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의 소파에 누운 경제 - 자본주의가 앓는 정신병을 진단하다
토마스 세들라체크.올리버 탄처 지음, 배명자 옮김 / 세종서적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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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체제는 많은 비판을 받았다. 특히 2008년 세계적 금융 위기 이후로 근본적인 회의가 일기도 했다. <프로이트의 소파에 누운 경제>는 이러한 자본주의 경제를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 진단한다. 의역한 제목은 프로이트를 강조했지만, 책은 프로이트와 융, 풍부한 신화적 해석을 통해 경제 시스템을 분석한다.

저자 토마스 세들라체크는 스물 넷의 나이에 체코 대통령의 경제 자문역을 맡았고, 2011년 유럽을 이끄는 젊은 리더 40인에 선정되었다고 한다. 전작 <선악의 경제학>을 읽지 않아서인지, 스타 경제학자가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 경제를 비판한다는 시도 자체가 생소하게 느껴졌다.



<프로이트의 소파에 누운 경제>는 첫째, 경제를 몸, 마음, 정신으로 나누어 살펴본다. 몸은 말 그대로 현실 경제로 실물과 금융 산업이다. 마음은 경제학, 그 중에서도 주류 경제학 분석에 초점을 둔다. 정신은 경제 시스템 기저에 담긴 갈망과 목적, 존재 이유 등으로 분류했다. 특히 세들라체크가 맡은 정신 분석이 책의 묘미다.



둘째, 경제시스템의 정신병리현상을 사디즘, 나르시시즘, 사도마조히즘의 행동 패턴과 함께, 다섯 가지 정신장애로 진단한다.


현실인식장애 - 재화와 용역을 소비하기 위한 쾌락 원칙으로, 과장된 낙관적 전망과 욕구가 아닌 욕망에 좌우되는 성장중심적 공급과 소비 시스템을 양산했다.

공포증 - 경제 주체의 불안감을 야기시킨다. 각종 보험과 안보 산업, 건강과 위생까지 공포 마케팅이 도처에 있다.


정서장애/정동장애 - 조울증을 비롯한 양극성 장애를 말한다. 경제 불황이나 우울증에 대한 기존 처방은 많았지만, 특히 저자는 경제의 조증을 더욱 위험한 정신병리 현상으로 규정한다. 예컨대, 2007년 부동산위기 직전에 미국은 호황기였고, 과도한 낙관과 자신감에 물들어 있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경제대통령이라 불리던 그린스펀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에 대한 비난이 쇄도했지만, 그는 당시 경제 지표를 근거로 억울한 감정을 드러냈다. 미국 경제가 조증 상태에 빠졌던 것이다.


충동조절장애 -자본주의 시스템, 특히 금융 투자에서 보이는 도박적 성향으로, 건전한 경제 거래의 근간을 해친다.


성격장애 - 이기심, 경쟁 지상주의에 물든 경제 구조다. 경제 위기 이후로 코퍼릿 사이코패스가 문제로 대두되었다. 이들은 사이코패스지만 기업과 조직에서 사회 생활을 하는 부류다. 두뇌 회전이 빠르고 과감한 투자, 공격적 성향으로 인하여, 능력을 인정받고 고위직에 오르기도 한다. 실제로 경영자 중에서 성격장애 비율이 높은 현상은 이미 정설로 자리잡았다. 경제 시스템 전체가 이러한 인격 장애로 물들고 있는 것이다.



셋째, 신화적 해석이다. 릴리스는 하와 이전에 아담의 짝으로 알려진 여성으로, 아담의 밑에 눕기를 거부하고 자유를 찾아 떠난다. 그러나 하느님의 저주를 받고 매일 100명씩 자신의 아들을 죽여야 하는 운명에 처한다. 경제 시스템에 대입해 보면, 억압을 싫어하는 인간의 근본 욕망이 경제 체제의 자유를 불러왔지만 결국 파괴적 창조로 귀결되었다. 자신의 생산물을 자신이 파괴해야지 경제가 돌아간다. 자유와 풍요의 폭력적 이면이다.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은 때로 인간성을 파괴한다. 미국 에너지 회사 엔론은 캘리포니아 주에 전기를 공급했는데, 전통적인 사회 기반 시설 형태가 아닌 이윤극대화 방식을 채택했다. 전기사용량과 요금이 낮다 싶으면 발전소 스위치를 내려버렸고, 캘리포니아에 수백 번의 블랙아웃을 일으켰다. 그리고 자연재해가 일어나 전기 수요가 증가하자, 엔론 경영진은 환호했다. "그래 그거야! 타라, 타올라라!" 한때 작은 정부가 유행했고 공공부문의 민영화가 화제였다. 그러나 이윤극대화 논리는 이렇듯 사디즘적으로 치닫는다. "그래 그거야! 타라, 타올라라!"(책 참조)



자본주의는 인간의 욕망을 부추긴다. 욕망은 성장을 향한 땔깜이나 시스템 자체를 정신병리적으로 만들었다. 치유를 위해선 진단이 선행된다. <프로이트의 의자에 누운 경제>는 자본주의 경제가 가진 정신병을 분석한다. 저자는 말한다. "조금 더 가난하고 조금 더 느릴 뿐 아주 활기차게 살 수 있는데, 도대체 왜 시장과 인간은 무의미한 경쟁을 하며 서로를 죽일까?" ( p.152~153)

 

˝그래 그거야! 타라, 타올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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