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일까? 1
김인호 그림, 남지은 글 / 홍익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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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일까? 아니 운명이 되었으면 하니까 계속 우연을 만들어가고 있는 거겠지. 학창시절에는 홍주를 좋아해도 그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던 후영이 지금은 홍주의 곁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한다. 홍주의 집 가까이로 이사를 가고 좋아하는 마음을 종종 표현하기도 하는 등 그가 홍주의 곁에 머물기 위해 인연을 만들어가는 모습이 나까지 설레게 만든다. 홍주도 조금씩 후영에게 마음을 열어가고 있어 후영의 매력에 빠져 있는 건 나뿐만이 아니다. 우연을 만드는 것도 용기가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다. 학창시절 홍주의 친구 혜지가 후영을 좋아해서 후영은 그때 감히 홍주에게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을 것이다. 혜지의 편지를 전해주는 홍주에게 마음이 있다고 어떻게 표현할 수 있었겠는가. 그런데 많은 시간이 지나 28살이 된 후영은 어렵게 다시 만난 홍주에게 조금씩 다가가고 용감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후영은 홍주와의 잦은 만남을 운명이라 여겼을 것이다. 운명이 홍주와 자신을 다시 연결해 준 것이라고.

 

드라마 주인공들처럼 후영과 홍주의 사랑이야기를 중심으로 일상이 흘러간다면 이들의 밀고 당기는 달콤새콤한 사랑을 지켜보기만 하면 될 테지만 준호를 바라보는 홍주와 후영을 바라보는 혜지, 또 그 혜지를 바라보는 경택으로 인해 마음이 쓸쓸해진다. 서로의 등을 바라보는 쓸쓸한 눈빛을 오롯이 바라보기가 힘이 든다. 어떻게 이놈의 사랑은 서로를 향해 다가가지 않는 것인지. 홍주와 후영의 관계 또한 어떻게 될지 몰라 그냥 이대로 서로의 뒷모습만을 바라보다 끝이 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혜지에겐 후영이 첫사랑이라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지금까지도 그 마음 그대로 후영을 잊지 못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첫사랑'이라는 단어는 왠지 그리움을 불러 일으키고 그것이 사랑이라고 착각까지 하게 만드니 혜지의 마음이 어떨지 조금 더 지켜봐야겠다. 그렇지만 홍주를 바라보는 후영의 모습은 분명 혜지에게 아픔이 된다. 홍주를 좋아하는 후영을 제 것으로 만들 생각은 없는 것 같아 혜지의 쓸쓸한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거기다 혜지를 바라보는 경택까지. 이건 뭐 왜 이렇게 짝사랑들을 하시는지 모르겠다. 누가 누구를 바라보는지, 누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그것이 눈에 보이니 이렇게 모두가 아픈 사랑을 하는 것이다.

 

얼마만에 이런 설레임을 느끼는지 모르겠다. 잔잔한 일상속에서 조금씩 서로에게 다가가는 연인을 보는 것은 그들 뿐 아니라 나의 마음까지도 따뜻하게 만든다. 순수했던 어린 시절의 만남이 어른이 되어서도 이어질 수 있다면 이것은 분명 우연이 아닌 운명일 것이다. 다른 곳을 바라보던 후영과 홍주의 마음이 서로를 향하게 되어 사랑이 이루어지며 결말을 맺어도 그 뒤의 삶이 궁금할 것이다. 이제는 결혼을 하며 결말을 맺어도 그것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기에 사랑이 이루어진 이들이 그 사랑을 어떻게 지켜나가는지 보고싶다. 세월이 지나면 어떤 모습으로 변해갈까. 어떤 사랑을 할까 궁금하다.

 

솔직히 여기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사랑이 어떻게 될지는 이미 짐작이 가능하다. 드라마를 볼 때면 주인공들의 사랑에 걸림돌이 되는 이들이 등장할 때 괜히 미워하고 그랬는데 후영과 홍주의 주위를 맴도는 혜지와 혜지의 곁을 맴도는 경택은 도저히 미워할 수가 없다. 그들에게도 그들의 삶 안에서는 모두가 주인공들이고 그들의 이야기가 우리들 일상과도 벗어나지 않는 평범한 이야기이기때문이다. 화려하지 않은 그들의 사랑을 무시할 수가 없다. 그들의 사랑 또한 존중받아야 하고 그들의 이야기 또한 두 주인공들에 묻혀서 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 경택과 혜지가 잘되고 후영과 홍주가 잘 되었으면 한다. 이야기가 그렇게 흘러가겠지만 홍주와 후영의 사랑에 걸림돌이 되는 경택과 혜지가 잘 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다. 경택의 사랑도 소중하고 혜지의 사랑도 소중하기에 그 누구도 상처 받는 사람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에효, 사랑이든 삶이든 무엇 하나 쉬운 것이 없구나. 세상 사람들 모두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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