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산개 - Poongsa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naver에 나와있는 '풍산개'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원산지는 우리나라 량강도 풍산지방이다. 추위와 여러가지 질병에 견디는 힘이 세고 먹성이 좋고 거친 사양관리조건에서도 잘 자란다. 경비와 사냥에 이용한다. 경쾌하게 생기고 뒷다리가 곧고 탄탄하여 경사지와 산악지대에서 잘 뛴다. 머리는 가볍게 들고 언제나 주위에 대한 경계와 감시를 하는 감을 준다. 영리하고 날래며 적수와 만나면 끝까지 싸우는 이악한 개이다. 사냥에 훈련되면 감시를 잘하고 산에서 주인을 잘 따라다니고 적수가 나타나면 개 무리 가운데서 제일 앞장서 싸우는 특징이 있다.

 

풍산(윤계상)은 말이 없었다. 답답하다 싶었지만 김기덕 감독 연출부 출신이라니 그저 [나쁜남자]에서 봤던 '말없이 표정으로 연기하기'의 일종이라 여겼다. 그러나 풍산의 무언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었다.

 



 

설명안해도 사천만 전 국민이 알고있는 전 세계 유일의 분단국, 그 이름도 찬란한 대한민국. 풍산은 휴전선을 넘나들며 무엇이든 3시간 만에 배달한다. 그러던 어느 날, 사람을 데려오라는 미션을 받게 된다. 이 영화에는 크게 세 가지 흐름이 있다. 인옥과 풍산의 남녀, 남한과 북한 그리고 남/녀, 남/북 그리고 토사구팽이다.

 

인옥과 풍산의 관계는 모호했다. '3시간 만에 배달되어 오다가 무뚝뚝한 풍산 덕에 죽을 고비를 넘기고 자신을 그리워하던 한 남자의 보살핌을 받지만 계속 풍산을 떠올린다'는 인옥의 설정은 '도대체 왜?'가 계속 떠오르게 만든다. 그저 자본주의로 꽉 찬 남한에서 마음 둘 대가 풍산밖에 없어서 그랬나보드라 싶다. 그리고 '3시간 만에 인옥을 데리고 오다가 북한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계속 인옥 주위를 멤돌며 그녀의 눈물 사진을 찍더라'는 풍산의 설정도 '아니 왜!'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저 3시간 동안 정말 무슨 일 있었나 싶다. 영화 말미에가서 등장하는 '격정적인 키스신'은 그저 이런 내 느낌들은 묻어두고 '저 둘은 무척 사랑하는 사이다'라고 이해하게 만들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미심쩍은 건 사실이다.

 




 

남북관계는 투박할만큼 여과없이 드러난다. 남한과 북한이 정말 저렇게 서로의 영역에 왔다갔다 하고 있을까 싶을 정도로 교류(?)가 활발하다. 그리고 무슨 오대수에게 넣어주는 군만두 마냥 방에 들어가 순서대로 들어오는 총만 받아 치켜들지 말고 문 여는 순간을 포착해 도망칠 생각을 왜 못할까 싶었다. 역시 영화 말미에 등장하는 양 측의 대립 구도는 '서로 총을 겨누고 있다'는 현실을 나타내고 싶었던 것이리라.

 

그저 윤계상 영화라고 쓰려다가 무릎을 딱! 쳤다. 김기덕 감독 영화만 보면 나오던 피나 여성비하적 표현이 없었다는 점. 그리고 남북을 오가는 장면을 도대체 어떻게 표현하려나 싶었는데 무슨 방송국 소품실에서 들고나온 듯한 막대기 하나로 이를 해결했다는 점. 그래, <풍산개>는 그런 면에서 의의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생각나는 의문 몇 가지. 여주인공은 김민선 아니던가? 왜 이름이 김규리인걸까? 김기덕 감독이 남북 관계에 천착하는 느낌이 드는건 나만 그런 걸까? 영화 <해안선>이 문득 떠오른다. 여기서 생각해볼 문제 한 가지, 풍산은 왜 말이 없을까? 정답은 다음의 대사에 있다. '정체성을 밝히라우. 남쪽이내 북쪽이내' 아무튼 <풍산개>의 주인공은 남북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풍산이 아닌, 방송국 소품실에서 들고나온 듯한 '막대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2 - Harry Potter and the Deathly Hallows: Part II
영화
평점 :
현재상영


'책이 있고 영화가 있을 때, 언제나 승자는 책이다'는 내 이론은 깨지지 않았다. 영화 <해리포터>는 굉장했다. 입체 영상으로 느껴지는 전투장면은 마치 내가 병사가 된 듯했고, 금고로 향해가는 열차는 놀이동산 청룡열차를 타는 기분을 선사했다. 그러나 책이 줬던 무한한 상상력을 영상은 뛰어넘지 못했다.

 



 

절대 힘은 지팡이에 있었다. 다섯 번째 '호크룩스'를 찾는 볼드모트가 부끄럽게 해리포터와 그 친구들은 호크룩스를 하나씩 파괴한다. 결국 호그와트와 볼드모트의 전투가 시작된다. 교수님들은 착한편답게 선하고 판타스틱한 마법으로 보호막을 친다. 특히 이 부분에서는 숨이 멎을 정도로 장관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스네이프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해리 포터는 진실을 알게된다. 지금까지의 고통만큼 아픈 그 사실들은 해리를 죽음의 숲으로 가게 만든다.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이야기처럼 '결국 착한 사람이 이기더라'로 끝나는 해리포터 시리즈는 오늘로써 끝났다. 판타지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난 이 시리즈를 책을 포함해 영화까지 모두 섭렵했다. 그랬던 이유는 남들과 사뭇 다르다. 해리가 어떻게 자라나 볼드모트와 어떤 전투를 치렀는지보다 도대체 작가의 상상력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보고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는사이 안경에 스카치테이프를 붙이고 다니는 헐랭이 해리포터는 성인이 되었고 심지어 아버지가 되었다.

 



 

상상 그 이상의 인물들이 등장해 어디서 누가 등장할지 모른다는 긴장을 한 껏 즐기게한다. 리얼 3D로 호그와트를 빗자루로 타고 날아다니는 듯한 스릴을 준다. 친구들의 죽음을 보며 내가 저지른 일마냥 슬픔에 빠져들게 한다. 런던을 배경으로 한 설정들은 내 옆에 친구들이 마법을 부리진 않을지 의심될 정도로 현실적이다. 이것 만으로도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 2부>는 충분히 볼 만한하다.

 

귀엽던 해리가 어색한 어른이 되가는걸 보는 건 힘들었지만 <해리포터 시리즈>는 인간의 창조력이 무한하다는 하나의 반증이었다다. 이런 작품이 많이 나와 아이들에겐 꿈과 희망을 주고 어른들에겐 향수를 자극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구나! 난 언제쯤 볼드모트나 덤블도어 같은 인물들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래 -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진기(珍奇)하다. 끊을 수가 없고 멈출 수가 없다. 종국엔 잠을 떨치고 일을 내던진채 읽게 만든다. 마약같은 중독성이란 바로,,, 이런 것?

<고래>의 주인공은 다채롭다. 상징적인 면에서는 장면 전환시 등장하는 '고래'가 주인공이고 파도와 남녀의 욕정, 자본주의, 도시의 산업화 등이 조연이다. 서사적인 면에서는 '금복과 춘희의 삶'이 주인공이다. 그리고 금복을 채웠던 생선장수, 약장수, 걱정, 칼잡이 그리고 춘희를 채웠던 소년과 점보, 벽돌공장이 조연이다. 그러나 상징과 서사가 맞물려 흘러가는 얄궂은 흐름은 이 둘을 따로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게 한다.  

 

춘희. 여자라고 하기엔 너무 우람한 그녀가 교도소에서 나와 벽돌공장으로 돌아온다. 여장부였던 금복이 있던, 벽돌을 알려주던 文이 있던, 마음으로 대화를 나누던 점보가 있던 그리고 벽돌을 만들 수 있었던. 벙어리지만 남자 못지 않은 힘을 지닌 춘희다. <고래>는 춘희로 시작해 춘희로 끝난다. 그러나 여느 생명이 모두 그러하듯 그녀의 처음과 끝엔 어머니, 금복이 있었다.

 

금복. 소녀시절 바다의 고래를 본다. 자연스레 바다의 짠내를 닮은 생선장수를 따른다. 소녀에서 여자가 되면서 '힘의 법칙'에 따라 우람하고 힘좋은 걱정의 여자가 된다. 그러나 우매함을 듬직함으로 메우던 걱정이 점점 밥만 축내는 짐승이 돼면서 금복은 지역을 주름잡는 칼잡이와 일종의 거래를 시작하고  걱정, 금복, 칼잡이는 한 집 살림을 시작한다. 이 때, 걱정을 살리기 위해 칼잡이에게 몸을 내주던 금복의 거래는 그녀가 점차 남자가 되고 고래의 형상을 한 극장을 짓기까지 수많은 거래를 하는데 밑바탕이 된, 밀림의 적자생존 법칙과 같은, 그녀만의 자본주의 논리의 시작이었다.

 

춘희와 금복은 평행이론을 적용하고 싶을 만큼 닮아있다. 통뼈로 힘을 지녔지만 벙어리로 한 평생을 살아야 했던 춘희. 수완이 좋았지만 남성에 뒤지는 여성, 부에 뒤지는 가난 등 모든 '약함'을 선천적으로 지녔던 금복. 그러나 두 인물의 끝은 사뭇 달랐다. 불 속에 자신의 격정의 인생을 재로 만들어 역사조차 찾을 수 없게 하고 싶었던 금복과는 달리, 춘희는 제 어미의 과오와 제 무지의 불행을 모두 흰 눈으로 덮는다. 포근하고 따뜻하게, 그리고 점보를 타고 훨훨 자유롭게 날아간다.

 

<전원일기>의 구수함이 있으면서 <거대한 괴물>의 장황함도 있다. <고릴라 이스마엘>에서 봤던 인간과 짐승의 소통이 있고 <연금술사>의 어리석은 마법이 있다. <삼국지> 못지 않은 서사가 있고 <타나토노트>에 버금가는 환상이 있다. <고래>를 읽으면서 정말 많은 책들과 인물과 내용들이 떠올랐다. 그만큼 이 책은 함축적이고 흡입력 있다. 한 마디로 대단하다.

 

천명관 님의 책을 읽어본 게 처음인가? 이런 문장과 속도를 우리 나라 작가에게서 경험했던가? 모든 인물들이 촘촘한 그물처럼 유기적으로 얽혀 있고 그들의 입을 통해 표현하는 세상은 너무 사실적이다. 그런데 더 이상 말로 풀기가 어려운 부분에만 가 천명관 님은 '그 다음 일은 자세히 설명하지 않겠다'며 '퉁' 쳐버린다. 얄궂다. 그렇다고 또 툭툭 끊기는 연결이냐 하면 그 때마다 '무슨무슨 법칙'이라며 순환고리를 마련해 놓는다. 어떻게 이런 구성과 방식을 생각해 냈을까?

 

어휘가 짧은 나로써는 그저 '대단하다' '꼭 읽어봐라' 정도로 밖에 표현이 안된다. 대신 <고래>를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으로 선정한 심사위원 한 분의 말로 이 작품의 가치에 조금 더 힘을 실어보겠다. '이 작가는 전통적 소설 학습이나 동시대의 소설작품에 빚진 게 별로 없는 듯하다. 따라서 인물 성격, 언어 조탁, 효과적인 복선, 기승전결 구성 등의 기존 틀로 해석할 수 없는 것이다. 약간 거창하게 말한다면, 자신과는 소설관이 다른 심사위원의 동의까지 얻어냈다는 사실이 작가로서는 힘있는 출발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소설가 은희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첫 문장의 두려움을 없애라] 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첫 문장의 두려움을 없애라 - 당신을 위한 글쓰기 레시피
김민영 지음 / 청림출판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드디어 읽었다. <첫 문장의 두려움을 없애라>의 저자는 다름아닌 블로그 이웃 '글쓰는 도넛'님이시다. 작년 이 맘때쯤 글쟁이가 되겠다는 포부로 난 세상에 나왔다. 그러나 시작은 더뎠다. '밥 빌어먹는' 진로 선택의 대가를 몸으로 느껴야했다. 그때 온라인에서 글쟁이로 사는 사람을 찾는 내 눈에 포착된 사람이 다름아닌 도넛님이었다. 글만 쓰면서도 살 수 있을까? 그것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읽고 쓰고 느끼고.

 

저자는 현재 글쓰기 강의를 하고 있다. 서평 쓰기부터 읽기,쓰기,말하기를 연계한 통합 교육까지. 저자들을 만나며 북콘서트도 진행한다. 그래서일까? 온통 활자로 채워진 나날을 보내는 듯한 그녀의 글은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쫀쫀함이다. 이 책에는 글쓰기 방법이 단계별로 제시되어있다. 시작하는 법, 얼개를 갖추는 법, 매력도를 높이는 법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술술 읽힌다. 다나까의 명령조도 아니고 넌 읽어라 난 쓸께라는 차도녀 말투도 아니다. 옆에서 말하는 듯한 친근한 어투는 조금 더 편안하게 글쓰기에 다가가게 한다.

 

<첫 문장의 두려움을 없애라>는 네 구성으로 되어있다. 첫 번째는 글 시작하기다. 쓰고자하는 열망은 있지만 쓰지 않는 사람들은 보통 이런 말을 한다. '뭘 써야 할지 모르겠어' 이런 사람들에게 저자는 '네 옆에 있는 글감을 보라'고 말한다. 한 작가님께서 내게 이런 말을 하신 적이 있다. '내 주변에 있는  모든 것, 하물며 '지우개 똥'이라도 글의 소재가 될 수 있다. 작은 것 하나를 가지고 A4 10장을 채울 수 있을 때, 제대로 된 글을 쓸 수 있다' 저자의 말도 작가님의 말과 일맥상통한다. 우린 지금 글감 세상에 살고 있는데 눈을 감고 있을 뿐이다.

 

두 번째는 글에 얼개를 세우는 단계다. 내겐 이 부분이 가장 어렵다. 하나를 쓰려고 하면 또 다른 하나가 슬며시 고개를 든다. 생각나는 것들을 모두 적다보면 결국 '쓴 사람만 이해하는' 글이 되버린다. 리뷰나 서평도 마찬가지다. 스크린이나 책으로 절절하게 느꼈던 내 기분이 잘 표현되질 않는다. 결국 홍보글처럼 맛없는 글이 되버린다. 이런 상태에 대한 저자의 조언은 '밑그림 그리기'다. 사실 난 '꽂혀야 쓰는' 습관으로 인해 구성이란 걸 잡아본 적이 없다. 아마 그래서 더 밋밋한 글만 썼던 건 아닐까? 이 책을 읽은 후, 글을 쓸 때 가능한한 구성을 잡고 시작하기로 스스로와 약속했다. 지금 이 글의 구성은 '저자소개 - 내용 요약 - 마무리' 지금 구성데로 잘 쓰고 있는건가?

 

세 번째는 읽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단계다. 내 멋데로 쓴다고는 하지만 누군가 내 글에 반응해주면 그렇게 짜릿할 수가 없다. 그래서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공감'과 '덧글'에 빠져드는 것일터. 저자가 전하는 방법은 다섯 가지다.간결하게 쓰기, 스토리텔링기법으로 쓰기, 논리적으로 쓰기, 퇴고 그리고 공개하기다. 내겐 이런 일화가 있다. 이틀밤을 새서 써 낸 글을, 신줏단지 모시는 기분으로 애지중지하다 제출했는데 글쓰기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호흡이 너무 길어' 한 단락이 한 문장으로 이뤄져 있다며 빨간 글씨만 빼곡한 첨삭지를 돌려주셨었다. 이런 말도 들었다. '공대생인거 티나' 재미없다는 말씀이셨다.(글 잘쓰는 공대생들에겐 폐를 끼친 것 같아 미안하다) 그래서 내가 찾은 해법은 다름아닌 묘사였다. 하루에 하나씩 소재를 잡아 세세하게 묘사하기. 이 부분은 저자가 말한 글쓰기 비기 중 '스토리텔링기법으로 쓰기'와 닿아있다. 그럼 이제 저자의 방법을 하나씩 연습해보는 일만 남은건가?

 

글을 시작하고, 구성을 탄탄히하고, 맛을 더하는 법을 배웠다. 이제 치열하게 쓰는 일만 남았다. 숨을 고르자. 하나, 둘, 셋. '당신을 위한 글쓰기 레시피'라는 부제가 참 마음에 든다. 난 그동안 글쓰기를 하겠다면서 글쓰기 책을 읽진 않았다. 글을 잘 쓰겠다면서 글을 쓰는 방법도 알지 못했다. <첫 문장의 두려움을 없애라>는 이런 내 안에 '400년된 글쓰기 고목나무'를 세워놓았다.

 

그간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글쓰기를 소홀히 했다. 내가 정말 저자처럼 뜨겁게 글쓰기를 열망했던가. 글을 쓰고 싶긴 한건가. 쓰자. 쓰자. 또 쓰자.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다. "글쓰기 책을 읽고 나를 돌아보는 이런 기묘한 순간이 내게 온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는지 모른다"고. 내가 저자 김민영을, '글쓰는 도넛'을 이웃으로 만났던 작년 그 때 처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진짜 공부는 서른에 시작된다 - ‘생존’을 넘어 ‘성장’을 부르는 내 인생 공부 혁명
이창준 지음 / 리더스북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진짜 공부는 서른에 시작된다'는 제목이 퍽 마음에 든다. 청춘과 성숙의 중간 쯤으로 여기는 '서른'이라는 나이를 '또 다른 출발점'으로 설정해주기 때문이다. 사실 공부는 스물이든 서른이든 마흔이든 하다못해 아흔아홉이 되어도 끊이지 않고 하는 것인데 말이다.

 

이 책은 '공부'의 근원부터 말한다. 일반에게 공부란, 초등학교를 거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에 이르는 일련의 학업 과정 중 벌어지는 지식 습득의 의미로 대부분 사용된다. 그리하여 고등학생은 대학 진학을 위한 성적 향상에, 대학생은 취업을 위한 스펙 향상에 초점을 맞추기 마련이다. 그러나 저자는 말하는 공부는 조금 다르다. 공부란, '단순한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행복과 기쁨, 성장을 구현하는 삶의 방식' 즉, 오센틱 러닝을 뜻한다. authentic은 진짜의, 진품의 라는 영단어다. 그래서 나는 지금부터 오센틱 러닝이란 말보다 진짜공부라는 말로 표현하겠다.

 

책의 흐름은 간단하다. 진짜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 현실에서 진짜 공부를 할 수 없는 이유, 진짜 공부 시작하기, 진짜 공부 실천하기, 진짜 공부 달인되기다. 이 중 가장 중점적으로 봐야할 부분은 다름아닌 첫번째, '참된 행복은 공부에 있다' 이다. 여기서 저자는 플로우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플로우란 마치 물이 흐르듯 어딘가에 정신없이 빠져드는 최적의 경험을 말한다.(24p) 일종의 무아지경이 아닐까 싶다. 좋아하는 일을 하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르듯이. 플로우가 바로 행복이고 삶의 절정이기에 우리가 추구해야 할 그 무엇이라고 이 책은 시작한다.

 

진짜 공부를 시작하기 위해 우린 네 가지가 필요하다. 자기인식, 자기조절, 내적동기 그리고 낙관이다. 자기인식은 특별한 존재로서 스스로를 발견하고 수용하는 일을 가능케한다. 자기조절은 목적을 이탈했을 때 이를 발견하고 즉시 원래의 궤도로 돌아오도록 스스로를 자극한다. 그리고 이는 실패라는 벽에 부딪혔을 때 절망에 이르는 대신 궤도를 수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도 한다. 내적동기가 포인트다. 서른즈음의 사람들이 또 다른 선택, 예를들어 결혼이나 이직을 꿈꿀때 하는 말은, '지금 상태로는 그렇게 할 수 없어'라는 말을 할 때가 많다. 저자는 이에 대해 좋은 직장, 많은 연봉, 높은 신분과 명예와 같은 외적 동기에 천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외적 동기는 그 발로가 본질적으로 타인들을 기쁘게 하려는 욕구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과는 멀다는 것(79p) 마지막 낙관은 무모한 긍정보다는 시련이 닥쳤을 때 포기하지 않고 굳게 버틸 수 있는 힘이다. 교육학 박사이며 상담가인 론다 비먼은 이런 낙관의 개념을 "낙관성은 나쁜 상황에서는 좋은 측면을, 곤경 속에서는 교훈을, 심지어 가장 깊은 곳에 숨겨진 희망을 찾아내는 능력"이라고 말한다.

 

진짜 공부의 의미와 시작을 토대를 마련했다면 이제 실천할 단계다. 먼저 기존의 개념과 사고를 부수고 새로 쌓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도전하고 실패하라. 또 멘토, 스승을 만나 길을 물어라. 네번쨰는 책을 읽고 글을 써라. 마지막 함께 배워라. 그리하면 이창준 저자가 말하는 '오센틱 러너'가 되어 있을 것이다.

 

이 책에는 반대 개념이 많이 등장한다. 가짜공부/진짜공부, 내적동기/외적동기, 성취목표/학습목표, 거짓학습/오센틱 러닝. <나는 가수다>의 한 여성 가수가 청중단의 표를 얻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래를 자극적이고, 꽂히도록 불러야 함에 '귀가 지친다'는 말을 했다. 난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반대 개념은 주장을 명확히 전달하지만 자칫 흑백논리에 빠진 것처럼 보이는 것은 왜 일까? 또, 이런 느낌도 받았다. 이 책은 '공부'에 대한 태도를 관철시키기 위해 많은 이론을 끌어왔다. 회복탄력성이 그러했고, 상상 팽창이 그러했다. 다른 책들에서 인용된 듯한 부분이 보였고, 그래서 조금은 아쉬웠다.

 

하지만 <진짜 공부는 서른에 시작한다>의 논조는 내 고개를 끄덕이게 할만큼 설득력있었다. 난 '해야만 하는' 공부에 조금 지쳐 있었다. 스펙쌓기가 그저 보여주기에 지나지 않지만 남들의 눈을 피할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라는 나의 모순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부는 언제나 필요하다. 그러나 저자 말데로 진짜 공부는 서른에 시작할 수 밖에 없다. 성적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자신에 초점을 맞출 수 있는 시기가 바로 '서른'이라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