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번 진짜 안 와
박상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흡사 '완전'과 비슷한 - 끈덕지게 이뤄지지 않는 것에 대한 간절함을 나타내는- '진짜'가 쓰인 제목이다. 손에는 마법의 약을 들고 있는 듯한, 결코 이쁘다고 할 수 없는 천사가 있다. 좌측에는 천사 남친 쯤으로 보이는 수염 자국이 거무튀튀한 한 남자가 손에 기타를 들고 있다. 장난기가득한 표지와 제목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롹정신에 죽고사는 고남일이 있다. 한국에서는 무일푼 빚쟁이이다. 영국으로 넘어가, 한 때 애인이었던 미영을 만난다. 1년 365일 24시간 롹을 틀어주는 런던에서 영어를 공부하고 아르바이트를 한다. 켄세이와 로잔나라는 친구들을 만나며 타국이라 떳떳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일탈들을 몸소 행하시며 '살아있는 롹커'의 삶을 뽐낸다. 그리고 이런 고남일을 지켜봐주는 '롹 스피릿'님이 계시다.

 

인간이 지구에서 알콩달콩 투닥투닥 거리며 살 때, 하늘에서 이를 지켜보는 누군가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작가 박상은 바로 이런 점에 착안하지 않았을까? 롹 스피릿은 고남일이 무아지경에 빠져 롹을 연주할 때 그를 돌봐주시고 그가 궁핍한 살림으로 롹을 저버리려 할 때 대안을 마련해 주신다. 바닥을 치면 꼭 누군가가 손을 내밀어 주는 오묘한 인간 섭리를 반영한 바로 그것!

 

이 책을 읽고 있는 날 보고 어떤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작가의 체험을 바탕으로 소설을 쓰는 건 좋은데, 진짜 그 사람이 경험인 것 같은 뻔한 이야기가 담겨있는 건 왠지, 소설의 정의를 빗겨가는 것 같애. 그래서 이 소설 별로야' '난 박상이란 작가를 처음 접했으므로 무효!' 라고 했지만 그 얘기를 듣고 나니 책을 읽는 내내 내용이 올곳이 보이지가 않았다. 마침 작가 프로필에는 이런 글도 있다. '...고등학생 때부터 롹음악과 일렉트로닉기타에 경도 되었고 마티 프리드먼처럼 기타를 치게 될 날을 기다려왔다...' 결국 주인공 고남일과 작가 박상이 영 별개의 인물은 아닌 듯 하다.

 

어느 순간 부터, 서평을 쓸 때마다 읽는 독자보다 쓰는 작가의 마음에 더 손이 간다. 분명 내가 '재미없어! 재미없어! 별로야!'라고 해도 그 책은 작가들에겐 뼈를 깎는 고통을 수반한 창작물일터. 그래서 이 책도 함부로 말하진 못하겠다. 그래서 아주 우회적으로 이렇게 얘기하면 어떨까? (지극히 주관적으로)[토지], [삼국지]등이 성인들을 위한 책이라면 [현영의 똑똑한 경제습관] [마법 천자문]은  어린이들을 위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맥락으로 볼 때 [15번 진짜 안와]는 '조낸 안와'와 같은 요즘(?) 말들이 산재하므로 이런 말들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중,고등학생들이 보면 좋을 듯한 책이다. 고남일이 꿈꾸는 런던에서의 '자유'는 우리네 학생들이 꿈꾸는 '입시지옥'의 탈출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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