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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온실 수리 보고서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4년 10월
평점 :
‘경애의 마음’을 읽고 한 때 작가님께 반하여 주구장창 김금희 작가 님의 작품만 읽어대던 시절이 있었다.
나는 작가 님의 글이 참 좋았다. 뭔가 주저리 주저리 쓰면서 지역 이야기를 친근감 있게 쓰고 사람의 감정적인 부분을 뭔가 치사한 부분까지 알차게 쓰시는 데 완전 우울하지만은 않은 면이 좋더라고...
에세이도 읽었지만 나는 작가님의 소설이 더 좋았다.
이번에 새로운 신작이 나왔다.
살면서 처음으로 가제본 서평단에 당첨이 되어 먼저 읽어볼 기회를 가지게 되어 정말 기쁘다.
심지어 뭔가 역사 대하 소설 느낌..(나 엄청 좋아하는 장르야)
창경궁 대온실을 둘러싼 가슴 저릿한 역사와 끝내 살아남은 이들이 증명하는 생의 찬란함!
이 책은 진짜 제목처럼 직관적으로 창경궁에 있는 대온실 수리 보고서를 쓰며 겪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역사적 건축물인 창경궁 대온실 보수공사의 백서는 기록해야 하나보다. 이 일을 석모도의 헤밍웨이라는 30대 여성 ‘영두’가 맡게 된다. 그녀는 석모도 출신인 그녀는 야심차게 중학생 때 창경궁 근처 동네인 원서동에서 잠시 살았던 적이 있었지만 그곳에서의 기억이 그녀에게는 상처였기에 망설이다 일을 맡게 된다. 그러면서 과거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원서동 ‘낙원하숙’에서 할머니 ‘안문자’와 그녀의 손녀이자 룸메이트 ‘리사’, 다른 하숙집 사람들과 그 동네의 첫사랑 순신이....
대온실의 보수를 위하여 과거의 기록들을 살피는 것은 당연했고 그러 과정에서 과거 인물들(일본인)도 다수 이야기가 나온다. 온실을 만든 사람, 온실을 관리한 사람들의 이야기 등이 교차하면서 등장하고 현재의 그녀의 삶과 과거 회상(중학생 시절), 역사적 기록물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까지 이래 저래 교차하면서 등장해서 중간 중간 좀 뭔가 흐름을 놓치기 쉬운 구성이라 읽기 편한 편은 아니었다. 다소 산만한 면이 있다.
후반에 펼쳐두었던 이야기들이 아귀를 맞춰가면서 딱딱 정리가 되는데 그러려고 앞에 이런 이야기들이 있었구나 이해가 되었다.
후반에 일제 강점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중요 인물의 사건을 알게 되는 과정 속에서 서울에 살면서 생겼던 상처 로 인해 세상과 단절되었던 영두가 믿지 못 할 세상과의 화해랄까, 자신과 주변을 똑바로 보게 되면서 관계의 회복으로 나아가는 과정도 보여준다. (반전도 있고, 서사도 있고...)
작가 님의 4년 만의 장편, 역사소설은 정말 쉽지 않구나. 준비도 얼마나 많이 하셨을까...
그런 산고가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중간 중간 개인의 이야기 부분이 좋았고... 끝까지 이해 안 되는 부분도 있었다.
리사... 너 뭐냐?
암튼 소재가 참신하고 작가 님의 필력도 좋았다. 중간의 이야기들이 좀 더 매끄럽게 이어지면 좋을 것 같은 아쉬움은 남는다.
그래도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며 다음 좋은 작품을 다시 기다린다. 역사 이야기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