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각사 (무선) 웅진지식하우스 일문학선집 시리즈 3
미시마 유키오 지음, 허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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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마 유키오 작가를 거론하자면 일본 자위대 대장을 감금한 사건이 먼저 떠오른다. 자위대원 앞에서 천황을 중심으로 궐기하자는 연설을 하다가, 스스로 할복을 했다. 최근엔 우리나라 신경숙 작가가 뒤늦게 미시마의 <우국>을 표절한 것이 논란이 되어 다시금 유명세를 떨쳤다. 정치적 성향을 떠나서 작가로서는 노벨문학상에 세 번이나 노미네이트될만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특히 <금각사>는 그의 대표작으로 일본 탐미주의 문학의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된다.


개인적으로 미시마 작가의 스승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을 비롯하여, 일본 탐미주의 문학에 큰 감명이 없었다. 미(美)적 감각 자체를 추구하고 그것을 섬세하게 묘사하는 문체보다 서사 중심의 작품이 읽기에 편하기 때문이다. 처음 <금각사>를 읽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변형판이 출간된 김에 다시금 도전해 봤다. 예전에 비하여 미조구치의 고백과 섬세한 문장이 허투루 보이진 않았다.

<금각사>는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주인공 미조구치의 수기 소설이다. 미조구치는 말더듬이에다 외모 컴플렉스가 심하다. 자기혐오와 소외감을 느낄수록 아름다움을 갈망하는 심리적 반작용이 두드러진다. 금각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다는 아버지의 말에서 시작된 금각을 향한 동경은 작품을 이끌어가는 축이다. 때로는 금각에 실망하고, 때로는 금각의 아름다움을 찬양하고, 때로는 금각이 연합국의 공습에 휩쓸려 무너지기를 바란다.


컴플렉스는 인간을 흑백논리로 이끈다. 작품은 미조구치 내면의 이원적인 대립각을 중요하게 부각한다. 열등감으로 소외된 미조구치와 미의 상징인 금각과 우이코, 음울한 미조구치와 부잣집 아들로 맑은 심성의 스루카와, 말더듬이 미조구치와 냉철한 인식력을 가진 가시와기. 내면의 컴플렉스가 만든 이원적 세계, 소외된 세계의 간극이 커질수록 금각으로 대표되는 미적 상징과 통합을 갈망한다. 그러나 그러한 욕망은 현실적인 수단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결국 금각을 방화하는 행위로 귀결된다.


소설은 실제 1950년 하야시의 금각 방화 사건을 모티브로 하였다. 작가가 5년 간의 취재 끝에 썼다고 한다. 방화범 하야시의 공판과 정신감정 과정에서 나온 자백, 그리고 미시마 유키오의 자전적 고백이 미조구치란 인물로 소설화되었다. 작품 속 미조구치는 열등감과 소외감이 커질수록 아름다움을 향한 동경도 부풀었다. 추한 자신과 미(美)의 상징인 금각을 중심으로 한 이원적인 세계의 통합 욕망, 그리고 좌절과 극단적인 방화 과정. 미조구치의 심리에 공감한다 단언하진 못하겠지만, 그의 내면 흐름에 치밀한 개연성이 돋보였다. 탐미주의 소설의 매력이 이런 것인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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