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천덕 신부의 하나님 나라 - 지금 우리 사회에서 하나님 나라를 만들어가기 위하여
대천덕 지음 / 도서출판CUP(씨유피)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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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대천덕 신부의 이름은 낯익다. 성공회 사제로서 성공회대학교의 전신인 성 미가엘 신학원의 원장으로 재직하였고, 강원도 태백에 초교파적 수도원인 예수원을 설립하여 참신앙과 공동체 생활에 평생토록 노력하였다. 특히 <진보와 빈곤>을 쓴 헨리 조지의 토지공개념 제도를 성경적으로 해석하여 사회정의를 구현하고자 했던 기독교도로 유명하다. 대한민국 조지스트 중에 빼놓을 수 없는 분이다. 개인적으로 가톨릭 신자지만 풍문으로만 듣던 그의 신앙과 사회정의에 관한 사상이 궁금하였던 차에 <대천덕신부의 하나님나라>를 접하게 되었다.


책은 총 3부로, 1부.' 미성숙한 신학의 위험'은 성경이 말하는 성숙한 신앙은 무엇이며, 미성숙한 신앙의 모습과 원인에 대해서 살펴본다. 2부. '성경적 경제의 기초 원리'는 조지스트였던 신부의 경제관이 드러난다. 3부. '그리스도인은 사회문제를 어떻게 다룰 수 있을까'는 기독교도의 사회의식 환기와 이웃과 함께 하는 마음가짐, 영적 교제인 '코이노니아'의 활성화를 주장한다.


대천덕 신부의 말처럼, 그리스도 안에서 나오는 신앙, 선악을 명확히 분별하는 성숙한 사고와 어린아이와 같은 단순한 태도, 실천하는 삶에 무심했던 듯하다. 십자가를 지는 것보다 기복에 가까운 '아편 신학'(p.40~41)이 아니었나 싶다. 미성숙한 신앙의 원인으로 '성경 번역의 문제', '균형 잡히지 않는 찬송가의 영향', 역사적 배경을 살펴보는데, 번역의 문제가 인상적이었다. 'evangelia'는 '기쁜 소식'이지 복음이 아니었다. 복은 자아중심적인 개념이기 때문이다. 또한 복음화, 전도를 뜻하는 'evangelize'는 가르친다는 의미가 아니라 '증거하는 것'이라는 의미다. 진정한 전도는 남을 가르치지 않고 스스로 증거가 되는 삶이다. 그러니 믿음에는 실천이 따라야 한다.


기독교도의 실천은 종교적 의식뿐만 아니라 사회정의를 추구해야 한다. 신부는 헨리 조지의 토지세가 기독교적 경제 정의에 부합한다고 보았다. 레위기 25장에 나오는 희년禧年의 해는 50년마다 땅을 원래 주인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법이다. 소유권을 분배, 위임할 수 없다면 현실적인 방안이 토지세이다. 대지주제도는 주님의 법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이웃나라 시돈의 바알법을 따른 것으로 신앙에 맞지 않는다. 또한 가난한 자를 위해 임하신 그리스도와 부자들에게 즐겨 베풀고 나누라는 말씀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한다. 그리고 희년을 지키는 구체적인 방안으로 도시를 떠나 농촌에 정착하기, 지방 토지신탁 사단법인 운영, 혹은 키부츠 같은 공동체 활성화 등 9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대천덕 신부가 소천한 현재도 부동산이 사회적 문제다. 집값, 전세대란 등으로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팍팍해지고, 조물주 위의 건물주라는 우스갯소리가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비록 신부의 희년 경제론을 실현하지 않더라도, 크리스천이 이러한 경제와 이웃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 성경적 삶이라는 가르침은 영적인 삶의 실천이 사회정의와 밀접한 것임을 깨닫게 했다. "교회의 책임은 그 구성원들에게 심리적, 영적, 경제적 필요를 채워줄 성령의 교제인 '코이노니아'를 제공하는 것이다."(p.175~176)라는 의견도 인상 깊었다. 성숙한 신앙을 추구하며 크리스천의 사회적 책임과 의무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실천하는 삶. 신부의 모든 의견에 수긍하지는 못하더라도 그 핵심은 되새겨볼 가치가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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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창의성을 찾아서 - 8일간의 창의성 수업
모기룡 지음 / 글로세움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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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력이 뛰어난 사람이 부럽다. 입시를 비롯한 각종 시험은 이해력과 암기력을 주로 활용하는데, 막상 사회생활에서 업무를 하고 기안을 작성하려면 창의력이 필요하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정답이 없는 문제들이 태반이다. 창의적인 문제해결력이 절실하다.<잃어버린 창의력을 찾아서>는 창의성이 무엇이며, 어떻게 개발해야 하는지를 다룬다.

설정이 독특하다. 2030년 대한민국 X 연구소에서 만든 인공지능 아트만이 세계 최초로 튜링테스트를 통과한다. 이후 임상 심리 실험이 계획되고 피험자를 선발하였고, 남들보다 소심하고 우울기는 있지만 평범한 심리학 전공 대학생 윤진호가 뽑힌다. 인공지능 아트만은 윤진호에게 8일 간의 창의성 수업을 제안하고, 윤진호는 아트만에게 배우기 시작한다. 그들의 수업은 베스트셀러 <미움받을 용기>로 익숙한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을 차용한다. <미움받을 용기>에서 교외의 철학자는 인공지능 아트만으로, 그를 찾아온 청년은 윤진호인 셈이다. 한창 화제였던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로 인공지능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늘었는데, 책은 근래 최장기 베스트셀러가 차용한 스토리 전개 방식, 인공지능이라는 소재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제목마저 프로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떠오른다. 처음에는 실소가 나왔지만, 읽다 보니 빠져들었다.

책은 창의성을 다양한 시각에서 조명한다. 창의성의 정의부터 심리학, 인문학, 종교, 뇌과학 등 여러 학문적 관점으로 살펴보고, 논의를 통합해 나간다. 나아가 주술을 사용하여 고 스티브 잡스를 만나서 그의 창의력 비법을 알아보는 여정까지, 학문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드는 스토리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마지막에는 반전까지 있다.


무엇보다 책의 가장 큰 매력은 특정 이론에 입각한 창의력과 단계, 증진방안을 이야기하지 않고 광범위한 관점을 융합하여 이야기를 전개하는 점이다. 단순히 실용적인 발명, 문제해결력을 넘어 철학적이고 전인격적인 담론을 풀어나간다. 예컨대, 인문학이 어떻게 창의성을 증진하는지 당위적 호소를 넘어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자유의지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서 양자역학의 불확정성, 복잡계를 다루고, 뉴런의 노이즈 현상으로 뇌가 소성을 통해 결정론을 반박하는 내용을 실었다. 그리고 주인공 윤진호가 창의적 인간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융과 아들러의 심리학, 운명과 우연, 간주관성(intersubjectivity)과 같은 개념을 통해 전인격적 성찰까지 나아간다.


<잃어버린 창의성을 찾아서>는 창의성이란 "'혁신'과도 관련이 있고, 남들이 잘 생각해내지 못하는 것(새로우면서 좋은 것)을 만들어내는" (p.38) 것이라는 단순한 개념으로 출발하여, 다양한 학문적 관점과 철학적인 담론을 전개한다. 저자는 창의성의 조건으로 유연한 사고, 열린 마음, 모순의 통합, 우연에 대한 긍정을 꼽고 있다. 의미심장하다. 자기계발, 심리학에 국한된 내용을 원하는 독자에겐 지나치게 포괄적이다. 그러나 애플, 구글과 같은 세계 굴지의 선도기업이 인문학 인재를 뽑는다고 하여 국내 기업들이 형식적으로 뒤쫓는 행태. 정작 대학교 인문학 관련 전공은 취직이 어려워 통폐합, 선발 인원을 감소하고 있는 실정 속에서, 과연 진정한 창의성과 창의적 역량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해 보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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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신뢰의 힘 - 자유롭고 강한 마음의 비밀
랄프 왈도 에머슨 지음, 박윤정 옮김 / 타커스(끌레마)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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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랄프 왈도 에머슨의 저서가 근래 몇 년간 다시금 재발간되고 있다. 자기 신뢰, 내면의 힘, 독립심을 강조한 미국 근대 사상가의 저작들이 반갑다. 수저 계급론, N포 세대와 같은 신조어가 생길 만큼 경제적 불안과 불평등에 대한 인식, 담론이 활발해졌다. 사회적 해법이 우선이지만 개인적 삶의 동기 부여도 필요하다. 단순한 힐링은 지쳤다. 노력 타령도 지겹다. 타성에 휘둘리는 삶, 한편으론 아집과 독선. 그 중용인 건강한 자기 신뢰와 자존감이 필요하다.


에머슨은 19세기 미국의 작가, 사상가로 하버드대학 신학부를 졸업하여 목회의 길을 걸었으나, 기존의 교회와 반목하여 미국의 독자적인 근대철학인 초월주의 운동을 이끌었다. 이성주의적 관념론에 기반을 둔 사상개혁운동으로 당시 미국의 사상,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영국의 정신적 영향에서 벗어난 '지적 독립'으로 평가받는다. 종교적 아집과 형식주의를 비판하고 직관과 개인의 역량을 강조하였다. 칼라일, 소로우, 호손 등 당대의 지식인들과 교류하였으며 다양한 강연을 비롯하여 여러 저서를 남겼다.


<자기 신뢰의 힘>은 에머슨의 수필집, 연설문 중에서 사상적으로 중요한 부분, 명언을 발췌하여 실었다. 곁에 두고 부담 없이 읽기 편하지만, <자기 신뢰>, <역사>, <자연> 등 그의 주요 작품들을 주제별로 추린 덕분에 내용의 깊이가 있다. 사상과 철학이 담긴 글귀들로 감명과 본보기를 느낄 수 있다. 특히 자기 신뢰와 주체적 삶의 태도로부터 시작하여 진리, 영혼과 자연 등 형이상학적 주제까지 일목요연하게 분류한 것이 장점이다.


에머슨은 자기 신뢰를 바탕으로 행동하는 삶을 지향했다. 사회가 발전하고 문명이 발달할수록, 반면에 인간 개개인은 관습과 타성에 젖은 삶, 본성적 능력을 잃어버린 객체적 삶으로 변질되는 것을 우려하였다.


"질투는 무지의 결과이고, 모방은 자살행위이며, 좋든 싫든 자신에게 주어진 몫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광활한 우주가 좋은 것들로 가득 차 있어도, 자신에게 맡겨진 땅 한 뙈기를 스스로 애써 경작하지 않으면 곡식 한 알도 얻을 수 없다." (p. 38)

"자신의 삶을 주요 교재로 삼고, 책은 주석처럼 이용해야 한다. 그러면 역사의 여신이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결코 내리지 않는 신탁을 그에게 내려줄 것이다." (p.111)


그렇다고 아집과 방종의 삶을 가르치지 않는다. 보편적 이성을 본질로 하는 이성주의적 관념론을 근본으로 하지만, 세계의 현상은 이원적으로 보았다. 자연은 양극성을 가지고 작용, 반작용이 일어나기 때문에, 지나침은 모자람을 부른다. 만족과 절제 또한 미덕이다. 비록 도가 사상과 본질적인 차이가 있지만, 처세의 관점에서는 노자老子, <주역周易>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모든 지나침은 모자람을 부르고, 모자람은 지나침의 원인이 된다. 단맛 속에는 반드시 쓴 맛이 있고, 악 속에도 선이 숨어 있다. 즐거움을 담는 그릇인 재능을 남용하면 반드시 그에 따른 대가를 치른다. 그러나 이 재능을 절제하면 그 보상으로 무병장수한다." (p.96)


"우리는 더없이 높은 존재가 인간의 영혼 속에 존재함을, 지혜도 사랑도 아름다움도 힘도 아닌 것, 이 모든 것의 총합이자 하나인 보편적인 본질이 존재함을 알게 된다. 이 보편적 본질이 만물의 존재 목적이자 원인임을 깨닫는다." (p. 168)

"자연은 약과 같다. 해로운 일이나 어울림 때문에 망가진 몸과 마음을 원래의 상태로 회복시켜준다." (p.186)


<자기 신뢰의 힘>을 통해 에머슨의 사상과 철학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단숨에 완독하지 않고 하루에 몇 장씩 읽어나가며 음미해 보기를 권한다. 비록 근대 미국의 초월주의 관념론에 입각한 세계관에는 이견이 있지만, 스스로 믿음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실천하는 삶, 자연과 더불어 진리를 추구하는 태도는 충분히 귀감이 될 것이다.


"질투는 무지의 결과이고, 모방은 자살행위이며, 좋든 싫든 자신에게 주어진 몫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광활한 우주가 좋은 것들로 가득 차 있어도, 자신에게 맡겨진 땅 한 뙈기를 스스로 애써 경작하지 않으면 곡식 한 알도 얻을 수 없다." (p.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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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협상이 어려운가 - 오늘도 협상에 데인 당신을 위한 거래의 심리학
로렌스 서스킨드 지음, 박슬라 옮김 / 청림출판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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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력은 사회생활의 꽃이다. 직접적인 거래 혹은 영업에 종사한다면 필수고, 간접적으로 대인 관계와 팀워크에 유용할뿐더러 실무력까지 더욱 인정받는다. 협상을 못한다면 다른 능력도 저평가된다. 달리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이른바 대가 세고 처세가 뒷받침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남에게 휘둘리기 일쑤고 실적까지 빼앗기는 부류가 있다. 예컨대, 하워드 가드너의 다중 지능 이론에서 개인간 지능(interpersonal intelligence, 상대방을 파악하고 적절히 대처하는 능력)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협상력과 개인간 지능이 낮다며 평생 낙담하며 살기에는 스트레스가 너무 크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속담처럼 뛰어나다 한들 더 잘난 사람에게 당하기 마련이다. 협상력 증진은 누구에게나 숙제다.


<아직도 협상이 어려운가>의 저자 로렌스 서스킨드는 하버드 로스쿨 부학과장이자 로스쿨 협상 프로그램의 공동 창시자이다. 난해한 각종 분쟁을 해결하는 합의형성기구 설립자 겸 최고지식경영자로 다양한 협상, 교육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책은 제로섬 게임 혹은 윈루즈(win - lose) 전략에서 나아가 현대 사회의 협상 트렌드인 윈윈(win-win) 전략에 기반한다. 두루두루 만족하게 하는 타협법, 상호이익의 원론적인 당위성을 주장하지 않는다.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이익을 관철하는 전략이다.


구체적으로 6가지 원칙을 통해 상대에게 휘둘리지 않고 만족스러운 협상 전략을 제시한다. '협상 파트너의 위임 사항과 우선 목표를 흔들어라'. '상대에게 만족스럽고 당신에게는 더욱 만족스러운 패키지 거래를 제시하라', '조건부 협약으로 더 많은 몫을 챙겨라', '상대 협상가가 내게 유리한 거래안을 갖고 돌아가게 만들어라' , '예고된 재난을 사전에 차단하라', '조직의 협상력을 향상시켜라' 등이다.


단계별 원칙별로 다양한 전략과 방법론을 다룬다. 말이 통하지 않고 비합리적인 상대와 대면할 때 협상의 교역지대(trading zone)로 끌어들이는 법, 혹은 전혀 협상 의지를 갖지 않을 경우 대처하는 법은 실제 테이블에서 유용하다. 내 조직이 원하는 이익의 하한선, '예고된 재난'(추후 시장조건 등 제반 상황의 변화와 분쟁 가능성)을 정확히 인지하고, 유동적인 시각에서 내가 양보할 수 있는 그 외의 옵션을 바탕으로 나와 상대방, 그의 '뒤테이블의 배후실권자'(조직의 결정권자)를 만족하게 하는 전략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테이블에 올려진 파이를 분배하는 제로섬의 관계를 넘어서 근본적으로 파이를 키우는 가치 창출의 시각이다.


타협은 배트나(BATNA, Best Alternative To a Negotiated Agreement, 협상 결렬 시 내가 가진 차선책) (p.61) 보다 못한 전략적 입장이라는 견해가 인상적이다. 유연한 관점으로 상호 이익을 지향하지만, 목적과 이익에 관해선 단호한 태도다.


<아직도 협상이 어려운가>는 협상, 거래 테이블을 마주하는 관계자들에게 가치 창출이라는 넓은 시각과 실용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다만 일상생활의 처세를 배우고 싶은 독자를 초점으로 하지 않는다. 물론 간접적인 통찰에 도움을 준다. "관계를 해치지 않고도, 하나를 주고 둘을 챙길 수 있다"는 일거양득의 하버드 협상 프로그램을 접할 기회였다.

 

상대에게 만족스럽고 당신에게는 더욱 만족스러운 패키지 거래를 제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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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중심에 너 홀로 서라 - 내 생에 꼭 한번 봐야 할 책, 개정판
랄프 왈도 에머슨 지음, 강형심 옮김 / 씽크뱅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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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와 조직의 일원으로서 주체적으로 살기보다 눈칫밥을 먹으며 타성에 젖은 삶. 자존감을 채우고 한 번쯤 내 목소리를 내고 싶다. 임제선사는 "수처작주(隨處作主) 입처개진(立處皆眞)"이라 하여 스스로 주인된 삶을 강조했다. 아들러 '용기의 심리학' 관련서가 대한민국 독자에게 각광을 받는 맥락도 마찬가지다. <세상의 중심에 너 홀로 서라>는 제목이 독자의 눈길을 끈다.


책은 랄프 왈도 에머슨의 수필이다. 에머슨은 19세기 미국의 작가, 사상가로 하버드대학 신학부를 졸업하여 목회의 길을 걸었으나, 기존의 교회와 반목하여 미국의 독자적인 근대철학인 초월주의 운동에 주력한다. 이성주의적 관념론에 기반한 사상개혁운동으로, 당시 미국의 사상,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종교적 아집과 형식주의를 비판하고, 직관과 개인의 역량을 강조하였다. 그의 사상을 담은 여러 저서를 남겼고, 이 책은 그중 하나다. 원제는 <Self- Reliance>로 직역하면 '자기신뢰' 혹은 '자기의지'다. 일설에는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성경> 다음으로 애독한 책이라고 한다.


저자는 타성과 관습에서 벗어나 주체적이고 본성에 따르는 삶을 강조한다. "유일하게 옳은 것은 나의 마음이 본성의 성전에 세운 법률에 따른 것이며, 유일하게 그릇된 것은 그에 반하는 것이다." (p.26) "당신의 진실한 행동은 그 자체로 설명될 것이며, 다른 진실한 행동들까지 설명해줄 것이다. 반면에 당신의 순응은 아무것도 설명해주지 않는다." (p.48) "단독으로 행동하라!"(p.49)


이는 니체의 '강자의 도덕', 마키아벨리의 '비르투(virtu)'를 연상시킨다. "행운의 비밀은 우리 손안에 있다. 신과 인간에게 언제나 환영받는 것은 바로 스스로 돕는 인간이다.""조로아스터는 말했다. "굴하지 않는 인간에게는 축복받은 불멸의 신이 스쳐갈 것이다." (p.98)

그러나 사회가 문명화, 조직화할수록 인간의 본성, 개인적 힘과 능력은 퇴화된다. "우리의 종교, 교육, 예술이 먼 곳만 내다보듯이 우리 사회의 정신도 마찬가지다. 모든 인간은 사회의 발전을 자랑하지만 정작 어떤 인간도 발전하지 않는다." (p.111) "문명화된 인간은 마차를 만들었지만 대신 발의 용도를 잃었다." (p.113)


결국, 인간은 주체적이고, 창조적이며, 끊임없이 자기계발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에머슨은 라이프니츠의 예정조화 - 우주의 존재는 조화에 따라 창조되어 정해진 대로 상호작용한다는 세계관 - 와 신플라톤 이데아론의 영향을 받았다. 인간의 조화로운 본성을 계발하여 이데아적 진리를 추구해야 한다. 제3장 '나의 사랑'에서, 사랑의 대상이 가진 개별적 매력에서 나아가 "우리는 성性과 사랑과 차별을 모르는 사랑, 어디를 가든 덕과 지혜를 추구하는 사랑을 훈련해야 한다. 우리는 본래 관찰자이며 따라서 학습자이다. 우리는 영원한 학생이다."(p.177)라고 천명한다. 플라톤의 <향연>이 떠오른다.


<세상의 중심에 너 홀로 서라>는 독자에 따라 자기계발서, 혹은 19세기 미국 발전의 사상적 기반이 되었던 초월주의 철학 수필집으로 다가갈 것이다. 핵심은 스스로 의지처가 되는 능동적인 삶, 본성을 함양하고 주체적으로 진리를 추구하는 태도다. "사람들은 실제의 삶이 그렇지 않을 때에도 그 자신의 인생을 쓸모없고 볼썽사납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 자신의 경험에서는 실수의 얼룩만을 찾아내면서 다른 사람의 경험은 대단하고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p.134)라고 한다. 책을 통해 자기 신뢰의 힘을 깨닫고 자신의 길을 한 걸음씩 걸어나가길 바란다.

"유일하게 옳은 것은 나의 마음이 본성의 성전에 세운 법률에 따른 것이며, 유일하게 그릇된 것은 그에 반하는 것이다."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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