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6월 2주

누구와의 대화든 쉽사리 이야기를 꺼내면 안되는 주제가 있다. 바로 종교와 정치. 야당을 두둔했다간 여당측 사람들한테 뭇매를 맡고 무소속을 지지했다간 줏대없는 놈으로 낙인찍히기 십상이다. 종교도 매한가지다. 반면, 이런 금기시 주제와는 반대로 대화를 나누는 상대방이 누구든 던지는데로 '먹히는' 주제도 있다. 바로 음악과 영화, 연극, 공연, 사진, 그림 등의 문화다. 그 중 好不好를 가장 '적게' 타는 분야가 바로 영화 아닐까! 대부분이 좋아하지 않는 장르라도 개봉하면 꼭 봐야 직성이 풀리는 '그냥영화좋아' 부류니까. 내가 [쏘우]시리즈가 개봉하면 참다 참다 못 참고 보는 것처럼. 이번 달에는 어떤 영화들을 보면서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던져볼까?



 

모비딕

 

기자의 이야기라고 한다. 최근 트위터에서 한 작가가 기자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현직 기자로서 모비딕 감상 소감이 어떤가요?" 그 기자의 답변은 이랬다. "ㅎㅎㅎ(x30번), 너무 고마웠습니다." 진실을 파헤쳐야 한다는 일종의 사명감(?)을 갖어야만 하는 기자에게는 생각보다 큰 고뇌가 있다.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어둡고 꿉꿉한 현실을 알게되고 그럴수록 확신이 드는 것은 '썪은 세상'이라는 사실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가 가진 '그 무엇' 때문에 살아가야 한다. 내용이 무엇이든간에 현직기자가 '고마워'한 이 영화, 꼭 한번 봐야 할 영화다.

 



 

트루맛쇼

 

[트루먼 쇼]의 세트장을 닮은, '食'계의 빅브라더를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다.  음식이나 식당 소개 프로그램에서 인터뷰로 나오는 시민들은 모두 '연기자'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해당 프로 관계자가 섭외해 '와우~ 맛있어요' '이런 맛은 처음이예요' 따위의 멘트를 암기시키고 대사를 읊게 한다는 것이다. 원래 세상이 '짜고 치는 고스톱 판'이라는 것을 깨닭은 후엔, 그러려니 했는데, 새삼 이 영화의 포스터를 보자니 슬프기 그지없다. SBS, MBC, KBS의 공중파 3사를 대놓고 칼질하겠다는 위용을 보이는 이 포스터는 결국 마음의 고향 '음식'도 다 고스톱 판의 '피'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또 내던지기 때문이다. 이제 '맛' 프로그램은 사라지는 건가?

 



 

마마

 

'엄마' 이야기다. 가족이 누군가에게 의미있는 이유의 중심에는 '엄마'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엄마가 있어서(물론 아빠도 있어야 하지만)  나는 세상을 씹어삼킬 수도 행복에 겨워 즐거움을 누릴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나이와 비례해 점점 그 자리가 좁아지는 사람도 바로 엄마가 아닐까 싶다. 내가 결혼을 안하고 있는 이유는 - 절대 남자가 없어서가 아니다ㅋ - 엄마와 사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늘리고 싶어서다. 그래서 판타스틱한 독립 제안이 왔을 때도 난 당당히 거절하고 '엄마 옆'을 사수했다. 문제는 말로만 '엄마' 엄마'하지 말고 진짜 '딸내미' 노릇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다는데 있다. 이 영화 개봉 기념으로 한번 더, 엄마에게 손이 오글어들만한 러브레터를 보내야겠다.

 



 

프리스트

 

'전사가 된 신부'란다. 칼 들고 있는 저 어두운 남자가 신부인가 싶은데, 흡사 귀족의 성 끄트머리에 달려있는 박쥐를 닮은 저 남자는 음울한 세상을 바꾸기 보단 더 어둡게 만들어 버릴 듯 하다. 배경 또한, '어둠'을 강조하는데 짙은 연기와 차가운 빌딩들이 그 주변을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 3D를 붙이기엔 부끄러운 평점을 가진 영화지만 신부와 전사를 결합시켰다는 발침함에 눈이 가는 영화다. 내용은 화면으로 확인할 것. 추천영화 리스트는 스포일러가 되면 안되므로!!

 

이 외에도 이번 달에는 [쿵푸팬더]와 [엑스맨]도 개봉한다. 그런데 난 그대들이 땡기질 않는다. 왜 그럴까. 왜 그럴까. 왜 그럴까. 뭐,,, 그만 생각하자. 공짜 표가 들어오면 난 분명 팬더와 엑스맨도 볼 것이며, 시간이 없다면 신부도, 맛 프로도, 기자 이야기도, 엄마 이야기도 못 볼 테니까. 그저 일주일에 단 하루만이라도 모든 시간이 올곧이 내게 주어지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사람들 속에서 영화 얘기를 맘껏 떠들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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