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노코와 마들렌 여사 그리고 겐자부로' 책 제목을 이렇게 지었어야 하는데 두 사람, 아니 한 사람과 고양이 한 마리만 부각되다니 이는 옳지 않다. 뭐, 마들렌 여사가 개와 대화(다른 개와는 대화가 되지 않고 겐자부로하고만 대화가 된다. 이것을 보면 이들의 만남은 운명이었다)를 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 '가노코와 마들렌 여사'라고 붙여도 큰 문제는 없지만. 고양이 마들렌 여사의 남편이 개 겐자부로라는 것이 충격적이긴 하지만 사람들의 잣대로 봐서 그렇다는 것이지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고양이 세계에서도 나름 충격적인 사실이긴 하지만 가노코의 이름을 사슴이 지어줬다는 가노코의 아빠의 말이 더 충격적이라 뒤에 미스터리한 일이 일어나도 별 상관하지 않게 된다(하지만 나의 몸은 자연스럽게 '사슴남자'의 후속편인가 싶어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가 그건 아니라는 생각에 스르르 풀어져 버린다. 그냥 작가의 깜짝쇼겠지. 팬 서비스 같은 거 말이다). 사실 마키메 마나부의 '사슴남자'와 '가모가와 호루모'를 읽은 후라 이 책은 마들렌 여사의 둔갑술 정도는 그저 그런 일상적인 내용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렇지만 종족이 다른 개와 고양이가 서로 말이 통한다는 것은 역시 놀라운 일이다. 서로가 외국어라고 인식할 정도로 아무 말도 알아들을 수 없다고 하니까. 실외기 위에서 잠을 청하는 마들렌, 따스한 햇살 아래 달콤한 일상이 녹아드는 풍경은 나의 몸까지도 편안하게 만든다. 그러나 고양이와 개가 바라보는 사람들의 삶은 꽤나 따분하고 위험천만한 세상이다. 마들렌이 사람으로 둔갑했을 때 수영장에 들어가야 했을 상황은 그녀가 죽을 때까지 떠올려도 몸서리 쳐지는 일이다. 물을 싫어하는 고양이의 특성상 아무리 사람으로 둔갑했다고 해도 목숨의 위협을 느낄 정도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남편 겐자부로의 아픈 치아를 위해 가노코에게 부탁까지 하는 여유까지 있었으니 이는 분명 사랑의 힘이다. 가노코가 이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받아들여서 다행이다. 그 뒤로 겐자부로가 부드러운 사료를 먹을 수 있게 되어 한결 편안하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황혼에 이르러 고양이 마들렌을 만난 겐자부로는 어땠을까. 비 오는 날 가노코의 집으로 찾아든 마들렌, 천둥을 싫어하면서도 비를 맞으며 묵묵히 마들렌을 지켜주는 겐자부로의 모습은 개의 나이로 봤을 때 할아버지 나이라 해도 너무나 듬직하여 마들렌과 잘 어울리는 한 쌍으로 보인다. 마들렌과 겐자부로가 부부일 것이라고 확신하는 가노코는 둘을 함께 있게 해 주기 위해 노력하고 이는 겐자부로의 마지막을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마들렌이 겐자부로가 없는 곳에서는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사람들의 시선으로 봤을 때 겐자부로와 마들렌의 관계는 잘 지내는, 좋은 관계로만 비춰지겠지만 가노코의 가족들에 의해 이들은 부부로, 한 가족으로 따스한 보살핌을 받는다. 마들렌에게 가노코의 가족들과 계속 함께 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한 것도 겐자부로의 부인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은 독자들의 상상에 맡기며 끝을 맺었다. 열린 결말이라고 하지만 가노코가 기대하는대로 이루어졌을 것이라 내맘대로 믿어 버리니 행복해진다. 그저 꿈이라고 생각해 버리기엔 '가노코와 마들렌 여사'의 이야기는 너무 생생하다. 여기에는 사람으로 둔갑해 버리고 개와 대화를 하는 고양이가 등장하는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지만 이것이 모두 꿈이라고 하면 마음이 아플 것이다. 겐자부로를 가족으로 생각한 가노코 아빠의 마음이 아직도 나의 마음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다. 따스한 햇살 아래 잠깐 졸다 일어나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고 그대로 있다면 더 좋겠지. 눈을 떴을 때 겐자부로와 마들렌이 함께 있는 모습이 보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