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오십, 마지막 수업 준비 - 돈과 집, 몸과 삶에 관한 15개의 지침들
이케가야 유지 외 17인 지음, 문예춘추(文藝春秋) 엮음, 한혜정 옮김 / 북스코프(아카넷)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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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2017년 2월 행정자치부 등의 통계에 따르면, 대한민국 노인 인구 비율은 14%다. 일반적으로 인구 대비 7%이상을 고령화사회, 14%부터 고령사회,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로 정의한다. 통계청 미래인구추계보다 빠른 속도로 고령 사회가 다가왔고,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예상이다. (김동섭 기자, "고령사회, 1년 일찍 왔다")

 

이처럼 노년층 인구 비율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대비책은 미흡하다. 노인층 빈곤률, 자살률 등 많은 지표가 이미 적신호임에도 노후 대비를 위한 플랜은 찾기가 힘들다. 인구 비율을 개선하기 위해 출산률을 상승시키는 노력도 중요하나 이미 14% 이상을 차지하는 노인 인구에 대한 대비책이 절실하다. 서점가도 마찬가지다. 20대에 하지 않으면 안될 것들은 많다. 그러나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 해야 할 일, 노년 라이프를 즐기는 법을 종합적으로 가르쳐 주는 서적은 드물다. 책 표지말처럼 '인정하기 싫지만, 미루기엔 두려운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오십 이후의 삶'이다.

<벌써 50, 마지막 수업 준비 - 돈과 집, 몸과 삶에 관한 15개의 지침들>은 안정적이고 건강하게 노년을 대비하는 법을 다뤘다. 건강, 재테크, 늙어감에 대한 단상을 개별 분야가 아니라 종합적으로 다룬 것이 특징이다. 뇌과학자 이케가와 유지 도쿄대 교수를 비롯하여 각계 전문가 17명이 집필진으로 참여했다. 법률, 경제와 복지 분야에서 우리나라 현실과 다른 점은 따로 국내 전문가의 설명을 덧붙였다.

노년에 대한 편견을 상당 부분 반박한다. 뇌는 나이가 들수록 급격히 노화되지 않고, 치매와 같은 질환을 앓지 않는다면 기능의 상당 부분을 쓸 수 있다. 오히려 나이가 듦에 따라 직감력 등이 늘어나기도 한다. '핑핑코로리'란 말이 있다. '죽기  직전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마지막에 훅 가는 것'이란 뜻인데, 우리나라에도 예전에 이런 희망사항을 담은 유행어가 있었다. 실제 일본 총리부의 '최후의 병구완 조사'(1982)에 따르면, '최후에 누워 지낸 시간이 2주 미만인 경우가 45.8%고, 1년 이상인 경우는 8%에 불과했다. 직각형 노화 모델이며 심리학에선 '종말저하'라 불리는 형태로 이행했다. 건강한 기간이 연장되면서 임종이 급격히 이뤄진다. 사회적으로도 평균 수명에 수렴하는 현상이 강해졌다. 노후를 병상에서 보낸다는 생각은 편견이다.



노후 대비 재테크, 보험, 유산과 같은 경제 문제에 관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는 노후를 위한 금융 상품을 활발히 홍보하는데, 책에선 무리한 투자보단 안정적인 정기예금을 추천한다. 앞서 노년 생애 주기가 종말저하식으로 변하는 행태에 대비하여, 보험보다 차라리 필요한 곳, 필요한 때에 쓸 수 있는 현금 자산 형태가 알맞다고 조언한다. 유산 상속 행태도 현실적으로 바뀌고 있다. 일본은 맡기기 유언(민법 902조) 형식으로, 위탁받은 제 3자가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상속분을 결정하는 형식이다. 단순 유류분할이 아니라 노후를 캐어해 주는 사람에게 많은 유산을 지급한다. 우리나라도 2011년에 유언 대용 신탁을 신설했다.



노년층에게 특히나 중요한 분야가 생활 설계와 개호 복지다. 일본에선 '어디서 죽을 것인가' 담론이 중요하게 일고 있다. 요양소나 병원보다 평소 생활 공간, 친지와 함께 하는 임종을 선호한다. 일시금 천만 엔 이하, 월 이용료 20만 엔 이하 노인시설에 대한 주의점과 방문 요양, 재택 요양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월 이용료 20만 엔이면 원화로 약 200만 원 가량인데, 적지 않은 이용료를 내면서 제대로 된 케어를 받지 못할 경우가 있다는 점이 놀랍다. 우리나라도 고급 실버 타운이 아닌 이상에야 이러한 일이 비일비재하지 않나 우려스럽다.

늙으면 죽어야지 한탄하는 시대는 옛말이다. 이제 노년은 제 2의 인생기라 불린다. 특히나 노년이 막막한 이유는 저하되는 체력과 함께, 제대로 된 매뉴얼이나 체계가 없어서 개인이 많은 부분을 책임져야 한다는 점이다. <벌써 오십, 마지막 수업 준비>는 노년이 되어 직면할 문제와 준비 사항을 종합적으로 엮었다. 건강과 경제적 문제뿐 아니라 노후에 대한 성찰을 담았다. 이 부분은 노년을 맞은 평론가, 저널리스트가 담당했다. 어떻게 늙어갈 것인가, 배우자를 사별하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는 물질적 복지만큼 중요한 당면 과제다. 특히 호르몬의 변화, 발기 부전, 성과 사랑이 하나의 꼭지인데, 오히려 우리나라에선 터부시하는 담론이기도 하다. 노년의 건전한 성생활은 단순히 성적 쾌락만이 아니라 건강과 삶의 질을 좌우하는 하나의 척도인 만큼, 참고할 필요가 있다.



17명의 저자는 일본인이다. 대부분 일본의 현실과 통계를 거론한다. 한때 일본이 10년 뒤의 대한민국의 모습이란 말이 있었다. 그만큼 일본의 사회 현상과 유행을 답습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본은 2000년 대 중반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고, 현재는 25%를 넘어섰다고 한다. 인구 4분의 1이 65세 이상 고령자인 것이다. 우리나라도 남의 일이 아닌지라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벌써 오십, 마지막 수업 준비>는 각계 전문가들이 말하는 노년의 삶이자 대비책이다. 기존에 갖고 있던 편견을 상당 부분 바로잡는다. 개인 담론을 넘어서 사회 차원에서 생각할 꺼리를 던진다. 나이 오십을 지천명이라 하지만 막상 닥치면 천명은 멀고 막막할 나이지 싶다. 노후 걱정 때문이다. 막연한 걱정보다 수업이 필요하다. '나이 오십, 마지막 수업 준비'. 제목이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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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0 22: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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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0 23: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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