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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의 역습 - 당신이 몰랐던 우유에 관한 거짓말 그리고 선전
티에리 수카르 지음, 김성희 옮김 / 알마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기분이 언짢다.
무언가에 역습을 당한다는 것이 기분 좋을 리 없다. 게다가 우유라니!
순백색의 고운 자태로 우리의 건강을 책임져 준다는 완전식품 아닌가.
높은 함량의 칼슘으로 골다공증을 예방해주고 우리 아이들을 쑥쑥 성장시켜 주는,
그래서 우리가 어려서부터 마시기를 강요마저 당해왔던 그 우유 말이다.
영양학자는 물론 의사까지 우유를 권장해 오던 터라 더 기가 막힐 노릇이다.
저자 티에리 수카르는 저널리스트이자 과학 전문 작가이며 미국영양학회의 회원이다.
1994년부터 과학과 미래지에서 건강 및 영양 문제를 다뤄오고 있는데
그는 왜 이런 책을 썼을까? 낙농업계의 상상도 못할 강한 반발의 위험을 무릅쓰고.
인류의 건강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공적 제보자일까?
유제품은 골다공증을 예방해주지 않는다
우리는 유제품을 많이 먹고 마실수록 뼈가 튼튼해지고 아이들의 성장을
촉진시켜 준다는 이야기를 오래전부터 들어왔다. 학창시절엔 학교에서 급식도 했다.
그 땐 우유가 지금처럼 흔하지 않았던 때여서 우유급식비가 없는 학생들은
그저 친구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봤고, 우유가 싫은 아이는 흔쾌히 나눠주기도 했다.
가끔 우유를 들고 가서 핫도그로 바꿔 먹은 적도 있지만.
우유를 먹으면 배탈이 자주 났던 터라 많이 마시지는 않았는데 대신 요구르트와 치즈는
즐겨 먹는 편이었다. 성인이 되어서는 커피에 우유를 넣은 카페라떼를 마시기도 했다.
뼈가 건강해지고 장이 튼튼해지는 느낌이었다. 유제품 회사들은 나와 같은 국민들을 위해
친절하게도 우유에 또 칼슘을 더 보강한 칼슘우유를 만들고, 첨가물을 뺀 요구르트도
만들었으며, 다이어트를 생각하는 사람들을 배려한 저지방 우유도 만들었으니 많이
섭취하라고 광고를 해주신다. 게다가 소화 잘 되라고 락토오스까지 뺀 우유까지!
우리는 믿었다. 그들의 말을.
그런데 수카르는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부인할 수 없는 과학적 근거를 들고 나와서 말이다.
정말 많은 예가 있지만 하나만 들자면 현재 프랑스에서는 55세 이상의 여성들이
골다공증을 예방하기 위해 하루 적어도 3개의 유제품을 섭취하고 있고, 목축 전통이 없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지방에서는 유제품 대신 채소와 과일에서 칼슘을 섭취하고 있다.
보건부와 영양학자, 낙농업계의 주장대로라면 프랑스 할머니들은 신나게 뛰어다니고
아시아와 아프리카는 대퇴골, 척추골, 손목 골절 등이 빈번하게 일어나 골머리를
앓아야 할 것인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반대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또한 실험으로 확인된바 유제품의 지방은 MSC가 조골세포 대신 아디포사이트를
만들어 내도록 부추기는데 이것이 골 손실을 겪게 만든단다. 우유의 단백질도
암을 부른다고 하니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
이 뿐만이 아니다. 우유에는 각종 호르몬이 많이 들어 있는데 인체의 가장 중요한
호르몬 메신저인 IGF-1(인슐린유사성장인자-1)이 많아지면 유방암, 전립선암,
결.직장암의 위험이 현저하게 높아진다는 것이다. 서양에 비해 우유를 잘 섭취하지 않는
중국 여성들은 골다공증과 유방암에 잘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대체 이 무슨!
이것이 모두 낙농업계의 마케팅에 속아온 진실이라니 정말이지 할 말이 없다.
유제품의 완전성을 주장하는 의사들이나 영양학자들은 낙농업계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는 이들이었다. 그들은 자신이 주장하는 것처럼 유제품을 그만큼 신뢰하고
섭취할까하는 의문이 갑자기 든다. 책을 읽는 내내 믿고 싶지 않았다.
작년 일본의 한 학자가 주장한 것으로 우유의 위험성을 들었으나 설마 하는
마음이었다. 헌데 우유의 역습을 차근차근 읽다보니 무섭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저자는 우유를 마시지 않는다고 한다. 그럼 전 세계인이 다 우유를 마시지 말라는 것인가?
그것은 아니다. 마시고 싶으면 마시라고 한다. 다만 그 맛을 즐기기 위해서 한 잔 정도는
괜찮지만 우유를 섭취함으로써 건강을 위한다는 생각은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우유를 아예 안마시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어쩌다 한 잔 정도씩은 마실 것이다. 그게 요구르트든 카페라떼든 아이스크림이든.
그러나 이제 우유를 물처럼 마시는 일도, 건강을 위해서 마시는 일도 없을 것이다.
염려가 앞선다. 안 그래도 믿고 먹고 마실 먹을거리가 점점 사라지는 요즘,
다음에는 어떤 책이 나올까 솔직히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