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영어책
김원.Shane 지음 / NEWRUN(뉴런)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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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온통 새빨간 색으로 뒤덮인 표지, 몰래 들여다 봐야할 것 같은 열쇠구멍에서
흘러나오는 한 마디. “What a fucking English!"
Oh, my God! 이거 뭐야? 영어책이라며, 이거 대놓고 이런 단어 써도 돼?!
또 책 제목은! 대체 [은밀한 영어책]이라니, 이거 뭐냐고!
(두리번두리번) 이런 거 봐도 되나?

살아오면서 일명 빨간책이란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미성년자에게는 금기시 
돼 있다는 걸 알기에 이 책이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애들(?) 못 보게 포장해놔야 하는 거 아닌가 싶었던 것이다.

목차는 또 어떻고?
She gets my juices flowing. 그녀는 나를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어.
You're a playa! 이건 뭐, 완전히 선수로구만 선수!
목차가 이정도 수위라니 이거 참 읽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살짝 갈등되는 상황.

그런데 읽다보니 이게 웬걸. 제목이나 목차 때문에 긴장한 게 무색하게
원색적인 내용이 아닌 게다. 도리어 저자인 김원과 쉐인, 그리고 종종 등장하는
게스트들의 대화는 유쾌하기 그지없었다.

위에 적은 She gets my juices flowing.을 예로 들어보면 my juices flowing은
이성에게 특별한 매력을 느꼈을 때 하는 말인데 그녀가 내 몸 안의 주스를 
넘쳐흐르게 만든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단다. 어찌 보면 좀 묘한 해석일 수도 있는데
몸속의 주스란 피를 상징하며 신선한 기운, 내 몸의 에너지 등등을 의미한다고 한다.
(아하 그랬구나) 자동차 기름을 넣을 때도 I need some juice.라고 말한다니
정말 재미있는 표현이다. (자동차에 주스라.. 하하하)

그런데 만약 한국적인(?) 사고방식에 의해 juice 대신 blood를 사용하면
She gets my blood boiling.과 같은 표현을 할 수 있는데 이건 위에서 사용한
juice와는 전혀 반대의 뜻이 된다니 (그녀는 나를 화나게 한다는) 단어 선택도
정말 잘해야겠다. 

7년간의 영어교육 끝에 Hi, nice to meet you. My name is KIMON. Good bye.
이 세 마디만 할 수 있었던 저자와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는 쉐인의 즐거운 동행. 
그리고 게스트들과의 사이에서 무지 재미있는 대화들이 많았고 마치 그 자리에
함께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책 한 권을 후딱 읽었다.

나 역시 저자 김원과 같이 외국인을 만나면 알고 있던 것까지 하얗게 잊어버리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으니 그의 심정이 이해가 가고도 남았기에 이 책에 더 공감을 했다.
잘못된 표현이나 콩글리쉬를 바로 잡아주는 쉐인이 참 고맙기도 했고.

아, 이럴 땐 이렇게 표현하는구나. 영어로 표현하니까 한국말보다 쉽네!
사실 쉬우니까 만국 공용어로 영어가 채택된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이 쉬운 영어를 왜 늘 끙끙대며, 외국인 울렁증을 일으키게 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

책장을 덮고 나서 갑자기 영어실력이 일취월장 했다거나 한 건 아니다.
단 지금은 외국인을 만나도 이전처럼 머릿속이 하얘지는 기분을 더 이상 느끼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틀리면 어떠랴, 난 영어권 시민이 아닌걸.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이다. 

제목과 목차만 원색적이고 내용은 건전한 이 빨간 영어책을 가까이 두고 몇 번이고
다시 읽게 될 것 같다. 팔딱팔딱 살아있는 영어를 이 안에서 만날 수 있다.

나도 한 번 외쳐볼까?
English is so frogging easy! 영어, 그거 진짜 졸라 쉽지! :)
(왜 영화 같은데 보면 fucking이라는 단어를 들을 수 있는데 쉐인이 자신도 모르게
영어강의에서 이 단어가 튀어나오는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사용한 단어가
frogging이란다. 개구리가 폴짝 뛰어오르다 이런 뜻이 아니라 fucking이라는 단어를
순화해서 표현한 거랄까? 왜 한국에서 젠장 이라는 단어대신 된장을 쓰는 것처럼.
하하하! 암튼 이 책 정말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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롬바우츠(Rombouts) 드립커피 원컵필터커피 오리지날 (레드)
Rombou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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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커피 좋아하시죠? 저도 커피를 무척 좋아한답니다.
인스턴트 커피를 마시면 배탈이 날 때가 있기 때문에(좋아서 먹기는 하는데 컨디션 난조일 때 꼭 배탈이 나더라구요. ^^;)
가능한 원두를 마셔요. 연하게 마시면 탈이 없더라구요.
그렇다고 커피전문점을 매일 갈 수는 없지요. 비용도 비용이고요.

그래서 지난 생일에 선물 받은 커피메이커로 커피를 내려 마시곤 합니다.
헌데 이 커피메이커란 제품, 청소가 보통 귀찮은 게 아닙니다. 사용해 보신 분들은 아시죠?
잘 안 쓰게 되더라구요. 더군다나 집에서 저혼자 마신다면 말이에요.

커피는 마시고 싶은데 커피메이커 닦긴 귀찮고.. 크크
때마침 좋은 걸 하나 발견했어요. 

롬바우츠(Rombouts) 드립커피 원컵필터커피 오리지널 (레드)

많이 들어보신 분들도 계실 거예요. 저도 이름은 들어봤는데 직접 만나본 건 이번이 첨예요.
커피머신 없이 즐기는 정통 원두커피라는 점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롬바우츠가 뭐야 하시는 분들을 위해 잠시 설명 드리겠습니다.
벨기에 제품이고요. 1896년 프랜스 롬바우츠가 직접 원두 로스팅을 하기 위해 기구를 임대하면서
롬바우츠라는 브랜드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보통 원두회사에서 비용 때문에 고속 로스팅을 하는데
전통의 기술로 서서히 볶아 그 향과 맛이 매우 풍부하고 벨기에 왕실에서까지 마시고 있다니 그 명성이 대단하지요?

  

< 사진출처 : 알라딘 인터넷서점 상품상세보기 > 

이렇게 유명한 원두회사 롬바우츠 원컵필터.
커피머신도 필요 없고, 따라서 청소할 필요도 없이 간편하게 원두커피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원컵필터의 장점입니다.
 

< 사진출처 : 알라딘 인터넷서점 상품상세보기 > 

제품의 사양은 아래와 같아요. 

 

< 사진출처 : 알라딘 인터넷서점 상품상세보기 > 

롬바우츠 원컵필터는 중강배전(배전이란 로스팅 정도를 말합니다.)인 컨티넨탈, 중배전인 오리지널, 
약배전인 트래디션으로 나뉘는데 제가 이번에 만난 롬바우츠 원컵필터는 오리지널입니다. 


< 사진출처 : 알라딘 인터넷서점 상품상세보기 >

컵 빛깔이 참 예쁘죠? 
그런데 사실 실제로 받고 보니 사진처럼 화사하게 예쁜 빨강은 아니고 채도가 떨어져요.
음.. 그래도 중요한 건 맛이니까요. ^^

집에 도착한 롬바우츠 오리지널. 일단 흐뭇함으로 시작합니다.
워낙 유명한데 이제서야 맛보다니 하고 말예요.

상자를 뜯어보니 컵이 진공포장 되어 있더라구요. 
아무래도 커피는 향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은박 포장을 뜯으니 진한 커피향이 화악~ 나더군요. 구성은 컵이 열 개, 뚜껑이 한 개예요.
컵에는 거름망 안에 들어있는 원두 분말이 들어있고요.

설명대로 컵에 컵필터를 하나 얹은 후 뜨거운 물을 부었습니다.
핸드드립 하는 기분으로 엄숙하게. 크크
그리고 향이 날아갈까 싶어서 얼른 뚜껑을 덮어 주었어요.
그런데 컵이 좀 작아서 그런지 넘치려고 하더라구요. (제가 지정선보다 물을 조금 더 부은 것도 있긴 하지만요. ^^;)
 

 

 

 

 

제가 평소에 마시던 모 원두커피를 메이커로 내려 비교해 보았어요.
가장 근접하게 결과를 내기 위해 용량도 비슷하게 맞췄는데 커피 빛깔은 롬바우츠가 
아주 조금 더 진하게 우러났어요. 향도 롬바우츠가 강했고요.

맛을 보니 집에 있던 커피는 좀 더 마일드한 느낌이 있다면 
롬바우츠 원컵필터는 약간의 쓴맛과 신맛이 더 강했어요. 바디감이 묵직하다고 할까요.

그래서인지 최근 저희집에 오신 손님들께 롬바우츠를 대접해 드렸더니 
모두 놀라시며 뜨거운 물을 더 부어 드시더라구요. ^^;
오리지널이어서 약간 마일드하지 않을까 했는데 약한 걸 좋아하시는 분들은 적정 표시선 보다
좀 더 물을 부어 드시든지 아니면 일단 사용법대로 커피를 내리신 후 물을 더 넣어서 드시면
강한 맛이 줄어들거라고 생각합니다. 핸드드립을 배울 때 추출 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떫은 맛이 생길 수도 있다고 했거든요. 약간은 떫어져도 괜찮다시는 분들은 한 번 추출해 드신 후
다시 한 번 물을 부어 드셔도 괜찮겠지요. 전 안 해봤습니다. ^^

 

  

전체적인 결과로는 만족이에요. 생각보다 맛과 향이 진했지만 그거야 제가 조절해서 마시면 되고요.
일단 컵과 뜨거운 물만 있으면 되니까 이것처럼 간편할 수가 없어요.

커피 전문점에서 커피 비싸잖아요. 대부분 밥 한 끼 값이기도 하고
베이커리 같은 곳에서 아주 저렴하게 판매해도 1500원 정도 하지요.
롬바우츠는 인터넷에서 약 13500원 정도 하는데 10개 들었으니 한 잔에 1350원 꼴.
그런데 베이커리 같은 곳의 원두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전통적인 커피이니 그 값어치는 비교금물! ^^

롬바우츠의 강점이 정성 가득한 로스팅과 간편함이니까 그에 맞게 대접해 줘야겠죠?
머지 않아 남편이 아이들과 함께 낚시터에 가자고 했는데 그 때 믹스 커피 대신
롬바우츠를 들고 가야겠어요. 낚시터에서도 원두커피를 즐길 수 있다니 정말 놀랍고 즐겁지 않나요?
남편도 연한 커피를 좋아하니까 하나로 둘이 나눠마셔야겠어요.

어쩐지 커피메이커랑 조금 멀어질 것 같습니다. ^^
그런데 다 마신 컵필터는 어떻게 하느냐구요?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으니까 거름망을 떼고
재활용을 해도 좋겠고 아님 바짝 말려서 신발장 같은 곳에 넣어두면 탈취효과도 있으니 염려 끝!
단, 요즘처럼 눅눅한 장마철에 바짝 말리지 않으면 곤란한 일이 발생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아~ 오늘도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기분이 꿀쩍한데 롬바우츠 한 잔으로 기분전환 해야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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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의 씨앗
왕자오자오 지음, 황선영 옮김, 황리 그림 / 하늘파란상상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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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님은 본과 정 그리고 안이라는 동자승들의 손에 무언가를 들려준다.
“수천 년 된 아주 귀한 씨앗이란다. 이 씨앗을 심어 싹을 틔워 보거라.”

수천 년이라니... 씨앗을 받아 든 동자승들은 나름대로 생각에 잠겼다.
이 특별한 씨앗을 싹 틔울 수 있는 방법이 무얼까?
수천 년이나 되었는데 과연 싹이 틀까?

가장 먼저 싹을 틔우겠다고 다짐한 본은 행동파였나 보다.
씨앗을 받자마자 나가서 괭이를 찾아 땅 속에 씨앗을 묻었다.
반면 생각이 많은 정은 연구원 스타일의 소유자인 듯하다.
수천 년 된 특별한 씨앗에서 싹을 어떻게 하면 잘 틔울 수 있을지 연구하기 위해
연꽃에 관한 책들을 찾아보았고, 귀한 씨앗이니만큼 그에 걸맞게 가장 좋은 화분을 골라
아주 고운 흙으로 채운 후 씨앗을 심은 후 맑은 물을 뿌려줬다.
과연 이들의 정성과 노력대로 씨앗은 싹을 틔웠을까?

그랬으면 좋으련만 배경을 보니 눈이 소복하게 쌓였고 때는 겨울이었다.
언 땅에서 싹을 틔우지 못한 씨앗 때문에 화가 난 본.
싹이 튼 기쁨에 황금 뚜껑을 화분에 덮어 준 정.
그 어느 연꽃 씨앗도 그들의 방법으로는 살아날 수가 없었다.

비록 실패했지만 본과 정이 각고의 노력을 하는 동안 안은 무엇을 했을까?
그저 씨앗을 목에 건 작은 주머니에 넣어둔 뒤 원래 해오던 절에서의 할 일을 했다.
절에서 필요한 물건을 사고, 쌓인 눈을 치우고, 늘 하던 대로 밥을 짓고 물을 긷고.
마침내 봄이 오자 얼음이 녹은 연못 한 쪽에 그 귀한 수천 년 된 연꽃씨앗을 심는다.
그가 한 것은 단지 그것뿐이었다. 
그리고 어느 여름 날 아침 노스님과 안, 정과 본은 살포시 피어난 연꽃을 발견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어떤 일을 성취하고자 할 때
반드시 필요한 것이 두 가지 있는데 바로 <분별력>과 <인내심>이라는 것이다.
우선 안은 “수천 년 된”이 아니라 “연꽃 씨앗”이라는 것과, 연꽃이 서식하는 곳은
연못이라는 것, 그리고 씨는 봄에 뿌려야 한다는 것을 기억했다.
씨앗이 수천 년이나 됐으니 귀한 것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본디 연꽃의 씨앗은 실제로 오랜 세월(2천년 된 씨앗이 발아했다는 기록이 
있다. - 네이버 백과사전)이 흘러도 여전히 연꽃 씨앗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분별력과,
노스님이 씨앗을 준 계절은 겨울이니 봄을 기다리고 심은 후엔 연꽃이 싹을 틔울 때까지
기다리고 기다려야 하는 인내심. 안이 실행했던 이것들이 결국 꽃을 피워냈다.

사실 연꽃 씨앗의 싹을 틔우기 위해서는 꼭 수천 년 아니라 수 년 아니 일 년 된 것이라도 
분별력과 인내심은 똑같이 필요하다. 어떤 일이든 마땅한 시기가 있다는 얘기다.
살아가면서 행해지는 일도 그런데 하물며 생명에 관련된 것은 오죽할까.
무엇이든 한 순간에 이뤄지는 일도 없고, 올바른 분별력 없이 잘못된 판단과
방법으로 좋은 결과가 나올 일도 없다. 

가치 있는, 가슴 벅찬 결과를 원하는 일이 있다면 이 두 가지 덕목을 지녀 보자.
분별력과 인내심.
이것들이 안의 연꽃 씨앗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에게 꽃을 피워줄 것이다.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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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서부터 비가 왔는지 이제 기억조차 나지 않습니다.
아침에 눈을 뜰 때 어둑하면 오늘도 비가 오는구나 싶지요.

논 한 가운데 서 있는 자동차, 무너져내린 산과 집...
안타까운 소식이 연일 들려올 때마다 마음이 저려옵니다.

지금도 창문에는 빗줄기가 흐릅니다.
오늘은 혹시 누가 다치지 않을까, 많은 비 때문에 어려움을 겪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에도 빗줄기가 흐르고 있습니다.

이제 그만... 하늘 창문을 닫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구름을 깨끗이 걷어 지금도 빛나고 있을 그 햇살을 보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비가 와도 큰 관계가 없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비 때문에 큰 염려를 하고 계실 다른 분들을 위해 
오늘 아침도 이렇게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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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평생 지능을 책임지는 똑똑한 미술 놀이 - 하루 30분, 엄마랑 놀았더니 공부가 즐거워졌어요!
신홍미 지음 / 큰솔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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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표, 홈스쿨링이란 단어가 이제 낯설지 않다.
내 아이의 소중한 성장기에 남과는 다른, 내 아이와의 교감이 이루어지는
교육을 위하여 엄마들이 적극적으로 나선지 오래다.

큰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서 방과 후 특강 목록을 집으로 보내더니 희망하는 과목을
신청하란다. 한 학기 동안 영어특강을 하던 아이가 미술을 하고 싶다 해서 
“그럼 미술 특강을 들을까?”하고 물었더니 대뜸 하는 말이
“아니오. 엄마랑 집에서 할래요.”
“엉? 정말? 엄마랑 집에서 하고 싶어?”
“네! 그럼 정말 신나겠어요.”
“응, 그래. 그럼 엄마랑 집에서 하자.”

하아. 막상 그러마고 대답은 했는데 조금 난감했다. 내 아이에게 맞는 수준의 
미술놀이는 뭐가 있을까 고민되고 내가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그게 더 염려돼서다. 
사실 디자인과 출신으로, 다들 미대 나왔으니 애들 미술 교육은 걱정 없겠다고 하지만 
미대 나왔다고 다 아이들 미술을 잘 가르칠 수 있는 건 아니다. ^-^; 
입시미술 학원에서 획일적인 교육을 받아온 영향 때문에도 그렇고 말이다.
(그렇게 믿고 싶은 자존심.. 하하;;)
창의성이 중요한 아이들인데 혹시나 아이들에게 고정관념을 심어주는 것 아닌가도.
그래서 아이가 어렸을 때 그림을 그려달라고 해도 내가 절대 그려준 적이 없다.
처음엔 엄마가 안 그려준다고 투정부렸지만 지금은 오! 이렇게 그릴 수도 있구나 싶게
독특한 그림을 종종 그리는 걸 보면 잘했다고 생각한다.

하여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미술교육을 한 적이 없고 미술학원은 더더욱 
보내본 적이 없다. 어쩌면 내 욕심이 많아서일 수도 있겠다. 그래도 명색이 미대를
나왔는데 내 자식을 미술학원에 보내기도 어째 마음이 좀 그렇고 말이다.
(미술놀이를 해주지도 않으면서 별 쓸 데 없는 자존심은.. 크크)
전공했다는 이유로 나도 모르는 사이 내 기준의 잣대를 아이들에게 들이댈 수도 있는
가능성이 다분한 것도 하나의 이유였다.

이런 핑계, 저런 핑계로 아이들에게 이렇다 할 미술놀이를 딱히 권하고 해 본 기억이 없다.
때때로 아이가 그림 그릴 때 옆에 있어주고, 색칠하는 것을 지켜봐주며 유토로 뭔가
만들 때 박수쳐 준 것 외에는 없다. 뭐가 그리 겁이 난 건지...
큰아이가 여섯 살이 되고, 작은아이가 4살이 되도록 용기를 내어 좀 더 적극적인
미술놀이를 못 해준 걸까 요즘 들어 회의가 들고 아이들에게 미안하던 터였다.

그래, 아이가 원하는데 엄마표 미술놀이 본격적으로 시작해보자.
그런데 뭘 어디서부터 어떻게? 망설이던 차에 문득 한 권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의 평생지능을 책임지는 똑똑한 미술 놀이.
평생지능을 책임진다고? 혹했다. 그리고 뭔가 나의 물음에 답이 되어줄 것 같다.

저자 신홍미는 미술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20년째 아동미술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밖에선 인기 많은 미술 선생님이었지만, 집에 오면 피곤한 이유로 정작 자신의 딸과는
잘 놀아주지 못해 아빠보다 인기 없는 엄마였던 저자가 지난 3년 동안 딸과 즐겁게
놀아준 결과로 이 책이 나왔는데 그 발단이 된 딸아이의 부탁은 이것이었다고.
“엄마! 나랑 색종이 놀이하면 안 될까?”
명색이 미술 선생님이었던 엄마에게 그리 애처로운 부탁을 하게 한 것이 너무 미안해
진심으로 사과를 했다는데 나도 내 아이들에게 사과를 해야 할 판이다.
나도 저런 질문을 종종 들으니까.

이 책은 세상을 만나서 상호 작용을 시작하는 시기인 0~3세의 아기서부터 
주도적으로 오감을 탐색하는 시기인 3~5세, 자유로운 사고가 싹트는 체험의 시기인 
5~7세까지의 단계로 나누어 각 단계에 맞는 미술활동을 소개하고 있으며, 
하나의 놀이마다 그 놀이를 하게 되면 얻을 수 있는 효과, 그리고 미술 전문가로서의 
조언이 실려 있다. 소개해 보자면 아래와 같다.

1. 연령에 맞는 놀이만을 고집하지 마세요.
2. 준비 과정은 짧게, 하지만 꼭 아이와 함께 하세요.
3. 한 번에 하나씩 터득하게 하세요.
4. 청소 시간 전에 하세요.
5. 아이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마세요.
6. 엄마와 아이는 동등한 놀이 파트너예요.
7. 아이의 작품을 생활 속으로 끌어들이세요.
8. 실제 작업만큼 재료의 탐색도 중요해요.

또 시작하기 전에 미술 놀이를 할 때 필요한 기본 재료 체크표가 있어
실질적으로 활용하기 좋으며, 재료의 특성도 실려 있어 내 아이에게 맞는 재료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기대하는 마음! 두구두구두구! 아동미술 전문가이니 뭔가 다른 미술 놀이가
소개될 줄 알았다. 그런데... 어라? 크게 어려운 게 아니잖아?
대체로 미술이라고 하면 색연필, 물감, 색종이 등등을 이용해서 뭔가를 만들어 결과를 낸다.
저자는 일상생활에서 발견하는 모든 재료가 미술 재료인 양 쉽고도 간단하지만
아이의 입장에서는 정말 즐거운 놀이를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책에 실려 있는 몇몇 놀이는 가끔 내가 아이들에게 직접 해 준 놀이이기도 하고.
그래. 아이들 미술 놀이라고 어렵게 생각한 것이 문제였구나.
하다못해 얼마 전 아이들과 함께 조물조물 유부초밥을 만들었던 것도 미술 놀이였던 거다.
“엄마. 이건 배를 닮았어요. 이건 뭐를 닮았어요.”하며 즐거워했던 기억이 있으니 말이다.
어렵거나 생각지 못한 것들이 실려 있지 않아 어떻게 보면 싱거울 수도 있지만
도리어 나는 고마웠다. 나와 아이들의 일상이 미술 놀이였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뭔가 결과물이 나와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아이들과의 즐거운 미술 놀이시간을
가질 수 없게 했다는 것이 정말 안타까웠다. 

내일 화요일은 아파트 재활용품 수거 날이다. 발코니에 재활용품이 한 가득 쌓여있는데
내다버리기 전에 미술 재료가 될 만한 것들을 추려봐야겠다.
○○아, ●●아! 우리 내일은 어떤 미술 놀이를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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