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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평생 지능을 책임지는 똑똑한 미술 놀이 - 하루 30분, 엄마랑 놀았더니 공부가 즐거워졌어요!
신홍미 지음 / 큰솔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엄마표, 홈스쿨링이란 단어가 이제 낯설지 않다.
내 아이의 소중한 성장기에 남과는 다른, 내 아이와의 교감이 이루어지는
교육을 위하여 엄마들이 적극적으로 나선지 오래다.
큰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서 방과 후 특강 목록을 집으로 보내더니 희망하는 과목을
신청하란다. 한 학기 동안 영어특강을 하던 아이가 미술을 하고 싶다 해서
“그럼 미술 특강을 들을까?”하고 물었더니 대뜸 하는 말이
“아니오. 엄마랑 집에서 할래요.”
“엉? 정말? 엄마랑 집에서 하고 싶어?”
“네! 그럼 정말 신나겠어요.”
“응, 그래. 그럼 엄마랑 집에서 하자.”
하아. 막상 그러마고 대답은 했는데 조금 난감했다. 내 아이에게 맞는 수준의
미술놀이는 뭐가 있을까 고민되고 내가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그게 더 염려돼서다.
사실 디자인과 출신으로, 다들 미대 나왔으니 애들 미술 교육은 걱정 없겠다고 하지만
미대 나왔다고 다 아이들 미술을 잘 가르칠 수 있는 건 아니다. ^-^;
입시미술 학원에서 획일적인 교육을 받아온 영향 때문에도 그렇고 말이다.
(그렇게 믿고 싶은 자존심.. 하하;;)
창의성이 중요한 아이들인데 혹시나 아이들에게 고정관념을 심어주는 것 아닌가도.
그래서 아이가 어렸을 때 그림을 그려달라고 해도 내가 절대 그려준 적이 없다.
처음엔 엄마가 안 그려준다고 투정부렸지만 지금은 오! 이렇게 그릴 수도 있구나 싶게
독특한 그림을 종종 그리는 걸 보면 잘했다고 생각한다.
하여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미술교육을 한 적이 없고 미술학원은 더더욱
보내본 적이 없다. 어쩌면 내 욕심이 많아서일 수도 있겠다. 그래도 명색이 미대를
나왔는데 내 자식을 미술학원에 보내기도 어째 마음이 좀 그렇고 말이다.
(미술놀이를 해주지도 않으면서 별 쓸 데 없는 자존심은.. 크크)
전공했다는 이유로 나도 모르는 사이 내 기준의 잣대를 아이들에게 들이댈 수도 있는
가능성이 다분한 것도 하나의 이유였다.
이런 핑계, 저런 핑계로 아이들에게 이렇다 할 미술놀이를 딱히 권하고 해 본 기억이 없다.
때때로 아이가 그림 그릴 때 옆에 있어주고, 색칠하는 것을 지켜봐주며 유토로 뭔가
만들 때 박수쳐 준 것 외에는 없다. 뭐가 그리 겁이 난 건지...
큰아이가 여섯 살이 되고, 작은아이가 4살이 되도록 용기를 내어 좀 더 적극적인
미술놀이를 못 해준 걸까 요즘 들어 회의가 들고 아이들에게 미안하던 터였다.
그래, 아이가 원하는데 엄마표 미술놀이 본격적으로 시작해보자.
그런데 뭘 어디서부터 어떻게? 망설이던 차에 문득 한 권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의 평생지능을 책임지는 똑똑한 미술 놀이.
평생지능을 책임진다고? 혹했다. 그리고 뭔가 나의 물음에 답이 되어줄 것 같다.
저자 신홍미는 미술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20년째 아동미술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밖에선 인기 많은 미술 선생님이었지만, 집에 오면 피곤한 이유로 정작 자신의 딸과는
잘 놀아주지 못해 아빠보다 인기 없는 엄마였던 저자가 지난 3년 동안 딸과 즐겁게
놀아준 결과로 이 책이 나왔는데 그 발단이 된 딸아이의 부탁은 이것이었다고.
“엄마! 나랑 색종이 놀이하면 안 될까?”
명색이 미술 선생님이었던 엄마에게 그리 애처로운 부탁을 하게 한 것이 너무 미안해
진심으로 사과를 했다는데 나도 내 아이들에게 사과를 해야 할 판이다.
나도 저런 질문을 종종 들으니까.
이 책은 세상을 만나서 상호 작용을 시작하는 시기인 0~3세의 아기서부터
주도적으로 오감을 탐색하는 시기인 3~5세, 자유로운 사고가 싹트는 체험의 시기인
5~7세까지의 단계로 나누어 각 단계에 맞는 미술활동을 소개하고 있으며,
하나의 놀이마다 그 놀이를 하게 되면 얻을 수 있는 효과, 그리고 미술 전문가로서의
조언이 실려 있다. 소개해 보자면 아래와 같다.
1. 연령에 맞는 놀이만을 고집하지 마세요.
2. 준비 과정은 짧게, 하지만 꼭 아이와 함께 하세요.
3. 한 번에 하나씩 터득하게 하세요.
4. 청소 시간 전에 하세요.
5. 아이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마세요.
6. 엄마와 아이는 동등한 놀이 파트너예요.
7. 아이의 작품을 생활 속으로 끌어들이세요.
8. 실제 작업만큼 재료의 탐색도 중요해요.
또 시작하기 전에 미술 놀이를 할 때 필요한 기본 재료 체크표가 있어
실질적으로 활용하기 좋으며, 재료의 특성도 실려 있어 내 아이에게 맞는 재료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기대하는 마음! 두구두구두구! 아동미술 전문가이니 뭔가 다른 미술 놀이가
소개될 줄 알았다. 그런데... 어라? 크게 어려운 게 아니잖아?
대체로 미술이라고 하면 색연필, 물감, 색종이 등등을 이용해서 뭔가를 만들어 결과를 낸다.
저자는 일상생활에서 발견하는 모든 재료가 미술 재료인 양 쉽고도 간단하지만
아이의 입장에서는 정말 즐거운 놀이를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책에 실려 있는 몇몇 놀이는 가끔 내가 아이들에게 직접 해 준 놀이이기도 하고.
그래. 아이들 미술 놀이라고 어렵게 생각한 것이 문제였구나.
하다못해 얼마 전 아이들과 함께 조물조물 유부초밥을 만들었던 것도 미술 놀이였던 거다.
“엄마. 이건 배를 닮았어요. 이건 뭐를 닮았어요.”하며 즐거워했던 기억이 있으니 말이다.
어렵거나 생각지 못한 것들이 실려 있지 않아 어떻게 보면 싱거울 수도 있지만
도리어 나는 고마웠다. 나와 아이들의 일상이 미술 놀이였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뭔가 결과물이 나와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아이들과의 즐거운 미술 놀이시간을
가질 수 없게 했다는 것이 정말 안타까웠다.
내일 화요일은 아파트 재활용품 수거 날이다. 발코니에 재활용품이 한 가득 쌓여있는데
내다버리기 전에 미술 재료가 될 만한 것들을 추려봐야겠다.
○○아, ●●아! 우리 내일은 어떤 미술 놀이를 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