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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음에 크면 나는 의사! (직업 가운 포함) ㅣ 입고 배우는 직업 놀이책
나는북 구성, 김동윤 그림 / 애플비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한해가 끝날 무렵 대다수의 사람들이 말하는 것이 있다.
“정말 올해는 다사다난한 한해였어.”
2011년은 특히나 우리 집에 그런 해였다.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중 하나를 특별하게 꼽아보자면 바로 병원에 가는 일이었다.
아이들이 몸이 약한 편이 아닌데도 유난히 병원을 드나들기도 했고
엄마인 나는 응급실행에 수술도 받는 등 고난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언젠가 어린이집 선생님이 말씀해 주시기를, 자유 시간에 작은아이가 구석에 코너를 만들고
그 안에 들어가 앉아 의사놀이, 간호사 놀이를 자주 한다고 했다. 다른 친구들보다 더.
관심이 많은가 싶었다가 마음이 쓰라렸다. 병원에 가보면 또래 아이들은 진료 받을 때
울고불고 하는데 나의 두 아이들은 어째 병원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다.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모습이 엄마는 슬프다.
수술을 받고 집에서 드러누운 엄마를 보고 옆에 와서 앉는 아이들.
아프지만 장난기가 발동해 “엄마 많이 아파. 잉잉잉!”하고 우는 척을 했더니
큰아이는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작은아이는 으앙 울음을 터뜨린다.
괜히 미안해서 “엄마 괜찮아. 울지 마.” 토닥여줬더니 갑자기 놀이방으로 뛰어가
무언가를 들고 온다. 병원놀이 장난감이다.
의사선생님처럼 청진기를 귀에 꽂고는 엄마 배에 대고 소리도 들어보고
주사기를 엉덩이에 꾹! 놔주기도 한다. 귀여운 아이들.
“엄마, 이제 주사 맞았으니까 안 아플 거예요. 제가 고쳐줄게요. 이제 아프지 마세요.”
올해 일곱 살이 된 큰아이. 똘망똘망하게 말하는 모습이 얼마나 든든하고 대견하던지.
어제인가는 의사가 돼서 아픈 사람들을 고쳐 주고 싶다는 말을 했는데 흐뭇하다.
물론 훗날 돼봐야 알겠지만. :)
작은아이는 자기는 여자 친구니까 간호사를 하겠다는 말에 나도 모르게 그만
“여자 의사 선생님도 있어. 기왕이면 의사 선생님 하면 안 될까?”
하여튼 엄마 욕심이란. 하하
서로 가운을 바꿔 입고 의사놀이 삼매경이다. 청진기로 소리도 듣고 주사도 놓는다.
평소 씩씩했던 강아지와 기린도 순식간에 환자가 되고 거실은 병원이 된다.
“차례차례 누우세요. 주사 맞아야 돼요.”
책 속에는 의사는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상황에 병원에 가야하는지 등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그림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림 짝짓기, 퍼즐 스티커 붙이기 등이
있어 아이들로 하여금 흥미를 느끼게끔 해준다. 반사경과 간호사 모자를 오려서
만들 수도 있다. 그냥 보는 책이 아니라 직접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책의 가치를 높이 사는 바이다. 비닐가운은 여전히 아쉽지만. 큭큭.
비닐가운이어도 진짜 가운모양으로 만들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아이들이 꼭 의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하는 바람에서는 아니다.
아이들에게 의사가 돼야 한다고 강요할 권리가 내게 없기 때문이다.
단지 지금까지 너무나 많이 만났던 의사 선생님이 정확히 어떤 일을 하고
병원은 어떤 곳인지 알려주고 싶었을 뿐이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아이들은 병원놀이 중이다.
“저 이제 다 나았어요!”라며 신나게 뛴다.
아이들이 만약에 훗날 정말 의사가 된다면 몸만 고쳐주는 의사가 아니라
아픈 마음도 함께 치유해 줄 수 있는 마음 따뜻하고 멋진 의사가 되길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