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의 소파에 누운 경제 - 자본주의가 앓는 정신병을 진단하다
토마스 세들라체크.올리버 탄처 지음, 배명자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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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자본주의 체제는 많은 비판을 받았다. 특히 2008년 세계적 금융 위기 이후로 근본적인 회의가 일기도 했다. <프로이트의 소파에 누운 경제>는 이러한 자본주의 경제를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 진단한다. 의역한 제목은 프로이트를 강조했지만, 책은 프로이트와 융, 풍부한 신화적 해석을 통해 경제 시스템을 분석한다.

저자 토마스 세들라체크는 스물 넷의 나이에 체코 대통령의 경제 자문역을 맡았고, 2011년 유럽을 이끄는 젊은 리더 40인에 선정되었다고 한다. 전작 <선악의 경제학>을 읽지 않아서인지, 스타 경제학자가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 경제를 비판한다는 시도 자체가 생소하게 느껴졌다.



<프로이트의 소파에 누운 경제>는 첫째, 경제를 몸, 마음, 정신으로 나누어 살펴본다. 몸은 말 그대로 현실 경제로 실물과 금융 산업이다. 마음은 경제학, 그 중에서도 주류 경제학 분석에 초점을 둔다. 정신은 경제 시스템 기저에 담긴 갈망과 목적, 존재 이유 등으로 분류했다. 특히 세들라체크가 맡은 정신 분석이 책의 묘미다.



둘째, 경제시스템의 정신병리현상을 사디즘, 나르시시즘, 사도마조히즘의 행동 패턴과 함께, 다섯 가지 정신장애로 진단한다.


현실인식장애 - 재화와 용역을 소비하기 위한 쾌락 원칙으로, 과장된 낙관적 전망과 욕구가 아닌 욕망에 좌우되는 성장중심적 공급과 소비 시스템을 양산했다.

공포증 - 경제 주체의 불안감을 야기시킨다. 각종 보험과 안보 산업, 건강과 위생까지 공포 마케팅이 도처에 있다.


정서장애/정동장애 - 조울증을 비롯한 양극성 장애를 말한다. 경제 불황이나 우울증에 대한 기존 처방은 많았지만, 특히 저자는 경제의 조증을 더욱 위험한 정신병리 현상으로 규정한다. 예컨대, 2007년 부동산위기 직전에 미국은 호황기였고, 과도한 낙관과 자신감에 물들어 있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경제대통령이라 불리던 그린스펀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에 대한 비난이 쇄도했지만, 그는 당시 경제 지표를 근거로 억울한 감정을 드러냈다. 미국 경제가 조증 상태에 빠졌던 것이다.


충동조절장애 -자본주의 시스템, 특히 금융 투자에서 보이는 도박적 성향으로, 건전한 경제 거래의 근간을 해친다.


성격장애 - 이기심, 경쟁 지상주의에 물든 경제 구조다. 경제 위기 이후로 코퍼릿 사이코패스가 문제로 대두되었다. 이들은 사이코패스지만 기업과 조직에서 사회 생활을 하는 부류다. 두뇌 회전이 빠르고 과감한 투자, 공격적 성향으로 인하여, 능력을 인정받고 고위직에 오르기도 한다. 실제로 경영자 중에서 성격장애 비율이 높은 현상은 이미 정설로 자리잡았다. 경제 시스템 전체가 이러한 인격 장애로 물들고 있는 것이다.



셋째, 신화적 해석이다. 릴리스는 하와 이전에 아담의 짝으로 알려진 여성으로, 아담의 밑에 눕기를 거부하고 자유를 찾아 떠난다. 그러나 하느님의 저주를 받고 매일 100명씩 자신의 아들을 죽여야 하는 운명에 처한다. 경제 시스템에 대입해 보면, 억압을 싫어하는 인간의 근본 욕망이 경제 체제의 자유를 불러왔지만 결국 파괴적 창조로 귀결되었다. 자신의 생산물을 자신이 파괴해야지 경제가 돌아간다. 자유와 풍요의 폭력적 이면이다.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은 때로 인간성을 파괴한다. 미국 에너지 회사 엔론은 캘리포니아 주에 전기를 공급했는데, 전통적인 사회 기반 시설 형태가 아닌 이윤극대화 방식을 채택했다. 전기사용량과 요금이 낮다 싶으면 발전소 스위치를 내려버렸고, 캘리포니아에 수백 번의 블랙아웃을 일으켰다. 그리고 자연재해가 일어나 전기 수요가 증가하자, 엔론 경영진은 환호했다. "그래 그거야! 타라, 타올라라!" 한때 작은 정부가 유행했고 공공부문의 민영화가 화제였다. 그러나 이윤극대화 논리는 이렇듯 사디즘적으로 치닫는다. "그래 그거야! 타라, 타올라라!"(책 참조)



자본주의는 인간의 욕망을 부추긴다. 욕망은 성장을 향한 땔깜이나 시스템 자체를 정신병리적으로 만들었다. 치유를 위해선 진단이 선행된다. <프로이트의 의자에 누운 경제>는 자본주의 경제가 가진 정신병을 분석한다. 저자는 말한다. "조금 더 가난하고 조금 더 느릴 뿐 아주 활기차게 살 수 있는데, 도대체 왜 시장과 인간은 무의미한 경쟁을 하며 서로를 죽일까?" ( p.152~153)

 

"그래 그거야! 타라, 타올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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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고 그름 - 분열과 갈등의 시대, 왜 다시 도덕인가
조슈아 그린 지음, 최호영 옮김 / 시공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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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옳고 그름은 인류의 근본적인 화두다. 인간의 도덕성은 어디에서 기원하는가. 서양의 철학적 전통에 따라서 보편적 이성의 추론 능력인가 혹은 공감 정서에 기반하는가로 나뉘기도 하고, 현재는 뇌과학과 심리학에 기반한 자연과학적 실험 연구가 활발하다. 정의(正義)에 대해서도 다양한 잣대와 이념이 존재한다. 추상적 철학이 아니라 개인의 행위 영역과 사회 규범을 포괄하는 중요한 담론이기 때문이다.



갈등과 이견이 없다면 전체주의 사회이지 민주 국가는 아닐 것이다. 반면에, 격렬한 사회 갈등이 발생할 때면 사람과 집단마다 도덕관이 다른 이유, 그로 인해 서로 대립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인지 의문이 든다. 이러한 옳고 그름에 대한 차이, 즉 도덕적 규범에 관한 갈등은 어디에서 기인하고, 그리고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질문하게 된다.



유명한 예가 공유지의 비극이다. 농부들이 양 떼를 방목하는 공동 목초지가 있다고 하자. 목초지는 한정돼 있고 농부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양 떼를 늘리고 싶어한다. 농부들의 개인적 이익 추구 행위로 인하여 목초지가 황폐화될 위기에 처한다. 집단의 생존을 위해서 공공의 합의와 규칙을 도출한다. 규칙은 사회마다 다르다. 토지재산권을 설정하거나, 생산수단인 양 떼를 공동관리할 수도 있다. 이른바 많은 이념의 근간이 되는 개인주의 혹은 집단주의 해결 방식이다.



<옳고 그름>의 저자 조슈아 그린은 더 나아간다. 고전적인 공유지의 비극은 집단 내부의 문제였다. 그러나 서로 다른 규칙을 가진 양치기 집단이 새로운 목초지를 두고 경쟁한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현대의 양치기들이 직면한 문제다. 도덕성이 공유지의 비극에 대한 해결책이었다면, 새 목초지의 비극은 상식적 도덕의 비극이다. "현대적 비극의 특징은, 똑같은 도덕적 사고가 한 집단 안에서는 협력의 기초가 되지만 집단 사이에서는 협력을 방해한다는 점이다."(p.50)



인류가 자연스럽게 진화해 온 도덕 관념은 공유지의 비극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었다. 같은 집단 구성원에 대한 협력을 중심으로 발달하였기 때문에, 도덕적 직관은 내집단 편향과 부족주의 형태를 띄고, 다른 집단에 대해선 배척하는 경향이 있다. 스스로 공정하다고 믿는 감정 이면에는 이러한 편향된 공정성이 내제한다.



"이것이야말로 현대인들의 핵심 비극이며, 우리를 갈라놓고 있는 도덕적 문제들의 배후이다. 그리고 이 책은 바로 이 비극을 이해하고 하결하려는 시도이다. 많은 대중적인 책들과 달리, 나는 이 책에서 돈이나 체중 감량, 성생활 같은 개인적인 문제들을 해결해주겠다는 약속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 대신에 내가 제공하려는 것은 명료함이다.



이 책은 도덕성을 근본적에서부터 철저히 이해하려는 시도이다. 나는 도덕성이 과연 무엇이며,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어떻게 우리 뇌에서 구현되는지를 이해해보고자 한다. 도덕적 문제들 속의 심층 구조를 이해하고, 우리 뇌가 원래 해결해야 했던 문제들과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특히 현대적인 문제들 사이의 차이도 밝힐 것이다. 끝으로, 도덕성에 대한 이 새로운 이해를 바탕으로 새 목초지의 모든 부족이 공유할 수 있는 보편적인 도덕철학을 제시할 것이다."(p.13)



저자는 새 목초지의 비극을 해결하기 위해선 고차 도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뇌가 자동 모드로 인지하는 내집단 중심의 진화학적 도덕이 아닌, 보다 이성적 추론 능력에 기반한 고차원적 규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여기서 더 나아간다. 다른 책들은 모호한 탐색과 여지를 남겨놓지만, 저자는 명확하게 답변한다. 바로 공리주의를 토대로 한 '깊은 실용주의'다. 깊은 실용주의란 예전에 MB 정부가 말한 실용적 관점이 아니라 공리주의 원칙에 기초한 타협이다. 공유하는 가치(공동 통화라 표현한다)에 기반하여 집단 간 차이와 갈등을 해소하려는 노력이다.



이러한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저자는 먼저 심리학, 진화학, 게임이론을 바탕으로 도덕의 기원을 살펴본다. 사람은 왜 협력과 이타적 행동을 하는가에 대한 답변이다. 그리고 현대의 양치기들이 직면한 딜레마를 살펴보고, 공리주의가 고차 도덕으로 적합한 이유와 실제 사회적 갈등과 분열을 해결하기 위해 깊은 실용주의를 주장하는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책은 명쾌하다. 간학문적으로 도덕성의 기원, 인간의 협력을 다루지만 시종일관 분명한 어조를 유지한다. 무엇보다 주관이 뚜렷하고 구체적인 답을 내린다. 집단 간 협력을 위해선 고차 도덕이 필요하고, 해답은 공리주의를 바탕으로 한 깊은 실용주의다. 많은 지면을 공리주의에 대한 편견과 비판을 반론하는 데 할애한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에 나온 전차의 딜레마 - 철로를 수리중인 다섯 명의 인부가 전차에 치일 위험에 처해 있다. 승객 한 명을 철로로 밀어서 전차를 멈춘다면 다섯 명의 인부를 살릴 수 있는데, 이 경우 무고한 한 사람을 희생시키는 행위가 바람직한가에 대한 딜레마다. - 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그리고 TED 강연으로 유명한 조너선 화이트 교수의 <바른 마음>을 공리주의적 관점에서 비판한다.


서로 다른 도덕적 이념을 지닌 집단 간 분열과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한 사회, 나아가 세계적인 갈등이 빈번한 시대에 흥미로운 주제가 아닐 수 없다. 현대는 고전적인 공유지의 비극이 아닌 새 목초지의 비극이 더욱 심각한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서로 다른 이념, 도덕률, 종교를 가진 집단 간의 대립이 극심하여 이를 중재할 만한 새로운 기준이 절실한 시대다. 조슈아 그린 교수가 말하는 공동 통화에 기반한 깊은 실용주의가 하나의 대안일 수 있다. 깊은 실용주의의 바탕이 되는 공리주의가 왜 보편적인 도덕철학이 되어야 하는지, 저자의 주장과 근거를 수긍하거나 반론을 찾는 과정도 재밌는 지적 경험이겠다. 제레미 벤담이나 존 스튜어트 밀 등의 철학에 관심이 있던 독자라면 현대 공리주의담론을 만나는 계기가 된다. 마지막으로 평소 간학문적 실험 결과와 지적 추론을 즐기는 독자에게 흥미로운 책이 될 것이다.

이 책은 도덕성을 근본적에서부터 철저히 이해하려는 시도이다. 나는 도덕성이 과연 무엇이며,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어떻게 우리 뇌에서 구현되는지를 이해해보고자 한다. 도덕적 문제들 속의 심층 구조를 이해하고, 우리 뇌가 원래 해결해야 했던 문제들과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특히 현대적인 문제들 사이의 차이도 밝힐 것이다. 끝으로, 도덕성에 대한 이 새로운 이해를 바탕으로 새 목초지의 모든 부족이 공유할 수 있는 보편적인 도덕철학을 제시할 것이다."(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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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오십, 마지막 수업 준비 - 돈과 집, 몸과 삶에 관한 15개의 지침들
이케가야 유지 외 17인 지음, 문예춘추(文藝春秋) 엮음, 한혜정 옮김 / 북스코프(아카넷)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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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2017년 2월 행정자치부 등의 통계에 따르면, 대한민국 노인 인구 비율은 14%다. 일반적으로 인구 대비 7%이상을 고령화사회, 14%부터 고령사회,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로 정의한다. 통계청 미래인구추계보다 빠른 속도로 고령 사회가 다가왔고,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예상이다. (김동섭 기자, "고령사회, 1년 일찍 왔다")

 

이처럼 노년층 인구 비율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대비책은 미흡하다. 노인층 빈곤률, 자살률 등 많은 지표가 이미 적신호임에도 노후 대비를 위한 플랜은 찾기가 힘들다. 인구 비율을 개선하기 위해 출산률을 상승시키는 노력도 중요하나 이미 14% 이상을 차지하는 노인 인구에 대한 대비책이 절실하다. 서점가도 마찬가지다. 20대에 하지 않으면 안될 것들은 많다. 그러나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 해야 할 일, 노년 라이프를 즐기는 법을 종합적으로 가르쳐 주는 서적은 드물다. 책 표지말처럼 '인정하기 싫지만, 미루기엔 두려운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오십 이후의 삶'이다.

<벌써 50, 마지막 수업 준비 - 돈과 집, 몸과 삶에 관한 15개의 지침들>은 안정적이고 건강하게 노년을 대비하는 법을 다뤘다. 건강, 재테크, 늙어감에 대한 단상을 개별 분야가 아니라 종합적으로 다룬 것이 특징이다. 뇌과학자 이케가와 유지 도쿄대 교수를 비롯하여 각계 전문가 17명이 집필진으로 참여했다. 법률, 경제와 복지 분야에서 우리나라 현실과 다른 점은 따로 국내 전문가의 설명을 덧붙였다.

노년에 대한 편견을 상당 부분 반박한다. 뇌는 나이가 들수록 급격히 노화되지 않고, 치매와 같은 질환을 앓지 않는다면 기능의 상당 부분을 쓸 수 있다. 오히려 나이가 듦에 따라 직감력 등이 늘어나기도 한다. '핑핑코로리'란 말이 있다. '죽기  직전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마지막에 훅 가는 것'이란 뜻인데, 우리나라에도 예전에 이런 희망사항을 담은 유행어가 있었다. 실제 일본 총리부의 '최후의 병구완 조사'(1982)에 따르면, '최후에 누워 지낸 시간이 2주 미만인 경우가 45.8%고, 1년 이상인 경우는 8%에 불과했다. 직각형 노화 모델이며 심리학에선 '종말저하'라 불리는 형태로 이행했다. 건강한 기간이 연장되면서 임종이 급격히 이뤄진다. 사회적으로도 평균 수명에 수렴하는 현상이 강해졌다. 노후를 병상에서 보낸다는 생각은 편견이다.



노후 대비 재테크, 보험, 유산과 같은 경제 문제에 관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는 노후를 위한 금융 상품을 활발히 홍보하는데, 책에선 무리한 투자보단 안정적인 정기예금을 추천한다. 앞서 노년 생애 주기가 종말저하식으로 변하는 행태에 대비하여, 보험보다 차라리 필요한 곳, 필요한 때에 쓸 수 있는 현금 자산 형태가 알맞다고 조언한다. 유산 상속 행태도 현실적으로 바뀌고 있다. 일본은 맡기기 유언(민법 902조) 형식으로, 위탁받은 제 3자가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상속분을 결정하는 형식이다. 단순 유류분할이 아니라 노후를 캐어해 주는 사람에게 많은 유산을 지급한다. 우리나라도 2011년에 유언 대용 신탁을 신설했다.



노년층에게 특히나 중요한 분야가 생활 설계와 개호 복지다. 일본에선 '어디서 죽을 것인가' 담론이 중요하게 일고 있다. 요양소나 병원보다 평소 생활 공간, 친지와 함께 하는 임종을 선호한다. 일시금 천만 엔 이하, 월 이용료 20만 엔 이하 노인시설에 대한 주의점과 방문 요양, 재택 요양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월 이용료 20만 엔이면 원화로 약 200만 원 가량인데, 적지 않은 이용료를 내면서 제대로 된 케어를 받지 못할 경우가 있다는 점이 놀랍다. 우리나라도 고급 실버 타운이 아닌 이상에야 이러한 일이 비일비재하지 않나 우려스럽다.

늙으면 죽어야지 한탄하는 시대는 옛말이다. 이제 노년은 제 2의 인생기라 불린다. 특히나 노년이 막막한 이유는 저하되는 체력과 함께, 제대로 된 매뉴얼이나 체계가 없어서 개인이 많은 부분을 책임져야 한다는 점이다. <벌써 오십, 마지막 수업 준비>는 노년이 되어 직면할 문제와 준비 사항을 종합적으로 엮었다. 건강과 경제적 문제뿐 아니라 노후에 대한 성찰을 담았다. 이 부분은 노년을 맞은 평론가, 저널리스트가 담당했다. 어떻게 늙어갈 것인가, 배우자를 사별하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는 물질적 복지만큼 중요한 당면 과제다. 특히 호르몬의 변화, 발기 부전, 성과 사랑이 하나의 꼭지인데, 오히려 우리나라에선 터부시하는 담론이기도 하다. 노년의 건전한 성생활은 단순히 성적 쾌락만이 아니라 건강과 삶의 질을 좌우하는 하나의 척도인 만큼, 참고할 필요가 있다.



17명의 저자는 일본인이다. 대부분 일본의 현실과 통계를 거론한다. 한때 일본이 10년 뒤의 대한민국의 모습이란 말이 있었다. 그만큼 일본의 사회 현상과 유행을 답습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본은 2000년 대 중반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고, 현재는 25%를 넘어섰다고 한다. 인구 4분의 1이 65세 이상 고령자인 것이다. 우리나라도 남의 일이 아닌지라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벌써 오십, 마지막 수업 준비>는 각계 전문가들이 말하는 노년의 삶이자 대비책이다. 기존에 갖고 있던 편견을 상당 부분 바로잡는다. 개인 담론을 넘어서 사회 차원에서 생각할 꺼리를 던진다. 나이 오십을 지천명이라 하지만 막상 닥치면 천명은 멀고 막막할 나이지 싶다. 노후 걱정 때문이다. 막연한 걱정보다 수업이 필요하다. '나이 오십, 마지막 수업 준비'. 제목이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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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0 22: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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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0 23: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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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박근혜 탄핵 사건 선고 결정문(무료)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헌법 전문/ 무료)

 

 

다음은 기사입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선고결정 전문을 전자책으로 제작, 10일 오후 6시부터 무료로 배포한다고 전했다. 

 

해당 전자책에는 10일 오전 11시 헌법재판소에서 이정미 재판관에 의해 발표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 선고의 낭독 전문이 실려 있다.

 

알라딘 전자책팀의 김남철 팀장은 “탄핵선고결정문을 많은 국민들이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선고 당일에 제작 배포하게 됐다”고 전했다. 

 

출처 : 독서신문 http://www.readers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70785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인용 판결이 났습니다.

 

알라딘 서점에서 탄핵선고결정 전문을 이북으로 만들어 무료 배포를 하고 있습니다.

 

역사적인 기록인 만큼, 쉽게 소장할 수 있어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음주 중에 89 페이지 분량의 판결문 전문으로 교체된다고 합니다.

 

 

 

PDF 파일은 인터넷 기사로 많이 배포되었습니다만,

 

e북 형태(ePub(12.91 MB))로 제작, 배포된 것은 처음으로 압니다.

 

ePub 파일이 e북 환경에선 조작이 편하고 읽기 쉽습니다.

 

이북 독자에겐 반가운 소식입니다.

 

알라딘 서점의 발빠른 이벤트에 박수를 보냅니다.

 

탄핵 인용 결정이 더욱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으로 가는 교두보가 되기를 바랍니다.

 

 

 

 

주문

 

피 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주문

피 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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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7-03-11 11: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캐모마일님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박근혜 탄핵 사건 선고 결정문 읽고 또 읽고 있습니다.
 
의천도룡기 1~8 세트 - 전8권
김용 지음, 임홍빈 옮김 / 김영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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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의천도룡기란?



<의천도룡기(倚天屠龍記)>는 중국에서 신필이라 칭하는 김용 작가의 무협 소설로, 우리나라, 중국은 물론 아시아권에서 팬층이 두텁다. 김용 작가의 <천룡팔부>는 무협소설임에도 이례적으로 중국 교과서에 수록되어 대대적으로 기사화됐다. 장르 소설의 입지를 뛰어넘어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국내엔 해적판본인 고려원 영웅문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3부 중원의 별이 바로 의천도룡기다. 사조삼부곡 시리즈로 불리며, 사조영웅전, 신조협려의 뒤를 이어 마지막을 맺는 작품이다. 2000년 중후반에 김영사에서 정식으로 사조삼부곡을 출간하였다. 중화권 드라마로 많이 제작되었는데, 1986년 홍콩 tvb판이 우리나라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주인공이 양조위였으며, 현재까지 뛰어난 연출로 입소문을 탄 작품이다. 알리바바 회장 마윈의 책장에 꽂혀 있다고 하니, 자기계발서 독자는 마윈의 애독책으로 들어봄직도 하다.




2. 내용




제목은 작중 절세 무기인 의천검과 도룡도에서 유래한다. 원나라 말엽, 무림에는 유명한 풍문이 떠돌았다. 의천검과 도룡도를 가진 자 무림을 평정하리라. 주인공 장무기는 무림 정파의 아버지, 사파 거두의 딸을 어머니로 독특한 내력을 지녔다. 이들 부부는 무림에서 악명 높은 금모사왕 사손과 함께 빙화도라는 섬에 불시착했고, 그와 의형제를 맺는다. 사손의 죽은 아들인 무기로 이름을 짓고, 사손을 의부로 모시도록 한다.



무림에선 사손의 행방에 촉각을 세운다. 바로 사손이 가진 도룡보도 때문이다. 장취산 부부가 무림으로 돌아오자, 명문정파를 비롯하여 너나 할 것 없이 도룡보도의 행방을 위해 그들을 압박하고, 부부는 자결한다. 장무기는 깊은 내상을 입고 죽을 위기에 처하지만, 기연을 만나 절세 무공을 익힌다. 의천검과 도룡도에 얽히고 섥힌 무림의 묵은 원한을 풀고, 원나라 조정에 대항한다. 그리고 영웅에겐 여자가 따르는 법. 각기 다른 매력과 신분을 가진 네 여인과 인연을 맺고 복잡한 애정관계에 시달리는 것도 이야기의 한 줄기를 차지한다.




3. 감상




1) 중화사상




주인공이 역경에 처하지만 절세 무공을 익히고 무림의 평화를 지키는 설정은 여타 무협지와 다르지 않다. 특징으로 지목되는 것 중의 하나가 중화사상이다. 의천검과 도룡도를 만든 인물은 시리즈 첫 작품인 <사조영웅전>의 주인공 곽정과 황용이다. 이들은 송나라 말 몽고의 침략에 맞서 양양성을 이십 여년간 지켰으며, 구국의 염원을 담아 절세 보검과 보도를 남겼다. 곽정의 이름부터가 '정강의 치' 중에 앞글자인 정을 따서 만들어졌다. 정강의 치란 북송 시절 두 황제인 흠종과 휘종이 금나라에 연행된 사건으로, 정강은 흠종의 연호였다. 이민족에게 당한 치욕을 잊지 말라는 뜻에서 지은 이름인 것이다.



그리고 의천검과 도룡도의 비밀은 뛰어난 무기 자체가 아니라, 그 속에 병법서와 절세 무공 비급의 행방이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그 병법서가 바로 <무목유서>다. 무목은 충절로 유명한 악비 장군의 시호로, 바로 그가 남긴 유서이자 병법서다. 악비는 당시 친금파 재상 진회의 간계로 죽음을 당하는데, 결국 의천검과 도룡도의 비밀은 병법과 절세 무공을 익혀 이민족을 몰아내고 한족의 나라를 되찾자는 염원이었다.



현재 중국에선 동북 공정 등 이민족 역사 포용하기가 활발하다. 고구려 역사까지 자국내 역사로 편입하려는 까닭에 왜곡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덩달아 충절의 화신 악비 장군의 평가도 절하되었다는데, 잊을 만하면 드라마로 각색되는 김용 작가의 사조삼부곡도 드문한 것을 보니 시류가 무섭긴 한가보다. 게다가 드라마도 원작보다 자체 편집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평가가 박하다. 미우나 고우나 <삼국지연의>에서 촉한정통론을 제외할 수가 없듯이, 사조삼부곡에서 중화사상을 도려내면 스토리에 어긋장이 나 버린다.



2) 양지



김용 작가의 무협지에는 다양한 무공이 나온다. 허투루 나온 것이 아니라, 도가와 불교, <주역>을 인용하여 오래도록 사랑받고 있다. 예컨대, 항룡십팔장에 첫 초식인 항룡유회는 <주역>에서 따왔고, 천룡팔부의 소요파는 <장자>의 소요유에서 인용하였다. 단순히 인용뿐 아니라 무공도 중국고전의 특색을 살렸다.



<의천도룡기>에 주인공 장무기가 익힌 구양신공(九陽神功), 태극권, 태극검, 건곤대나이는 모두 후발이승의 원리를 따른다. 선빵 중심주의가 아니라 적의 공격을 적절히 응용하여 제압한다. 왜 <의천도룡기>는 유독 후발이승의 절세 무공을 배치했을까.



답은 양지에서 찾고 싶다. 양지란 맹자와 양명학에서 나온 개념으로, 마음의 본체를 일컫는다. 성선설에 기반을 하니, 요약하자면 인간의 선한 본성이다. 대하사극 <정도전>에서 정도전이 유배지에서 만난 백성 여인에게 양지란 이름을 붙여준다. 기억은 가물하지만, 배움은 짧으나 선한 본성이 드러난다고 해서였던가, 아니면 타고난 본성을 지키며 살아가라는 교훈에서였던가 아무튼 그랬다.



장취산 부부는 금모사왕 사손과 함께 빙화도(氷火島)에 좌초되는데, 원래 금모사왕 사손은 선비의 기질이 있고 박학다식한 인사였으나, 사부로 모신 성곤에게 일가를 몰살당하는 바람에 복수의 화신으로 변했다. 무림에서 살인을 하고 다니며 원수의 이름을 벽에다 새겼으니, 결국 악인으로 찍혔다.



게다가 복수심과 무공을 익히다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초기 주화입마 상태에 빠졌는데, 그런 사손이 미쳐돌아가던 와중에 아기의 울음소리를 듣고 양지가 발동했다는 구절이 나온다. 장무기가 태어나고 울음을 터뜨리자 양지가 발동한다. 장성한 장무기도 마찬가지다. 괴팍한 신의에게 의술을 배워서 명의의 경지에 오르고, 절세 무공을 익힌 뒤에도 부모를 자살하게 만든 무림인사들에게 복수를 하기보다 얽히고 섥힌 원한을 하나씩 풀어간다.  때로는 행보가 답답하지만, 훗날 사파인 명교 교주가 되어 교인을 교화하고, 무림인사들을 규합하는 과정은 바로 사람이 선한 본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인지 <의천도룡기>의 절세 무공은 먼저 사람을 헤치기보다 상대의 힘을 이용하고 융화하는 것에 초첨을 둔다. 명교 교주가 대대로 전수한 무공인 건곤대나이는 이런 원리를 따르고 있으나, 페르시아에서 건너온 무공인지라 은연중에 사악함이 드러난다. 소설 말미에 소림사에 갇힌 의부 사손을 되찾기 위해 소림 신승들과 맞서는 장면에서, 장무기가 건곤대나이로 맞서서 마음에 악심이 생긴 것을 간파한 사손이 불경을 외운다. 바로 양지를 되찾으라는 뜻이다. 여기서도 중화사상이 드러난다. 페르시아 무공은 한마디로 사이비(似而非)인 것이다.



반면에, <소호강호>의 무공은 선발이승이다. 우리나라에선 임청화 주연의 <동방불패>로 잘 알려져 있다. 작품은 누가 선빵을 빨리 날리는가, 누가 쾌속 검법으로 상대의 초식을 파훼하는가 싸움이다. 무공은 크게 독고구검 대 규화보전의 대결이다. 주인공 화산파 영호충은 독고구검을 익히는데, 무엇보다 무초승유초, 무형의 초식으로 유형의 초식을 격파하는 것이 관건이다. 정파, 사파의 굴레에 맹목적으로 얽메여서 인간의 본래 가치를 도외시하거나, 명예욕의 화신이 되어 자신과 주변인들을 무참하게 해치는 이율배반 행태에 대한 반발심리가 강하다. 독고구검의 적수는 규화보전인데, 명나라 환관이 저술한 무공 비급이다. 이를 연마하려면 먼저 거세를 해야 한다. 권력과 명예에 눈이 먼 무림인사들은 규화보전의 행방에 촉각을 세우고, 칼부림과 살육이 벌어진다. 정파도 예외일 수가 없다. 군자검이라 칭송받던 화산파 장문인 악불군은 무림맹주가 되기 위해 규화보전의 파생검법을 손에 넣고, 결국 거세까지 한다. 위선의 극치다.



무초승유초는 허례허식과 위선, 명예심에 맞서서, 자유와 인간 본성을 향한 검법이다. 그래서 선발 중심이고 시원한 쾌속이 중요하다. 자유롭게, 혹은 빠르고 매섭게 세상의 위선과 모순을 찔러야 한다. 반면, <의천도룡기>에서 장무기는 후발이승의 원리, 상대의 힘을 융화하고 반탄시키는 무공을 주로 활용한다. 태극권과 태극검은 마음과 의지에 몸이 따라간다. 마음이 중요하고, 마음의 본체는 양지에 있다. 그래서 선빵이 아니라 상대의 힘을 제어하는 데 중점을 두게 된다. 이처럼 김용 작가의 무협지는 작품의 주제에 맞게 무공을 설정하고, 문파나 작중 배경의 특색에 맞는 무공이 나온다.     



4. <의천도룡기> 주제는 양지다.



<의천도룡기>의 핵심 주제는 양지다. 중화주의, 주인공이 초야로 떠나는 결말은 김용 소설의 단골 레퍼토리다. 장무기 부모가 좌초된 곳이 빙화도인데, 풀이하자면 얼음과 불의 섬이다. 겉으로는 빙산인 듯 하지만, 섬 안에는 화산이 있어서 초목과 짐승이 자란다. 그 섬에서 의부 사손이 미쳐가던 와중에 생명의 탄생을 접하고 양지를 찾는다는 구절이 나온다. 또한 장무기가 먼저 접곡의선 호청우를 만나 의술을 배우는 과정이나, 그가 쓴 후발이승 원리의 무공들, 복수보다 치유와 화해의 행보를 보여준다. 장무기를 만난 사파 명교의 무리와 무림인사들은 장무기에게 감화되어 선심이 발동한다. 물론 끝까지 악당도 있고, 장무기가 마음이 선하여 우유부단한 행보를 보이는 탓에 당하는 내용도 있지만, 결국 장무기는 타고난 착한 본성을 외면하지 않는다.



왜 갑자기 <의천도룡기>가 떠올랐을까. 작금의 현실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갈수록 사회적 신뢰가 하락하고 있다. 신뢰는 중요한 사회적 자본이고, 나라가 발전하기 위해선 이러한 성숙한 문화 자본이 필요하다는 주장엔 이론이 없다. 그러나 형벌은 사기, 기만에 관하여 얼마나 관대한가. 일단 잇속을 위해서 챙기고 보자는 심보를 조장하는 건가 싶기도 하다. 개인적 문제로 중개업자를 만났는데, 책임을 안 지려고 헛소리와 아무말 대잔치 향연을 벌이는 게 장기인 인간이었다. 한동안 장바구니에 담아놓았던 <개소리에 대하여>란 책을 주문했다. 시국으로 가자면 최근 국정농단이 그렇다. 당사자들은 자기가 얼마나 천인공노한 짓을 한지를 깨닫지 진심으로 뉘우치지 않는다. 변호인단의 변론도 마치 아무말 대잔치를 연상케 한다. 

그래서일까. 드라마 <정도전>과 <의천도룡기>를 다시 보고 있다. 마음이 진정되었다. 먼 곳을 바라보지 않으면 발 밑에 근심이 쌓인다고 하였던가. 우선 나부터 울화를 다스리고 양지를 되찾아야지 싶다. 다만 무협지 주인공은 절세 무공을 익혔는데, 과연 나에겐 무엇이 있어 의지처를 삼을까. <숫다니파타>의 구절처럼 스스로 의지처를 삼아야겠지만, 헛헛한 마음이 자꾸 앞을 가로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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