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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쇼크 - 부모들이 몰랐던 아이들에 대한 새로운 생각 ㅣ 자녀 양육 시리즈 1
애쉴리 메리먼 외 지음, 이주혜 옮김 / 물푸레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한 사람의 학자가 이루어낸 성과물이 아니라 세계 전역의 대학과 연구소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수많은 과학자들이 충분한 탐색 끝에 내놓은 새로운 생각이다.
하나의 실험으로 도출된 진실이 아니라 수십 년 동안 선배들의 성과를 모사하고
정제해온 다양한 연구 끝에 조금씩 얻어낸 소중한 진실이다. - 저자, 포 브론슨
충격, 쇼크, 역습. 요즘 이런 단어가 들어간 제목의 책들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그 중에서 유독 눈에 띄는 것이 있으니 바로 양육 쇼크이다.
양육 쇼크라니. 단어의 특성상 무언가 내가 알고 있던 양육에 대한 개념이
뒤집히려나보다 하는 불안감과 동시에 혹시 나도 양육에 대해 잘못하고 있었던 건
없을까 하는 생각에 마치 잘못을 하다 들킨 아이처럼 움찔하고 말았다.
아니나 다를까!
지금까지 부모로서 우리들이 해온 자녀 양육법이 < 틀.렸.다 >라고 말하고 있잖은가?
현재 다섯 살배기, 세 살배기의 엄마인 나는 무얼 얼마나 잘못하고 있었을까?
얼마나 틀린 양육법으로 두 아이를 키웠던 것일까?
우선 내 자신을 포함한 많은 부모들이 대부분 하고 있던 잘못이 있는데
바로 칭찬이다. 칭찬은 좋은 것 아닌가? 하는 반문을 할 텐데 나 역시 그랬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칭찬 자체가 잘못 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칭찬, 성의 없는 칭찬, 남발하는 칭찬 그리고 지능을 칭찬하는 것이 잘못됐단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할 만큼 대단한 파워를 가지고 있지만 잘못된 칭찬으로 인해
아이들을 오히려 망칠 수 있다는 얘기다. 과한 칭찬이나 지능에 대한 칭찬을 들은 아이는
노력을 하려들지 않고, 자신의 지능에 문제가 될 것 같은 일에는 아예 도전조차 하지
않는 상황도 벌어진다고 하니 보통 문제가 아니다. 또한 어떠한 일을 할 때나 상황에
처할 때마다 보상을 받은 아이 역시 그 보상이 사라지면 아무 것도 하려들지 않는다니
주의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시험을 잘 봤다고 맛있는 외식을 하거나 갖고 싶어 했던
장난감을 사준다고 약속한 엄마를 종종 봤다. 나야 아직 아이들이 어리니 그럴 일은
없었지만 혹시나 내 모습은 어땠나 생각해보니 칭찬을 좀 자주한 편에 속한다.
아이가 뭘 하면 아 잘했다, 참 똑똑하다 하며 말을 해준 것이다. 내 딴에는 아이가
더 잘할 수 있도록 격려를 한 것인데 그게 잘못된 것이었다니. 문득 들게 된 생각인데
화분에 너무 과한 영양분을 주면 화초가 뿌리를 깊이 내리지 못하고 결국 자생력을 잃어
말라 죽어가는 일을 생각하면 육아에도 같은 결과가 있겠다 싶다. 아찔하다.
칭찬과 더불어 부모들의 고민거리 중 하나인 아이들의 거짓말. 세상이 모두 날 속여도
내 자식만큼은 아닐 거라는 믿음은 비단 나만 갖고 있는 것이지는 않을 터.
빠져들 듯 맑은 눈동자로 엄마, 아빠 첫 마디를 떼던 그 아이가 언젠가 거짓말을
한다면 얼마나 큰 충격을 받게 될까? 가장 먼저 아이가 하게 되는 거짓말은 아마도
혼나지 않고 상황을 벗어나려는 자기방어에서 시작되지 않나 싶다. 가끔 큰 아이도
동생을 쥐어박고는 으앙 하고 우는 소리에 엄마가 바라봤을 때 자기가 안 그랬다고
한 적이 있는 걸 보면 말이다. 책에는 이런 예도 있다. 저자의 아이가 수성 펜으로
식탁에 그림을 그렸는데 “네가 식탁 위에 그림을 그렸니?”라는 질문을 받자
그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내가 안 그랬어.”라는 거짓말을 했다는 것.
결국 아이들이 거짓말을 하게 되는 그 책임은 아이가 아닌 부모에게 있다는 것이다.
“대체 얘가 어디서 거짓말 하는 건 배웠니?”라는 책망은 이제 그만 두자. 나와 당신,
바로 부모 잘못이다. 어린이 프로그램이든 실생활이든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며 아이들에게
종종 들려주는 이야기가 바로 <양치기 소년과 늑대이야기>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아이들이 거짓말을 하지 않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단다.
그보다는 <조지 워싱턴과 체리나무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아이들의 거짓말을 줄이는데
더욱 좋은 효과를 낸다고 한다. 거짓말을 하면 벌을 받는다는 결과보다 정직했을 때
받는 사면과 그로 인한 칭찬이 오히려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얘기다.
또 하나 관심을 갖게 된 건 바로 폭력성이다. 요즘 아이들을 보면 언어든 행동이든 과격하기
그지없다. 그런데 무심코 틀어준 어린이를 위한 방송이 아이들을 망친 것이다.
예전에 지인의 아이가 6살 무렵이었을 때 파워레인저를 보고 싶다고 하니 너무 폭력적이라서
안 된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 나 역시 같은 이유로 내 아이에게 가능한 그 프로그램을
보지 못하게 했었다. 그런데 가끔 스펀지 밥이라는 프로그램을 보여준 적이 있는데
책을 보고 깜짝 놀랐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이런 대사가 나왔다는 것이다.
“너 같이 완전 실패한 인생이 밤에 잠이 오니?” 이 얼마나 무섭고 움찔해지는 말인가.
“이 악당! 너를 용서하지 않겠다.”고 하며 싸움을 벌이는 파워레인저와 웃는 얼굴로
위의 대사를 하는 스펀지 밥 중 어느 것이 더 잔인하고 공격적일까.
항상 궁금했다. 내가 육아를 잘 하고 있는 걸까, 내 아이들은 잘 크고 있는 걸까.
책을 읽는 내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얻었고 때로는 잘하고 있었구나, 대부분은
아 내가 잘못하고 있었구나 하며 많은 것을 배우고 궁금증도 해결하게 되었다.
물론 앞으로도 육아를 하며 때로 실수를 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보다는 더욱
올바른 양육으로 아이들을 좀 더 바르게 키울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긴다.
그리고 너무 늦지 않게 이 책을 읽었음에도 감사하는 마음이다. 아직 아이들이 어리니까
잘못했던 양육방법을 올바르게 다잡을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있기 때문에.
이 책은 부모들의 잘못된 양육법을 혼내고 다그치기 위해 쓰여 진 책이 아니다.
내가 자식을 잘못 키웠어 하며 자괴감에 빠뜨리려는 책은 더더욱 아니다.
자녀양육과 아동발달에 관해 전 세계 60개국 7천여 명의 학자들이 과학적으로 연구한
결과를 그대로 담았으며 양육에 관한 혁신적이고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전 세계 부모들의 자녀양육에 관한 질문에 대한 솔루션이 되는 책이다.
많은 부모들이 꼭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