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 것들에 대하여 - 어느 수집광의 집요한 자기 관찰기
윌리엄 데이비스 킹 지음, 김갑연 옮김 / 책세상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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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삶의 의미를 수집에서 찾는 사람들이 있다. 각종 피규어나 값어치 있는 물건을 진열해 놓는 수집가가 있고, TV 프로그램 <세상의 이런 일이>에선 잡동사니와 쓰레기더미에 파묻혀 생활하는 출연자가 심심찮게 소개된다. 때로는 짐스럽지만 차마 외면할 수 없고 버리지 못한다. 그들에게 수집은 단순히 무언가를 소장하는 것 이상의 의미, 삶의 위기 속에서 나를 달래주고 공허함을 채워주는 행위이다. 나아가 자아를 확장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연결고리다.


<아무것도 아닌 것들에 대하여>는 삶의 위기를 맞이한 중년 남성의 자전적 에세이다. 저자 윌리엄 데이비스 킹은 캘리포니아대 연극무용과 교수로, 이혼으로 인한 가정의 붕괴, 사회적 성취에 대한 회의감에 휩싸여 정신 상담을 받는 와중에 이 책을 집필했다. 그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수집이다. 열여덟 살에 수집품이 이미 톤 단위를 넘었고, 이혼할 즈음엔 차고를 가득 채울 만큼 어마어마한 부피가 되었다.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란 바로 그의 컬렉션을 일컫는 말이다.



수집벽의 기원은 어렸을 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덟 살 터울의 친누나 신디는 선천적 뇌성마비와 신경쇠약 탓에 부모의 관심을 독차지했고, 잦은 신경질과 히스테리로 마치 집안의 여왕인 양 군림했다. 그는 누나와 부모를 이해하는 착한 아이 역할을 맡아야 했다. 마치 그것이 자유의지인마냥. 그 와중에 수집은 그에게 허락된 취미였고, 거기서 위안을 찾기 시작했다. 비교적 흔한 우표 수집부터였다. 가족들은 왜 우표를 비뚤게 붙이고 기준에 맞게 나열하지 않았냐며 참견했다. 일반적인 사람에게 수집이란 정리하고 분류하는 일련의 행위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에게 필요한 것은 남들이 원하는 질서가 아니었다. 자유와 스스로에 대한 가치였다. 결국 '아무것도 아닌 것들'에서 의미를 발견했다. 수집광은 이렇게 탄생했다. 

컬렉션은 그가 말하듯 대부분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다. '스타키스트 으깬 살 소형 참치. 광천수 포장' 같은 통조림 라벨, '리지스 피넛 퍼터 스윗 앤드 크런치 콘 퍼프' 시리얼 상자. 너트와 볼트를 비롯한 잡동사니 투성이자 '싸구려 백화점'이다. 일반적인 수집가는 소장가치를 분석하지만, 그는 잡동사니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의미를 찾았다. "나는 뭔가 의미 있는 것을 (손쉽게) 손에 넣을 수 없었으므로, 아무것도 아닌 것이 내가 원할 만한 것이었다. 그리고 늘 아무것도 아닌 것을 소유함으로써, 현실에서는 결코 의미 있는 것을 갖지 못하는 나 자신의 마음을 달래줘야 했던 것 같다."(p.118)고 소회한다.



저자 윌리엄 교수는 말한다. "중산층의 삶은 그 자체가 컬렉션이다."라고. 번듯한 사회적 지위, 안정적인 경제력, 그리고 배우자, 아이들로 꾸려진 가정. 이 조건을 채우기 위해 아둥바둥 살아간다. 남들에게 인정받는, 질서와 안정을 상징하는, 이름하야 중산층이란 컬렉션이다. 그가 겪은 중년의 위기는 중산층 컬렉션의 붕괴이자 그 자체에 대한 회의감이었다. 그럴수록 일반적으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수집품에 천착했다. 역설적으로 둥근 철물 잡동사니에서 더없는 행복을 발견하고, 전단지, 각종 상품 라벨 광고 문구에서 창조성을 느꼈다.

속사포처럼 터지는 수집 목록들, 수집과 수집가에 대한 단상에 웃음이 터졌다. 너무 흔한 나머지 오히려 독특하게 다가오는 것들. 어느새 잡동사니에서 자유와 의미를 찾는 기벽에 공감이 갔다. 사회가 부여한 역할과 가치 속에서 벌거벗은 나 자신의 실존은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전락하지 않았는지. 그렇기에 저자는 '아무것도 아닌 것'을 모으고 가치를 찾아나가며, 스스로의 가치를 재정립한 것은 아닌지 말이다. "컬렉션들은 그저 소유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들은 수행된다. 그것들은 삶을 구조화하고 역할을 부여한다."(p.101)

 

"중산층의 삶은 그 자체가 컬렉션이다." - p.13

"나는 뭔가 의미 있는 것을 (손쉽게) 손에 넣을 수 없었으므로, 아무것도 아닌 것이 내가 원할 만한 것이었다. 그리고 늘 아무것도 아닌 것을 소유함으로써, 현실에서는 결코 의미 있는 것을 갖지 못하는 나 자신의 마음을 달래줘야 했던 것 같다." - p.118

"예술과 마찬가지로 수집은 세계의 낯섦을 받아들이고 배우는 하나의 방식이다. 그것은 방랑벽의 한 형식이다."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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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5-29 06: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게 책이 공허함을 채워주는 것들입니다. 책장의 빈 공간만 봐도 못 참습니다.

캐모마일 2017-05-29 17:26   좋아요 0 | URL
사이러스님의 공허함 덕분에 좋은 리뷰를 읽을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공허함에 감사 인사 드립니다. ㅎㅎㅎ

marcel13 2017-05-29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시껄렁한 걸 모으는 취미는 저만 있는 기벽은 저만 있는게 아니었군요~

캐모마일 2017-05-29 17:35   좋아요 0 | URL
저자는 상품의 각종 라벨들, 전단지, 시리얼 종이박스, 흔히 보는 공구 용품들, 유명 작가의 명작이 아닌 졸작 서적들....여타 잡동사니 같이 일반인 눈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보이는 물건 속에서 가치를 찾고 의미를 부여합니다. 특히 연극무용과 교수라서 더 호소력있게 잘 표현한 거 같아요. 첨엔 왜 이런 걸 모으지? 하며 웃으면서 읽었는데 갈수록 오. 설득력이 있었어요. 아마 marcel13님께서도 이런 심미안이 있으셔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금각사 (무선) 웅진지식하우스 일문학선집 시리즈 3
미시마 유키오 지음, 허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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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마 유키오 작가를 거론하자면 일본 자위대 대장을 감금한 사건이 먼저 떠오른다. 자위대원 앞에서 천황을 중심으로 궐기하자는 연설을 하다가, 스스로 할복을 했다. 최근엔 우리나라 신경숙 작가가 뒤늦게 미시마의 <우국>을 표절한 것이 논란이 되어 다시금 유명세를 떨쳤다. 정치적 성향을 떠나서 작가로서는 노벨문학상에 세 번이나 노미네이트될만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특히 <금각사>는 그의 대표작으로 일본 탐미주의 문학의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된다.


개인적으로 미시마 작가의 스승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을 비롯하여, 일본 탐미주의 문학에 큰 감명이 없었다. 미(美)적 감각 자체를 추구하고 그것을 섬세하게 묘사하는 문체보다 서사 중심의 작품이 읽기에 편하기 때문이다. 처음 <금각사>를 읽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변형판이 출간된 김에 다시금 도전해 봤다. 예전에 비하여 미조구치의 고백과 섬세한 문장이 허투루 보이진 않았다.

<금각사>는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주인공 미조구치의 수기 소설이다. 미조구치는 말더듬이에다 외모 컴플렉스가 심하다. 자기혐오와 소외감을 느낄수록 아름다움을 갈망하는 심리적 반작용이 두드러진다. 금각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다는 아버지의 말에서 시작된 금각을 향한 동경은 작품을 이끌어가는 축이다. 때로는 금각에 실망하고, 때로는 금각의 아름다움을 찬양하고, 때로는 금각이 연합국의 공습에 휩쓸려 무너지기를 바란다.


컴플렉스는 인간을 흑백논리로 이끈다. 작품은 미조구치 내면의 이원적인 대립각을 중요하게 부각한다. 열등감으로 소외된 미조구치와 미의 상징인 금각과 우이코, 음울한 미조구치와 부잣집 아들로 맑은 심성의 스루카와, 말더듬이 미조구치와 냉철한 인식력을 가진 가시와기. 내면의 컴플렉스가 만든 이원적 세계, 소외된 세계의 간극이 커질수록 금각으로 대표되는 미적 상징과 통합을 갈망한다. 그러나 그러한 욕망은 현실적인 수단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결국 금각을 방화하는 행위로 귀결된다.


소설은 실제 1950년 하야시의 금각 방화 사건을 모티브로 하였다. 작가가 5년 간의 취재 끝에 썼다고 한다. 방화범 하야시의 공판과 정신감정 과정에서 나온 자백, 그리고 미시마 유키오의 자전적 고백이 미조구치란 인물로 소설화되었다. 작품 속 미조구치는 열등감과 소외감이 커질수록 아름다움을 향한 동경도 부풀었다. 추한 자신과 미(美)의 상징인 금각을 중심으로 한 이원적인 세계의 통합 욕망, 그리고 좌절과 극단적인 방화 과정. 미조구치의 심리에 공감한다 단언하진 못하겠지만, 그의 내면 흐름에 치밀한 개연성이 돋보였다. 탐미주의 소설의 매력이 이런 것인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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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따뜻해야 건강하다 - 손 마사지
마쓰오카 가요코 지음, 정난진 옮김 / DSBOOKS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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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질적으로 신경성 질환을 자주 앓아서 평소 대체의학과 마사지에 관심이 있었다. 지금은 절판된 삼성출판사의 <기적의 발마사지>를 곁에 두고, 컨디션이 별로거나 두통, 불면증이 생기면 지압을 하곤 했다. 준비물이래야 다이소 천 원짜리 마사지봉과 가끔 쓰는 로션 정도였으니 부담이 없다. 예전에 민주화, 통일 운동으로 유명하신 고 문익환 목사님은 감옥 생활 중에 건강을 지키기 위해 발마사지를 연구하여 책으로 출간까지 하셨다. 간편하면서 건강에 유용한 덕분이다.



반면에 발마사지는 제약이 있다. 일과 중에 하기가 어렵다. 아무 곳에서 신발을 벗고 발을 주무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나마 손마사지는 장소를 가리지 않아도 된다. 손을 눌러주면 긴장감이 풀리고 몸이 따뜻해진다. 손은 이른바 '제 2의 뇌'라고 불린다. 실제로 영, 유아나 치매 환자가 손을 써서 공작 활동을 하면 두뇌 발달에 좋다고 한다. 발과 마찬가지로 각종 신체 부위와 장기에 대응하는 일명 반사구가 분포돼 있어서 건강 예방과 개선에 유익하다. 수지침 같은 기술을 익히지 않더라도 책을 한 권 구비하여 평소 증상에 맞게 마사지 하면 도움이 된다.



두꺼운 전문 서적일 필요는 없다. 손, 발 반사구는 한의학과 전문 마사지사가 활용하는 경락 개념보다 익히기가 수월하다. 잘못 눌린다고 하여 부작용이 생기지 않는다. 일반인이 쉬운 책으로 간단하게 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번거롭게 책을 읽어야 할까 하겠지만, 이왕이면 다홍치마란 속담이 있다. 증상과 아픈 부위에 맞는 반사구를 찾아서 익히고, 알맞은 마사지법을 배우면 더욱 효과적이다.

이번에 <손이 따뜻해야 건강하다>를 읽었다. 저자 마쓰오카 가요코는 50년 경력의 침구사로 손마사지 관련 세미나와 저술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고 한다. 손 반사구 지도는 여느 책이나 당연히 있겠지만, 손 모양으로 걸리기 쉬운 질병, 건강에 문제가 있는 사람의 손 사진은 참고가 되었다. 여성 전문가라 그런지 냉증과 혈액 순환, 그로 인한 면역력 저하와 여성 질환을 비중 있게 다룬 점이 특징이다. 제목이 <손이 따뜻해야 건강하다>인 이유겠다. 사람의 기본 체온인 36.5~37℃에서 1℃ 내려가면 면역력은 37%, 기초대사량은 12%, 효소 작용은 50%나 저하된다는데, (책 인용) 이미 시중에 많은 건강 카테고리 책들이 지적한 바다. 



물론 병이 있으면 병원을 가야 한다. 그러나 평소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않아서 수족 냉증, 체온 저하로 고민했다면 손마사지, 발마사지가 도움이 된다. 비비고 눌러주는 것 자체가 체온을 올려주는 동시에, 전문가가 알려주는 반사구와 거기에 맞는 지압법을 익히면 효과가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당장 책 한 권 사서 손쉽게 할 수 있다. 특히 남성보다 여성이 냉증으로 고생을 겪는다. 생리 불순같은 여성 질환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참고하면 좋겠다. 병원에 가도 별다른 대책이 없는 신경성 증상을 앓고 있다면 믿져야 본전이니 마사지를 익혀보길 바란다. 서점에 가서 손마사지, 발마사지 책을 사서 꾸준히 하면 그나마 진전이 있다. 본인이 경험한 바로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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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4-25 12: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이 되면 손발이 차가워서 고생합니다. 집에 있으면 발목 양말을 신을 정도입니다. 책 읽을 때 발목을 자주 움직여줍니다. 박수를 계속 치면 양손의 체온이 증가하듯이 양발을 서로 부딪히고 비비면 혈액 순환이 이루어져서 체온이 증가해요.

캐모마일 2017-04-25 18:49   좋아요 0 | URL
수족냉증으로 고생하는 분이 많네요...제 친척도 그런데 자주 손발을 맞대서 비벼보라고 해야곘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떻게 죽음을 마주할 것인가 -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한 임종학 강의
모니카 렌츠 지음, 전진만 옮김 / 책세상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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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가장 큰 실존적 문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어야 할 숙명이지만, 죽음은 개별적이고 그 이후의 세계는 알 길이 없다. 실제로 인간의 많은 불안과 행동의 동기가 죽음에 대한 공포에서 기인한다. <어떻게 죽음을 마주할 것인가>는 환자의 죽음을 다루는 임종학 강의다. 임종 과정은 어떤 단계를 거치고, 그 과정에서 환자가 겪는 원초적 불안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하여 설명한다. 그리고 가족과 의료진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좋은 죽음이란 무엇인가를 논의한다.



저자 모니카 렌츠는 정신병리학, 신학, 철학 박사로 다소 생소한 정신종양학 의사로 재직중이다. 정신종양학이란 암을 의료적 차원을 넘어 심리적, 사회적, 행태적으로 연구하는 분야로, 암환자의 심리적 지지치료, 호스피스 서비스를 포괄한다. 책은 저자가 종합병원 병동에서 17년간 근무하며 1,000여 명에 달하는 환자의 임종을 지켜보고 경험한 연구 결과이다.



일반적으로 죽음의 과정을 설명할 때 퀴블러 로스의 5단계를 인용한다. 죽음을 앞둔 인간은 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의 단계를 거친다는 것이다. 반면에 이러한 관점은 죽음의 순간에 일어나는 일은 다루지 않고, 당사자가 죽음을 수용하는 내적인 여정만을 보여주는 한계가 있다. 저자는 임종 과정을 특이하게도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가 넘나드는 상태로 이해한다. 크게 세 단계인, 통과 이전(의식과 무의식의 내적 경계 전), 통과 순간(이 경계를 넘는 순간), 통과 이후(경계를 통과한 이후)로 나눈다. 예컨대, 시한부 환자가 의식을 잃었다가 다시 소생하는 과정을 생각한다면 이해가 쉽다.

 

통과 이전 단계는 인간의 '몰락'이 심화되는 시기로,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자아의 정체성과 희망을 잃어버린다. 이 시기는 최고의 고통완화 의학과 간호가 필요하고, 존엄성의 측면에서 의연하게 대처하도록 유도한다. 통과 순간은 죽음의 문턱에 다다르는 경우로, 죽음을 편안하게 맞이하고 환자가 자아를 내려놓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통과 이후는 죽어가던 사람이 평온을 찾는 단계다. 죽음을 거부하는 자아의 상태에서 보다 자유롭고 본질적인 상태에 자연스럽게 접어든다. 죽음은 개별적인 탓에 이러한 단계는 공식적이지 않고, 드물게 통과 순간에서 임종을 맞이하거나 여러 번 교대로 진행되는 등 다양한 양상이 나타난다.



죽음 현상을 다루기 위한 위의 관점은 지극히 실존적이고 독특하다. 환자가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오가는 동안 원초적 불안과 누미노제를 경험한다. 누미노제(Numinose)란 인간이 신적인 존재를 만날 때 나타나는 종교적 경험으로, 그로 인한 전율적인 두려움, 신비로운 경외심 등을 일컫는다.



임종을 앞둔 환자는 위의 단계마다 와해되고 조각된 언어를 사용하지만 영적이고 신비한 상징적인 체험을 표현하기도 한다. 영적인 존재, 혹은 환영을 묘사하거나, 빛과 어둠의 대결, 천사와 악마가 대결이 벌어진다고 호소를 하는 사례도 있다. 우리나라에선 임사체험, 즉 죽을 고비를 넘겼다가 살아온 사람이 저승사자를 봤다는 이야기에 비유할 수 있겠다.

모니카 렌츠 박사는 이러한 환자의 영적 체험을 적절히 도와주는 것도 호스피스의 중요한 과제로 언급한다. 예컨대, 환자의 체험에 알맞는 종교적 의례를 치뤄주거나, 직접적으로 "천사가 올 때까지 당신은 계속해서 대립하고 있어야 합니다.", 대천사 미카엘이 당신을 집어삼키는 용을 물리치기 위해 곧 나타날 거라며 격려하는 식이다. 임종 치료를 위해 구스타프 융의 무의식적 상징이나 신학적 차원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좋은 죽음이란 무엇일까. 인간적 존엄성을 지키는 죽음이다. 존엄사 찬성이 아니다. 인간의 내적 가치를 지키고, 책임감을 환기시키며, 칸트식의 정언적 존엄을 존중하는 태도다. 이 과정에서 환자는 자기중심적인 자아에서 죽음을 수용하는 마지막 성숙으로 심리적 이행을 하는데, 이는 퀴블러 로스의 5단계 과정과 흡사한 면이 있다.



<어떻게 죽음을 마주할 것인가>는 저자 모니카 렌츠 박사의 풍부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죽음을 실존적으로 이해하고, 임종 과정을 세 단계로 나누어 환자의 원초적 불안과 영적 체험까지 다룬 점은 독특하다. 책에서 나온 다양한 사례는 신비롭기까지 하다. 스캇 펙 박사는 <이젠 죽을 수 있게 해줘>에서 존엄사 반대 논리로 퀴블러 로스의 5단계 과정에서 겪는 인간의 영적 성숙을 들었는데, 모니카 박사는 여기서 더 나아갔다. 물론 저자의 영적인 가치관과 도덕주의적 관점에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다.



일본은 벌써 사회적으로 임종 치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고 한다. '어디서 죽을 것인가'가 중요한 의제로 거론되고, 재택 요양 등 다양한 대안이 발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삶의 마지막을 존엄하게 보낼 수 있는 두터운 사회적 기반이 필요하다. 호스피스 치료, 정신종양학과 임종학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고, 국가적 지원이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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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마인드 - 세상을 리드하는 사람들의 숨겨진 한 가지
스탠 비첨 지음, 차백만 옮김 / 비즈페이퍼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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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마인드>는 자신의 분야에서 위대한 성취를 이룬 인재들의 정신 구조를 분석한 책이다. 엘리트는 최선을 다하여 최고에 도전한다. 저자 스탠 비첨은 리더십 컨설턴트이자 올림픽 메달리스트, 프로 선수를 코칭하는 저명한 스포츠 심리학자이다. 그는 경험과 연구를 통해, 인간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정신이 중요함을 발견했다. 그것을 체계화한 개념이 엘리트 마인드다.



내가 말하는 승리는 점수를 내고,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챔피언이 되는 그런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진정한 승리는 이기고 싶다는 열망(desire), 이기겠다는 의도(intention), 이길 것이라는 기대(expectation)가 있을 때 가능하다.(p.193)


최고의 인재들은 어떤 마인드를 갖고 있는가. 저자는 이른바 '노오력'을 강조하거나,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의 말처럼 인생의 좋은 경험이다 생각하고 열심히 해야지 방법이 없다는  막무가내식 강요를 하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엘리트 마인드를 가질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



최선을 다하기 위해선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야 한다. 의식적 노력뿐 아니라 무의식의 영역까지 포함한다. 무의식에 자리잡은 신념은 성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지만, 성장기에 부모와 주변인에 의해 무비판적으로 형성된 경우가 많다. 거울자아 현상이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올바른 신념이 아닌 부정적인 형태로 굳어지기도 한다. 부정적인 자아상과 낮은 자존감은 과도한 걱정과 불안을 일으켜 목표에 대한 집중력을 저하시킨다. 신체에도 영향을 미친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과 노르에피네프린이 지나치게 분비되는 탓에 운동과 사고 기능을 떨어뜨린다. 



오랫동안 형성된 무의식을 단숨에 바꾸기는 어렵다. 의식적으로 생각과 행동을 개선하고, 이를 통해 신념을 고쳐나가야 한다. 장기적인 습관보다 단기적인 활동에 집중하는 게 효과적이다. 몰입하는 훈련, 걱정과 불안보다 긍정적 기대를 하는 버릇을 기른다. 그러나 신념과 생각, 행동이 다르면 오히려 익숙한 신념을 고수하고 생각과 행동을 바꾸게 되는데, 이같은 인지부조화 현상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고통이 따른다. 그러나 엘리트 마인드를 위해서 필요한 과정이다. 의식과 무의식이 갈등한다면 최선의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습관은 계획한다고 해서 형성되지 않는다. 엘리트는 오히려 무의식적인 습관 형성을 위해 의식적인 사고를 활용한다. (p.41)


목표를 향한 몰입은 엘리트 마인드의 기본 자세다. 몰입은 명확한 의도(intention)를 갖고 있을 때 발휘된다. 단순히 목표를 글로 적어놓고 다짐한다고 목적 의식이 생기지 않는다. 목표 자체보다 의도가 더욱 중요한 유인이다. 저자는 이를 '빅와이(big why)'로 표현한다. 명확한 이유 없이 설정한 목표는 재점검해야 한다. 구체적인 몰입은 관련 연구로 유명한 심리학 교수 칙센트 미하이와 스티븐 코틀러의 "최고의 성과에 돌입하는 4단계"로 설명한다.



승자는 승리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경쟁이 시작되기 전에는 승리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고, 경쟁이 시작되면 잡념을 버린다. 위대한 승자들은 그저 경기에만 집중하는 법을 안다.


그리고 긍정적 기대(expectation)를 연습해야 한다. 대체로 인간은 자연스럽게 부정적인 예측을 하기 때문에 의식적인 사고 훈련이 필요하다. 일종의 정신적 자기 예측(Mental handicapping)인데, 승리와 성과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고 실패를 하더라도 자기 비하보다 더 나은 결과를 위한 분석을 하는 동력이 된다. 긍정적인 신념은 유리한 상황을 만든다.



우리가 말하는 '운'은 실제로 우리가 사신과 세상에 대해 믿는 신념이다. 그렇기에 자신과 세상에 대해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행운'이 찾아온다.(p.213)


엘리트 마인드는 막무가내식 노력, 긍정과는 차원이 다르다. 110%의 노력 운운하면서 채찍질하는 것은 자기 소모다. 저자의 경험에 따르면, 이럴 경우 역설적으로 최소 노력의 법칙을 적용하는 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한다. 과잉 기대, 완벽주의와 자존심은 자기 자신과 결과에 집착함으로써 몰입도를 떨어뜨리고, 성공의 밑바탕이 되는 실패와 위험을 수용하는 데 어려움을 초래한다.

엘리트 마인드가 최고의 결과를 담보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지향점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최고의 목표를 설정하여 최선을 다하게 만든다. 그리고 의식적인 생각과 행동, 무의식적 신념을 일치시켜서 불필요한 갈등과 스트레스를 예방하여 자연스럽게 목표에 집중할 수 있다. 성장기에 형성된 낮은 자존감, 부정적 자기 기대로 소극적인 삶을 산다면, 혹은 과도한 불안감과 경쟁 스트레스로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면, 책 <엘리트 마인드>를 참고하면 도움이 되겠다. 성공 그 자체보다 마인드가 먼저다. 저자는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구절을 인용한다.



성공을 목표로 삼지 말라. 성공을 목표로 삼아 더 열심히 추구할수록, 오히려 성공에 빗겨 나갈 확률은 더 높아진다. 왜냐면 성공은 행복처럼 추구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떄문이다. 성공은 뒤따라오는 것이며, 그리고 오로지 자신보다 더 큰 목표를 향해 헌실할 때 부차적으로 따라오는 것이다.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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