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개의 고양이 눈 - 2011년 제44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최제훈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종이책을 기다리는 동안 무료로 받은 e-book으로 <여섯 번째 꿈>을 먼저 읽었습니다. 무료 e-book이라 그런지 가끔 탈자가 있고, 그래서인지 집중이 안 되더군요. 작가가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절반도 이해를 못 했습니다. 그래서 ‘난 아직까지 종이책에 익숙한 아날로그 형 인간이구나’ 생각하며 열심히(?) 종이책을 기다렸습니다.

 

그러던 중, 매일 한 권의 책에 대한 서평을 올리는 이웃님의 블로그에서 이 책의 서평을 읽었습니다. 별점에 까다로운 주인장이 다섯 개의 별점을 꽉 채워서 주셨더군요. “앗 대박이다!”하며 기쁜 마음으로 서평을 읽었습니다. 이분은 책 내용을 누설(?)하는 법이 없기 때문에 마음 편하게 서평을 읽곤 합니다. 그분이 서평에 쓰셨더군요. “세계에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명작”이라고......

 

좋은 책을 읽게 됐다는 마음에 기쁘기도 했지만 은근 걱정스럽기도 했습니다. 기댓값이 너무 높아져버린 겁니다. 50을 기대하거나 아무 기대 없이 읽었는데 70정도 만족하면 ‘생각보다 재밌다’고 평가(?)하지만 90을 기대하다가 85 정도면 부족하다고 느끼게 되니까요. 미나토 가나에의 ‘고백’이 전자의 경우였습니다. 아무 기대 없이 폈다가 ‘재밌게’ 읽고 덮었거든요. 만약 ‘엄청 재밌다’는 평을 미리 읽었다면 실망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기댓값이 100 근처까지 솟구친 겁니다. 이를 어쩌나......

 

드디어 책이 도착하고 제일 먼저 <여섯 번째 꿈>을 다시 읽었습니다. 탈자도 없고 집중도 잘되고, 역시 전 종이책이랑 잘 맞더군요. e-book과 친해지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할 듯합니다.

 

민규=전신마취

현숙=불면증

세나=유혈낭자

영수=한니발

연우=폐쇄미로

태식=왕두더지

 

여섯 개의 방, 여섯 명의 사람들, 눈보라, 외딴 산장, 고립......

인터넷 카페 ‘실버 해머’의 회원 여섯 명은 카페주인장 ‘악마’의 초대를 받고 외딴 산장에 모입니다. 실버 해머는 연쇄살인범의 세계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의 동호회입니다. 눈보라가 심한 토요일 저녁, 주인장은 오지 않고 손님만 모여서 밤이 이슥하도록(거의 새벽이 다 되도록) 술을 마시며 연쇄살인을 이야기합니다. 다음날 아침, 사건이 벌어집니다. 눈보라는 심해지고 먹을 것도 없고 외부와 연락할 방법은 없습니다.

 

이렇게 써 놓고 보니 어딘지 익숙한 느낌입니다. 몽환적이고 흐릿한 안개 속을 헤매는 것 같은 느낌을 슬쩍 지우면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의 일부 같은 느낌도 들고 일본 미스터리 소설 무언가에서 본 적이 있는 것도 같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에 이어지는 ‘복수의 공식’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이야기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잠깐 동안은 실마리가 풀리는 듯하더니, 점점 이야기가 계속될수록 머릿속에서 내용이 얽히고설키는 겁니다. 작가가 이 이야기를 어떻게 이어갈 지 짐작도 할 수가 없더군요. 아니 짐작하려는 생각도 못 하겠더군요. 비슷한 듯 다르고 다른 듯 비슷한 이야기가 반복되다가 꼬이다가 다시 맞물려서 이어지다가 다른 이야기가 끼어든 줄 알았는데 아까 그 이야기인 것도 같고......

 

책을 다 읽고나서 생각해보니, 재밌게 읽은 건 확실한데 어떤 내용이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여섯 번째 꿈>을 또 다시 읽고 있습니다. 다시읽기를 시작하고 많이 읽지 않았지만 맨 처음에 나오는 독백도 처음 읽을 때와는 다른 느낌이고 영수의 사각 뿔테 안경도 새로운 느낌입니다. 어쩐지 처음보다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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