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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가 바보들에게 - 우리시대의 성자 김수환 추기경, 우리 영혼에 깊은 울림을 주는 잠언들 ㅣ 김수환 추기경 잠언집 1
알퐁소(장혜민) 옮김, 김수환 글 / 산호와진주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따뜻한 말을 듣고 싶어서 손에 든 책이다. 밥도 '쏘고' 만남도 '때리는' 거친 세상에서 부드럽게 매만져주는 말이 필요했다. 내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故 김수환 추기경님의 말씀이 담긴 이 책은 작지만 강했다. 촌철살인의 매력이 있다고나 할까.
'존재의 의미'. 이탈리아 영화 [길]에 남자에게 끌려다니는 여자가 등장한단다. 그런데 남자가 유치장에 갇히자 존재의 의미를 찾지 못해 실의에 빠져있는 여자에게 남자가 말한다. "네 인생에도 의미가 있어, 의미가 있어야 돼! 이 돌멩이에도 의미가 있어!" 남자가 말하고 싶었던 의미는 뭘까? 아마도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스스로' 만들어가는 '인생'을 말하는 것이리라. 바로 '주체성'이라는 전제 위에 실패를 무릅쓰고 행해지는 '시행작오'들. 아기가 직접 손을 데보지 않는 한 뜨거운 물의 의미를 깨닫지 못하는 것처럼.
'내일을 산다는 것'의 의미도 남다르다. "태양이 구름에 가려 빛나지 않을지라도 나는 태양이 있음을 믿습니다. 사랑이라곤 조금도 느껴지지 않을지라도 나는 사랑을 믿습니다. 하느님께서 침묵 속에서 계시더라도 나는 하느님을 믿습니다.(114p)" 이 글은 제 2차 세계대전 중 독일의 쾰른 땅에 군사용으로 건설된 지하동굴 속에 새겨져 있었다고 한다. 죽음이 아른거리는 전쟁의 참혹함 속에 태양과 사랑 그리고 하느님을 떠올리며 '희망'을 꿈꿨던 글쓴이는 어떻게 됐을까? 死를 면치 못했더라도 절망과 두려움을 안고 있던 다른 이들에 비해 조금은 평온한 끝맺음이었으리라.
그의 이야기들을 읽노라면 답은 의외로 쉽게 얻어진다. 밥은 '쏘지'않고 먹을 수 있으며 만남은 '때리지'않고 이루어 지게 "스스로" 만들 수 있다는 것. 특별한 종교가 없는 내게 이 분의 말은 참으로 순수하고 편안하게 다가왔다. 사랑, 신의, 믿음, 희망, 긍정, 행복, 웃음과 함께 '아침이면 태양을 볼 수 있고 저녁이면 별을 볼 수 있는 나는 행복하다.'는 마음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