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궁전 안개 3부작 3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김수진 옮김 / 살림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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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작가의 글은 읽어본 기억이 없습니다. 어쩌면 읽기는 읽었는데 스페인 작가가 썼다는 걸 모르고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처음 읽는 스페인 작가의 작품인데다, 작가는 <바람의 그림자>와 <천사의 게임>으로 유명한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이고, 게다가 안개 3부작의 완결편이라는 소개글, 그리고 처음 들어보는 ‘판타지 스릴러’라는 설명에 기대가 컸습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무척 인상적입니다. ‘그 일’이 있었던 1932년 이후 한 번도 캘커타로 돌아간 적이 없는, '차우바 소사이어티'의 멤버 한 명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프롤로그의 서체가 편지글 같은 느낌을 주기는 하지만 읽기에 좀 불편하더군요.)

 

1916년 5월 캘커타,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각, 후글리 강의 밤안개 속으로 한 남자가 갓난아이들을 태우고 노를 저어 옵니다. 그 배 뒤에는 그 아이들을 쫒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폭우가 쏟아지고 남자는 아이들을 숨길 곳을 찾아갑니다..... 16년의 시간이 흐르고 아이들이 열여섯 살이 되자 다시 이야기가 계속됩니다. 16년 전 그날 밤 갓난아이들을 쫒던 ‘자와할’의 정체도 서서히 밝혀집니다.

 

‘작가의 말’에서 이 소설이 1994년에 태어났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작가의 두 번째 소설이라고 합니다. 작가의 작품이 큰 인기를 얻으면, 인기를 얻기 전에 출간했던 작품을 다시 출간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도 그런 경우에 속하는 듯합니다. 그건 그렇고 표지를 넘기면 등장하는 작가의 사인과 인사말이 무척 귀엽고 재밌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난 뒤에 든 생각은, 어른보다는 청소년에게 더 인기가 있을 것 같다는 것입니다. 주인공들의 나이가 비슷해서 더 공감이 쉬울 것 같은 이유 때문이기도 하고, 결말부분에서 조금 성급한 듯한 마무리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든 것 같기도 합니다.

 

저는 너무 많이 기대를 하고 읽어서 그런지 기대만큼 재밌지가 않았습니다. 나중에 다시 읽어보면 재밌다고 느낄지도 모르겠습니다. 번역이 좀 더 좋았으면 하는 아쉬움도 약간 있습니다. ‘선수’ 보다는 ‘뱃머리’라고 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고 혼자 생각했습니다. 저처럼 심하게 기대하지 않고 읽으신다면 더 재밌게 읽으실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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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취미 분야 주목할만한 신간도서를 보내주세요


<두 남자의 집짓기>

적당한 자리에 있는 땅을 사고 내 마음에 드는 집을 직접 짓는 것.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추위를 많이 타는 저에게는 집의 열기를 외부에 덜 빼앗기도록 설계된 집이 필요하지요. 이 책을 보고는 바로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아래에 알라딘의 책설명을 그대로 옮겨왔습니다.

 

들고 다니는 집을 꿈꾸는 건축가와 직장 17년차 기자의 단독주택 프로젝트. 서울의 아파트 전세값에도 못 미치는 ‘3억 원으로 48평형의 단독주택을 땅에서 인테리어까지 해결’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이 불가능하고 무모해 보이는 프로젝트를 한 달 만에 해치워버린 ‘사건’에 대한 실험 일기다.

 

책은 아파트가 현실적으로 유일한 주거 형태가 되어 버렸다는 체념과 단독주택에 대한 여러 편견을 일거에 날려버린다. 한 필지에 단독주택 두 채를 목구조로 1개월 내에 저렴하게 짓는다는 발상의 전환은 아파트값과 금리에 저당 잡힌 도시인들에게 ‘집은 부동산이 아니라 행복을 담는 터’라는 것을 새롭게 일깨워 준다.

 

또한, 난방, 교육, 방범, 관리유지비, 그리고 재테크를 이유로 단독주택에 살기를 원하면서도 아파트를 버리지 못하는 이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그리고 단독주택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알려주는 유일무이하고 놀라운 책이 될 것이다.

 

 

<사계절 갈라 메뉴 303>

제철재료로 할 수 있는 요리를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로 나눠서 알려주는군요.

봄에 먹기 좋은 밥으로 새싹비빔밥, 실치밥, 참나물밥, 죽순밥을

여름에는 꽁보리밥, 강된장, 콩밥, 멍게비빔밥, 가지밥

가을에는 우엉밥, 우엉무침, 영양밥, 무밥, 콩나물비빔밥

겨울에는 조밥, 현미밥, 굴밥, 팥밥, 시래기밥, 연잎밥, 홍합밥을 알려줍니다.

 

봄 밥상을 준비하기 위해 장아찌와ㅏ 효소를 만들고, 여름에는 오이지와 열무김치를 담그고, 가을에는 나물 말리기와 김장하기, 겨울에는 조청 고기와 장 담그기를 한답니다. 게다가 계절에 어울리는 국물음식과 밑반찬, 김치·장아찌, 별미, 지짐과 튀김, 전채·후식도 꼼꼼하게 챙겨주는 군요.

뭔가 제대로 배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The Top 110 봄요리 >

봄에만 잠깐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요리가 꽤 있습니다. 있는 줄 몰라서 못 먹고 만들 줄 몰라서 못 먹은 봄요리를 제대로 배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봄나물은 암을 예방해주는 성분이 많이 들었다고 해서 더 관심이 갑니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깨어난 제철재료로 봄을 요리하는 즐거움이 각별할 듯합니다. 냉이, 쑥, 달래, 두릅, 고사리, 봄동, 취나물, 원추리, 참나물... 생각만 해도 벌써 봄이 온 것 같은 기분입니다.

 

 

<뚝딱 요리 300가지 >

주부라면 누구나 오늘은 또 뭘 해먹을지 고민하게 마련이다. 매일 먹는 국, 찌개, 반찬에 재료 하나를 더하거나 양념을 바꾸는 식으로, 똑같았던 밥상을 새롭게 바꾸는 9가지 요령을 알려준다. 양념과 재료를 바꾸는 요리법을 익히면, 할 줄 아는 요리가 몇 가지 없는 사람들이라도 자신이 아는 레시피를 토대로 풍성한 매일 밥상을 차릴 수 있다.

 

책을 처음 휘리릭 넘겨보면, 모두가 알고 있는 평범한 음식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국 하나도 재료를 바꿔서 얼마나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똑같은 재료도 양념 방법에 따라 얼마나 변신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수십 가지 수백 가지의 재료들을 다르게 조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이미 알고 있는 요리법으로도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는 요령을 알려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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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의 전쟁 이스케이프 Escape 3
존 카첸바크 지음, 권도희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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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카첸바크’라는 이름을 가끔 들어보긴 했지만 카첸바크의 작품을 읽은 것은 <하트의 전쟁>이 처음입니다. ‘애널리스트’와 ‘어느 미친 사내의 고백’이 재밌다는 평을 보긴 했지만 왠지 손에 잡히지는 않더군요. <하트의 전쟁>을 읽고 난 느낌은 2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정말 재밌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 책의 내용과 같은 시기에 “일본군에 끌려가서 돌아오지 못한 조선인”에 대한 슬픔입니다.

 

정말 재밌는 책입니다. 읽기 전에는 마음 한구석에, 2차 세계대전과 포로수용소라는 두 가지 요소 때문에 칙칙하고 어두운 내용이면 어쩌나 걱정하는 걱정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기 전에 조금 망설였지요. 그런데 책을 읽다보니 그런 걱정은 그야말로 기우더군요. 한 번 펼치면 중간에 손에서 놓기가 힘들었습니다. 700쪽이 넘는 책이 두껍거나 길다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이야기가 잘 짜여있습니다. 마지막까지 완전 재밌게 읽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즐거운 독서 중에도, 토미 하트와 연합군 포로들의 수용소 생활에서 조정래 작가님의 소설 ‘오 하느님’에 나오는 주인공의 상황을 떠올리며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제노바협정의 혜택(?)을 받을 수 없었던 러시아 포로들이 강제노동과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렸던 것 처럼 ‘오 하느님’의 주인공도 엄청 고생만 하다가 비극을 맞았거든요.

 

우리나라를 위한 전쟁도 아니고 우리나라의 이름으로 치른 전쟁도 아닌데, 죽어라고 고생하고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조선인들을 보면서 느꼈던 울분이 다시 생각나서, 이들의 상황이 연합군 포로들의 상황과 너무 달라서 억울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런 억울한 생각은 카첸바크와는 아무 상관이 없지요. 그냥 그 시절에 우리나라가 아무 힘이 없었던 것이, 그래서 제노바협정에도 서명을 할 수 없었던 것이 슬펐을 뿐입니다.

 

어쩌면 그래서 <하트의 전쟁>을 읽기가 망설여졌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포로들이 고생고생하다가 비극으로 끝날까봐 걱정을 했던 모양입니다. 아, 물론 그건 필요없는 걱정이었고 책은 칙칙하지도 않고 암울하지도 않고 아주 재밌습니다. 번역도 훌륭해서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영화도 찾아서 보고 싶어지더군요. 브루스 윌리스는 맥나마라 대령을 어떻게 연기했을지, 콜린 파렐의 토미 하트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합니다. 워낙 혹평을 받은 영화라 안 보는 게 나을까요? 이렇게 재밌는 책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가 혹평을 받았다는 게 이상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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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꿀따이 2011-03-11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출판사 카페에 들어가 보니 오역과 비문이 너무 많다고 누가 지적해 놓았던데 읽어보니 대부분 정확한 지적이던데요. 양철나무꾼님이 올린 서평에도 '번역상 오류가 많다'라고 지적하고 있고요. 그런데도 구영탄님은'번역이 훌륭하다'고 말하고 있으니 도통 이해가 안 됩니다. 혹시 구영탄님의 눈에는 오역과 비문이 잘 안 보이는 것이 아닙니까? 그렇다면 번역을 논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되지 않으세요?

졸리는 구영탄 2011-03-11 11:00   좋아요 0 | URL
저도 그 글은 읽었습니다. 상당히 정확한 지적이었지요. 그 중 일부는 저도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 같기도 합니다.(전부는 아니구요.) 하지만 저는 책을 읽으면서 그다지 불편하지가 않았습니다. 제가 문장을 읽는 중에 살짝살짝 고쳐읽기에 어려움이 없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책이 아주 재밌어서 그정도 실수에는 충분히 관대할 수 있는 마음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옹달샘님이 지적하신 부분이 처음부터 반영됐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렇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좋은 번역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재밌는 책을 재밌게 읽게 해 준 번역가님이 고맙기도 했거든요.
저는 '번역을 논할' 생각은 없습니다. 자기가 읽은 책에 대해서 번역이 좋았다고 생각하는 데 자격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좋은 책을 잘 읽고 난 뒤에 오역과 비문만 트집잡을 생각도 없습니다. '오역과 비문'에 대한 정확한 글이 있다고 해서 내가 잘 읽은 책의 번역을 내가 느낀대로 쓰지 못할 이유도 없다고 봅니다.

질문(?)에 대한 답이 됐는지 모르겠군요. 줄여서 말씀드리자면 옹달샘님이 지적한 '오역과 비문'에도 불구하고 저는 책을 읽는동안 번역이 훌륭하다고 생각했고, 자신의 서평에서 번역이 좋거나 나쁜다고 말하는 데 어떤 자격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눈꿀따이 2011-03-13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구영탄님의 주장이 맞습니다. 제가 괜히 심술을 부린 것 같아 미안하군요. 각자의 수준과 기준이 다르니까 거기 맞춰 살아야겠죠. 다만 알면서도 관대하게 넘어가는 것과 몰라서 훌륭하다고 착각하는 것과는 구분되어야겠죠. 또 오역과 비문만 트집잡는 것이 아니라, 독서 도중 틀린 것을 발견하고 고쳐준 것뿐입니다. 그것은 식자의 의무일진대, 일반적으로 무지한 인간들은 자신의 모자람을 깨닫지 못하고 쓸데없는 자존심만 앞세워 네가 뭔데 날 가르치려드느냐는 식으로 반발하죠. 지적당한 오류들이 분명한데도 말입니다. 문학에서 그 정도의 오역이나 오류는 봐줄만하다는 논리는 성립할 수 없습니다. 독자들은 그럴 수 있다 치더라도, 저자나 역자는 그래선 안 되죠. 그래서 냉정하게 지적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목격담, UFO는 어디서 오는가 크로스로드 SF컬렉션 4
이영수(듀나) 외 지음 / 사이언티카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작년 언젠가부터 스릴러(혹은 추리소설)를 읽는 횟수가 많아졌습니다. 일부러 찾아서 읽는 건 아닌데, 눈길이 가는 책이 대부분 스릴러나 추리소설로 분류가 돼 있더군요. 추리소설이나 스릴러가 ‘장르문학’에 포함된다는 것도 어쩌다 알게 됐습니다. 그런데 장르문학이라는 말이 애매하더군요. 순문학에 대비(?)되는 의미인 것 같기는 한데, ‘이런 뜻이구나’하고 명확하게 이해되지가 않는 겁니다.

장르문학, SF, 판타지, 스릴러, 추리, 공포... 장르문학도 여러 가지로 나눠지더군요. 가끔 ‘본격, 신본격’이라는 말도 들립니다. ‘사회 현실에서 제재를 구하고, 작가는 제삼자적 관점에서 사건의 진전이나 인물의 움직임을 객관적으로 다루어 구성한 소설’을 본격소설이라고 한다는 데, 설명을 읽어도 잘 모르겠더군요. “재밌으면 그만이지 장르를 나누는 게 뭐 그리 중요하겠어?”하고 생각하며 <목격담, UFO는 어디서 오는가>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넷서점에서 나눠놓은 걸 보니 이 책은 ‘판타지’에 속하기도 하고 ‘SF’에 속하기도 하더군요. 문득, SF는 어떤 내용의 책을 말하는 건지 궁금해졌습니다. 우주를 배경으로 외계인이나 우주괴물이 등장하면 SF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면 SF의 'S'는 ‘space’의 첫글자를 따온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다 SF를 찾아보니 ‘science fiction’을 줄인 말이더군요. 우리말로 풀어놓으면 ‘공상 과학 소설(영화)’라고... SF의 뜻을 알고 나니 <물구나무서기>와 <사랑 그 어리석은>, <전화 살인>, <관광지에서>가 SF에 들어가는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우주를 배경으로 하지 않았다거나, 외계인이 나오지 않아도 SF일 수 있는 것이니까요.

<우주와 그녀와 나>, <시공간-항(港)>, <수련의 아이들>, <물구나무서기>, <백중(百中)>, <목격담, UFO는 어디서 오는가>, <사랑 그 어리석은>, <달에게는 의지가 없다>, <전화 살인>, <관광지에서> 10작품 모두 작가님들의 상상력에 감탄을 하면서 읽었습니다. 특히 <시공간-항(港)>과 <목격담, UFO는 어디서 오는가>를 읽을 때는 감탄이 절로 나오더군요. 사회문제에 대한 비판이 담겨있는 글도 좋았습니다. 힘없고 돈없는 노동자의 어이없고 안타까운 사연이, 미래가 아니라 지금의 인권문제를 말하고 있는 듯하더군요.

우리나라 SF작가님들의 글을 처음 읽었습니다. 어쩌면 제대로 된 SF가 처음이었던 것도 같습니다. SF라는 장르가 어떤 영역(?)인지 살짝 알 것도 같습니다. 어느 장르의 글을 쓰는가 와는 상관없이, 작가님들의 상상력에는 특별한 뭔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SF를 쓰는 작가님들의 상상력에 감탄하며 책을 덮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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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개의 고양이 눈 - 2011년 제44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최제훈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종이책을 기다리는 동안 무료로 받은 e-book으로 <여섯 번째 꿈>을 먼저 읽었습니다. 무료 e-book이라 그런지 가끔 탈자가 있고, 그래서인지 집중이 안 되더군요. 작가가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절반도 이해를 못 했습니다. 그래서 ‘난 아직까지 종이책에 익숙한 아날로그 형 인간이구나’ 생각하며 열심히(?) 종이책을 기다렸습니다.

 

그러던 중, 매일 한 권의 책에 대한 서평을 올리는 이웃님의 블로그에서 이 책의 서평을 읽었습니다. 별점에 까다로운 주인장이 다섯 개의 별점을 꽉 채워서 주셨더군요. “앗 대박이다!”하며 기쁜 마음으로 서평을 읽었습니다. 이분은 책 내용을 누설(?)하는 법이 없기 때문에 마음 편하게 서평을 읽곤 합니다. 그분이 서평에 쓰셨더군요. “세계에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명작”이라고......

 

좋은 책을 읽게 됐다는 마음에 기쁘기도 했지만 은근 걱정스럽기도 했습니다. 기댓값이 너무 높아져버린 겁니다. 50을 기대하거나 아무 기대 없이 읽었는데 70정도 만족하면 ‘생각보다 재밌다’고 평가(?)하지만 90을 기대하다가 85 정도면 부족하다고 느끼게 되니까요. 미나토 가나에의 ‘고백’이 전자의 경우였습니다. 아무 기대 없이 폈다가 ‘재밌게’ 읽고 덮었거든요. 만약 ‘엄청 재밌다’는 평을 미리 읽었다면 실망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기댓값이 100 근처까지 솟구친 겁니다. 이를 어쩌나......

 

드디어 책이 도착하고 제일 먼저 <여섯 번째 꿈>을 다시 읽었습니다. 탈자도 없고 집중도 잘되고, 역시 전 종이책이랑 잘 맞더군요. e-book과 친해지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할 듯합니다.

 

민규=전신마취

현숙=불면증

세나=유혈낭자

영수=한니발

연우=폐쇄미로

태식=왕두더지

 

여섯 개의 방, 여섯 명의 사람들, 눈보라, 외딴 산장, 고립......

인터넷 카페 ‘실버 해머’의 회원 여섯 명은 카페주인장 ‘악마’의 초대를 받고 외딴 산장에 모입니다. 실버 해머는 연쇄살인범의 세계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의 동호회입니다. 눈보라가 심한 토요일 저녁, 주인장은 오지 않고 손님만 모여서 밤이 이슥하도록(거의 새벽이 다 되도록) 술을 마시며 연쇄살인을 이야기합니다. 다음날 아침, 사건이 벌어집니다. 눈보라는 심해지고 먹을 것도 없고 외부와 연락할 방법은 없습니다.

 

이렇게 써 놓고 보니 어딘지 익숙한 느낌입니다. 몽환적이고 흐릿한 안개 속을 헤매는 것 같은 느낌을 슬쩍 지우면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의 일부 같은 느낌도 들고 일본 미스터리 소설 무언가에서 본 적이 있는 것도 같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에 이어지는 ‘복수의 공식’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이야기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잠깐 동안은 실마리가 풀리는 듯하더니, 점점 이야기가 계속될수록 머릿속에서 내용이 얽히고설키는 겁니다. 작가가 이 이야기를 어떻게 이어갈 지 짐작도 할 수가 없더군요. 아니 짐작하려는 생각도 못 하겠더군요. 비슷한 듯 다르고 다른 듯 비슷한 이야기가 반복되다가 꼬이다가 다시 맞물려서 이어지다가 다른 이야기가 끼어든 줄 알았는데 아까 그 이야기인 것도 같고......

 

책을 다 읽고나서 생각해보니, 재밌게 읽은 건 확실한데 어떤 내용이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여섯 번째 꿈>을 또 다시 읽고 있습니다. 다시읽기를 시작하고 많이 읽지 않았지만 맨 처음에 나오는 독백도 처음 읽을 때와는 다른 느낌이고 영수의 사각 뿔테 안경도 새로운 느낌입니다. 어쩐지 처음보다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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