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호넷 - The Green Ho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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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는 백만 장자, 영웅으로 다시 태어나다! 우리의 룰대로 세상을 튜닝한다!" 음,,, 글쎄,,, 난 이 문구가 잘 와닿지 않는다. 그냥 내겐 '신문사 사장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망나니 아들이 케이토와 그린 호넷을 결성해 악당(?)을 물리친다'로 요약될 뿐이다. 장르가 '코믹 히어로물'이라는데  등장하는 '히어로'는 약간  '짝퉁 히어로'고, '코믹'은 '빅 재미'보다 '잔 재미' 위주다. 한 마디로 굳이 3D가 필요치 않은, 영화 배우가 등장하는, 만화에 가까웠다 

 

주걸륜은 예고편에서만 멋있었고, 내가 좋아하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주걸륜이 아니었다.ㅠ_ㅠ 그나마 건진 것은 멋진 대사는 몇 개. "죽음보다 더 두려운 건 무의미한 삶을 사는 거야." "결과가 나쁘면 과정이 좋아도 소용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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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도시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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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주인공은 언제나 훤칠한 키와 뚜렷한 이목구비, 본인 소유의 별장과 외제차를 몇 대 가진 재벌 2세다. 여자 주인공은 가난하지만 예쁘고 매력적이다. 그래서 재벌 2세는 꽤 괜찮은 남자들과 그녀를 두고 쟁탈전을 벌인다. 남녀 주인공이 서로 사랑하게 되는 순간, 동화는 시작된다.

 

이것은 '아름답다' '따뜻하다'고 일컬어지는 영화나 드라마들의 일반적인 내용이다. 캐릭터가 뻔하고 구조가 눈에 보여 엔딩이 예상되는 이런 장르가 끊임없이 사랑받는 이유는 뭘까? 사람들이 회색 세상에서 청명한 푸른 하늘을 볼 수 있길 꿈꾸기 때문 아닐까? '조금만 버티면 될거야' '이번 일만 해결되면 될거야' '괜찮아질거야' '내일은, 내년엔,,,' 지금 겪는 고통의 껍질이 벗겨지면 행복의 단계가 도래할 거란 희망으로, 그 껍질을 벗겨내기 위해 아등바등. 유메노 시의 주인공들도 그렇다.

 

공무원의 삶을 지리하다. 불법 수급자들을 적발하고 생활지원금을 끊어버린다. 일상의 탈출구는 주차장에서 만나는 려인클럽이다. 업무 시간에 여자들을 미행하고 살을 섞을 사람을 찾는다. 이혼 후의 외로움도 더는 문제되지 않는다. 그러나 전처를 만나는 순간 이성을 잃고 만다. "자신 속에서 광기 비슷한 것을 느꼈다. 지금까지 이성을 담아두던 그릇이 깨지고 감정의 액체가 뚝뚝 떨어졌다.(582)"

 

여고생은 도시에서의 멋진 대학 생활을 꿈꾼다. 길 바닥에 주저 앉아 노닥거리는 이 곳의 실력없는 고등학생들이 한심할 뿐이다. 어느 순간, 외계와 소통하고 공주를 지키외톨이의 장농에 갇힌다. 목걸이처럼 데롱데롱 매달린 전기 충격기가 야속하기만 하다. 학교도, 친구들도, 가족에 대한 그리움도 슬픔에 묻힐 때 쯤 그 여고생은 소리친다. "나는요, 대학교는 도쿄로 갈 거야. 너 따위는 절대로 손도 못 댈 도회지로 갈거라고. 두고봐!(596)"

 

전직 폭력배 세일즈 맨의 관심은 온통 회사의 인정과 보상이다. 기준없는 가격으로 어수룩한 노인들에게 사기를 친다. 금뺏지냐 은뺏지냐를 고민하는 실적 좋은 선배가 부럽기만 하다. 그런 선배가 변해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시리다. 메마르고 서글픈 감정을 꾹꾹 참는다. '어떻게도 치고 올라갈 수가 없구나.(608)'

 

마트의 좀도둑을 잡는 보안요원은 도둑들의 레퍼토리에 신물이난다. 가족이 아파서요, 훔치려고 했던게 아니예요, 제가 정말 급한 사정이 있어서요,,, 어쭙잖은 변명이거든 집어넣으라는 도도한 눈빛을 보낼 뿐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 레퍼토리들이 내 입에서 나오고 있다. 엄마가 편찮으세요, 돈을 지불할께요, 훔치려고 한게 아니예요. 부끄러움과 치욕의 어딘가에 있을 즈음, 정신을 차리라는 사람들 말에 이런 생각이 든다. '내내 잊고 있던 인간의 다정함이었다.(619)'

 

미래가 촉망되는 재벌가 시의원은 무서울 것이 없다. 지저분한 일을 처리해 주는 형제들, 살을 부빌 젊은 애인, 바람을 묵인해주는 아내. 앞길에 걸림돌이 되는 정치인은 처단하면 그 뿐이다. 그러나 가족들과 식사한 기억은  희미하다. 믿었던 도끼에 발등을 찍히고, 가족들과의 거리는 좁힐 수 없게되자 불현듯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다. '내 판단은 하나같이 잘못된 것이었다.(629)'

 

'꿈의 도시' 유메노에는 바로 이런 공무원, 여고생, 세일즈맨, 보안 요원, 시의원이 있다. 한 마디로 집에는 가족이 있고, 멀쩡한 신체가 있고, 생계를 유지시켜주는 직업이 있는 '평범한 우리들'이 있다. 한 꺼풀 벗겨내면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을거라 생각하지만 그 꺼풀은 벗겨지지 않는다. 오히려 꺼풀 위에 먼지와 쓰레기가 더해져 회색이던 하늘은 점점 더 검게 변해간다.

 

유메노의 일상을 훑어보는 초반에는 드라마 [전원일기]를 보는 기분이었다. 특별할 것 없지만 이상할 것도 없는 사람들의 모습, 그러나 중반을 넘어가면서 '정상적인 외형' 속에 감춰진 '음울하고 뒤틀린 내형'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꿈의 도시]는 가볍지 않다. 무겁지도 않다. 직설적이지도 우회적이지도 않다. 대신 삶이 '동화'라고 여기게하는 드라마나 영화와 달리, '숨기고 싶은 진실'을 아무렇지 않게 읊조린다. 그래서 난 이 소설이 조금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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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시간]

제일 기대되는 영화다. 서점에는 벌써 책이 평대에 올라왔다.

내용의 주인공도 영화를 보는 내내 눈물을 흘렸다고 하는데, 영화를 먼저 볼까, 책을 먼저 볼까.

'절박함'과 '희망'의 상관 관계는 어떻게 될까?

 

 

 

 

 

 

 

 

 

[블랙스완]

나탈리 포트만의 눈빛이 참 매혹적이다. 도도하면서 섹시하면서 조금 슬퍼보이기까지.

'백조의 핏빛 도발'이라는 문구에서 느껴지는 색체대비도 좋다.

 

글로 삶을 표현하는 책,

영상으로 삶을 표현하는 영화,

몸으로 삶을 표현하는 춤.

 

발레리나라,,, 떨린다.

 

 

 

 

[만추]

탕웨이가 좋다. 현빈은 더 좋다. 이 포스터는 더더 좋다.

'안개'로 젖은 시애틀에서 한국인 남자와 중국인 여자가 영어로 대화하며 하루만에 사랑에 빠진다니.

처음 시놉을 들었을 때, '원작 배경이 인천인데 시애틀은 좀 에러군!' 했다.

그런데 스틸 사진을 보고있자니 '어떻게 시애틀을 선택할 생각을 다했지?' 싶다. 

 

 

 

 

 

 

[혈투]

박훈정 감독 작품이라기에 잔인하겠구나 싶었는데 청소년관람불가가 아니란다.

[부당거래] 때도 검사와 깡패와 경찰의 삼파전이었는데, 이번엔 조선군 3명의 이야기라고 한다.

그림이 그려지는 듯 하면서도 은근히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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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 Bedevilled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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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 연출부 출신 감독, 칸 영화제 초청, 여우주연상, 작품상을 읊으며 이 영화를 안봤다면 영화를 논하지 말라는 지인의 말에 부랴부랴 챙겨봤다. 음,,, 그런데,,,  난해하다. 상도 타고 인정도 받았다니까 뭔가 있어보이게 리뷰를 적어야 할 것 같은데 포스터 대사 마냥 내겐 '너무 불친절한' 영화였다.

 

현대인의 개인주의 이런거 말고, 느낌데~로, 영화 초반 등장하는 라디오 방송 소재 '生食'처럼 적어야 겠다. 섬처녀 복남이와 차도녀 해원이는 어릴 적 친구다. 여성 구타 사건을 목격하고도 모르쇠로 일관하던 해원이는 휴가를 내 복남이를 찾아가고, 그 곳에서 해원이는 복남이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목격한다.  

 

아이 공부 안시키기, 돌아가면서 복남이 폭행하기, 아내 앞에서 다른 여자랑 놀아나기, 매일 남편에게 맞기, 아프고 다치면 된장 발라주기 따위의 일들. 무도의 법은 딱 두가지다. 첫째, '여자'의 책임과 의무는 일하기와 남자들의 종족 보존 욕구 해소시켜주기. 둘째, 모든 병의 만병통치약은 '된장'.

 

아이와 함께 탈출을 시도하던 복남이 남편에게 붙잡히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남자 중한 것 알면서 어머니에게 가장 중한 것이 아이라는 것을 왜 섬 사람들은 몰랐을꼬! 아이의 죽음으로 '친절한 복남씨'는 '불친절한 복남씨'로 변신하고 결국 모든 등장인물들은 복남이의 날렵한 낫질에 황천으로 즉행하신다.

 

복남은 할매들과 남자들을 다 죽이고 결국 도망간 해원에게 까지 망치질을 해댄다. 섬 사람들은 자신을 괴롭혔으니까 그렇다치고 그럼 해원에겐 왜 그럴까? 바로 여기가 핵심(인듯)! 해원은 서울에서도, 무도에서도 모르쇠였다. 결국 된장 바르고 누운 남편의 모습과 서울에서 폭행범들을 고발하는 해원의 모습으로 복남의 복수극은 끝난다.

 

'한 여자의 처절한 복수'라는 측면에서 <악마를 보았다>와 <아저씨>의 계보를 잇지만 이 영화에는 색다른 교훈이 있다. 해골 반지 낀 XX들한테 협박을 받을지라도, 할매들의 남존여비 사상에 개취급을 당하더라도, 말할 것은 말하고 표현할 것은 표현해야 '사람답다' 할 수 있다는 것. 바로 "침묵은 毒"이라는 것이다.

 

피가 낭자한만큼 잔인하지만 다른 영화들에 비해 일종의 카타르시스가 느껴졌다. 나 변태인건가?; 보는 내내 묘한 기분에 휩싸였던, 여성인권을 외쳐야 할 것 같은, 이런 영화가 다시는 안 나왔으면 하는, 그러나 또 쉬운 영화는 아니라 평점주기도 애매한 영화였다. 아! "침묵은 毒이다" 말고 한 가지 교훈이 더 있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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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개의 고양이 눈 - 2011년 제44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최제훈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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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동과 반동이 엎어지면서 뱅글뱅글 돌아가는구조를 예상해 리뷰 제목을 '뫼비우스의 띠'로 하려 했다. 그러나 [π]에 가서 '이건 아니구나' 싶었다. 인물도, 구조도, 사건도, 예측 가능성의 여지라곤 조금도 남지 않는다. 여기에는 주동인물도 반동인물도 없으면서 사건은 존재한다. 그럼 사건은 똑 부러지게 존재하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한 마디로 '뽕 맞은 느낌'의 소설!

 

집에 돌아와 문을 열었을 때

어둠 속에서 일곱 개의 고양이 눈을 보았네

내가 키우는 새끼 고양이는 세 마리뿐인데

하얀 고양이, 까만 고양이, 얼룩 고양이

나는 차마 불을 켜지 못했네

 

'여섯번째 꿈'을 읽을 때는 뻔한 추리 소설 같았다. 의문의 사건이 발생해 당사자들끼리 문제를 풀어가다 결국 밝혀지거나 다 죽거나하는, 제목까지 선명하게 떠오르는 일본 소설이 떠올랐었다. 그런데 역시, '복수의 공식'에 가서 내 생각이 틀렸다는 걸 처절하게 깨달았다. 여기서는 영화 [쏘우]가 생각난다. 서로 모르는 이들이 아무 이유없이 모였는데 알고보니 공통점이 있더라하던. 묘하게 수미쌍관이 이뤄지면서 '∞'를 떠올리게 된다. 더불어 '죄 짓고 살면 안된다'라는 현실적 교훈까지. 그런데 또 여기서 끝이 아니다.

 

폐쇄된 미로에 갇힌 사람은,

얼마나 헤매어야 그 미로가 폐쇄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될까?(179p)

 

3.141592... 순환하지 않는 무한 소수이므로 소수점 둘째자리까지만 외워라 하던 그 부호가 등장하면서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미로에 갇힌다. 번역가의 일감 속, 미모의 여친이 구전동화 처럼 전해주는 또 하나의, 그 안에 들어있는 주인공의 또 다른,,, "자네가 겪은 일이 이곳의 조각들을 가져다 만든 퍼즐이라고 생각하지? 그럼 이런 생각은 안 해봤나? 여기 이 병원도, 어딘가의 다른 현실에서 조각들을 가져다 만든 퍼즐일지 모른다는 생각. 그렇다면 진짜 자네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271p)" 각 사건들이 각각의 층을 구성해 복합구조물을 형성했다면 그 속에서 M이 가장 표면에 있는 1차 구조라고 우기는 길은 '커서의 위치' 뿐이다. 이쯤에 와서는 저자가 어떤 관계 구조도를 놓고 이 글을 만들었는지 그 생각 속에 들어가고 싶은 욕구가 샘솟는다. 마지막 챕터의 두 번째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소설을 이렇게 시작할 생각이었어요.(287p)

 

예전에 뭣 모르고 도전했던 물담배 때문에 몽롱한 기운에 토악질을 했던 기억이 떠오르는 이 즈음에 와서, 3인칭 관찰자 혹은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진행되던 이야기가 급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변한걸 알 수 있다. 그리고 공학과 사회과학 서가에 몰래 숨겨두고픈 미스터리 소설 책 제목이 내 손에 들려진 책과 동일한 제목이라는 걸 깨닫게 되면서 탁! 무릎을 쳤다. 아하! 작가의!  

 

정말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조금의 과장도 섞지 않고, 책 펴자마자 끝장을 냈다. 그리고 QR코드까지 스캔해가며 음악과 이미지까지 감상했다. 'QR코드'를 접목했다는 책 소개글을 보며 'IT를 문학과 연결했군. 발칙해!'라는 생각으로 집어 들었는데, 발칙한건 둘째치고 내용은 새롭다 못해 희한하다. 미스터리 소설인데 내용과 구조의 신선함에 오히려 머리가 산뜻해지는 기분이랄까? 진짜 오랜만에 흡족한 소설!! 별 7개!! 일차 뒤집기 이차 꼬기같은 평면구조가 아니라 예상치 못하는 미로를 탐험하는 기분,,, 끝내준다!! 최제훈이라는 작가, 앞으로도 꼭 챙겨볼 작가로 리스트 업 해야겠다. fiction의 끝을 보고 싶다면 [일곱 개의 고양이 눈] 꼭 한번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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