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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노희경 지음 / 김영사on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깨알같은 표현'이 난무한다고 지인이 말한 책이었다. 조금 더 솔직해지자면 <시크릿 가든> 현빈을 추종하다, 그의 전작이던 <그들이 사는 세상>을 보다, 그 드라마의 작가가 한때 지인이 '깨알같다'했던 그 책의 저자라는걸 알았다. 그래서 읽게 된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출퇴근길 딱 2시간만에 독파했는데 그 여운은 상당하다.
서늘한 윗목에서 이주간을 버텼다고 했다. 할머니가 아니라 어머니였더라는 반전을 겪어야 했지만 제법 '어른'이 되어서는 그 어머니를 이해했다고 한다. 순정이 최고의 가치라며 얇은 추리닝으로 겨울 밤 그의 집 창 밖에서 일인시위를 했지만 결국 '나를 버려주어 고맙다'라고 고백으로 끝난다.
드라마작가라는 그녀의 직업답게 자신의 이야기와 드라마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잘 어우러져있다. 방황했던 어린 시절, 사흘에 한 번 '쓸모없는 년' 소리를 들었던 그 때의 일들은 현재의 자신에게 많은 도움을 준다고 말, 아팠지만 사랑했다고 말할 수 있는 기백, 드라마에 대한 자신의 옛날 의견이 잘못됐었다며 주장철회를 할 수 있는 용기는 '노희경'이기에 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부터 열까지 '작가'라는 직업을 가진, 태도와 마음과 험했던 어린시절까지 죄다 부럽다.
감각적인 이 책에는 <그들이 사는 세상>의 지오와 준영의 이야기가 있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못지 않게 사랑하지만 NS극이 될 수 없는 두 명의 야릇한 심리가 섬세하게 그려진다. 노희경 작가는 '사랑'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쓴다. 모든 사람에게 분배된 평등한 성질의 것이라 법칙도 의미도 깨닫기 힘든,,, 그래도 그녀가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고민해서 드라마로 풀어낸다면 왠지 수학정석의 예제같은 답이 나올듯 하다.
사근사근, 간질간질, 무겁지 않으면서 감동적인 글들이 가득하다. 이런 산문집을 낼 수 있는 그녀의 내공이, 생활이, 생각이 한없이 부럽다. 더불어 이 책을 통해 어머니와 아버지, 너무나 당연시했던 그들의 존재를 되새김질해 마음 속 구획을 확장하게 되었다. '사랑'은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곳에 있다. 작가지망생이라는 신분이 그녀의 글을 보니 너무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