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창녀다 - Mother Is a Wh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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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김기덕, 데이빗 린치 등의 영화를 두고 잔혹하다느니 엽기적이라느니, 고어(gore)적이라느니 하는 표현을 쓰지만 이상우의 영화는 그 범주를 넘어섰다. 그의 영화는,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역겹고(disgusting) 더러우며(dirty) 위험한(dangerous) 요소로 가득차 있다. 일종의 3D 영화인 셈이다.

 - [오동진 칼럼] 영화 <엄마는 창녀다> 이상우 감독의 세계 中 -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70110426163949

 



 

상우는 손님들을 엄마에게 데리고온다. 엄마를 홍보하기 위해 전단지를 만들어 붙인다. 엄마는 방 안에서 아들이 데려온 손님들을 맞이하고 돈을 번다. 상우에게는 새 가정을 꾸린 아버지가 있다. 상우 아버지에겐 새 아들이 있고, 새 딸이 있고 젊은 아내가 있다. 아들은 방에서 나오질 않고, 딸은 학교를 다니지 않는다. 아내는 종교에 미쳐 산다.

 

자칫 정상적이지 않은 상우네와 정상적인 상우 아버지네의 모습을 그린 듯 하지만 결국 그 누구도 정상은 아니다. 파격 그 자체다. 포주 노릇을 하는 상우가 데려오는 손님들 역시 하반신 불구 장애, 지체장애, 휴가 나온 군인 등이다. 상우 엄마가 맞이하는 손님들처럼 상우와 상우 엄마, 상우 아버지, 그의 가족들 모두 보통의 범주를 벗어난다. 

 



 

내가 과연 이 영화를 이해할 수나 있을까? 그 파격에 삼일 밤낮으로 정신이 어지럽진 않을까?  혹시나 했던 내 걱정은 역시나 였다. 국제영화제 수상작이고 국내에서도 관계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지만 내 마음과 머리로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지극히 상업적으로 의미부여를 해보자면 '가족의 붕괴와 그 안의 역설' 정도가 있지 않을까. 참 불편하고 불쾌하고 어지럽다. 거친 정사 장면이나 피가 낭자한 폭력 장면은 없고 오히려 졸릴 정도로 편안하게 전개된다. 그래서 더 불편하고 불쾌하고 어지럽다.

 

이 영화를 통해 내가 알게된 것은 '김기덕 사단 출신들은 왠지 다 접근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자꾸 궁금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는 것이다. 작품 속에서 비슷한 기류를 보이는 그들의 근저에는 도대체 어떤 생각이 있는 까. 이상우 감독의 삐뚤어진 가족 시리즈(<엄마는 창녀다> <아빠는 개다> <나는 쓰레기다>)의 첫 작품이라는 <엄마는 창녀다>. 목만큼 파격적인 영화였다. 마지막으로 이상우라는 감독에 대해 조~금 알아보자.

 

감독 이상우. UC버클리주립대 영화과를 졸업. 샌프란스시코한국영화제, 미국학생영화제 등에서 다양한 이력을 쌓았고, 다큐멘터리와 실험영화를 만듦. 김기덕 감독의 <숨> 촬영부, <시간> 연출부로 참여. 현재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서 영화를 전공 중. 2008년 <트로피컬>발표. 단편  <좋은 남자>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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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 분야의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4월 추천도서 목록을 적은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5월이다. 어린이 날을 이미 지나가고 어버이 날이 다가온다. 다음 주에는 석가탄신일.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갈수록 마음은 따뜻해지고 행복지수는 높아 간다. 이럴 때 일수록 손에 책을 들려줘 내 마음의 행복감과 충만함을 공고히 할 수 있도록 힘써야 겠다. 5월에는 어떤 책들과 함께 하면 좋을까? 



서바이벌 크리에이티브 | 전경원

획기적인 기획안 혹은 쌈빡한(?) 아이디어를 내놓으라 소리치는 직장 상사의 목소리가 귓가에 멤도는 듯 하다. 직장 뿐 만 아니다. 뭔가 번득이는 아이디어가 있어 실천해볼까 하면 그 곳은 이미 레드오션. 내 아이디어는 누군가에 의해 이미 상업화 되어 있다. 블루오션을 향한 사람들의 내적 갈등은 '창의력'이라는 말로 표출되곤 한다. 전경원이라는 저자는 '창조적인 두뇌는 창의적인 습관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창의적인 습관이라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걸까? 바로 '창의성 일지 적기', '평생 몰입할 것 찾기', '메모와 낙성장을 창의적으로 확장시키기'가 있다. 인간의 신체 부위 중 가장 게으르다는 뇌를 우리가 스스로 바꾸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블루오션에서 활기칠 그 날을 생각하며, 우리의 게으른 뇌를 부지런하게 만들어보자. 창의력은 외계인만 갖을 수 있는 별나라 능력이 아니다.  

 특별한 그녀들의 노벨상 story | 샤를로트 케트너 
  

페미니스트도 아니요, 여성 인권 운동가도 아니지만, '여성'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내 마음을 울린다. 유교 사상에 뿌리를 두는 아시아의 고질적인 문제라고 단정짓지 말자. 조금 오버해서 볼때, '남녀차별'은 세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그러나 역사 속에는 그런 장벽을 뛰어넘어 세계에 '여성으로서의' 위엄을 떨친 이들이 많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노벨상 수상자들. 1895년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으로 노벨상이 제정된 이후, 100년 동안 지속된 이 상의 수상자 중 여성은 단 4%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런 인식한 대접 속에서도 여성들은 그 지혜와 능력으로 노벨상을 수상한다. 노벨 물리학상, 노벨 화학상을 받은 마리 퀴리, 노벨 평화상 수상자 베르타 폰 주트너 그리고 노벨 문학상 수상자 비슬라바 쉼보르스카까지. 그녀들의 삶과 노벨상을 받기 까지의 과정들을 찬찬히 살펴보자. "여성이 남성의 절반만큼 잘 대접받으려면, 여성은 남성의 두 배만큼 잘 해야 한다."는 한 수상자의 말을 음미해보자.
 

몰입, 두 번째 이야기 | 황농문

머리 속 모터가 돌아가는 느낌이 든다. 내 몸이 공중부양 하듯 붕 떠오르는 듯한 느낌이 든다. 내 주변에 정육면체 투명 방어막이 쳐진다. 바로 그 때 난 '몰입'했다고 한다. <몰입>으로 스스로의 잠재력을 깨우쳐 인생을 바꿀 수 있는 노하우를 알려줬던 황농문 저자가 이제 학생, 직장인, 학부모, CEO 등 보다 많은 계층의 사람들이 공감하고 실천할 수 있는 몰입을 이야기 한다. 가끔 내게 주어진 24시간을 48시간처럼 쓰는 사람이 있다. 도대체 어떻게 시간 관리를 하는지 그의 스케줄러를 빼앗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나 이 두번째 몰입 이야기를 읽고 나면 누군가가 내 스케줄러를 탐낼 것 같다. 머리 속 모터가 돌아가는 느낌, 몸이 공중부양 하는 느낌, 주변에 쳐지는 정육면체 투명 방어막. '몰입'이 바꿔버리는 '내 시간' 그리고 '내 인생', 우리의 24시간이 무한대로 확장되는 경험을 해보자. 


 
 행복은 호기심을 타고 온다 | 토드 카시단

긍정심리학의 대표 주자가 밝히닌 행복 공식이라고 한다. 자칫 진부하고 뻔해 보이는데, 나는 표지에서 느껴지는 코끼리의 뒤태가 몹시 마음에 든다. 제 몸보다 작은 자전거 위에서 날개를 달고 날아갈 것 처럼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 만면에 미소가 가득할 것 같은 코끼리 표정이 느껴진다. 그렇다면 '호기심'은 뭘까? 일에 찌들어 있던 스스로를 돌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알 것이다. 시야는 미시적이요, 생각은 한치 앞에만 미처있고, 몸은 침대만 바라는 그 상태. 나이를 먹고 사회를 알아 갈수록 내 몸에서 빠져나가는 건 피부 탄력과 체력 뿐만이 아니다. 바로 호기심도 점점 줄어든다. 이 책의 저자는 그 호기심이 가지는 힘과 호기심으로 만들어내는 새로운 행복을 말한다. 구체적인 사례와 실증, 그리고 자신의 경험을 버무려 호기심이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그려낸다. 
 

온워드 Onward |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가서 기다릴께' '어디 스타벅스로 와' '걔 요즘 스타벅스에서 일한데' '나 주말마다 스타벅스에서 책 읽어' 스타벅스는 이제 뗄레야 뗄 수 없는 곳이 되버렸다. 책들한테는 미안하지만, 매주 1회이상은 꼭 방문해야 속이 편한 서점보다 더 가까워진 곳이 아닐까한다. 이 책은 스타벅스의 성공 스토리다. 시장과 언론의 비난 속에서 하워드 슐츠는 전 매장을 닫고 바리스타들을 재교육 한다. 그리고 사상 최대의 매출을 기록하며 성공 기업이 되어 간다. 이런 일련의 고난, 역경, 성공은 하워드 슐츠의 '혁신 어젠다' 때문이라고 한다. 이 책은 어쩌면 기업 리더들에게 필요한 책일지 모른다. 무턱대고 '일해라' '달려라'라고 직원들을 채찍질할게 아니고 자신들에게 어떤 마음가짐과 태도가 필요한지 알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든, 기업이든, 역경을 딛고 일어섰을 때 그 빛이 더욱 강렬해지는 법이다. 스타벅스의 극적인 성공 스토리를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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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번 진짜 안 와
박상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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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사 '완전'과 비슷한 - 끈덕지게 이뤄지지 않는 것에 대한 간절함을 나타내는- '진짜'가 쓰인 제목이다. 손에는 마법의 약을 들고 있는 듯한, 결코 이쁘다고 할 수 없는 천사가 있다. 좌측에는 천사 남친 쯤으로 보이는 수염 자국이 거무튀튀한 한 남자가 손에 기타를 들고 있다. 장난기가득한 표지와 제목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롹정신에 죽고사는 고남일이 있다. 한국에서는 무일푼 빚쟁이이다. 영국으로 넘어가, 한 때 애인이었던 미영을 만난다. 1년 365일 24시간 롹을 틀어주는 런던에서 영어를 공부하고 아르바이트를 한다. 켄세이와 로잔나라는 친구들을 만나며 타국이라 떳떳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일탈들을 몸소 행하시며 '살아있는 롹커'의 삶을 뽐낸다. 그리고 이런 고남일을 지켜봐주는 '롹 스피릿'님이 계시다.

 

인간이 지구에서 알콩달콩 투닥투닥 거리며 살 때, 하늘에서 이를 지켜보는 누군가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작가 박상은 바로 이런 점에 착안하지 않았을까? 롹 스피릿은 고남일이 무아지경에 빠져 롹을 연주할 때 그를 돌봐주시고 그가 궁핍한 살림으로 롹을 저버리려 할 때 대안을 마련해 주신다. 바닥을 치면 꼭 누군가가 손을 내밀어 주는 오묘한 인간 섭리를 반영한 바로 그것!

 

이 책을 읽고 있는 날 보고 어떤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작가의 체험을 바탕으로 소설을 쓰는 건 좋은데, 진짜 그 사람이 경험인 것 같은 뻔한 이야기가 담겨있는 건 왠지, 소설의 정의를 빗겨가는 것 같애. 그래서 이 소설 별로야' '난 박상이란 작가를 처음 접했으므로 무효!' 라고 했지만 그 얘기를 듣고 나니 책을 읽는 내내 내용이 올곳이 보이지가 않았다. 마침 작가 프로필에는 이런 글도 있다. '...고등학생 때부터 롹음악과 일렉트로닉기타에 경도 되었고 마티 프리드먼처럼 기타를 치게 될 날을 기다려왔다...' 결국 주인공 고남일과 작가 박상이 영 별개의 인물은 아닌 듯 하다.

 

어느 순간 부터, 서평을 쓸 때마다 읽는 독자보다 쓰는 작가의 마음에 더 손이 간다. 분명 내가 '재미없어! 재미없어! 별로야!'라고 해도 그 책은 작가들에겐 뼈를 깎는 고통을 수반한 창작물일터. 그래서 이 책도 함부로 말하진 못하겠다. 그래서 아주 우회적으로 이렇게 얘기하면 어떨까? (지극히 주관적으로)[토지], [삼국지]등이 성인들을 위한 책이라면 [현영의 똑똑한 경제습관] [마법 천자문]은  어린이들을 위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맥락으로 볼 때 [15번 진짜 안와]는 '조낸 안와'와 같은 요즘(?) 말들이 산재하므로 이런 말들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중,고등학생들이 보면 좋을 듯한 책이다. 고남일이 꿈꾸는 런던에서의 '자유'는 우리네 학생들이 꿈꾸는 '입시지옥'의 탈출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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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 Eat Pray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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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nish Completely.

예전의 나를 찾고 싶어.

 

철부지 아이처럼 굴지 말라는 친구의 말에 대한 주인공 리즈의 답이다.

그리고 그녀는 떠난다. 이탈리아로, 인도로, 발리로.

 

결론부터 말하자면, 139분의 러닝타임은 500페이지에 달하는 리즈의 이야기를 담기엔 부족했다. 원작소설대로 리즈는 자아와 삶의 진정성을 발견하고자 모든 것을 뒤로한 채 여행을 떠난다. 이탈리아에서는 아름다운 언어를 배우고, 인도에서는 명상을 하며, 발리에서는 새로운 사랑을 만난다. 그리고 마지막은 Attraversiamo. 영화의 뼈대는 원작을 닮았다. 하지만 각 나라에서 느껴지는 정취와 리즈의 감정선에 따른 자아회복의 변화는 잘 느껴지지 않는다. 

 

I have been there을 지오반니로부터 들으면서 슬픔과 기쁨이 교차하는 순간, 오히려 미국인스러운 툴시의 가치관, 끄뜻의 지혜가 담긴 엄청난 명언들,,, 정말 솔직히 말해,,, 원작에서 임팩트있던 부분들이 모두 도려내진 느낌이다. 심지어 <Eat Pray Love>의 부제의 일부인 '내 몸에 완벽하게 편안한 인생을 찾아준'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뭐가 어떻게 인생을 찾아줬다는 건지 감이 오질 않는다.  그래서 (원작을 접하지 않고)영화만 봤다면 마지막 'Attraversiamo'를 통해 '결국 사랑의 상처는 새로운 사랑으로 치유되는 구나.'정도로 결론을 냈을 듯 하다.

 

그렇다고 너무 혹평을 쏟아내진 않겠다. 영상으로 보여진다는 점, 러닝 타임이 제한적이라는 점 모두 이해하겠다. 그래서 감독이 보충한 내용들도 눈에 띈다. 툴시의 결혼이 리즈에게 그리고 리처드에게 미친 영향, 끄뜻과 펠리페의 대화 - '가슴이 아프다는 건 노력했다는 거야.'라는 끄뜻의 말은 개인적으로 너무 꽂혀서 외울 지경이다. - 는 정황에 대한 연결고리로 작용 한다. 너무나도 미국스러운 리처드가 왜 인도에 와 있는지, 펠리페의 아픈 사랑은 어떻게 됐던건지,,,

 

원작이 '매운맛 10도'의 카레라면 영화는 '순한맛 2도'의 카레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안다. 특히, 젊은 여성들 중 예고편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내 얘기야'라고 말한다는것도 안다. 그래서 주의를 주고 싶다. 

 

꼭 영화부터 보자.

그리고 원작을 접하자.

순한맛에서 점점 강도를 올려야지 일단 매운맛에 단련된 혀는 순한맛에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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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탱 파주 지음, 이상해 옮김, 발레리 해밀 그림 / 열림원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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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염뮈소가 소소한 이야기를 영상의 미학으로 표현한다면, 마르탱 파주는 언어의 미학으로 나타낸다. 그야 말로 진장한 언어의 연금술사! 글을 잘 쓰려면 모든 '존재하는 어떤 것'들에게서 의미를 발견할 줄 아는 눈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내가 지금까지 책으로 겪어 본 작가 중 그 '눈'을 작품에 제대로 녹여내는 능력은 마르탱 파주를 따를 자가 없다.

 

그의 소설 [완벽한 하루]는 눈을 뜨는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의 심리 변화를 비유와 상징과 함축으로 모조리 끄집어 낸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아침, 출근 시간에 맞춰 억지로 뜨는 눈은 '목에 총을 쑤셔 넣고 방아쇠를 당겨 주위의 흰 벽에 피를 쏟아내게 만드는' 느낌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외근을 나갈 때 도망치고 싶은 기분은 '야자수가 하늘의 빛을 가려주고 내 앞에는 에메랄드 빛 바다가 펼쳐져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비]에서는 말랑한 언어와 상황으로 비가 묘사된다. 봄비를 맞는 것 같은 청량감이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느껴진다. 만나고 싶고, 보고싶고, 그래서 보게 해달라고 하늘에 기도했던 그 사람을, 우연히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만났을 때의 짜릿함이 느껴진다. 비를 머리에 맞았을 때처럼. '사람이 누군가를 만나고,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쓰는 것은 머리에 뭔가를(물, 비극, 사랑의 슬픔,,,,,,) 맞았을 때 뿐이다(61p)'

 

33세의 마르탱 파주는 삶의 쉼표를 아는 작가다. 이 책을 열면 바로 이런 말이 나온다. "비는 세상이 잠시 정지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패스워드다. 비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 그건 다름을 긍정하는 것이다." 나는 마르탱 파주의 [비]를 읽고 내 삶에 쉼표를 찍는다. 문득 비 맞는게 좋다고 교복을 입고 하늘에서 내려주는 비를 쫄딱 맞고, 길에서 자동차가 튀기는 물마저 기분좋게 맞으며 뛰어다니던, 학창시절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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