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 귀신을 이긴 아이 움직이는 학교 창작동화 1
노경실.강석호 지음, 김영곤 그림 / 명진출판사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3천 일 동안 밤마다 학교에서 숙제를 하면 다시는 숙제를 안해도 된다고? 이건 뭐 지옥이 따로 없구나. 방귀는 물론 똥을 눠도 안된다니, 3천 일을 어떻게 채워 인간이 된단 말인가. 절대, 절대로 숙제 귀신들에게 넘어가는 초등학생들이 없어야 할텐데, 다행히도 "숙제 귀신을 이긴 아이"라는 책이 아이들을 구해줄 수 있을 것 같다.

 

"띨롱"이라는 말로 시작하면 무조건 숙제 귀신이라고 의심을 하라. 얼굴은 책 모양으로 생겼으나 다른 곳은 여느 초등학생의 모습과 다르지 않아 주의하는게 좋다. 밤에만 활동한다는 것도 머릿속에 심어두고 이같은 녀석들이 보이면 재빨리 도망가는 것이 좋겠다. 숙제의 중압감을 느끼는 아이들이라면 이 유혹에 얼마든지 넘아갈 수도 있어 그 위험성이 크다 할 수 있겠다.

 

학교 숙제를 등한시 하는 우주에게 국어 숙제귀신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귀가 솔깃할 만 하다. 그러나 갑자기 똥이 누고 싶은 우주에게는 숙제 귀신이 들려주는 유혹에도 선뜻 넘어가게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자신의 손 때가 묻은 물건들이 자신들을 버리지 말아달라고 간곡하게 이야기를(세상에는 희한한 일이 많다. 물건들이 말을 하다니.) 하니 마음이 약한 우주는 도저히 이들의 부탁을 저버릴 수가 없다.

 

숙제 귀신을 이긴 아이 <희곡> 편을 보면 앞에서 준수의 시선으로 본 세상과 다르게 숙제 귀신들이 중심 인물이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데 이것이 더 실감있다. 더 재미있기도 한데 주체할 수 없이 방귀가 나오는 숙제 귀신들의 고뇌는 3천 일을 채우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절실하게 깨닫게 한다. 숙제를 아무 의미 없이 내어 주는 것이 아니라 숙제를 하면서 무언가를 배우로 성장하길 바랐던 도장 선생님의 말은 우리 아이들에게도 큰 교훈을 주는데 숙제를 하는 것이 모든 것의 기본이 된다는 우주 엄마의 말과도 상통한다.  

 

우주가 멋지게 숙제 귀신을 물리치는 내용을 담고 있을 것이라 예상했었지만 뜻밖에도 3천 일동안 학교 교실에 앉아 숙제를 하는 귀신들을 만나게 되니, 이들의 아픔이 남일 갖지 않아 가슴이 아파온다. 물론 숙제를 해야하는 아이들의 마음도 백 번 이해가지만 우주 과학자가 되고자 하는 우주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우주의 친구들에게는 숙제 귀신이야말로 꼭 물리쳐야 할 적이 될 수도 있다. 다른 아이들도 우주처럼 자신의 꿈을 위해 용기 있는 선택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런데 나도 가끔 숙제를 안 하기도 했는데 왜 나에게는 숙제 귀신이 나타나지 않을 걸까. 혹시 인원이 초과하여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 아냐? 어쨌든 그 시간에서 해방되어 지금은 숙제 귀신을 만날 일이 없으니 다행이다.

 

숙제가 없으면 천국일까. 숙제를 3천 일동안 해 놓고 펑펑 노는 것이 천국일까. 돈도 말고, 빵도 말고, 게임기도 말고 그냥 숙제만 없애주면 좋겠다는 소원을 가진 우주, 이 아이의 마음이 어느새 한 뼘은 커버린 것 같다. 숙제 귀신 덕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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