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우보이
존 레이 지음, 이은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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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원의 감시를 벗어난 로우보이가 향하는 곳이 어디든 이 여정을 따라가는 건 쉽지 않았다. '정말 로우보이가 소명을 받고 태어났을까'. '10시간 후에는 정말 세상이 멸망할까'.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었다. 로우보이를 찾아다니는 바이올렛과 라티프의 글만이 유일하게 내가 이 책에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는데 혹시 이 세상을 이루고 있는 모든 것들이 모두 거짓은 아닐까 나 자신조차도 허상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갑자기 가슴이 옥죄는 듯 긴장되기 시작했다.

 

점점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는 로우보이, 그만이 세상을 구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가득차 있다. 내가 로우보이를 만나 직접 그에게서 "열 시간 뒤면 세상이 멸망해요"라는 말을 들었다면 믿었을까. 아니 믿지 않았을 것이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하며 어이없어 했겠지만 분명 신경은 쓰였을 것이다. 정말 멸망하는지 볼까, 하며 지켜보다가 정말 멸망하는 세상과 함께 사라져 버렸을 것이다. 어디로 피한들 세상이 멸망한다는데 숨을 곳이 있을까.

 

로우보이가 다니는 지하 세계는 꼭 판타지 세상 같다. 닐 게이먼의 '네버웨어'처럼 런던의 지하세계에서 벌어지는 신비한 여행이 떠오르지만 로우보이가 보는 지하세계는 아주 아주 암울한 세상이다. 그런데 나는 아직도 모든 것을 판타지 세상 같다고 느끼고 있으니, 아직 로우보이의 말을 믿지 못하는 게 확실하다. 뉴욕 시민들을 위험에 빠뜨릴까 윌을 쫓는 라티프 형사, 그리고 윌의 엄마 바이올렛, 그녀는 여느 부모와 다르지 않은 평범한 부모 같으나 더 지켜 볼 필요가 있다. 뭔가 내밀한 것을 감추고 있는 듯한 바이올렛의 분위기는 라티프 형사조차 자신의 본분을 잊게 할 정도로 묘한 힘을 지닌다.  

 

윌이 그의 소명을 이루었을 때 이제 세상은 멸망하지 않으리라 안도했었다. 그 어떤 일도 이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그러나......마지막 결말 부분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다. 머릿속에 온통 물음표만 그려진다. 분명 윌의 여정에 하나도 빠짐 없이 함께 했으나 내가 본 모든 것들이 진짜가 아니었는지 갑자기 안개속을 헤매이는 듯 모든 것이 희미하게 느껴진다. 무엇이었을까. 지금까지 내가 본 것이 무엇이었나. 처음부터 답을 알려고 한 것이 잘못이었을까. 세상이 멸망할 것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내가 본 세상의 모습은 어떠했는가, 이것만이 유일하게 이 책을 통해 답을 내릴 수 있었으니 의문투성이라고 해도 조금은 홀가분해진다. 아직도 세상은 멸망하지 않았기에 좀 더 지켜보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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