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고 그름 - 분열과 갈등의 시대, 왜 다시 도덕인가
조슈아 그린 지음, 최호영 옮김 / 시공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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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고 그름은 인류의 근본적인 화두다. 인간의 도덕성은 어디에서 기원하는가. 서양의 철학적 전통에 따라서 보편적 이성의 추론 능력인가 혹은 공감 정서에 기반하는가로 나뉘기도 하고, 현재는 뇌과학과 심리학에 기반한 자연과학적 실험 연구가 활발하다. 정의(正義)에 대해서도 다양한 잣대와 이념이 존재한다. 추상적 철학이 아니라 개인의 행위 영역과 사회 규범을 포괄하는 중요한 담론이기 때문이다.



갈등과 이견이 없다면 전체주의 사회이지 민주 국가는 아닐 것이다. 반면에, 격렬한 사회 갈등이 발생할 때면 사람과 집단마다 도덕관이 다른 이유, 그로 인해 서로 대립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인지 의문이 든다. 이러한 옳고 그름에 대한 차이, 즉 도덕적 규범에 관한 갈등은 어디에서 기인하고, 그리고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질문하게 된다.



유명한 예가 공유지의 비극이다. 농부들이 양 떼를 방목하는 공동 목초지가 있다고 하자. 목초지는 한정돼 있고 농부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양 떼를 늘리고 싶어한다. 농부들의 개인적 이익 추구 행위로 인하여 목초지가 황폐화될 위기에 처한다. 집단의 생존을 위해서 공공의 합의와 규칙을 도출한다. 규칙은 사회마다 다르다. 토지재산권을 설정하거나, 생산수단인 양 떼를 공동관리할 수도 있다. 이른바 많은 이념의 근간이 되는 개인주의 혹은 집단주의 해결 방식이다.



<옳고 그름>의 저자 조슈아 그린은 더 나아간다. 고전적인 공유지의 비극은 집단 내부의 문제였다. 그러나 서로 다른 규칙을 가진 양치기 집단이 새로운 목초지를 두고 경쟁한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현대의 양치기들이 직면한 문제다. 도덕성이 공유지의 비극에 대한 해결책이었다면, 새 목초지의 비극은 상식적 도덕의 비극이다. "현대적 비극의 특징은, 똑같은 도덕적 사고가 한 집단 안에서는 협력의 기초가 되지만 집단 사이에서는 협력을 방해한다는 점이다."(p.50)



인류가 자연스럽게 진화해 온 도덕 관념은 공유지의 비극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었다. 같은 집단 구성원에 대한 협력을 중심으로 발달하였기 때문에, 도덕적 직관은 내집단 편향과 부족주의 형태를 띄고, 다른 집단에 대해선 배척하는 경향이 있다. 스스로 공정하다고 믿는 감정 이면에는 이러한 편향된 공정성이 내제한다.



"이것이야말로 현대인들의 핵심 비극이며, 우리를 갈라놓고 있는 도덕적 문제들의 배후이다. 그리고 이 책은 바로 이 비극을 이해하고 하결하려는 시도이다. 많은 대중적인 책들과 달리, 나는 이 책에서 돈이나 체중 감량, 성생활 같은 개인적인 문제들을 해결해주겠다는 약속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 대신에 내가 제공하려는 것은 명료함이다.



이 책은 도덕성을 근본적에서부터 철저히 이해하려는 시도이다. 나는 도덕성이 과연 무엇이며,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어떻게 우리 뇌에서 구현되는지를 이해해보고자 한다. 도덕적 문제들 속의 심층 구조를 이해하고, 우리 뇌가 원래 해결해야 했던 문제들과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특히 현대적인 문제들 사이의 차이도 밝힐 것이다. 끝으로, 도덕성에 대한 이 새로운 이해를 바탕으로 새 목초지의 모든 부족이 공유할 수 있는 보편적인 도덕철학을 제시할 것이다."(p.13)



저자는 새 목초지의 비극을 해결하기 위해선 고차 도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뇌가 자동 모드로 인지하는 내집단 중심의 진화학적 도덕이 아닌, 보다 이성적 추론 능력에 기반한 고차원적 규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여기서 더 나아간다. 다른 책들은 모호한 탐색과 여지를 남겨놓지만, 저자는 명확하게 답변한다. 바로 공리주의를 토대로 한 '깊은 실용주의'다. 깊은 실용주의란 예전에 MB 정부가 말한 실용적 관점이 아니라 공리주의 원칙에 기초한 타협이다. 공유하는 가치(공동 통화라 표현한다)에 기반하여 집단 간 차이와 갈등을 해소하려는 노력이다.



이러한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저자는 먼저 심리학, 진화학, 게임이론을 바탕으로 도덕의 기원을 살펴본다. 사람은 왜 협력과 이타적 행동을 하는가에 대한 답변이다. 그리고 현대의 양치기들이 직면한 딜레마를 살펴보고, 공리주의가 고차 도덕으로 적합한 이유와 실제 사회적 갈등과 분열을 해결하기 위해 깊은 실용주의를 주장하는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책은 명쾌하다. 간학문적으로 도덕성의 기원, 인간의 협력을 다루지만 시종일관 분명한 어조를 유지한다. 무엇보다 주관이 뚜렷하고 구체적인 답을 내린다. 집단 간 협력을 위해선 고차 도덕이 필요하고, 해답은 공리주의를 바탕으로 한 깊은 실용주의다. 많은 지면을 공리주의에 대한 편견과 비판을 반론하는 데 할애한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에 나온 전차의 딜레마 - 철로를 수리중인 다섯 명의 인부가 전차에 치일 위험에 처해 있다. 승객 한 명을 철로로 밀어서 전차를 멈춘다면 다섯 명의 인부를 살릴 수 있는데, 이 경우 무고한 한 사람을 희생시키는 행위가 바람직한가에 대한 딜레마다. - 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그리고 TED 강연으로 유명한 조너선 화이트 교수의 <바른 마음>을 공리주의적 관점에서 비판한다.


서로 다른 도덕적 이념을 지닌 집단 간 분열과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한 사회, 나아가 세계적인 갈등이 빈번한 시대에 흥미로운 주제가 아닐 수 없다. 현대는 고전적인 공유지의 비극이 아닌 새 목초지의 비극이 더욱 심각한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서로 다른 이념, 도덕률, 종교를 가진 집단 간의 대립이 극심하여 이를 중재할 만한 새로운 기준이 절실한 시대다. 조슈아 그린 교수가 말하는 공동 통화에 기반한 깊은 실용주의가 하나의 대안일 수 있다. 깊은 실용주의의 바탕이 되는 공리주의가 왜 보편적인 도덕철학이 되어야 하는지, 저자의 주장과 근거를 수긍하거나 반론을 찾는 과정도 재밌는 지적 경험이겠다. 제레미 벤담이나 존 스튜어트 밀 등의 철학에 관심이 있던 독자라면 현대 공리주의담론을 만나는 계기가 된다. 마지막으로 평소 간학문적 실험 결과와 지적 추론을 즐기는 독자에게 흥미로운 책이 될 것이다.

이 책은 도덕성을 근본적에서부터 철저히 이해하려는 시도이다. 나는 도덕성이 과연 무엇이며,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어떻게 우리 뇌에서 구현되는지를 이해해보고자 한다. 도덕적 문제들 속의 심층 구조를 이해하고, 우리 뇌가 원래 해결해야 했던 문제들과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특히 현대적인 문제들 사이의 차이도 밝힐 것이다. 끝으로, 도덕성에 대한 이 새로운 이해를 바탕으로 새 목초지의 모든 부족이 공유할 수 있는 보편적인 도덕철학을 제시할 것이다.˝(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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