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거 봐, 마디타, 눈이 와! 알맹이 그림책 24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일론 비클란트 그림, 김서정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서른을 훌쩍 넘긴 나이.
내 나이 즈음, 비슷한 세월을 살아온 이들에게 말괄량이 삐삐라는 이름은
너무나도 친근할 것이다. 혹은 어린 시절 동경의 대상이었는지도 모르겠고.
또 닐스의 모험은 어떻고! 오랜 추억 속의 이름들이지만 아직도 마음을
설레게 하는 이들은 린드그렌으로부터 탄생했다.
그녀의 미발굴 그림책이라니. 마치 엄마의 서랍장을 열어 보았다가 발견한
보물처럼 반갑기 그지없었다. 게다가 그림은 또 어찌 그리 잘 어울리는지.

청회색 빛이 감도는 표지엔 온통 하얀 눈이다.
따뜻한 털모자를 쓴 마디타와 리사벳의 눈싸움이 마음을 즐겁게 한다.

사랑스러운 그녀들에게 자작나무 숲 위로 펑펑 내리는 첫눈의 의미는 대단하다.
하루 종일 눈밭에서 뛰어논 대가로 마디타는 감기에 걸려 버렸지만.

열이 나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러 가지 못하는 마디타 대신
리사벳이 알바 언니와 선물을 사러 가게 된다.
선물을 고르는 리사벳에게서 재미있는 표현을 배웠다.
“너무 귀여워서 소름 끼칠 것 같아.” 
소름 끼칠 정도로 귀엽다니. 아이다운 발상이다.

별선물을 준비하기 위해 리사벳을 가게 앞에서 기다리게 한 알바.
그런데 거기서부터 뭔가 잘못된 거다.
그냥 아이도 아니고 호기심 많은 리사벳이었기 때문이다.
유난히 거리에 많이 다니는 마차 끝에 매달린 동네 꼬마 구스타프가 리사벳을
무시하고 약올린 것. 질 수 없었던 리사벳이 안데르손 아저씨의 썰매에
깡충 뛰어올랐지 뭔가! 아이쿠! 그건 너무 위험하잖아.
그 시대야 자동차가 다니지 않던 시절이지만 말이 끄는 썰매는 무척 빠르다고.

설 줄 알았던 썰매는 멈추지 않고 시내를 벗어나 숲 속으로, 숲 속으로.
어린 리사벳이 아니라 어른인 내가 매달려 있었어도 겁이 덜컥 났을 것 같다.
그런데 우리 꼬마아가씨 리사벳은 참 용감하기도 하지.
울면서도, 안데르손 아저씨는 정말 나쁘다고 원망하면서도
눈 속에서는 잠들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집에 가기 위해 끝까지 노력했거든!
하지만 보호자 없이 혼자 어디 가면 안 된다는 걸 마음 깊이 깨달았을 게다.

그래서 리사벳은 어떻게 됐을까? 아.. 다 말해버리고 싶지만 그건 예의가 아니고..
다만 마지막 장에서 난 리사벳과 마디타 때문에 감사기도를 드릴 수 있었다는 것,
침대에 아이가 하나 있는 것과 둘이 있는 건 엄청 다르다는 것,
그리고 무척이나 안심했다는 건 말할 수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하얀 눈이 펑펑 내리는 그림책, 
폭염에 지친 내 마음에까지 하얀 눈이 펑펑 내리고 있다.
사랑스러운 리사벳과 마디타와 노래를 하고픈 기분.

일생이 하루 같고 일순간 같으니, 무슨 일을 당하는 위로 있으리라.
아버지의 품에서 쉼 있으리니, 나는 그의 어린 양, 두려움 없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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