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와 문자에 관한 최소한의 수학지식 처음 시작하는 교양 수학
EBS MATH 제작팀 지음, 염지현 글, 최수일 감수 / 가나출판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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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미국의 한 취업 사이트에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최고의 직업으로 '수학자'가 뽑혔어요. 통계학자, 보험계리사와 같은 수학 지식이 필요한 직업들이 그 뒤를 이어 상위 5위 안에 있었어요."(p.15) 수학자가 월가에서 각광을 받은지 꽤 됐다. 경영학 전공자보다 수리 모형을 바탕으로 한 예측으로 높은 수익률을 올렸기 때문이다. 물론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로 금융 공학에 대한 회의가 일어났지만, 여전히 수학자들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수와 문자에 관한 최소한의 수학지식>의 장점은 첫째, 이과 비전공자에게 수학적 개념의 연원을 철학과 함께 알려준다는 것, 둘째, 거듭제곱, 소수, 분수 등 학창 시절 배웠던 수학 지식이 어떻게 응용되어 세계를 혁신했는지를 알려주는 점이다.



시험을 위해 공식을 외우고 정답 맞추기 계산에 급급하다가 놓쳤던 사실들이다. 소수만 해도 그렇다. 소수(素數)는 자기 자신만을 약수로 하는 수다. 소수를 찾는 방법은 에라스토스테네스로부터 시작된다. 지도에 위도와 경도를 처음 표시한 고대 그리스 철학자로, '에라토스테네스의 체'라는 방법을 고안하였다. 유클리드는 소수가 무한함을 증명하였고, 에라토스테네스처럼 하나씩 지워가며 찾기에는 부적합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7세기에 이르러, 페르마 수와 이를 보완한 메르센 소수가 정리되었다. 현재는 컴퓨터가 메르센 소수 공식으로 소수를 찾고 있다.



1977년 미국 MIT 수학자들이 소수의 원리로 암호화 방식을 만들었는데, 이를 RSA 암호라고 부른다. 소인수분해가 어려운 두 소수의 곱을 이용해 암호를 만드는 원리다. 일정한 규칙을 가진 단순한 암호는 쉽게 간파되었기 때문에, 규칙성 없는 수의 성질을 이용하여 새로운 암호법을 만든 것이다.  학창시절 이걸 왜 배워야 하나, 쓰잘데기 없다고 여겼다. 그러나 은행 사이트를 이용할 때마다 쓰는 공인인증서 암호화에도 소수의 원리가 쓰였던 것이다.



병원에서 찍는 CT에는 연립일차방정식의 원리가 쓰인다.  A4 용지가 210mm X 297mm인 이유는 경제성 떄문이다. 반으로 접어도 같은 비율을 유지하니 종이 허실이 줄어들었다. 1:루트2 공식으로 비율을 정했다. 피타고라스는 유리수로 음악의 비밀을 탐구했고, 베토벤의 월광소나타가 조화로운 화음으로 구성되는 원리가 되었다.



수학은 철학과 과학 발전의 역사와 맞닿아 있다. 0과 음수는 개념 자체로 신학적 논쟁과 터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길게는 몇천 년을 이어온 수학의 역사를 단순히 공식으로 암기하고 문제 풀이에만 국한해서 쓰다 보니, 공식 속에 담긴 인류의 진보와 위대한 혁신은 온데 간데 없어져 버렸다. 죽은 수학만을 배운 것이다. 옛날 하이틴드라마에 나오는 대사, "수학 공식을 외워서 어디에 쓰나요?" 그러나 하루에도 몇 번씩 듣는 음악부터 시작해서, A4 용지, 디지털 암호, 기상예보까지 안 쓰이는 곳이 없다. <최소한의 수학지식>은 살아있는 수학을 만나기 위한 최소한의 지식이 아닐까. 인류 문명의 발전에 공헌한 수학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P.S 퀴즈 문제. 뜻 혹은 공식을 맞춰보세요.


1. 로마 카이사르 황제는 브루투스에게 암살당하기 전, 키케로에게 암호를 적어보냈다.


QHYHUWUXVWEUXWXV


2. 아인슈타인의 사랑방정식


LOVE = 2□ + 2△+2 · + 2V + 8<


3. 니카라과 공화국에서 1971년 인류 역사를 바꾼 열 가지 공식을 기념한 우표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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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2-19 09: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 개의 퀴즈가 책에 나오는거죠? ^^

캐모마일 2017-02-19 12:40   좋아요 0 | URL
책에 퀴즈는 안 나오지만 인상적인 내용을 퀴즈로 만들어 봤습니다.^^
1번은 소수 이전에 단순한 암호화 사례입니다.
2번은 아인슈타인이 강의 중에 사랑을 공식으로 표현할 수 있나는 질문에 대한 답변입니다.
3. 유표가 아니라 우표인데 오자가 있네요..ㅜ.ㅜ
아프리카 니카라과 공화국에서 인류 역사를 바꾼 열 가지 공식을 기념한 우표를 발매했습니다. 독특해서 기억에 남네요.ㅎㅎㅎㅎ
 

 

올 여름! 엄청난 영화들이 다가 온!다!

 

2017년 여름. 

 

관객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예정작들이 동시에 개봉합니다. <택시운전사>, <덩케르크>, <군함도>처럼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하거나, <신과 함께>처럼 원작을 영화화하여서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는 세계적인 캐스팅과 전작 괴물을 연상케 하는 SF 소재물인지라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특히 <택시운전사>나 <군함도>는 상영 이후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를 사회적으로 환기시키는 역할을 하리라 예상됩니다. <택시운전사>가 그린 5.18 민주화 운동, <군함도>가 재현한 하시마 섬 조선인 징용 문제. 잊을 수도 없고 잊어서는 안 되는 역사가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관객뿐 아니라 독자도 설레는 여름입니다. 애초에 관객과 독자는 따로가 아니라 어폐가 있지만요. 유명한 원작이 어떻게 영상화되는지 직접 확인하고, 영화를 통해 책을 찾아보는 계기가 되겠네요. 올 여름은 영화와 책을 가까이 하면서 무더위를 보내야겠습니다.

 

 

 

 

1. 택시운전사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믿보 송강호 님의 신작 <택시운전사>. 택시 기사가 독일 기자를 5.18 광주 현장에 데려다 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실제 독일 기자인 위르겐 힌츠페터는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벌어진 참상을 카메라에 담았고, 고인의 유언에 따라 손톱 등의 유품이 광주 망월동 묘지에 묻혀 있음. 송강호 씨는 문화계 블랙리스트에서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배우. 맨부커 인터네셔널 수상자 한강 작가는 5.18 사건을 배경으로 한 소설 <소년이 온다>로 각종 문화계 지원에서 배제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짐. 송강호 씨는 <변호인> 이후 실제 몇 년간 캐스팅이 뜸했다고 밝혔는데, <택시운전사>로 그분들 보시기엔 미운 털의 정점을 찍을 듯.

 

<설국열차>,<관상>,<변호인>,<사도>,<밀정>을 극장 관람해서인지 이번 <택시운전사>를 보지 않으면 무언가 관람 목록에 오점을 남기는 기분이 듭니다.

 

 

 

 


 

2. 신과 함께

 

파괴왕 주호민 작가의 웹툰 영화화, 화려한 캐스팅 <신과 함께>. 웹툰 연재 당시 화제를 일으키며, 일본에 리메이크 판이 연재됨. 영화화가 발표된 후에 독자들의 기대를 받았고, 배우 캐스팅 소식으로 이슈가 됨. 지옥을 관장하는 각종 대왕들 캐스팅이 화려해서 보는 재미를 더할 것이라 합니다. 우리나라 토속 신화의 무대와 지옥 대왕들을 어떻게 특색 있게 살릴지 궁금해 집니다.

 

 

 

 

 

 

 

3. 군함도

 

한수산 작가 원작의 화려한 캐스팅 -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 <군함도>. 군함을 닮아 군함도라 불린 하시마 섬에 강제 징용 당한 조선인들. 그들의 목숨 건 탈출기. 일본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신청하여 공분을 일으킴. 결국 등재됨.

 

 

 

 

 

상영 이후 다시금 강제 징용 조선인들의 참상이 재조명되었으면 합니다.

 

 

 

 


 4. 옥자

 

괴물, 설국열차 봉준호 감독, 틸다 스윈튼, 릴리 콜린스 등 캐스팅 <옥자>. 강원도 산골에서 소녀 미자와 사는 괴물 옥자. 그에 얽힌 이야기. 세계적인 감독 봉준호 작품. 세계적인 캐스팅. SF 설정 등이 벌써부터 관객의 기대치를 높여놓음.

 

옥자 비주얼이 정말 궁금합니다.

 

 

 

 


5. 덩케르크

 

우리나라에서 사랑받는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덩케르크>. 트레일러 소개 당시에도 많은 관심을 모음.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명한 덩케르크 철수 작전을 영화화. 나치 독일의 폭격 속에서도 1940년 몇 십만 연합군을 철수시킨 덕분에, 전쟁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실화. 소재도 소재지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어떻게 풀어낼지 주목됩니다. 희망이 무기. 생존은 승리. 2차 트레일러에 나온 문구들이 예비 관객을 설레게 하네요.

 

놀란 감독은 가급적이면 CG 등을 안 쓰기로 유명합니다. 영화뿐 아니라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가 기다려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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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힘들었겠다 - 외롭고 지친 부부를 위한 감정 사용설명서
박성덕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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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뜸 생각했다. 제목 참 잘 지었네. 부부 문제는 대화가 우선이라고 하지만, 실상 제 3자의 입장에서 부부 간의 대화를 보면 문제 있는 커플은 티가 난다. 나는 대화를 하고 있는데 상대방이 이해를 못한다며 하소연한다. 진짜 답답한 사람이 있다. 반면에 대체로 그런 말을 하는 쪽도 문제다. 대화를 한답시고 강요를 하거나, 내 말이 옳다는 전제로 설득시키기에 급급하다. 하지만 대화를 풀라 함은 내 뜻대로 하자는 것이 아니라 아내, 혹은 남편의 말을 들어보라는 뜻이다. 서로 공감하고 입장을 이해해보자는 취지다. 부부 관계는 토론 석상에서 벌이는 논쟁이 아니다.



"당신, 힘들었겠다". 부부 관계에서 이상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아닐까. 문득 생각했다. 책을 펴기 전에 많은 감정이 오갔다. 저자 박상덕 소장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우리나라 최초로 정서중심적 부부치료를 도입했다고 한다. EBS <생방송 60분 부모>나 <남편이 달라졌어요> 전문 패널, 현재는 <달라졌어요> 책임 전문가로 참여 중이다. 사실 EBS나 부부 프로그램은 시청을 안 한다. 책을 통해 알았다.



책은 부부 간의 공감 정서에 중점을 둔다. "다른 another 사람은 다른 different 사람" 이라는 것.(p.19) 다름을 애착 유형으로 푼다. "애착이란 '정서적 친밀감'이고. 친밀감을 나누는 대상은 다른 말로 '애착 대상'이라고 한다. 하나는 자기 자신에 대한 자아상이고, 다른 하나는 타인에 대한 신뢰"(p.28)다. 애착 관계는 대체로 부모와 아이 간의 관계를 통해서 생성된다. 부모로부터 충분한 사랑과 친밀감을 경험했다면 '안정형'으로, 학대나 방임, 상처를 받았다면 '불안형' 또는 '회피형'으로 구체화된다.



결국 성장 환경과 살아온 경험이 다른 부부는 애착 유형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자존감의 높낮이, 대화와 문제 해결의 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다름을 인정하고 저 인간은 원래 저런 인간이니 상종을 말아야 할까. 다행히 아니다. 관계가 정서를 만들기도 한다. "인간은 서로 협력할 때 정서적 안정감을 회복할 수 있다." 매사추세츠 대학교 에드 트로닉 교수의 말이다. "행복의 요체는 관계"라고 일리노이 대학교 에드 디너 교수는 말한다.(p.150) 톨스토이의 격언이 떠오른다. 행복한 가정은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이랬던가. 행복한 가정 밑바탕에는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관계. 즉, 서로가 알게 모르게 좋은 교감 작용을 한다. "새로운 방법과 이해를 바탕으로 노력을 하면 '항상성'은 깨지고 '변형성'이 일어난다."(p.202)



다음은 "부부의 사랑을 재구성하는 7가지 법칙"이다. 지극히 상식적이지만 파 보면 심오하다.


1. 누구도 성숙한 상태로 결혼하지 않는다.

2. 사람은 반드시 변한다는 것을 믿는다.

3. 남자도 정서에 익숙해져야 한다.

4.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라고 착각하지 말라.

5. 애착을 유도하는 대화법을 활용하라.

6. 접근하고 반응하라.

7. 배우자의 편이 되어주라.



반면에 "가정을 불행하게 만든 지침들"도 있다.


1. 잡은 물고기 먹이 주지 않는다.

2. 가족 문제는 담장 밖으로 나가면 안 된다.

3. 기싸움에서 절대 지면 안 된다.

4. 아내를 사랑하고 자랑하면 팔불출이다.

5. 자녀를 사랑하면 버릇이 없어진다?



<당신, 힘들었겠다>는 부부 서로가 다른 성장 환경에서 자라서, 다른 애착 유형이 생기고, 다른 행동, 다른 대처를 하는 행위를 인지하는 것에서 시작한다.(물론 외도 행위 등 그 자체로 배우자에게 심각한 트라우마가 되는 잘못이 있다.)그리고 서로가 정서를 이해하고 교감을 통해서 좋은 관계 형성을 목표로 한다. 새롭고 유익한 관계로의 변화. 그 변형성에 주목한다. "당신, 힘들었겠다"는 그 문을 여는 주문이 아닐까 싶다.  책을 통해 정서중심적 부부치료를 맛볼 수 있었다.

"당신, 힘들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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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력 SOS - 반드시 성공하는 금연, 다이어트 비법
이중석 지음 / 순수와탐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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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가벼운 심리교양서나 뇌과학에 기반한 자기계발서를 자주 읽는다. 예컨대, 전자는 기시미 이치로의 아들러 관련 에세이, 프로이트 혹은 융 심리학 입문 같은 류고, 후자는 베스트셀러를 거쳐간 <습관의 힘>, <트리거>, <그릿> 등이다.  신간 <심리학 SOS>는 후자인데, 저자 약력이 독특하다.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삼일회계법인 회계사로 일했고, 그 후에 벤쳐기업 CEO를 역임했다. 이른바 회계사 엘리트 코스의 정석을 밟아왔다. 저자는 왜 의지력을 십 년간 연구하고 책으로 엮었을까. 결실이 궁금했다.



'SOS'는 널 구해주겠어! 식의 흔한 자기계발서 너스레가 아니라, ​Simulation - Observation - Selection ​모형의 약자다. 모형에 따르면, "의지력은 내적 욕구의 발화를 끊임없이 관찰하고 그에 대응할 행동 계획을 지속적으로 시뮬레이션하는 것이다."(P.127) 의지력은 일반적으로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처럼 "어떠한 일을 이루고자하는 마음을 꿋꿋하게 지켜나가는 힘", 즉 인내하는 힘으로 이해되거나, 만족 지연 능력 혹은 경제학에서 현재 가치와 미래 가치를 재는 할인률의 개념으로 설명된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피상적이고 실제 도움이 되지 않는다.(의지력에 접근하는 잘못된 길)


저자에 따르면, SOS 모형은 인류 의식의 진화에서 온 키워드다. 생물학적으로 뇌의 형태가 발달한 시기는 5억 년 전이다. 당시엔 무의식이 지배했다. 반면에, '이성의 뇌'인 전두엽이 현재의 형태를 갖춘 것은 불과 20만 년 전이다. 과연 무엇이 힘이 셀까. 5억 년을 지배한 본능과 무의식이다. 인간의 전통은 지킬 박사보다 하이드에 가깝다. 그러니 통제 강박에서 벗어나 의식의 프로세스를 이해해야 한다.(3장 당신 잘못이 아니다)

 

SOS 모형은 인류가 의식을 진화하는 데 중요한 발화점이 된 "자기 관찰"(observation)과 "시뮬레이션"(simulation) 능력에 주목한다. 결국 무의식과 본능에 반하여 무언가를 계획하고 실천하는 힘은 의식에서 나온다. 구체적으로 관찰은 트리거(방아쇠 효과)로 유명한 '자각 훈련', 수잰 세거스트롬 심리학 교수의 '멈춤 - 계획 반응', 불교에서 '깨어있기' 혹은 '마음챙김'으로 설명한다.(5장 하이드를 관찰하다) 시뮬레이션은 이케가야 유지의 '마트료시카 구조'와 '리커전', 몬터규 박사의 '앞선 모형', 심리학에서 '실행 의도'와 '만약에 계획'으로 풀어낸다.(6장 미래를 시뮬레이션하다)7장 '의지력의 본질과 SOS 연습 모형'으로 종합한다.



기대 이상으로 학술적이다. <시크릿> 식의 단순한 자기 암시 또는 다른 자기계발서 류의 무한 긍정을 생각한다면 조금 놀라게 된다. 뒷면에 주석이나 '더 읽을거리'에 나온 참고서적들을 보면 얇은 책으로 엮은 것이 신기해진다. 얇은 두께는 새해에 가볍게 읽고 의지력을 다시금 불살라 보라는 저자의 배려였을까. 그러나 알짜배기 개념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어서 오히려 분량이 더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 장기로 비유하자면 이렇다. 차, 포와 같은 좋은 기물들을 엮었는데, 단순히 행마법은 이런 것이다 하고 넘어간 격이랄까. 물론 개념 소개가 주가 아니다. 저자가 고심한 끝에 개발한 실전 장기 포석인 SOS을 설명하기 위한 근거였으니 할 말은 없다. 의지력이란 주제나 뇌과학에 관심이 많다면 다양한 개념과 책을 만나는 촉매체가 되겠다. '더 읽을거리'와 주석을 참고하면 좋다.

의지력은 내적 욕구의 발화를 끊임없이 관찰하고 그에 대응할 행동 계획을 지속적으로 시뮬레이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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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7-02-12 1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어보고 싶었던 책인데 서평 잘 읽었습니다~^^
세번째 문단에 인류의 역사가 5억년이라고 되어있는데 오타가 아닐까 생각됩니다ㅎ

캐모마일 2017-02-12 15:42   좋아요 0 | URL
아 네 조언 감사드립니다. 확인해보겠습니다. ㅎㅎㅎㅎ

캐모마일 2017-02-12 15:46   좋아요 1 | URL
인류 역사가 오억 년이 아니라 생물체에서 뇌의 형태가 발생하여 무의식이 생긴지가 오억 년 전이었다고 나와있네요. 덕분에 큰 실수 수정합니다. 휴...(안도의 한숨)

고양이라디오 2017-02-13 01:01   좋아요 1 | URL
아닙니다ㅎ 덕분에 저도 더 자세히 알게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연필의 힘
가이 필드 지음, 홍주연 옮김 / 더숲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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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스케치는 아무리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뭐든지 그려라. 그리고 항상 호기심을 잃지 마라.


- 존 싱어 사전트. 미국 국적의 초기 인상주의 대표 화가.

출간이 반가운 책이 있다. 이른바 취향 저격 책이다. '당신의 닫힌 머릿속을 열어주는 책', <연필의 힘>이 그렇다. 작년 겨울 연필 세계에 입문했다. 나무 소재와 흑연의 콜라보로 만들어진 사각사각한 질감이 그리워졌다. 연필 카페에 가입했고, 유명 브랜드 한정판 연필을 수집했다. <분노의 포도>의 존 스타인벡 같은 문호, 월트 디즈니처럼 창작가가 애용했던 연필을 복원한 브랜드 제품을 장만했다. 혹은 기념 한정판 세트를 모으기도 했다. 블랙윙 도로시아 랭 vol. 344가 그렇다. 도로시아 랭은 미국 대공황 당시 참담한 현실을 담은 여류 사진 작가다. 연필은 그녀를 기념하여 필름 현상실 암막 컨셉으로, 불그스름한 조명빛을 담았다. -  한 다스에 몇 만원 하지만, 생각해보라. 다른 수집 취미 비용에 비하면 애교다. - 지금은 연필로 <남해 금산>, <죽음의 한 연구>, 김훈 작가 에세이를 틈틈히 필사하고 있는 내게! 셀린 디온의 노래 "The power of love"만큼 흥분되는 책이다.



"이것이 연필의 힘이다." 저자 가이필드는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아트 디렉터로 인정 받는 작가다. 런던에서 활동중이며,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크리에이티브다. <연필의 힘>은 연필 사전이고, 드로윙과 캘리그라피의 기초 서적이며, 마치 호사가가 연필에 대해 풀어놓는 종횡무진한 썰이다. 연필의 역사, 연필 분류법( 예컨대, HB는 hardness 경도, blackness 흑도를 뜻한다. 영국식으로, 미국에선 #1, #2...를 쓴다.) 등 연필을 개괄한다. 그리고 다양한 드로윙 기법과 캘리그라피를 소개한다. 시대를 뛰어넘은 역작을 남긴 예술가들과 연필 이야기가 흥미롭다. 두서가 없어보여도 결국 연필에서 창조물이 어떻게 나오고, 왜 연필은 위대한가로 귀결된다. 저자는 "자신의 모든 창조의 시작은 연필에서 나온다"고 감히 단언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피카소, 현대엔 마블 어벤져스 시리즈의 아버지 잭 커비. 창의적 작품으로 세상을 흥분케 했다. 그러나 시작은 간단한 연필 드로윙이었다. 꼭 연필이어야 할 이유는? 다른 필기구는 뭐가 다른가? 하지만 예술가 중에는 연필 애호가가 많다. 이것도 사실이다. 샤프 펜슬도 엄연히 pencil인 것은 함정이지만. ㅎㅎㅎ


연필 매니아가 되고 싶은 나는, 속된 말로 취향 저격을 당했다. 예술 혹은 창의적 역량에 관심이 있으면 읽어도 좋다. 다만 드로윙의 기초를 보고, 왜 내 수준에서 이걸 읽고 있을까 여길 수도 있겠다. 사실 저자는 그러한 과정이 다빈치가 위대해지고, 잭 커비가 어벤져스 시리즈를 만드는 초석이었음을 말하려는 의도였겠다. 라파엘로의 분필화 <뮤즤의 두상>은 2009년, 한화로 552억에 낙찰되었다. 스케치를 우습게 보면 안된다. 마지막으로 독특한 책, 디자인이 예쁜 소장용 책 수집가에게도 눈에 띄일 만하다. 출판사 자체가 책을 아기자기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요즘 썰전에서 유행중인 한줄평을 하자면, "연필, 그리고 크리에이티브".



PS. 책에 나온 연필의 역사를 짤막하게 소개해 본다.  남에게 설명할 때 용이하도록 책을 광범위하게 인용하였다. 연필 매니아 기초 상식.


연필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필기도구다. 암석과 불에 탄 막대기가 기원으로, 선사시대 동굴 벽화로 거슬러 올라간다. 손글씨 형태는 그리스 시대 카드모스(페니키아 문자를 그리스로 전했다)를 시초로 보고 있다. 연필심 재료인 흑연은 석탄, 다이아몬드와 함께 천연 탄소가 존재하는 세 가지 형태다. 최초의 나무 형태 연필은 1560년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졌고, 1832년 문을 연 컴벌랜드 연필 공장이 공장제 생산의 시초다. 니콜라 자크 콩테가 고안한 콩테식 연필 제조법 공정을 주로 사용한다. 지우개 달린 연필은 1858년 발명가 하이멘 리프먼이 아이디어 특허를 받았다. 참고로! 영문자 연필(pencil)은 중세시대 필기도구인 펜실루스(pencillus,작은 꼬리)에서 유래되었다. HB(경도와 흑도) 흑연 연필이 대중적이지만, 목탄, 고체 흑연, 탄소, 유성, 수채 연필 등 종류가 다양하다. 예컨대, 건축 설계나 엄밀한 작업은 경도가 높은 제품으로, 예술 스케치에는 부드럽게 드로윙하기 편한 흑도 높은 제품이 활용된다. 스티브 잡스는 팬형 도구를 역겹다고 표현했지만 2015년 애플사는 '애플 펜슬'을 발명했다. 삼성 갤럭시 노트도 잘나가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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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2-05 11: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헨리 페트로스키의 《연필》이라는 두꺼운 분량의 책이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된 ‘연필‘을 주제로 한 책일 겁니다. 제가 구하고 싶은 절판본인데, 중고가가 너무 비쌉니다. ^^;;

캐모마일 2017-02-05 11:50   좋아요 0 | URL
ㅜ.ㅜ 검색해 봤더니 정말 소중한 책이네요....목차를 보니까 연필에 대한 지식이나 위인 에피소드는 그 책에서 참고했나 싶기도 합니다. 중고가가 네 배 이상 올라서 많이 속쓰립니다만, 구해봐야겠네요. 정말 좋은 정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