자살자와 자살시도 생존자, 그리고 자살로 소중한 사람을 잃은 유가족 등을 모두 섬세하게 다루며, 성숙한 애도와 극복의 과정을 차분하게 그려내고 있으며 이 책을 집필한 이수연 작가 역시 자살시도 생존자로서 살기 위해 상담을 받고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소개에 적혀 있다. 현재는 자살 예방 및 정신질환 인식 개선 강연 활동을 활발히 이어가고 있으며, 그간의 경험과 상담 사례를 소설로 풀어냈다. “아파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진짜 소설이라는 독자평처럼 마지막 마음이 들리는 공중전화는 이수연 작가만이 쓸 수 있는 아프고도 아름다운 소설인 것이다. 진정성 있는 진짜 이야기, 상대를 위로하고 존중하는 진짜 어른의 이야기가 이 안에 있다.

 

보다가 너무 절절하고 가슴이 아픈 순간이 많았다.

먹먹했고 눈물도 나고...

 

읽고 나서 상담사인 언니에게 꼭 권하게도 되었다.

 

간절한 마음이 모여 생긴

최소한의 기적

 

죽은 사람의 마음을 탐구하는 심리부검센터장 지안. 그녀는 우연히 자신이 어릴 적 살던 골목에 위치한 공중전화에서 특별한 비밀을 발견한다. 바로 그 공중전화에서 간절히 듣고 싶었던 사람의 마지막 마음을 들을 수 있다는 사실. 아무나 아무 시간에나 들을 수 있는 건 아니고, 정말 소중했던 사람, 정말 간절한 사람만이, 그것도 고인이 세상을 떠난 시간에만 들을 수 있는 기적이다. 그 사실을 발견한 지안은 어린 시절 돌아가신 아버지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매일 그 시간만 되면 이 공중전화를 찾는다. 그리고 자신이 하는 심리부검 일에 이 공중전화를 활용하기로 한다. 고인의 마지막 마음을 듣는 행위가 남겨진 사람들을 구원할 수 있을 거라 믿으면서.

 

그리하여 세상에서 가장 슬픈 사연들이 모이는 심리부검센터에 작은 기적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자살한 남편의 마음을 알고 싶은 연아, 자신 때문에 남자친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생각하는 나은, 시시때때로 자해하던 첫째 딸을 잃고 둘째 딸마저 잃을까 전전긍긍하는 유화, 아무 영문도 모른 채 자살한 나이 든 어머니의 마음을 알고 싶은 아들 남진, 그리고 삶의 이유를 찾지 못한 자살시도 생존자인 상우까지. 지안은 이 모든 남겨진 사람 혹은 생존한 사람에게 슬퍼하고 애도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갈 희망을 전한다. 동시에 그녀 역시 이런 과정을 통해 아버지의 상실로 인한 슬픔을 이겨내고 용서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어머니와 화해하는 새로운 삶의 단계로 나아간다. 그리고 독자들도 깨닫게 된다.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마음은 어때?”라고 물어봐 주는 일이라는 것을. 서로의 마음을 물어봐 주는 사람들이 결국 이 삶을 지탱하게 하는 기적이란 것을. 당신의 삶에도 작은 기적이 필요하다면, 이 작품이 당신의 기적이 되어줄 것이다.

그래서인지 마지막 마음이 들리는 공중전화를 읽은 독자들은 이런 심리부검센터와 공중전화가 실재하면 좋겠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나를 두고 먼저 떠나간 소중한 사람의 마지막 마음을 알 수 있다면, 원망이나 죄책감에서 벗어나 온전히 그의 부재를 슬퍼할 수 있지 않을까. 적절한 애도의 과정을 거쳐 결국 지금 살아 있는 다른 소중한 사람과 함께 다시 살아갈 힘을 얻지 않을까. 고인의 마지막 마음을 들을 수 있다는 설정은 판타지지만, 그 밖의 다른 모든 요소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 속에서 잠시 머물다 가길. 그러면 당신도 풀지 못하고 오래 묵혀둔 가슴 속 가장 아픈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삶을 향해 힘차게 나아갈 용기를 얻게 될 것이다.

 

책 속 ....

 

심리부검이 끝나진 않았지만, 이것만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어요. 어머님은 아영이를 죽이지 않았어요. 다만 어머님이 그렇게 느끼는 것은 아영이의 마음이 어땠는지 몰랐기 때문이에요. 아영이의 마음이 어땠는지 안다면 다른 마음을 발견하실 수 있을 거예요.”

어떤…… 어떤 게 있을까요?”

소중한 이를 잃은 슬픔이요. 똑같은 슬픔이라 생각될 수 있지만 그 둘은 다른 슬픔이에요. 지금 슬픔의 방향은 어머님을 향해 있죠. 내가 이렇게 못 해서, 내가 이렇게 말해서. 하지만 아영이의 마음을 안 순간부터 슬픔은 아영이를 향할 거예요. 소중한 아이가 떠나갔구나. 힘든 마음을 가지고 살아갔구나. 그걸 저희는 애도라고 말해요. 저희가 그럴 수 있도록 도와드릴게요.”

---3장 두 개의 얼굴중에서

 

그제야 지안이 왜 그를 불렀는지 눈치챘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그녀가 어떤 방법으로 죽었느냐가 아니라 그녀가 어떤 삶을 살아왔느냐에 대한 회고였다. 애도란, 그 삶을 받아들이고 소화해 내는 과정이었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그녀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대화하며 마음을 나누는 것, 그게 바로 수용이란 걸 지안은 진작 알아챘던 것이다.

---4장 어쩌면 진실보다 중요한중에서

 

마음은 어때요?

지안 씨는 이 통화가 마지막이라도 되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물었다. 사실상 해외에 있더라도 인터넷이 되니 연락은 주고받을 수 있는데. 나는 마지막이라는 것을 빌미로 삼아 그녀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내가 죽으려고 했던 날들. 모두 완전히 무너졌던 날들이었어요. 그때는 그렇게 모든 게 끝나는 것 같았어요. 지안 씨가…… 그렇게 묻기 전까지, 아니, 물어왔던 날도.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생각해. 완전히 무너져 봤기에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거라고. 새롭게 살아볼 수 있다고.

지금도 무너져 있어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상태랄까. 그러니까 지안 씨도…….

―……?

지안 씨도 이제 쌓아 올려봐요. 다 무너트려서라도, 끝까지 떨어지더라도 다시 시작해 봐요. 지금이 우리가 있어야 할 곳이잖아요. 이렇게 안부를 묻고, 대답하고, 대화하는 지금이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곳이잖아.

---5장 완전히 무너졌을 때중에서

 

그때는 언제라도 공중전화를 통해 아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놓아야 한다. 떠나간 아버지를. 받아들일 수 없던 날들을. 앞으로 내가 들어야 하는 것은 아빠의 목소리가 아닌 함께하는 사람의 목소리였다. 그것이 아빠가 말한 마지막 바람이었다고 믿어야 했다. 그래야 잘 살아가고 있다고 스스로 믿을 수 있으니까. 아빠의 목소리는 다시 들을 수 없지만, 나는 이곳에서 아빠를 위해 슬퍼할 수 있다. 그렇기에 울고 또 울었다.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을 만큼.

---6장 마지막 마음이 말하고 있는 것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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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안부
백수린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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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린 작가님을 최근 친애한다.

조용 조용 나직나직 서정적인 글이 좋게 느껴진다.

처음 작가님들의 작품을 보았을 때는 아주 조심스러워서 약간 답답한 면도 있었는데...볼수록 착하고 배려하는 작가님의 모습이 공감도 되고 비슷한면도 많아서.... 자꾸 친근하게 느껴지고 편안하고... 좋다.

특히 작년에 보았던 아주 오래만에 행복한 느낌’...지극히 개인적인 에세이인데 참 잔잔하면서도 조용하게 은근하게 와닿았던 기억이 있다.

 

표지랑 제목이 유독 마음에 들었던 이번 눈부신 안부는 작가님의 첫 장편소설이라고 한다.

 

이것은... 대학 동아리(문예부)의 친구였던 우재와 좋아하는 사진전에서 재회하면서.... 글쓰는 이야기를 다시금 하면서.... 그녀가 최초로 쓰고 싶었던 이야기를 펼치면서 진행된다. 화자 해미의 이모들에 관한 이야기... 그녀는 2년 남짓 독일에서 가족과 함께 살았었다. 그 당시 파독간호사였다 의사가 된 큰 이모가 독일에 있었기에 제법 아픈 사정이 있었던 그녀의 가족은 독일에 가게 되었고 거기에서 만난 파독간호사인 이모들과 관련된 이야기이다. 그 이모들에게도 아이가 있었고 거기서 사귀었던 친구인 레나와 한수. 한수의 부탁을 들어주면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한국어는 거의 하지 못 했던 한수의 부탁은 한수의 엄마 선자이모의 한국에 있는 첫사랑을 찾아달라는 것. 선자이모는 당시 뇌종양이 있었고 살 날이 그리 많지 않았기에 이혼하고 외로이 독일에 있는 엄마에게 진정 보고싶은 사람, 첫사랑을 만나게 해주고 싶어하던 착한 한수의 간절한 부탁을 들어주게 된 해미는 레나와 한수와 함께 비밀 프로젝트처럼 여러 가지 단서를 찾아 다니며 선자이모 첫사랑 찾기에 몰두한다.

 

제법 단서를 찾아가며 상처받았던 해미 가족의 일상도 자리를 찾아가던 순간... 해미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고 독일 친구들과 연락을 끊게 된다.

 

첫사랑의 단서 찾기도 좋았고, 파독간호사들의 이야기도 좋았고, 해미의 상처... 죄책감 등도 알 것 같았고...

글을 쓰는 일이랄까.. 작가의 일이랄까.. 문학소녀, 문학 청년의 그런 이야기들도 너무 힐링되었다.

 

서사도 있고, 여러 가지 새로운 사실도 많이 알게 되었고 반전도 있고... 모든 순간이 참 좋았다.

 

책을 읽어나가는 동안.. 너무 재미있고 아름다워서 중간중간 울컥한 순간도 많았고 오랜만에 아까워서 아껴 읽었던 소설이라.. 참 고마웠다.

 

작가 님의 필력이 갈수록 좋아지는 것 같아.

더 친애하고 기대하고 싶다. 작가님을...

 

우리 가족이 독일에서 살기 시작한 지 이 년째에 접어들던 봄, 그러니까 이제 막 한수와 조금 가까워지기 시작했을 무렵의 일이었다. 우리는 그때 G대학의 중앙 캠퍼스에 있었다. 봄이 깊어지면 벚꽃이 만개하던 그곳에서 사진을 찍자고 한 사람은 이모였다. 캠퍼스에는 이모를 포함한 우리 가족

 

정말 어찌할 바를 모르겠을 정도의 아름다움이지?”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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